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34)
마존현세강림기-835화(833/2125)
마존현세강림기 34권 (14화)
3장 추진하다 (4)
재미라는 말은 매우 주관적이다.
보편적으로 누군가 어떤 일에 홍 미와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재미라 고 칭한다. 하지만 사람 하나하나 다 다르듯, 어떠한 일에서 얼마만큼 의 재미를 느끼는가도 모두 다를 수 밖에 없다.
누군가는 롤러코스터에서 짜릿한 흥분과 재미를 느끼는 반면, 누군가 는 롤러코스터를 탄다는 사실 자체 를 고통과 공포로 받아들이기도 한 다.
이토록 같은 사건에서도 모두가 느끼는 재미는 다른 법이다.
하지만 지금 바토르는 그게 전부 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중이었 다.
지금 바토르처럼 말이다.
‘미치겠네.’
바토르가 흥미와 재미를 느끼는 요소는 확연했다.
전투.
그것도 강자와의 전투.
그 외의 일에서 재미를 아주 느 끼지 못할 정도의 전투 중독자는 아 니지만, 그 어떤 것보다 전투에서 큰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바토르의 삶은 강자와의 싸움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었다. 결국 지금 그가 총회에 몸을 담은 이유도 같은 이유가 아닌가.
강진호를 따르면 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도 있지만, 아무래도 홍왕의 편에 서서 총회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강진호의 편에 서서 홍왕
계를 상대하는 쪽이 좀 더 구미에 맞았다.
그의 모든 행동의 기저에는 강한 상대와 상대하고 싶다는 욕망이 존 재한다.
그러니 강자와 싸우는 것은 그에 게 있어서 더없는 즐거움이어야 한 다.
그런데…….
‘이게 뭐냐고.’
바토르는 스스로 생각하던 재미의 요소가 한순간에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
지금 그는 그가 가장 원하는 상
황에 처해 있다.
강자와 원없이 싸워볼 수 있다.
평소의 그라면 더없는 기쁨을 느 꼈을 것이다. 물론 서로 목숨을 걸 고 싸울 때의 긴장감과 절박함이 없 다는 것은 아쉬운 요소이지만, 어디 그런 상황이 흔하겠는가. 이 정도만 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일이어야 한 다.
“빌어먹을!”
그런데 재미가 하나도 없다. 재미는커녕 고통마저 느껴진다.
통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그의 주먹이 발사대를 떠난 미사 일처럼 강하고 날카롭게 전방으로 쏘아진다. 그 일격에 걸린다면 사람 은 물론이고, 코끼리도 일격에 즉사 할 것이다.
누가 보아도 강인함을 느낄 수 있는 일격이다. 그 주먹에 어려 있 는 거무스름한 마기를 볼 수 있는 자라면 저 일격이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위험하다는 사실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턱.
그 위험한 일격이 너무도 쉽게 막힌다.
사람 머리만 한 바토르의 주먹이 평범한 크기의 손에 잡혀 있는 모습 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이한 괴리감 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성인의 주먹 을 세 살짜리 아이가 움켜잡은 것 같다.
바토르의 눈에 핏발이 선다.
‘이럴 수는 없어.’
물론 지금 그의 주먹을 움켜잡은 이는 강진호였다. 온갖 인상을 다 쓰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바토
르와는 다르게 강진호는 무표정했 다.
“흠……:
그러고는 살짝 고개를 꺾는다.
마음에 안 든다는 둣 말이다.
“약해.”
“큭!”
강진호가 손을 살짝 밀쳐 바토르 를 밀어낸다. 바토르가 속절없이 뒤 로 튕겨났다.
“이•••••• 이!”
바토르의 눈에 혈기가 차올랐다.
평소의 그라고 해도 이런 상황은 참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
마공을 익혀 예전보다 과격해진 그 가 아닌가.
가슴속에서 불덩어리가 타오르는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와중에 최소한이 이성은 움직 이고 있었다. 지금 그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분노와 불신이다.
강진호가 강하다는 것은 안다. 과 거 그와 목숨을 걸고 싸우던 강진호 와 지금의 강진호는 전혀 다른 사람 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차이가 있 다.
