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29)
마존현세강림기-830화(828/2125)
마존현세강림기 34권 (9화)
2장 정리하다 (4)
“아니, 괜찮다니까.”
[어디 다친 건 아니지? 방금 TV 에 오빠 뒤통수가 나왔다니까.]“그건 한참 전이야. 지금은 병원 에 와 있어.”
[병원? 병원은 왜? 어디 다쳤어?]“내가 다친 건 아니고, 애들이 물
에 휩쓸려서 혹시 어디 안 좋은 데 있을까 봐 진료받으러 왔어.”
[애들? 오빠 보육원 애들 데리고 갔어?]“그래.”
강진호가 볼을 긁으며 전화를 받 았다.
기자들이 취재를 온 건 봤지만,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 다. 그런데 하필 그의 모습이 찍혔 고, 그걸 집에서 본 모양이다.
강은영이 통화를 하는 와중에도 옆에서 어머니가 뭐라고 말을 하고 있는 게 들린다.
‘잔소리 좀 듣겠네.’
딱히 잘못한 게 있다고 생각하지 는 않지만,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어 보니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 하기 야 TV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사 고의 현장에서 자식이 보였으니, 당 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그럼 별일 없는 거지?]“그렇다니까.”
[그럼 오늘 집에 들어와? 백 여사 화났어. 지금 들려? 내 귀가 떨어지 겠다.]“음, 오늘은 집에 가야……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애들이 좀 놀라서 상황을 봐야 할 것 같은데?”
[오빠, 애들도 애들인데, 오빠 안 위를 좀 살피는 게 좋을 것 같은 데? 오늘 집에 안 들어오면 감금당 할 분위기거든, 지금?]“••••••갈게.”
강진호가 백기를 들었다. 애초에 약속한 날이 오늘까지기도 하니, 집 에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나를 빼놓고 그런 데 놀러 가니까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냐!]“할 것 많다. 끊어. 이따 연락할
게.”
[오빠! 오늘 들어오는 거지? 오 빠?]강진호가 전화를 끊고는 한숨을 쉬었다.
‘신경을 못 썼네.’
카메라에 찍힌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 다면 카메라를 피할 것을.
“강진호 씨.”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살짝 뚱한 얼굴의 조규민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들 진료가 대충 끝났습니
다.”
“그래요?”
“일단은 진료만 받았습니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간단한 검사를 받아보자고 하는군요. 다 끝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네.”
강진호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는 구급대에서 지정한 병원으 로 가려 했으나, 사정을 들은 조규 민이 근처에 있는 재경병원으로 아 이들을 돌렸다. 구급대와는 알아서 협의를 한 모양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사람들에 치일
일 없이 수월하게 진료를 받고 있었 다. 그 점은 매우 다행인데…….
“믿을 사람 하나 없다더니.”
슬쩍슬쩍 투덜대는 조규민이 문제 였다. 이현수에게서 자신을 구해주 지 않은 데 앙심을 품은 모양이다.
‘꿋꿋하다니까.’
보통 그렇게 시달리고 나면 적어 도 한동안은 사람이 기가 죽어야 한 다. 하지만 지금 조규민은 역대급으 로 투덜대고 있었다. 저 꿋꿋함에 박수를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현수는?”
“……저쪽에 있습니다.”
이현수라는 말이 나오자 조규민이 살짝 풀이 죽었다. 그 반웅을 본 강 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진짜 이럴 수는 없는 겁니다.”
“뭐가요?”
“제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십 니까?”
조규민이 손으로 자신의 몸을 가 리켰다. 이곳저곳이 찢겨져 나가고 부어 있다. 확실히 몸 상태만 봐도 얼마만 한 수라장을 거쳐 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랬겠지.’
목숨이 걸린 일이다. 사람이 죽음 이 다가온다는 것을 느끼면 얼마나 잔인하고 잔혹해지는지 강진호는 누 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호인이라 평가받던 사람이 눈을 까 뒤집고 날뛰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 진다.
