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31)
마존현세강림기-832화(830/2125)
마존현세강림기 34권 (11화)
3장 추진하다 (1)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나름 운치 있는 밤이었다.
간만에 박유민을 본 것도 즐거웠 고, 어찌 되었든 그 심각한 사건을 큰 문제 없이 마무리했다는 것도 의 미가 있었다.
나름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간
강진호는 아직 진짜 문제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집 안에는 귀신이 되어 있는 백 현정과 볼을 퉁퉁 불리고 있는 강은 영이 있었다. 심지어 안 그럴 것 같 던 아버지도 간만에 근엄 모드로 들 어가 있었다.
‘불합리하다.’
상식적으로…….
사람이 그런 큰 사건이 휘말리면 걱정을 해주는 것이 보통 아닌가!
아니, 걱정을 해주기는 했지. 초 반 10분 동안.
깔끔하고 단호한 점검으로 강진호 의 육체 및 멘탈 상태가 정상이라는 것을 판별한 가족들은 일순 돌변했 다.
걱정이 푸념이 되고, 푸념이 우려 가 되고, 우려가 잔소리가 된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세 사람의 잔소리에 강진호는 파김치가 되었 다.
이건 음공(音功)이다.
무림에서 겪은 그 어떤 음공도 이토록 강진호의 진을 빼놓지는 못 했다.
물론 마음은 이해한다.
그만한 대형 사고가 터졌는데 자 식이 그곳에 있었으니 얼마나 놀랐 을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째서 걱정이 잔소리로 표 출이 된단 말인가.
그리고 왜 잔소리는 그 사건의 영역을 넘어서는가.
‘항상 어디를 갈 때는 조심해야 한다’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건 강진호도 동의하는 바다.
‘그러니까
조심했어야지’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쿠아리움의 수조가 붕괴하는 사
태를 강진호가 뭘 어떻게 조심했어 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 안전이 완벽하게 확보되었다고 확신 할 수 없는 곳에 섣불리 찾아간 것 도 잘못이라면 잘못이니까.
그런데 ‘요즘 너는 왜 그렇게 일 에 휘말리니’에서 조금 가웃했고,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자꾸 사고 를 치고 다니네’가 나왔을 무렵에는 체념했다.
‘ 억울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못을 저지 른 게 없는데, 어느새 가족들의 인 식 속에서는 강진호가 온갖 사고를
다 치고 다닌 것으로 되어 있다.
강진호가 저지른 잘못이라고는 연 락을 제때제때 하지 않은 것 외에는 딱히 없는 것 같은데……. 나중에는 듣다 보니 ‘내가 언제 이렇게 많은 사고를 쳤지?’라고 강진호 스스로도 의아할 지경이 되었다.
결국 잔소리를 듣다듣다 못해 귀 에서 피가 날 지경이 되어서야 겨우 잠들 수 있었고, 아침에 마주친 백 현정의 입꼬리가 씰룩이는 것을 본 강진호는 두말하지 않고 밖으로 뛰 쳐나왔다.
[그래서 도망나왔다는 겁니까?]“……예.”
수화기 건너편으로 조규민의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그냥 웃음이 아니 다. 이건 배를 잡고 구르는 사람의 웃음소리다.
‘재미있나?’
이게?
재밌어?
살짝 이마에 핏대가 솟았지만, 대 놓고 따지기에는 민망하다.
[아아, 죄송합니다. 이거, 이렇게 웃으면 안 되는데.]웃을 거 다 웃어놓고 수습은 뭔
놈의 수습인가.
[한 번씩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강진호 씨가 평범한 20대처럼 느껴져서 웃을 수밖에 없어요.]“평범이요?”
[네. 그런 거죠. 이게 뭐라고 설명 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사실 강 진호 씨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지 위라든가 힘은 꽤나 높은 편이죠.]꽤나 높다는 말은 딱히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권력과 무력을 통틀었을 때, 강진 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사람이 잔소리를 듣고 다니 고, 엄마 피해서 집에서 도망 나오 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디 사는 대학생 같이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좀 웃었습니다.]
“……그게 왜 웃긴데요?”
[죄송합니다.]
