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41)
마존현세강림기-842화(840/2125)
마존현세강림기 34권 (21화)
5장 위협하다 (1)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 다.”
“••••••그래?”
“예. 외부적 활동은 보이지 않습 니다. 그리고 파견되는 저희 정보원 들을 막을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경계가 강화되었다거나 입국을 경계
하는 움직임이 없습니다.”
“ 없어?”
“예. 제가 확인한 바로는.”
“제대로 확인했나?”
차이커창이 눈을 살짝 찌푸렸다.
“한국에 새로 파견한 정보원 80 여 명이 단 한 명도 문제없이 입국 에 성공했습니다. 혹시 몰라 밀입국 으로 보낸 이들을 제외한다면, 40여 명이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갔 습니다.”
“……골치가 아프군.”
차이커창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 새끼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야.’
이현수도, 강진호도 바보가 아니 다. 분명 이 상황은 또 다른 전쟁이 라는 자각이 있을 것이다. 협정을 맺었다고 해서 상대를 완전히 믿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은 의심 없이 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협정이 맺어지는 그 순간부터 전 쟁은 두 번째 페이즈에 들어간 것이 다.
이제는 칼과 주먹으로 싸우는 전 쟁이 아니라, 정보와 계략으로 싸우 는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대책이 없다고?”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린가.
‘아니, 아니, 그렇게 얼간이들은 아니겠지, 설마.’
차이커창은 스트레스가 급증하는 걸 느꼈다.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총회는 아 직 그들의 적이 아니다. 그들의 가 능성과 잠재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지금의 전력만으로는 여전히 홍왕계 가 총회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들이 지금 가장 신경을 써야 할 적은 누가 뭐라고 해도 창왕계 다.
창왕은 위협적인 적이고, 그 계략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러니 창왕계 에 온전히 신경을 써야 할 타이밍이 다. 그러기 위해 협정을 맺은 것이 아닌가.
‘누가 그걸 모르냐고!’
하나는 단언할 수 있다.
창왕계가 가장 위협적인 적인 반 면, 총회는 가장 짜증 나는 적이었 다.
훨씬 전력이 강한 창왕계조차 차 이커창을 이토록 괴롭히지는 않았 다. 이제는 심지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으로마저 차이커창을 괴롭히
지 않는가.
“대체 뭘 하는 거지, 강진호는?”
“예.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부상에서 회복해 한동안 집을 들 락거리다가 친구들을 만나고……
“그 뒤에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보육원에 잠시 칩거했다가 보육원 원생들을 데리고 수족관에 놀러 갔……
“수족관?”
“……예.”
“그걸 왜 보고하는 거야, 이 새끼
야!”
“사고가 있었습니다. 수족관이 터 져서 대형 참사가 날 뻔했는데, 그 걸 강진호가 막았습니다.”
차이커창이 말문이 막힌 듯 머뭇 거렸다. 그새를 틈타 보고가 이어졌 다.
“그러고는 다시 총회에 칩거 중입 니다. 총회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그게 다야?”
“예.”
모르겠다.
이제는 강진호와 총회라는 곳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차이커창이
었다.
‘이 새끼들, 정말 우리가 동맹이 라도 맺은 줄 아는 거 아냐?’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아무리 멍청한 놈이라도 그리 안 일하게 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본 바에 따르면, 이놈들은 절 대 멍청하지 않았다. 조금만 방심하 면 차이커창의 턱 끝에 비수를 들이 댈 놈들이다.
“대도무문이라는 건가.”
차이커창이 혀를 찼다.
대충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알겠다. 결국 그들이 해야 하는 것
은 전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가용한 인력을 손에 넣 었다.
굳이 외부를 신경 쓸 필요가 없 다. 내부를 단속하고 수련에 박차를 강해 전력을 끌어 올리면 되니까.
‘안일한 짓을.’
차이커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 알았다.”
“예.”
차이커창이 거칠게 걸어 방에서 벗어났다.
‘누가 그걸 몰라서 이러고 있나?’
