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36)
마존현세강림기-837화(835/2125)
마존현세강림기 34권 (16화)
4장 구타하다 (1)
“……죽을 것 같다.”
“저는 죽었습니다.”
위긴스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 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소파에 등 을 기댔지만, 몸의 밸런스가 흐트러
지는 순간 뼛골이 부서질 것 같은 고통이 밀려온다.
“끄으으으으.”
위긴스가 몸을 덜덜 떨었다.
물론 그에게 이 뼈마디가 부서지 는 고통을 선사한 사람은 강진호였 다.
웃는 낯으로 자신을 후드려 패던 강진호를 생각하니, 새삼 소름이 돋 는다.
‘그렇게 상쾌하다는 표정 짓지 말 라고!’
사람이 좀 이상해졌다.
뭐랄까, 지금의 강진호는 그런 상
황 같았다.
몇 날 며칠 동안 앓던 이가 한순 간에 빠졌다거나, 보름 동안 변비에 시달리다가 한순간에 탈출했다거나. 그게 아니라면 그 반들반들하게 빛 나는 상쾌한 얼굴을 설명할 수가 없 다.
얼마나 상쾌하면 사람을 후드려 까면서도 웃는단 말인가! 소름 돋 게!
‘적당히라도 팰 것이지.’
우드드득.
“끄으윽.”
사실 무인은 고통에 익숙할 수밖
에 없는 존재다. 무술이 스포츠로 변해 버린 세상과 다르게 아직 무인 계에서 무학이란 자신의 몸을 학대 하여 높은 수준에 오르는 것이 당연 하게 여겨진다.
위긴스가 익힌 서양 무학이 동양 에 비해 육체적 학대가 적다고는 하 지만, 어차피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고문에 가까운 수련을 겪어야 한다.
그러니 고통에는 익숙한 편이건 만…….
“사람을 어떻게 때리면 이렇게 아 플 수가 있지?”
“..주먹에서 능숙함이 느껴집니
다.”
“그야 그렇겠지.”
수도 없이 패왔을 테니까. 맞으면서도 느낄 수 있다.
그들 역시 전투를 수도 없이 겪 어왔다. 누군가에게 뒤질 정도는 절 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다. 하지 만 강진호의 능숙함 앞에서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얼마나 많은 전투를 해온 걸까?’
심심하면 강진호와 맞붙는데다, 과거에 목숨을 건 싸움까지 해본 바 토르와 달리 위긴스와 방진훈은 강 진호와 직접 주먹을 맞댈 일이 없었
다.
무자비한 구타를 몸으로 겪고 나 서야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 사 람이 얼마나 전투에 능숙한지.
‘효율이라는 건가.’
강진호가 이전에 말한, 세세한 조 정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수도 없는 전투를 치르다 보니 주먹을 뻗어내는 간단한 동작 조차 노하우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 할 엄두도 안 나는군.”
이건 감각이었다.
배운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경험을 겹겹이 쌓아 올려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최고의 셰프 밑에서 모든 것을 배운다고 해도 그와 동일 한 맛을 낼 수는 없다.
그 미묘한 감각이라는 것은 머리 가 아니라 몸에 쌓이는 법이니까.
“원래 저렇게 막 나가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아니, 어쩌면 원래 그렇게 막 나가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르지.”
“예?”
“참고 있었던 거야.”
위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강진호를 조금만 지켜본 사람이라 면 그가 그리 참을성이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신 중하게 고민을 하던 와중에 갑자기 뻥 터져서 다 뒤집어엎어 버리는 게 강진호다.
‘올게 온 거지.’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크게 터진다. 지금 강진호의 행동을 그 반동이라 생각한다면 아 귀가 맞아떨어진다.
방진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수련을 하고 강해진다는 건 좋단 말입니다. 그런데 이러다 골병이나 들지. 이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 까‘?”
“그러게 참……
벌컥.
그때, 문이 열리며 거대한 동체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빌어먹을, 문이 왜 이리 작아?”
몸이 크신 겁니다만?
보통 장정이면 둘이 나란히 서도 넉넉할 문을 작다고 타박할 사람은 하나밖에 없었다. 바토르가 오만 가 지 인상을 쓰며 안으로 들어왔다.
“또 조잘대고 있군, 사내놈들이.”