그런 이들이 수백이나 얽혀 있었 을 테니, 아마 목불인견의 참상이 벌어졌을 것이다.
‘운이 좋았지.’
시간이 조금만 더 있거나, 시간이 조금만 더 없었어도 모두가 무사히 빠져나오는 결과는 만들어낼 수 없
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정말 이현수가 적절하게 와줬다.
“그래도 살려준 건데.”
“그럴 거면 빨리라도 와주든가요. 제때 도와주지도 못했으면서 생색은 얼마나 내는지. 어휴.”
제때 왔지.
그 이상 빨리 올 수가 없는데.
조규민의 전화를 받은 이현수는 그 즉시 위긴스에게 돌진했다. 그러 고는 바로 몇몇을 추려 단체로 텔레 포트를 탔다. 만약 그 과정에서 조 금만 머뭇거림이 있었다면 수도 없
는 사람이 죽었을 것이다.
“총회가 외부 세계에 관여하는 건 좋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나 벌건 대낮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곳 에서 무력을 쓴다는 건 절대 있어서 는 안 되는 일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우리는 이곳에 와서는 안 됐습니 다.”
그래서 물었다.
그럼 왜 왔냐고.
그에 대한 대답도 아주 간단했다.
“총회는 개입할 수 없지만, 저는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현수라는 개인이니까요. 동생이 죽어간다는데 안 도울 수 없잖습니까. 위긴스 님 은 제 사적인 스승이니 끌어들일 수 있고, 아랫놈들이야 친분으로 부 른 거니까요.”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우선 위긴스는 그의 스승이기도 하지만, 총회의 이사다. 그런 이를 친분으로 불러 쓸 수는 없다. 그리 고…….
‘친분이 어딨어?’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 이현수와 친분이 있는 아랫사람이 없다. 실장 님과 친한 평사원이 어디에 있나. 그거 다 시키니까 하는 거지.
멋쩍게 웃는 이현수를 보며 강진 호도 웃고 말았다.
애초에 강진호는 총회가 외부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 적 도 없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 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니 이현수에게 왜 그 원칙을 지키지 않았냐고 나무랄 일도 없었 다. 결국 저건 자신이 세운 원칙을
어긴 이현수의 자기변명이다.
그러니 논리의 허점 정도는 감안 하고 넘어가 줄 수 있지 않은가.
“치료라도 좀 받게 해주지.”
“받으면 되잖아요.”
“안 된답니다.”
조규민이 입을 삐쭉 내밀었다.
“애들부터 다 받고 나서 나중에 받으랍니다. 안 죽는다고. 세상에, 자기가 의사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안다고, 이러다가 후유증이라도 남 으면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연신 투덜대는 조규민을 보며 강
진호는 웃고 말았다.
‘윗사람이랑 엮이니 캐릭터가 변 하네.’
강진호가 기억하는 조규민은 꽤 유머러스한 면이 있는 사람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진중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비슷한 나이 대에 편하 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자 투 덜이로 변해 버리는 것이 꽤나 재밌 다.
사람이란 상대적이라는 것을 실감 하게 된다.
“거, 새끼. 말 참 많다.”
이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조규
민이 목을 움츠렸다. 그러고는 은근 슬쩍 움직여 강진호의 뒤쪽으로 돌 아갔다. 다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온 이현수가 혀를 찼 다.
“사내새끼가 촉새도 아니고, 뭐만 하면 투덜투덜.”
“그냥 있는 소리 한 겁니다만?”
“또 봐라, 저거 또. 너는 왜 입이 한시도 안 쉬냐?”
“입이 쉬면 죽어요. 숨은 쉬어야 죠.”
“너는 콧구멍은 장식으로 뚫어놨 냐?”
“비염이 있어서.”
강진호는 왜 이현수가 조규민을 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걸 계 속 당하면 패고 싶지. 그래, 패고 싶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이현수가 강진호를 돌아보았다.
“그쪽은 잘 정리했습니다.”
“문제는?”
