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40)
마존현세강림기-841화(839/2125)
마존현세강림기 34권 (20화)
4장 구타하다 (5)
총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그동안 총회의 수련이라는 것은 주먹구구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총 회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 련은 총회에서 하도록 했지만, 서로 다른 무학을 익혔다.
각자가 각 사문의 무학을 익히다
보니, 유출을 경계해 제대로 된 수 련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여러모로 부작용이 많은 방식이었 다.
하지만 이중걸이 바보라서 그런 방식을 고수해 온 것은 아니다.
소수 문파가 난립하던 한국의 무 인계를 하나로 엮고, 이들에게 총회 라는 통일된 관념을 주입하기 위해 서는 필요한 과정이었다. 그 결과, 수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전 체적인 수준의 하향을 불러오더라도 말이다.
덕분에 총회의 수련장이라는 건
중구난방이었다.
개인이 들어가는 폐관실, 소수가 들어가는 합동 훈련장, 그리고 커다 란 단체 훈련장.
독서실에서 서로 자리를 선점하 듯, 자신이 선호하는 수련장을 차지 하기 위한 텃세와 눈치 보기가 난무 했다.
“싹 다 밀어버려.”
아무래도 이 양반은 자신의 정체 성을 사람이 아니라 불도저로 규정 한 모양이었다. 강진호는 총회의 가 장 중요한 근간 중 하나이던 수련장 들을 모두 밀어버리라 지시했다.
“그래도 있는 걸 미는 건……
“들어가는 이와 밖에서 수련하는 이의 차이가 벌어진다면 의미가 없 다. 공평할 건 공평해야지.”
“과도한 평등이네요.”
평등이란 함께 좋아지는 것이지, 혜택을 누리는 이를 끌어내리는 게 아니다. 그 혜택이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면 인정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강진호는 마르크스의 화신 이라도 된 양 ‘인민은 평등하다’를 주장했다.
그리고 모든 독재자의 밑에서 신 음하는 실무자들이 그렇듯, 힘이 없
는 이현수는 그 명을 충실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짓는 것보다는 허무는 게 쉬웠다. 인간 포클레인과 인간 불도저가 넘쳐 나는 총회다 보니 건 물을 철거하는 건 너무도 간단하게 끝났다.
강진호가 손짓으로 건물을 가리키 고, ‘저 건물은 해로운 건물이다’를 말하면 무인들이 개미 떼처럼 밀고 들어가 콘크리트 부스러기 하나 남 기지 않고 모든 것을 부수고 해체했 다. 그러고는 평평하게 땅을 다져
평지를 만들었다.
“수련장 만들어.”
“공간이 부족합니다. 이 많은 인 원을 수용하려면 공간이 더 있어야 합니다.”
“대충 평평한 땅 만들면 그게 수 련장이지. 왜? 공간이 더 있어야 해‘?”
“그 평평한 땅이 부족하……
이현수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
물론 이현수가 한 말이 틀린 것 은 아니다.
총회는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으로 산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 은 천혜의 험지다.
이중걸이 굳이 이곳을 총회의 본 단으로 정한 이유가 있었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산 중턱이다 보니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오지 않았고, 마음먹는다 해도 쉽게 드나들 수 없 었다.
큰 장점이지만, 단점도 있었다.
산 중턱에 평지가 있어봐야 얼마 나 있겠는가.
물론 이중걸도 바보가 아니었다. 입지를 선정할 때, 훗날 확장의 여 지를 남겨두었다. 다만, 이중걸도 신
이 아니다 보니 저 많은 마교도들이 총회에 합류할 거란 예상은 할 수 없었다.
결국 지금 총회는 수련장, 즉 평 지가 극단적으로 부족했다.
“평평한 땅이 부족하다고?”
강진호가 고개를 들었다.
이현수가 기겁을 하여 변명할 말 을 찾았다.
강진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 지 알 것 같다. 흐}지만 그 말만 ■으-* • • • • •
“저 산이 마음에 안 드는군.”
안 듣고 싶었는데…….
“깎아.”
“예.”
아아, 그 손끝에서 무소불위의 능 력이 발휘되고 있었다. 손끝을 가리 키는 것만으로도 건물이 사라지고, 산이 사라진다.
손끝으로 지형을 뒤흔드는 이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현수는 그 광경을 보며 피눈물 을 삼켰다.
‘과감해진 건 정말 좋은데……
살짝 미적이는 감이 있던 최근의 강진호에 비한다면 시원시원한 면은
좋았다. 분명 좋은데…….