“……오늘은 조잘댈 만하다고 생 각합니다만?”
“동의합니다.”
바토르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주인이 이만한 은총을 내려주었 건만,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헛소리 나 늘어놓고 있군.”
“ 은총?”
“ 감사아아?”
위긴스와 방진훈이 동시에 황당하 다는 눈으로 바토르를 바라보았다.
물론 대련을 해준다는 것은 고마 운 일이다. 대체 어디 가서 강진호 만 한 대련 상대를 구하겠는가.
무인이 실력이 상승하면서 겪는 가장 큰 고충이 자신보다 강한 이와 싸울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무
학은 저 혼자 익힐 수 있는 게 아 니다.
간단한 미들킥 하나를 배운다 쳐 도, 샌드백을 상대로 시전하는 것과 사람을 상대로 시전하는 것에는 하 늘과 땅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대 련이라든가 스파링이 필요한 것 아 닌가.
하지만 고수가 될수록 그 대련의 상대를 구하기가 어려워진다. 첫째 로는 그만한 고수가 많지 않고, 두 번째로는 그만한 고수들은 잃을 것 이 많기에 대련을 꺼리게 된다.
결국 상상으로 대체하든가, 애꿎
은 샌드백을 때릴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저만한 고수, 어디 가도 찾을 수 없는 급의 고수가 먼 저 나서서 대련을 해주는 것 아닌 가. 사실 고맙다고 절을 해도 모자 랄 판이었다.
하수는 고수와의 대련으로 자신의 모자란 점을 채우고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데 반해, 고수는 하수와의 대 련으로 얻을 것이 없었다. 자신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이와 싸워봐야 힘 만 빼지 뭘 얻겠는가.
강진호가 굳이 체력과 내력을 낭 비해 가며 대련을 해주는 것만으로
도 감사할 여지는 충분하다.
‘이게 대련이라면 말이지.’ 대련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무인과 무인이 서로 연습하듯 손 발을 나누며 서로의 실력을 점검하 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건 대 련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구타였다.
뭐, 손을 뻗어볼 새도 없이 안면 에 죽빵이 꽂히는데, 거기서 뭘 보 고 배우라는 말인가.
느낀 것이라고는 ‘저 양반 더럽게 빠르네’, 하나뿐이었다.
굳이 정리하자면 ‘눈으로 보이지 도 않고, 기감으로도 쫓을 수 없는
속도를 가진 사람과 싸운다면 방어 가 불가능하다’ 정도의 교훈을 얻었 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별것 없는 교훈을 얻 기 위해서 지불한 대가가 너무 과하 다.
“끄으으응.”
위긴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뼈마디에서 두둑대는 소리가 들린 다. 맞아도 너무 맞았다.
“이 꼴올 보고도 그 말이 나오십 니까?”
“그 꼴을 보니 이런 말을 하는 거 다.”
“ 예‘?”
“쯧쯧.”
바토르가 한심하다는 듯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몸을 점검해 봐라.”
“……점검이요?”
“잔말 말고 해봐.”
위긴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긴 하지만, 바토르가 쓸데 없는 일을 시킬 위인이 아니라는 것 을 알기에 일단은 시키는 대로 몸을 점검해 보았다. 방진훈 역시 살짝 고개를 갸웃대면서도 바토르의 말을 따랐다.
“••••••어?”
위긴스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이게 무슨 상태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있 었다.
그의 육체는 지금 손상되어 있다. 한 부분이 심각하게 망가진 곳은 없 지만,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넓게 망가져 있다.
육체가 상하면 기력도 쇠하기 마 련이다. 기와 육체는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병자가 어마어마한 기운을 내뿜어내는 일이 없듯이, 육 체의 손상은 기운의 흐름을 방해한
다.
그런데 지금 위긴스의 내부에 흐 르는 기운은 평소보다 훨씬 더 활력 이 넘친다. 그의 몸 안에 과연 이만 한 기운이 있었는가를 의심할 정도 로 말이다.
위긴스는 내부가 아닌 외부의 마 나를 활용하는 편이다. 내부에 저장 한 마나의 총량은 동양의 무인들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런 위긴 스가 이만한 힘을 느낄 정도라면?
“이, 이거 뭐야?”
방진훈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 어났다.
그 역시 몸 안에 흐르고 있는 거 대한 힘을 느낀 모양이었다.