“딱히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목격자도 거의 없구요. 애 초에 저희가 벽을 뚫고 들어갈 때,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입구 쪽에서는 무슨 일 이 터졌다는 걸 알았지만, 저희가 뚫은 쪽은 입구와 거리가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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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혹시 몰라서 벽을 뚫을 때도 해머만 사용하게 했습니다. 보 통 사람들 눈에는 진기가 보이지 않 을 테니, 그냥 힘 좋은 애들이 해머 로 벽을 뚫었다고만 생각하겠죠.”
물론 그 벽의 두께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걸 따지고 들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어도 눈으로 본 상황을 부정하기
는 어려울 테니까.
“부실 공사가 추가되겠군.”
“아마도 그럴 겁니다.”
어깨를 으쓱한 이현수가 보고를 마저 했다.
“그래도 혹시 말이 퍼질 것 같아 서 힘을 좀 써두기는 했습니다. 사 실 이런 일이 터지면 관계서나 경찰 같은 건 문제가 아닙니다. 기자가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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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직과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 지만, 기자 하나하나를 모두 관리하
는 것은 불가능하다. 데스크를 틀어 막아 기사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수 준이 최선의 대책이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시대에는 그것 도 쉽지 않다. 언론사가 어디 한둘 이어야지.
“여하튼 이쪽은 다 정리된 것 같 으니, 저는 그만 복귀하겠습니다.”
“ 벌써?”
“있어봐야 딱히 할 일도 없습니 다. 제 할 일이야 다 했는데요, 뭐.”
이현수가 강진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럼.”
“회에서 보지.”
“보중하십시오.”
이현수가 몸을 돌리려고 하자, 조 규민이 슬며시 앞으로 나왔다.
“저…… 형님.”
“어?”
조규민이 이현수를 향해 깊숙하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했습니다.”
“지랄한다.”
이현수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감사는 무슨 감사야. 입으로 때 우려고 하지 말고, 다음에 밥 사. 비싼 걸로.”
“형님 월급이 저보다 많은데, 동 생 갈취하고 싶습니까?”
그 순간, 살짝 정적이 흘렀다.
훈훈하던 분위기가 일순 가라앉았 다. 이현수의 살짝 물기 젖은 듯한 목소리가 그 정적을 깼다.
“……내 월급이 너보다 많지는 않 올 거야.”
시무룩하게 말하는 이현수의 발언 에 조규민이 강진호를 빤히 바라보 았다.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려 조규 민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래도 연식과 지위가 있는데.”
“……몰랐어요. 조정하죠.”
“그러셔야죠.”
깔끔한 합공으로 월급 인상을 이 뤄낸 두 사람이 능글맞게 웃었다.
“이걸로 빚 갚았습니다.”
“확실히 받았다. 그럼.”
이현수가 손을 흔들고 사라지자, 강진호가 한숨을 쉬었다.
“정신이 없네.”
“강진호 씨.”
“예?”
“그렇게 안심하실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정신이 없는 건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인 것 같으니까요.”
“예‘?”
조규민의 말에 강진호의 고개가 입구 쪽으로 돌아갔다.
병원 자동문이 열림과 동시에 안 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밀려 들어왔 다. 선두에서 달려오는 박유민과 다 른 아이들, 그리고 열이 올라 얼굴 이 붉게 달아 있는 보육 교사들을 보자마자 강진호가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시작이네요.”
“모든 일은 사후 처리가 더 힘든
법입니다. 그럼 고생하십시오.”
“어디 가세요?”
“저는 병원 진료비랑 뭐, 이런 거, 저런 거 해결해야죠. 바빠서요.”
손을 뻗어보았지만, 조규민은 냉 정하게 강진호를 외면했다. 원무과 로 가는 조규민의 발걸음이 더없이 경쾌해 보인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더 니.’
결국 인생은 독자생존이라는 것을 실감한 강진호가 순식간에 뛰쳐 온 이들에게 둘러싸였다. 귀를 찢을 것
같은 고음의 질문 공세를 받으며 강 진호가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두 번 다시 누굴 데리고 수족관 에 가면 내가 성을 간다, 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