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38)
마존현세강림기-839화(837/2125)
마존현세강림기 34권 (18화)
4장 구타하다 (3)
“오늘부터 시작이라는 거군.”
이명환은 마음을 새로 다잡고 있 었다.
마라혈염 기.
강진호가 그들에게 익히라 건네준 무학이다. 바토르나 강진호가 본격 적으로 가르치기야 하겠지만, 기초
적인 부분은 그들 스스로 익혀야 했 다.
‘지독했지.’
마라혈염기를 익히면서 이명환은 이제까지 자신이 익힌 마공은 그저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공은 위험하다.
마공은 익히는 자의 인성을 파괴 하는 대신 막대한 힘을 내준다.
이전에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가 지금까지 익혀온 것은 그저 기초공에 불과했다. 마라혈염기를
익히는 순간, 그 사실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기본적인 운공을 하 는 것만으로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살의가 끓어오르고 가슴이 진탕된 다.
‘이걸 버텨내야 한다는 거지.’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홍분되는 일이기도 했다.
기본공만으로도 그만한 성취를 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마라혈염기 는 얼마나 큰 힘을 그에게 줄 것인 가.
세상에 대가 없는 이득은 없다.
거꾸로 말하면, 이득을 얻기 위해
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마라혈 염기가 그에게 줄 막대한 힘을 생각 한다면, 비용은 얼마든지 지불할 용 의가 있었다.
강하다는 게, 강해진다는 게 그의 세상을 얼마나 넓혀주었는지를 생각 한다면, 그 어떤 대가도 감수할 수 있었다.
살의와 충동, 그리고 고통.
버티기 힘든 것투성이이지만, 이 명환은 버텨낼 자신이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말이다.
“익혀왔겠지?”
아무래도 저분이 말을 조금 잘못 하신 모양이다.
표정과 기세를 봐서는 ‘익혀오라 고 했는데 익혀오지 않은 새끼는 내 가 손수 뼈와 살■을 분리해서 개먹이 로 던져 주겠다’ 정도의 말이 나와 야 할 것 같은데, 너무도 온건한 말 이 나왔다.
물론 말이 온건하게 들린다고 해 서 그 속뜻을 이해 못할 이는 이곳 에 없었다. 그 정도 눈치가 없었다 면 애저녁에 맞아 죽었을 것이다.
‘상태가 왜 저렇지?’
그들의 앞에 서 있는 이는 바토 르였다.
바토르.
총회의 모두가 바토르를 인정한 다.
그의 강함, 그의 자세.
그들로서는 감히 범접할 수도 없 는 지고한 경지에 올랐으면서도 조 금도 쉬지 않고 위를 노리는 향상 심, 그리고 언제나 무학에 진지하게 임하는 그 자세.
어느 것을 보더라도 존경하지 않 을 수 없는 무인이다.
처음에는 그가 한국인이 아니고,
홍왕계에 몸을 담았다는 이유 때문 에 경원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 젠 총회의 대부분이 바토르를 진심 으로 존경하고 있었다.
그를 여전히 탐탁찮게 생각하는 이라 해도, 그가 위대한 무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 위대한 무인이 지금…….
‘ 판다?’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 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자세히 볼 필요도 없다. 옷이라는 것은 인간의 몸을 가려주는 물건이지만, 바토르 의 거대한 육체를 모두 가리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드러난 상체 곳곳이 시뻘겋게 피 멍이 들어 있다.
‘위협적이네.’
사람이 엉망으로 얻어맞은 모습을 위협적으로 느낀다는 것은 정말 쉽 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바토르는 그 어려운 일을 기어코 해내고 있었 다.
맞았다. 맞았으니 화가 난다. 그 화가 나한테 쏠릴지도 모른다.
이 기적의 삼단논법이 모두를 쫄 아들게 만들었다.
게다가 억울함과 분노, 빡침이 완
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바토르 의 표정이 이 논법을 더욱 강화해 주고 있었다.
마염들은 숨도 쉬지 못한 채 고 개를 숙이고 있다.
‘이쯤 되면 마인들이 거칠다는 말 도 거짓말 아닌가?’
이렇게나 다들 분노 조절을 잘하 는데!
이렇게나 순한데!