전력의 강화라는 건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갖추었더라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키우는 일은 반드시 한 가지 요소를 추가로 요구한다.
시간.
물론 강진호는 2년이라는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그 2년은 내부 전력 을 강화시키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온전히 다 기 다려 줄 생각도 없어.’
놈들은 차이커창을 너무 얕봤다.
적당한 이득을 얻어냈으니 거기서
만족할 줄 알았던가?
어림없는 소리.
차이커창은 움직인다.
움직이고 또 움직여 총회를 박살 내버리고 말 것이다.
남이 무엇을 하든 간에 내가 할 일만 잘하면 된다. 그래, 그건 정론 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정론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잘난 놈들은 세상 사람들이 다들 생각 없이 산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생각과 경험이 담 겨 있기 마련이다.
‘누가 옳았는지는 결과가 증명하
겠지.’
철저하게 실패하고 나서야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긴 복도에 들어선 차이커창이 복 장을 점검했다. 깔끔하게 옷을 고쳐 입은 차이커창이 심호흡을 하고는 복도를 걷는다. 거대한 문 앞에 선 차이커창이 가만히 무릎을 꿇었다.
“흥왕이시여, 차이커창입니다.” 말없이 문이 열린다.
차이커창이 무릎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옥좌에 앉아 있던 흥왕이 차이커 창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차이커창.”
“예, 홍왕이시여! 미천한 존재가 홍왕을 배알하나이다.”
“걸어 들어오라고 했을 텐데.”
“……제가 어찌 감히.”
“허례는 치워라. 이젠 그런 세상 이 아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차이커창이 가만히 바닥에 머리를 댔다. 홍왕이 뭐라고 하든 그의 공 경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공경은 몸으로 표현을 해야 한다.
사람은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다. 표현해야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이 예의 아니겠는가.
‘변하셨어.’
홍왕은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졌 다.
예전의 홍왕이었다면 차이커창을 얼마나 신뢰하든 간에 예의를 생략 하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홍왕은 겉치레를 배 제하려 하고 있다. 조금 더 실리적 으로 바뀌었다는 증거다.
이게 좋은 변화인지는 알 수 없 지만, 확실한 건 홍왕이 바뀌고 있
다는 사실이었다.
“무슨 일이냐?”
“보고드리겠습니다.”
차이커창이 자신이 들은 바를 그 대로 홍왕에게 전했다. 중간중간 자 신의 의견을 섞고, 중요하지 않은 바를 조금 빼기는 했지만, 될 수 있 으면 들은 바 그대로를 전하려 노력 했다.
모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머리로 상관을 재단하려 드 는 것이다.
알려줄 것만 알려주고, 설명해서 납득시킨다는 태도를 가졌다가는 반
드시 파탄이 난다. 그는 보좌. 결정 권자가 아니다.
“그놈답군.”
흥왕이 빙그레 웃었다.
“홍왕이시여, 왜놈들을 조금 더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인들 말인가?”
“예. 저들이 우리의 등에 칼을 겨 눴듯이, 일본이 저들의 등에 칼을 겨눌 수 있을 것입니다. 승인하여 주십시오.”
“승인이라……. 답지 않은 말을 하는구나.”
홍왕이 가볍게 웃었다.
그의 몸에서 은연중에 뿜어져 나 오는 패기가 차이커창을 짓눌렀다.
“좋겠지. 원하는 대로 하라.”
“홍왕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간단하게 떨어진 허락.
차이커창의 손에 살짝 힘이 들어 갔다.
결국 허락을 받아낼 자신은 있었 지만, 이리 쉬울 줄은 몰랐다.
“차이 커창.”
“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차이커창 이 고개를 들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좋다. 너
는 그럴 자격이 있다.”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하나를 잊어서는 안 된 다.”
차이커창이 조용히 홍왕의 말을 기다렸다. 홍왕의 입에서 나오는 말 이라면 그 어떤 말로 금과옥조로 여 기며 받들 자세가 되어 있는 차이커 창이다.