그 후, 바토르가 개미 눈꼽만큼
강해지는 동안, 강진호는 어마어마 하게 더 강해졌다.
단적으로 말해, 바토르와 싸우던 당시의 강진호였다면 홍왕의 일격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 지만 홍왕과 싸울 당시의 강진호는 홍왕을 압도하지는 못해도 그와 어 우러져 싸울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있었다.
그러니 패배는 각오했다.
하지만 이건 완전히 그의 예상 이상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강해졌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차원이 달라졌다.
머릿속이 제멋대로 헝클어진다.
‘아니야. 불과 얼마 전에는 이 정 도가 아니었어!’
홍왕을 상대하던 당시의 강진호라 면 지금처럼 바토르의 일격을 갓난 아이 손짓처럼 다루지는 못했을 것 이다.
그렇다면 그때보다 더 강해졌다는 뜻이 아닌가.
하지만 상식적으로 그게 가능한 가?
“물러.”
강진호가 무표정한 목소리로 말했
다.
“잡념이 꼈군. 무인 주제에 말이 야.”
“이……
그 말에 바토르의 머릿속을 지배 하고 있던 혼란이 날아갔다. 그리고 그 혼란이 사라진 자리를 증오와 혈 기가 순식간에 채운다.
“죽여 버리겠다!”
바토르가 마기를 줄기줄기 내뿜으 며 강진호에게 달려들었다.
칠 척 거인.
그저 비유가 아니라 현실에 존재 하는 칠 척의 거인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분노하며 달려드는 광 경은 지켜보는 이들의 공포를 유발 하기에 충분했다.
안 그런 사람도 있었지만 말이다.
“흥분이 과하신 것 같은데.”
“마공의 영향 아니겠습니까? 역시 나 마공은 배제해야겠네요.”
“마공의 영향이라……. 확실히 그 런 것도 있겠군요.”
위긴스가 턱을 긁었다.
‘놀라운 것은 역시나 로드겠지.’
저 어마어마한 격전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은 강진호 덕분이 었다.
누군가 다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누군가 위험해질 것이라는 걱정은 추호도 없다. 저 전투 자체 가 완벽하게 강진호의 통제하에 있 었다.
뭐 빠질 것 같이 힘을 주고 있는 바토르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건 더 이상 비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전투였다. 굳이 명칭을 붙이자 면, 지도라든가 교육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까지 차이가 벌어졌다는 건가?’
명확한 상황이 되레 위긴스를 떨
게 만들었다.
강진호가 빠르게 강해진다는 것은 그 역시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가 굳이 원탁을 버리고 이곳으로 투신 한 데는 강진호의 대한 기대가 8할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니 강진호는당연히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
문제는 그 충족이 좀 과하다는 것이다.
‘이거, 정말 괜찮은 건가?’
강해지는 속도가 상식을 초월했 다. 강진호가 상식 이상으로 빠르게 강해진다는 것을 감안하고 있는 위
긴스가 보기에도 이건 그 이상이다.
그리고 보라.
외기가 소용돌이 치듯이 강진호에 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전투를 치르는 와중에도 운공을 한다.
지난번에 보았던 광경이다. 아쿠 아리움에서 수조를 막고 있던 강진 호가 저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데 저게 이리 격렬히 움직이는 전투 중에도 저만한 효율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건가?
‘불합리하군.’
그가 알고 있는 무학에 대한 상 식이 모조리 어긋나는 기분이었다.
괴리감이 전신을 휩쓸면서 위장이 들썩거린다. 조금 더 저걸 보고 있 었다가는 배 속에 든 걸 모조리 토 해낼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저 덩치 큰 양반이 지금 진심으로 싸우는 건 맞는 거 죠?”
방진훈은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이게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하는 모 양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초보자는 대가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 신의 이해력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지금 방진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한국에서는 알아주는 무 인에 속하는 사람이지만, 그가 받아 들이기에는 강진호와 바토르가 보여 주는 무학의 수준이 너무 높았다.
위긴스조차 간신히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누가 저걸 알아보 고…….
“아아아아!”
있네, 있어.
위긴스가 떨떠름한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 마존이시여!”