‘왜 이 양반은 중간이 없지?’
왜 이리 극단적이란 말인가.
보통 사람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로 방향을 바꿀 때 점차적으로 단계 를 높인다. 에어컨이 싸늘하게 느껴 진다면, 가동을 끄거나 온도를 낮추 는 게 일반적인 방식 아니던가.
그런데 강진호는 에어컨이 싸늘하 게 느껴지면, 에어컨을 부숴 버리고 그 자리에 난로를 가져와서 불을 떼 는 사람이다.
그러니 아랫사람들이 죽어날 수밖 에.
“수용 인원 계산해서 수련장 완비 해.”
삽을 검처럼 휘두르던 무인들이 질린 얼굴로 강진호를 돌아보았다.
차마 강진호에게 대놓고 말할 용 기를 가진 이는 없다. 그러니 입이 되어줄 이현수를 간절한 눈으로 바 라본다.
“그런데 회주님.”
“왜‘?”
“……저 산을 깎아도 부족합니 다.”
여기저기서 히이이익一 하는 소리 가 터져 나온다.
저 말만은 하면 안 된다. 저
“그럼 더 깎아.”
강진호가 턱짓으로 앞산과 뒷산을 가리켰다.
“저거도 깎으면 되겠네.”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래.”
강진호가 돌아서 산을 내려가자, 이현수가 몸을 돌렸다.
“들었냐, 이 노예들아!”
“허리를 펴지 말고 일해! 허리를! 삽질 백 번 하고 나면 허리 한 번
펴란 말이다! 마존께서 저 산을 없 애라신다!”
그 말을 듣는 이들은 새삼 역사 의 교훈을 돌이켰다.
독재자보다 그 옆에 붙어서 전횡 을 저지르던 놈들이 더 악질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약해!”
날아간다.
사람이.
하지만 지나가며 그 광경을 바라 보는 이들은 태연하기 짝이 없었다.
“어? 커피, 그거 어디서 났냐?”
“몰랐어? 이번에 중앙 건물에 카 페 들어왔잖아.”
“헐, 진짜? 나는 왜 몰랐지?”
“갈 일이 잘 없으니까.”
쿠웅!
사람이 바닥에 처박히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딱히 돌아보는 사람도, 신경을 쓰는 사람도 없다.
이제는 너무도 일상적인 일이라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거 들어와도 되나?”
“회주님이 들이라고 했대.”
“……진짜? 정보 유출 때문에 안 되는 거 아냐?”
“은퇴한 양반 중에 밖에서 카페 하는 사람들이 좀 있잖아. 그중에 하나를 불러들인 모양이지.”
“와, 세상 좋아졌다. 총회 안에 카페도 다 생기고.”
아련하게 들려온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사, 살려주십시오! 아아악!”
쿠웅! 쿠우웅! 쿠웅!
“이번에 식당도 대대적으로 뒤집 는다고 하던데?”
“역시나 회주님이시네! 회주님이 메뉴 바꾸라고 한 거지?”
“아니.”
“웅? 그럼?”
“감사했는데, 부식비 빼돌리다 걸 렸대. 경리부장님이 마녀 같은 얼굴 로 식당 테이블을 주방으로 집어 던 지는 걸 몇몇이 봤다고 하더라고.”
“……미쳤네.”
“그렇지. 그 누님이 경리부 맡을 줄 알았으면 안 그랬겠지. 그 이후 로는 안 그런 모양인데, 옛날에 빼 돌린 게 걸렸대.”
“박살 났겠네.”
“간도 크…… 아, 시끄러.”
모두가 총회가 변해간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것이 체 계적으로 바뀌어간다. 예전에는 당 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변해갔다.
“잘됐다. 식당 밥 더럽게 맛없었 는데.”
“사실 그건 밥이 아니지. 오죽하 면 간부들은 매번 산 밑에 내려가서 밥 먹고 왔잖아.”
“그래서 뒤집힌 거 아닐까?”
“응‘?”
“이제는 간부들도 산 밑으로 갈 시간이 없잖아. 회주님이 눈 시뻘겋 게 뜨고 보는데.”
“……아, 그럴 수도 있겠다.”
남의 입으로 들어가는 밥이야 참 아줄 수 있지만, 내 입으로 들어가 는 밥은 참아줄 수 없는 게 사람이 다.
“설마 그러기야 하겠냐마는, 여하 튼 뭐가 많이 바뀌기는 한다.”