“우리는 무인이다. 그 어떤 계략 도 결국 힘을 이길 수는 없다. 너의 계획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인으로서는 오히려 저놈들의 태도
가 맞구나.”
“ 하나••••••
차이커창이 황급히 입을 닫았다.
하나라니.
감히 홍왕의 앞에서 할 말이 아 니었다.
‘이 미친놈!’
머리로는 공경이니 어쩌니를 지껄 이고 있으면서, 감히 이런 말을 입 에 담는다는 말인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
“그, 그렇지 않습니다, 홍왕이시 여!”
“그럴 필요 없다. 납득시켜 줄 테 니.”
홍왕이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차이커창이 시선을 홍왕의 손으로 고정했다.
우우우웅.
홍왕의 우수에서 뿜어져 나온 거 대한 빛무리가 실내를 가득 채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라도 천정 을 뚫고 나갈 것 같던 빛무리가 순 식간에 응축되더니, 홍왕의 손안으 로 모여든다.
‘아••••••
작은 구슬.
장환(掌 A) 이다.
홍왕의 손에 장환이 만들어진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다. 대여섯 개의 장환이 둥둥 떠올라 홍왕의 몸 주변 을 어지러이 돌고 있었다.
차이커창이 감격에 겨운 눈으로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대공을 이룬 것을 감축드리옵나 이다!”
“대공이라 말할 것은 아니다. 아 직은 잔재주에 불과하지.”
홍왕이 가볍게 웃더니 장환을 다 시 홉수했다.
“하지만 진전이 있던 것은 사실이
다. 덕분에 하나를 깨닫게 되었지.”
“……어떤?”
“우리는 너무 오래 참았다.”
홍왕이 고개를 살짝 저었다.
“나와 다른 왕들, 삼왕이라 불이 는 이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를 경계한 시간이 너무 길었다. 서로가 상대가 되어 어우러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겁을 냈지.”
“홍왕이시여, 어찌……
“사실은 사실이다. 패배가 두려워 웅크린 결과,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제대로 손을 섞어보지 못했다. 어떻 게든 수련을 통해 상대를 이길 방법
만을 찾았지. 그 결과가 이것이다. 정체되었지.”
자신의 잘못을 논하고 있음에도 홍왕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 다. 그 태도를 본 차이커창은 확신 할 수 있었다. 이건 실패에 대한 반 성이 아니다. 나아감의 확신을 가진 반성이다.
“그 정체를 마왕이 뚫어주었다. 그 전투는 내게 깊은 상처를 남겼지 만, 더없는 진전도 함께 주었지. 그 러니 어찌 은혜롭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차이커창의 가슴에 격동이 차올랐
다.
강진호와의 전투를 통해 홍왕이 다시 한 번 벽을 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홍왕은 더 강해 진다.
이미 신과 같은 무력을 가진 홍 왕이 여기서 더 강해진다?
‘삼왕은 이제 곧 홍왕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리 생각하니 머리가 맑아진다. 할 수 있는 것이 수도 없이 늘고, 쓸 수 있는 전략이 어마어마하게 늘 어났다.
결국은 실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
이라는 말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차이커창.”
“예, 홍왕이시여.”
“원하는 것을 하라. 실패해도 좋 다. 내가 너의 뒤에 있다는 것을 잊 지 마라.”
“명심하겠습니다!”
감격에 겨운 얼굴로 대전을 빠져 나가는 차이커창을 보며 홍왕이 가 볍게 미소를 지었다.
어디까지 알아들었을까?
지금은 적당히 모르는 것도 좋다. 부담만 가중될 테니까.
‘나만이 아니겠지.’
그가 전투를 통해 새로운 길을 열었듯이, 강진호 역시 지금 더 강 해지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마왕이 라는 이름에 걸맞은 그가 더 강해진 다면 대체 뭐라 불러야 하는가.
“마지막에 서는 것은 내가 될 것 이다, 강진호.”
그러니 지금은 조금 즐겨두는 것 도 좋다.
네게 마지막이 다가오기 전에.
홍왕의 나직한 웃음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