강진호의 목소리에 살짝 정색이 묻어 있다는 것을 파악한 조규민이 재빨리 말투를 바꿨다. 이런 처세술 이 그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주었다.
“몸은 괜찮아요?”
[네. 여기저기 쑤시기는 하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다네요. 다리 쪽
은 한동안 깁스를 해야 하겠지만, 뭐, 그 정도야 일을 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으니까요.]
“깁스요?”
[아아,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마십 시오. 다리 한쪽에 깁스를 하는 일 이야 별거겠습니까? 얼굴에 찢어진 상처가 좀 깊어서 봉합을 하긴 했는 데, 외과가 아니라 성형외과에서 진 료를 받아서 상처 없이 잘 봉합될 것 같습니다.] [에이,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배 나 이런 데 찢어진 건 그냥 대충꿰맸습니다. 이건 나중에 흉이 좀 질 것 같은데, 남자 몸에 흉터 두어 개 정도는 매력 아니겠습니까?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수술 안 한 게 어디에요.]
“……고생하셨네요.”
[네네. 의사는 타박상이 워낙 많 다고 한 주 정도는 안정을 취하라고 했지만, 의사가 다 그렇지 않습니까. 무슨 일만 있으면 ‘안정을 취해라’, ‘무리하면 악화된다’, ‘위험하다’ ……. 허허, 제가 그런 말에 놀아날 사람이 아니죠. 그래서 오늘도 출근 해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지 않습니까.] [에헤이, 또또. 또 그러신다. 괜찮 다니까요. 저는 멀쩡합니다. 물론 강 진호 씨께서는 제가 강진호 씨의 부 탁을 들어주다가 다쳤으니 마음이 편하지 않으시겠지만, 제가 그런 걸 생색내는 사람은 아니잖습니까. 걱 정하지 마십시오. 팔이 잘려 나간 것도 아니고, 허리가 부러진 것도 아닌데, 남자가 이 정도 일로 엄살 을 피우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강 진호 씨도 걱정 마시고…….]
“도착했거든요?”
[예?]“끊을게요.”
[가, 강진호 씨, 저기요? 강진호 씨? 어? 이러면 안 되는데? 강 진…….]뚝
전화를 끊은 강진호가 고개를 절 레절레 흔들었다.
‘사람이 좀 이상해졌어.’
예전에 조규민은 이런 사람이 아 니었는데…….
아무래도 이건 이현수의 존재 때 문인 것 같다.
이현수가 단순히 조규민의 형이기
때문에 태도의 변화가 생긴 게 아니 다. 조규민이 강진호를 대하는 태도 도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사실이 그 것을 증명한다.
아마 조규민은 자신이 강진호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소소한 부분을 모두 챙겨가 며 강진호가 사고를 치지 않도록 조 율하는 역할. 그게 아마 조규민이 생각하는 자신의 위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그 역할을 이현수가 분담해 준다.
쏠리는 부담이 줄었으니, 나오는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일단은 좀 더 재미있어졌으니, 한 동안은 내버려 둘까?
강진호가 피식 웃으며 차에서 내 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담배를 물 고 불을 붙있다.
“ 후우••••••
깊게 담배 연기를 내뱉은 강진호 가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뭐가 많이 달라지기는 했네.’
그의 눈에 공사 현장이 보이고 있었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건물 이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없었는
데, 지금은 뭐가 많이 생기긴 생겼 다.
비전문가인 강진호가 저 모습만을 보고 공사의 진척을 알 수는 없겠지 만, 뭔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오셨습니까?”
“응?”
정문 안쪽에서 이현수가 걸어 나 왔다.
“여기엔 왜‘?”
“여길 제일 먼저 둘러보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 었죠.”
«o 99
M…•
뭔가 파악당한 기분이다.
‘청마 같다니까.’
예전의 청마가 딱 이랬다. 강진호 가 뭔가 하려 들면 이미 강진호의 의도를 알아채고 먼저 움직였다. 그 리운 느낌이다.
그런 강진호의 기분을 알 리 없 는 이현수가 브리핑을 했다.
“공사는 잘 진척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두 달 정도 내로 다 끝날 겁니다.”