“웅. 그••••••
쿠우우웅!
그들의 앞으로 누군가가 떨어져 내렸다.
“••••••렇네.”
아무렇지도 않게 쓰러진 이를 타 넘고 지나간다.
그리고 쓰러진 이도 자리에서 벌 떡 일어나더니, 맹렬한 기세로 자신 이 날아온 곳으로 도로 달려갔다.
“고생하네.”
동정심이 인다.
‘우린 약해서 다행이다.’
지금 사방팔방으로 날아다니고 있 는 이들은 마교의 장로들이었다. 이 들은 어중간하게 강한 덕분에 강진 호의 심기를 거슬렸다.
“마존이시여! 지금! 지금 가겠습 니다!”
충성심이 넘치는 장로들은 처 맞 아 날아가도 결코 엄살을 부리지 않
았다. 바닥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광 속으로 되돌아간다.
“약해!”
강진호의 목소리가 저 멀리서 아 련하게 들려왔다.
“드, 드디어……
방진훈이 손을 파르르 떨었다.
그의 손이 모니터를 움켜잡았다.
“됐다!”
지루한 싸움이었다. 그리고 고통 스러운 싸움이었다. 그 싸움에서 방 진훈은 마침내 승리했다.
“완성했다!”
모니터에 빼곡하게 글이 써져 있 었다.
그만큼이나 고뇌하고 또 고뇌한 끝에, 연구하고 또 연구한 끝에 마 침내 그가 원하던 총회의 기본공을 완성한 것이다.
아직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오류를 바로잡고 수정하는 과정만 거치면 총회의 이름을 건 최초의 무 학이 나올 것이다.
방진훈의 손이 덜덜 떨렸다.
‘내가 이걸!’
감격스럽다.
어쩌면 불가능했을 도전이다. 방
진훈 역시 성공 확률을 그리 높이 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불가능할 것만 같던 도전에 성공하고 만 것이 다.
그러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방진훈의 눈가에 뿌연 습막이 차 올랐다.
‘해냈다.’
기본공을 완성했다는 사실이 기쁜 게 아니었다. 그가 기본공을 완성함 으로써 총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기쁜 것이다.
지금은 강진호와 이현수, 그리고
바토르와 위긴스들이 총회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그중 총회에 대한 애 정이 가장 깊은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방진훈 자신이었다.
최근 자신이 총회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총 회의 역사에 남을 업적을 이뤄냈다 는 것이 기쁜 것이다.
“완성한 모양이군.”
“아, 회주님!”
강진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축하하지.”
“아닙니다. 이건 회주님이 만드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회주님 덕분
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정 말 감사드립니다.”
한 점 거짓 없는 진심이었다. 강 진호가 아니었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기본적인 컨셉과 개념 만 가지고 있던 무학을 구체화시켜 준 이가 바로 강진호다.
강진호가 관여한 것은 1할에 불 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무학은 그 1할이 없었다면 영원히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어찌…….
“좀 볼까?”
강진호가 컴퓨터 앞으로 다가왔
다. 그러자 방진훈이 자리를 비켜주 었다.
“비급이면 모양새가 좀 더 났을 텐데.”
“고리타분한 말이지.”
시대가 바뀌다 보니 비급도 워드 로 쓰는 세상이 와버렸다. 강진호가 피식 웃으면서 마우스를 잡았다.
한동안 비급을 들여다보던 강진호 가 손짓으로 방진훈을 불렀다.
“예. 생각보다……
“여기.”
“네?”
“그리고 여기, 여기, 여기, 여기!”
주르륵, 드래그한 부분이 뭉텅뭉 텅 삭제된다.
“끄윽.”
한 부분, 한 부분이 지워질 때마 다 방진훈의 심장이 한 움큼씩 뜯겨 나가는 것 같았다.
“이상하군. 분명 제대로 전달한 것 같은데, 구현이 잘못됐어.”
“다시 써.”
강진호가 워드를 저장하고는 자리 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가벼운 발 걸음으로 밖으로 향했다.
“금방 될 거야. 한 번 해봤으니 까, 조금만 더 힘내지.”
턱.
문을 닫고 나온 강진호가 빠르게 걸었다. 오늘 할 일이 많다. 순식간 에 건물을 빠져나온 강진호의 귀에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뭔가 와장창 깨져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 다.
‘날씨가 좋군.’
강진호가 귀를 후비며 경쾌하게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