장민은 흡사 눈물이라도 왈칵 쏟 을 듯한 얼굴이었다.
바토르가 자신의 입으로 장민과 자신은 동급이라고 했으니, 아마 저 영감도 무척이나 강할 것이다. 하는 짓만 봐서는 강진호가 바닥에 버린 쓰레기도 주워서 고이고이 간직할 것 같은 불쾌함이 몰려오지만…… 어쨌든 간에 이 사람도 강자다, 강 자.
총회와 강진호를 알고 나서부터 강자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하게 나 빠지는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여튼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니까.
‘감격이 과하네.’
장민의 눈에도 똑똑히 보일 것이 다. 지금의 강진호가 얼마나 강한지 말이다. 그러니 감격을 주체할 수 없겠지. 위긴스에게 있어서 강진호 가 자신의 미래를 이끌어줄 선도자 의 포지션이라면, 장민에게 있어서 강진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믿고 따라야 할 신이나 다름없었다.
생각해 보라.
종교가 있는 자의 앞에 그 종교 의 신이 나타나 손짓으로 강을 가르 고 메마른 땅에 비를 내리는 이적을 행한다면?
그 벅찬 환희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지 않을까?
지금 장민의 반응이 딱 그랬다.
단순한 감격이 아니다. 애초에 마 교는 종교니까. 뭐, 저런 감격도 이 해해 줄 만하다.
‘그 모습이 좀 꼴사납지만 않았으 면 좋겠는데.’
살짝 볼에 홍조를 띤 할아버지의 격한 감격을 지켜보는 게 이상하게 불쾌하다. 눈으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느낌이다.
위긴스는 살짝 더러워진 기분을 억누르며 고개를 돌렸다. 이건 안
봐야 한다. 눈에 나쁘다.
쿠우우웅!
강진호의 일격을 막아낸 바토르가 포탄처럼 튕겨 나간다.
맞은 바토르가 아니다. 막은 바토 르다.
강진호가 날린 정권이 바토르의 완벽한 방어에 막혔다. 하지만 그 주먹에 실린 역도를 감당하지 못한 바토르가 아이가 걷어찬 돌처럼 튕 겨 나간다.
‘저래서야 방어가 의미가 없네.’
공격이나 방어라는 말도 서로 합 이 맞는 사람들 사이에나 쓰는 말이
다.
NBA 선수들과 초등학생이 농구 를 한다면 수비 전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완벽히 길목을 틀어막아 도 머리 위를 뛰어넘어 덩크를 꽂아 버릴 텐데.
지금이 딱 그런 모양새였다.
바토르의 방어는 완벽하다. 하지 만 사람이 달려드는 덤프트럭 앞을 완벽히 막아선다고 해서 방어가 되 는 건 아니잖은가. 강진호의 정권을 막아서기에 바토르가 가진 힘은 너 무도 미약했다.
“흐음.”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일격을 날린 강진호는 여전히 뭐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 고 있었다.
“쉽지 않군.”
쉽지가 않으시군요.
네, 그러시겠죠.
하는 짓은 라면도 손짓 하나로 그릇에서 위장으로 순간 이동시켜 버릴 것 같지만, 당신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 있겠죠.
위긴스가 막 뭔가를 말하려는 순 간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분노와 굴욕으로 이성을 잃은 바 토르가 마기를 줄기줄기 뿜어 내고 있었다.
잘 억누르던 마기가 뇌까지 치민 모양이다.
원래라면 이건 정말 큰 위기다. 바토르쯤 되는 무인이 이성을 잃고 마기에 휘둘린다면 그 피해가 어마 어마할 테니까.
그런데 지금은 뭐랄까…….
“더 처 맞겠네.”
“이성을 잡아야지. 그래야 덜 맞 으니까.”
다들 조금 아련한 눈으로 바토르 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 호응하듯 강진호가 주먹을 살짝 움켜쥔다.
뿌드드득.
주먹을 쥐는 소리가 마치 사형선 고 소리처럼 들린다. 애도와 동정을 담은 시선이 날뛰는 바토르에게로 향했다.
‘죽이진 않겠지.’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