“겨우?”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파트 하나를 올리는 데도 1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큰 마을을 짓는 일이 그리 빨리 끝 난다고?
“가라니까요.”
“ 가라?”
“네.”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걸 재경 쪽에다가 위임하듯 맡 겼더니, 그냥 평범한 건물을 짓는 식으로 지으려 했더군요.”
평범한 건물이 뭐가 잘못됐나?
“필요 없는 게 너무 많습니다. 단 열재라든가, 소음재라든가. 일반인이
사는 집 기준으로 편의 시설을 넣으 면 시간이 걸리거든요.”
“아!”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인에게는 단열재가 큰 의미가 없다. 어차피 추위에 강하고, 더위에 강하니까. 그리고 소음재도 크게 의 미가 없다. 아무리 소음재를 넣어도 들릴 건 다 들린다.
일반인과는 청력이 다르니까.
“그 외에도 쓸데없는 건 다 뺐습 니다. 주거라는 목적 자체에 주목했 죠. 그리고 건물 외부에도 덕지덕지 뭘 자꾸 붙이려고 했더군요.”
“붙여?”
“벽돌 같은 것 말입니다.”
“벽돌 같은 건 장식입니다. 사람 들이 그걸 몰라요. 대충 페인트칠이 나 하면 되지. 저는 그런 것도 시간 만 끌지,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합니 다만.”
이 인간은 뭔가 잘못되어 있다.
일반적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미 의식 자체가 없었다.
“여하튼 그런 식으로 공사를 단순 화시키고, 낮밤 없이 돌리니 생각보 다 빨리 끝나더군요. 물론 공사가
끝난다는 기준은 교도들의 수용이 끝나는 시점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을 더 해야겠 죠.”
U O ”
강진호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른 아침임에도 다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마존을 뵙습니다!”
“마존께 인사드립니다!”
여기저기에 달라붙어 일올 하고 자재를 나르던 마인들이 강진호를 발견하는 순간, 손에 든 것을 집어 던지다시피 하고 그 자리에 엎드렸
다.
오지 말아야겠어.
점검이니 뭐니 해서 높으신 분이 둘러보면 일에 방해만 된다. 지금 심각하게 방해를 하고 있었다. 예전 강진호도 연대장이나 사단장이 방문 할 때마다 부대를 쓸고 닦는 쓸데없 는 일에 시달리지 않았던가.
저쪽에서 강진호를 발견한 소장이 부리나케 달려온다.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 가자.”
“더 안 보십니까?”
“봐도 몰라.”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그리고 공사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어쨌든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만, 한 가 지 확인을 해야 하는 게……
“음?”
“이곳에 있는 마인들은 언제까지 여기서 일해야 합니까? 수련이 시작 되면 뺄 수밖에 없잖습니까. 대체 인력을 투입할 시간을 알아야 정확 한 공사 기간을 특정할 수 있습니 다. 두 달이라는 건 계속 이렇게 일
을 했을 때 나오는 기간이라……
“곧 ”
“예?”
“하루 이틀 내로 빼야 해.”
“그렇게나 일찍이요?”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시간을 계속 끌 수는 없지. 이제 시작해야 하니까.”
이현수가 살짝 입을 다물었다. 강 진호의 목소리에서 단호한 의지가 느껴진다.
“심마에 빠져서 시간을 너무 끌었 어. 이제는 앞만 보고 달려야지.”
강진호는 그 말을 남기고 차로
걸어갔다.
‘여기서 속도를 더 내겠다는 건 가?’
이미 충분히 빠르게 개혁이 이뤄 지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기서 더 빨 라지면?
‘감당하기가 쉽지 않겠는데?’
늘어날 업무량에 고통스러우면서 도 묘한 기대감이 일었다. 저렇게 상쾌한 얼굴의 강진호는 오랜만에 본다.
“가, 같이 가요!”
서둘러 강진호의 차를 향해 뛰어 가면서 이현수가 입꼬리를 말아 올
렸다.
‘여기가 이래서 재밌는 거지.’
이제 또 무슨 변화가 생길까를 기대하며 이현수가 보조석에 올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