마스터급 동물 조련사를 만난 문 제견 같다. 다들 꼬리를 내리고 어 떻게든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애 쓰고 있다.
이명환은 사람은 참 상대적이라는 걸 깨닫고 있었다.
이명환을 비롯한 마염들에게 바토 르는 저승사자나 다름없었다. 하지 만 그 저승사자가 지금 누군가에게 늘씬하게 얻어터지고 온 것이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하아아암.”
바토르의 뒤로 한 남자가 의자에 반쯤 늘어져 하품을 하고 있다.
이 무시무시한 광경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지만, 다들 어 색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이건 그들이 같은 인간이기 때문 에 벌어지는 일이다. 눈앞에서 토끼 와 쥐가 싸우고 있다고 해서 낮잠을 자던 사자가 일어날 필요는 없으니 까.
‘밸런스가 개판이야.’
바토르만 해도 그들이 보기에는 어떻게 해볼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 이다. 과거 그들이 총회에서 평화롭 게 살아갈 때는 밸런스가 이렇지 않 았다.
총회의 최고수로 여겨지던 이중걸 이나 방진훈은 확실히 그들보다 강 했다. 하지만 이만한 수가 동시에
달려든다면 몇 초 걸리지 않아서 피 떡을 만들 수 있었다.
강하긴 강하되, 같은 사람이다. 격투기 선수와 일반인 정도의 차이? 이점을 활용한다면 여럿도 상대할 수 있지만, 수십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인 정도였다.
하지만 강진호가 등장하면서 그 밸런스가 깨졌다.
‘못 이겨.’
이곳에 있는 이들이 목숨을 걸고 달려든다고 바토르를 상대할 수 있 을까?
몸에 생채기도 안 날 텐데?
이건 게임으로 치면 밸런스 망겜 이다. 중간 보스도 레이드가 불가능 한데, 그 중간 보스를 개처럼 패는 최종 보스가 있다. 이런 게임을 어 떻게 하라는 말인가.
“익혀왔냐고!”
강진호가 뒤에서 하품을 하든 말 든 바토르는 눈을 부라렸다.
“익혔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해왔습니다!”
바토르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 덕였다.
‘저 새끼, 저거, 마음에 안 드네.’ 아까부터 자꾸만 통역이 거슬린
다.
바토르가 묵직하게 소리를 지를 때마다 장다징이 옆에서 같이 목소 리를 깔고 있다. 모양새만 보면 마 치 장다징이 그들을 나무라는 것 같 다.
‘거, 짱깨 새끼. 통역 주제에 목에 힘 빡 들어가서는. 한 번 데리고 가 서 모가지 꺾어버릴……
“이명환.”
“넵!”
바토르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이명환의 머리가 일시 정지를 눌렀 다. 그러고는 재빨리 상태를 군인
모드로 전환했다.
부동자세로 허리를 쫙 편 이명환 을 보며 바토르가 눈을 희번덕거렸 다. 저 큰 눈이 번들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공포다.
“딴생각을 해?”
“아닙니다!”
“내가 틀렸다는 건가?”
“아닙니다!”
“그럼 다른 생각한 것 맞네.”
“아닙니다!”
일단은 ‘아닙니다’다.
이치에 맞고 논리에 맞는지, 말이
앞뒤가 맞는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 다. 이럴 때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 이는 게 중요했다. 완벽한 대답을 할 수 없다면, 대답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
“빠져 가지고는!”
어휘력 보소.
중국어로 무슨 말을 하면 저렇게 번역이 되는지 신기하다. 알고 보면 저 장다징이라는 놈은 굉장한 통역 가일지도 모르겠다.
“잘 들어라, 이 애송이들아!”
바토르의 목소리가 강당을 쩌렁쩌 렁 울렸다.
“너희는 약해 빠졌다!”
빤한 소리를 하는 바토르였다.
“약해! 너무 약해! 써먹을 수가 없다! 하지만 써먹어야 한다! 그러 니 너희는 강해져야 한다! 다행히 회주님께서 너희에게 은총을 내리셨 다! 다들 알고 있겠지?”
“예!”
우렁찬 대답이 홀러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명검이라 해도 쓰는 이가 활용하지 못하면 식 칼만도 못한 법. 너희가 제대로 익 힐 수 있게 만들어주겠다.”