“이, 이거?”
바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혈이다.”
“다른 말로는 추궁과혈이라고 하 지. 네게는 조금 생소한 개념일 수 도 있겠지.”
바토르의 턱짓에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양 무학을 공부하며 들어는 봤 습니다만……
방진훈은 위긴스에 비해서 동양
무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렇기 에 보인 반응도 조금 달랐다.
“그, 그게 실제로 가능한 겁니 까?”
“몸으로 겪고도 모르는가?”
“헐……
방진훈이 입을 다물고 자신의 몸 을 다시 점검했다.
‘ 진짠데?’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 지만 몸이 그 증거가 되어주고 있 다. 그러니 부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세상에……. 추궁과혈이 라니.”
추궁과혈 혹은 타혈법.
무인이 타인의 몸 안에 직접 기 운을 집어넣어 내력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이다.
예전부터 개념은 내려왔다. 하지 만 아무도 그걸 시도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 하다.
타인의 몸을 치면서 기운을 밀어 넣는다는 것을 다른 말로 타격이라 고 한다.
팬다는 뜻이다.
거꾸로 말하면 추궁과혈이라는 것 은 상대를 때리는 행동을 통해 상대
의 육체를 이롭게 만드는 행위다. 그게 가능하겠는가.
‘그런데 가능하단 말이지?’
방진훈이 허허 웃어버렸다.
“……전설이 전설이 아니네.”
“그러게.”
위긴스도 그 말에 동의했다.
최근 들어서는 전설이라든가 신화 라든가 하는 말이 너무 쉽게 나오는 것 같았다. 이쯤 되면 총회 앞마당 에 기린이 뛰어놀고, 용이 날아다닌 다고 해도 이상하지가 않을 것 같 다.
강진호가 람보르기니 대신 페가수
스를 타고 출근해도 허허 웃으며 받 아들일 수 있을 지경이었다.
“추궁과혈은 시전자의 내력을 어 마어마하게 소모한다. 결코 쉬운 일 이 아니지. 할 수 있는 사람도 극히 드물겠지만, 할 수 있어도 하려는 사람이 잘 없다. 고수가 하수를 위 해서 내력을 낭비하겠나?”
“……아니지요.”
실제로 그게 얼마나 어려운 행위 인지 방진훈은 잘 알고 있었다. 그 역시 수많은 제자를 키우고 있지만, 그 제자들을 위해 심력과 시간을 소 모한다는 게 그리 쉽지가 않다.
일단은 나 자신이 우선 아닌가.
“잠시만요. 이게 일시적인 효과가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위긴스가 놀라 묻자 바토르가 고 개를 저었다.
“일시적이긴 하지. 하지만 영구적 이기도 하다.”
“ 영구적?”
바토르가 어깨를 으쓱했다.
“추궁과혈의 개념은 생각보다 간 단하다. 강제로 상처를 만들어내는 거지.”
“그게 무슨?”
위긴스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바토르가 입맛 을 다셨다. 이거, 말로 하기가 영 쉽지 않다.
“상처가 생기면 그 위에 새살이 돋지. 그렇지 않나?”
“그렇죠.”
“그리고 그 상처는 원래 피부보다 더 부풀어 오르지.”
“……아!”
위긴스는 바토르가 하려는 말을 단번에 이해했다.
“상처와 회복의 반복. 근육을 부 풀리는 것과 같은 과정이군요.”
“이해가 빠르군.”
근육을 만드는 행위는, 근육의 상 처를 내고 회복시키기를 반복하는 행위다. 상처가 난 근육은 이전보다 더 크게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그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이전보다 더 크고 강한 근육을 가지게 되는 것이 다.
“기운 역시 마찬가지다. 내부의 기운을 강제로 억압하고 공격하면 기운이 반발한다. 그러다 보면 기운 이 활성화되는 것이지. 거기에 육체 를 강제로 손상시켜 육체가 회복되 는 과정 동안 기운이 더 활발해지게 만드는 거지.”
바토르가 한숨을 쉬었다.
“말이야 쉽지만,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찾아내고 직접 시행한다는 건 거의 사람의 영역이 아니겠지 만.”
그제야 강진호가 자신들의 몸에 무슨 짓을 했는지를 알게 된 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쩌억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