바토르가 씨익 웃고는 말했다.
“실력이 느는 데 실전보다 좋은 방법은 없지.”
“감사해라, 애송이들아. 이 내가! 바쁜 이 내가 직접 너희를 하나하나 상대해 주겠다. 그 과정에서 자연히 체화가 될 것이다.”
이명환이 눈을 부릅떴다.
왜 저 말이 ‘내가 처 맞으면서 쌓 인 스트레스를 너희에게 풀겠다’로 들리는가.
아니죠?
바토르 님?
그때, 바토르가 살짝 옆으로 물러 났다. 그러자 강진호가 의자에 앉은 채로 입을 열었다.
“조금 다급할 필요가 있다고 본 다.”
강진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 지만 차분한 목소리 톤에 비해 말하 는 내용은 과격하기 그지없었다.
“시간은 무한히 주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유한하다면 그 시간을 쪼개 써야겠지. 너희는 너희의 무력을 발 전시키는 동시에 다른 이들을 가르 쳐야 한다.”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면 빨리 강해져야겠지. 조 금의 부작용 정도는 감수해야지.”
조금이 아닐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하신다!”
바토르가 크게 외쳤다.
“시작하자!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이명환!”
왜!
왜 항상 나냐!
왜!
이명환은 새삼 깨달았다. 이번에 중국에서 활약하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 자리는 언제나 손해를 보는 자리였
다.
좋은 것은 나중에 오고, 나쁜 일 은 먼저 온다.
그리고 오늘은 나쁜 것이 먼저 오는 날이다.
“이명환!”
바토르가 다시 외치자 이명환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비척비척 걸어 앞으로 나갔다.
“저…… 바토르 님.”
“왜‘?”
“이런 방법밖에는 없습니까?‘
“지도 방식에 불만이라도?”
“……아니요. 불만이 있다기보다
는 이해가 잘 안 가서 그럽니다. 제 가 제대로 마라혈염기를 익힌 것도 아닌데, 다짜고짜 대련을 한다고 뭐 가 달라질까요?”
그냥 얻어맞기만 할 것 같은데?
그 말에 대답을 한 것은 강진호 였다.
“난세는 영웅을 만든다는 말을 알 고 있나?”
하지만 그 대답이 이명환은 납득 시켜 주지는 못했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지?’
이명환이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대답은 해야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나?”
“……어느 정도는요.”
“보통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 은 어지러운 세상에 영웅이 출현한 다는 의미로 통하지. 하지만 나는 그게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의미에서.”
모두가 강진호를 주목했다.
“한국으로 따져 보지. 이순신 장 군이 한국에서 가장 위대했던 장군 이라는 것에 이견을 가질 사람은 별 로 없을 거다. 그렇지 않나?”
“예.”
“그런데 이순신 장군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유능한 장수였을까?”
이명환이 고민에 빠졌다.
무슨 의도로 묻는 것인지 이해가 힘들다.
“정답은 ‘알 수 없다’다.”
강진호가 그들의 이해를 도와주었 다.
“비교가 힘들기 때문이지. 설사 이순신 장군보다 더 대단한 장수거 있었다 한들, 그가 살던 시대가 태 평성대였다면 그 능력을 증명할 방 도가 없다.”
“아••••••
“이순신 장군 역시 현대에 태어났 다면 평범한 장군으로 전역했겠지.”
아니, 그것도 어려웠을 수 있다.
상관에게 비비고 아부할 줄 모르 는 사람이니까. 일찌감치 진급 심사 에서 탈락해 지금쯤 치킨집을 열었 을지도 모르지.
거북선 치킨이라든가.
이순신 장군이 치킨집 사장이라 니, 생각만 해도 울적해진다.
“난세는 영웅이 될 자질을 가진 사람이 영웅이 될 수 있는 판을 만 들어준다. 난세마다 하늘이 영웅이
될 사람을 내려주는 게 아니야. 그 런 이들은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평범하게 살다 갈 뿐이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중요한 건 두 번째 의미인데
강진호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 렸다.
“난세가 영웅을 만들어내지는 못 하지만, 영웅을 단련시키기는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