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49)
마존현세강림기-850화(848/2125)
마존현세강림기 35권 (4화)
1장 계획하다 (4)
“오셨습니까!”
“회주님을 뵙습니다.”
인사를 받은 강진호가 소파로 향 했다. 이현수가 일어나 상석을 양보 하려 하자, 강진호가 손짓으로 이현 수를 도로 앉혔다.
“쓸데없는 예의는 빼고.”
“예!”
“흥미로운데. 계속해 보지.”
천태훈이 살짝 당황한 얼굴을 했 다.
이건 사실 이현수에게 하는 말이 지, 강진호에게 다이렉트로 들어갈 말이 아니었다.
이현수와 강진호는 다르다.
한때는 이현수 역시 총회에서 저 승사자 취급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지금도 그 취급은 그리 달라지 지 않았다. 하지만 그 위상을 강진 호와 비교할 수는 없다.
이현수가 저승사자라면, 강진호는
염라대왕이다.
보통 불만이 있어도 저승사자에게 털어놓지, 염라대왕에게 직접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없지 않은가.
“저, 딱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니 라……
“그냥 말해봐.”
“……예.”
천태훈이 입술을 오물거렸다.
‘뭘 어떻게 말해야 하지?’
강진호를 대면하니 머리가 탈색되 는 기분이었다. 길게 말하고 싶지 않다. 최대한 간결하게.
“어디까지 들으셨는지를 몰라
서
“다 들었어.”
뭘 어떻게 다 들어?
이 양반, 이 방에 도청 장치라도 만들어놨나?
“그, 그럼 그게 전붑니다. 딱히 더 추가할 내용은 없습니다.”
“그래?”
“예.”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해결책은?”
“……해결책이요?”
“그만큼 문제를 생각했다면, 나름
의 해결책도 고민해 봤겠지. 명확한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이런 식이면 조금 더 나아질 거라는 생각은 있을 텐데?”
“아, 예. 있습니다.”
“그래. 한 번 들어보지.”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몇 번이 나 핥은 천태훈이 목에 힘을 주었 다.
“어차피 스마트패드를 주문한 김 에 전자 공시 시스템을 도입했으면 좋겠습니다.”
“••••••응?”
천태훈의 말문이 터졌다.
“사실 총회라는 곳이 좋게 말하면 올드한 곳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시 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고 생각합니다. 여기 사람들이 생활 하는 걸 보면 80년대와 다를 게 없 습니다.”
강진호와 이현수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래?’
‘그렇다는데요?’
“어, 그, 그렇다 치고.”
“보십쇼.”
천태훈이 바깥을 가리켰다.
뭘 보라는 건지 모르는 두 사람
이 고개를 쭉 뺀다.
“저기 중간에 알림판 있잖습니 까.”
“그렇지.”
“이만한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서 누가 저런 알림판으로 전달 사항을 내겁니까?”
두 사람이 모두 꿀 먹은 벙어리 가 되었다.
“하루 한 번 출퇴근하는 애들도 있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총회에 나오지 않는 애들이 더 많습니다.
그런 애들은 며칠이나 지나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됩니다.”
“어…… 그렇겠지.”
“그냥 단체 문자 하나 보내면 되 는 일을 왜 이렇게 처리하는지 모르 겠습니다. 이게 무슨 쌍팔년대도 아 니고.”
할 말이 없는 두 사람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심지어 요즘은 동네 가게만 갔다 와도 회원 가입하고 이벤트 문자 날 아옵니다. 그런 시대에 전지로 공지 사항 써 붙이는 게 말이나 됩니까? 심지어 총회는 홈페이지도 없잖아
요. 전달 사항 내려가면 예전에 무 슨 말이 나왔는지 확인도 못합니 다.”
“어……
이현수가 점점 의자에 파묻히고 있었다.
그가 들으려고 했던 불만 사항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엉뚱한 방향으 로 흐르고 있다. 물론 방향성이 다 르다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 쨌건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고쳐 야 하니까.
문제는 지금 이 지적이 그의 명 치를 사정없이 후려치고 있다는 점
이다.
“예전에 영감님들이 운영할 때라 면 이해합니다. 그 양반들에게는 이 런 세상의 변화가 남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지 금 회주님이 20대고, 실장님은 30대 아닙니까.”
그, 아니, 회주가 20대이긴 20댄 데…….
속은 영감이거든?
“젊은 분들이 위를 잡아서 당연히 바뀔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 하나 바뀌는 게 없잖습니까. 언제까지 이 런 낡은 시스템을 유지하시려고 하
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특별한 이 유라도 있습니까?”
강진호와 이현수가 서로를 돌아보 았다.
천태훈의 궁금하다는 눈빛이 너무 도 부담스럽다.
이유가 어딨나,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지.
“그러니까……
강진호의 목소리가 떨려 나온다.
“저, 전자? 전…… 응?”
“전자 공시 시스템요.”
“쉽게 말하면, 협회 공용 어플 하 나 개발해서요…… 물론 보안 문제 가 있을 테니, 강제로 지문 인식으 로 열게 만들면 되겠죠. 애들 다 폰 최신형으로 바꾸면 되잖습니까.”
“ 어플?”
“네, 어플리케이션요. 어플…… 말을 하던 천태훈이 살짝 눈을 일그러뜨렸다.
“설마 제가 어플이 뭔지부터 설명 해야 하는 겁니까? 설마?”
“아, 아니지! 알지, 어플. 어플리 케이션.”
“어릴 적에 많이 가지고 놀았지.
O ”
M三
천태훈의 얼굴에 절망이 어렸다.
아니, 이 양반들은 나이가 몇인 데, 전자 기기에 대한 이해도가 전 무하단 말인가. 이 모든 문제의 근 원이 어디인지를 파악한 천태훈이 학을 떼기 시작했다.
“문제가 있어서 예전의 시스템을 채용한 게 아니었네요.”
“못한 게 아니네요. 그냥 몰랐네
요.”
총회 최고의 권력자와 그의 오른
팔이 새파란 젊은 회원에게 잔소리 를 듣고 있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해가는데, 윗분 들이 이렇게 무지하시면 어떻게 합 니까?”
“미안하다.”
“잘못했다.”
두 사람이 격하게 쪼그라들었지 만, 천태훈은 한 번 박아 넣은 이를 빼주려 하지 않았다.
“아무리 총회가 무학을 익히는 곳 이고, 그러다 보니 과거의 것에 집 착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 두 분은 회를 개혁하다 못해 뒤집어
엎고 있잖습니까. 그런 분들께서 이 런 기본적인 부분을……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천태훈이 헛웃음을 흘렸다.
상황이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는 모르겠지만, 강진호와 이현수는 마치 벌이라도 서는 것처럼 쪼그라 들어 있었다.
‘바뀌긴 많이 바뀌었구나.’
되레 이런 모습에서 천태훈은 총 회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실감하고 있었다. 그 역시 방진훈과 투닥거리 며 놀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정책
이나 방향을 논의하면서 방진훈에게 딴지를 걸어본 적은 없다.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스승과 상사는 하늘이나 마찬가지 인 곳이 총회이니까. 그가 진지하게 방진훈의 방향에 제동을 걸었다면, 방진훈부터 참지 않았을 것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강진호와 이현 수가 그만큼 열려 있다는 뜻이다.
‘정말 많이 바뀔 수도 있겠네.’
총회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모두 의 몫이다. 하지만 누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가는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천태훈이 지적하는 문
제는 또 다르다.
총회를 좀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 인 곳으로 만드는 것에는 모두가 참 여할 수 있었다.
“그럼 그 어플인가 뭔가를 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아니, 착각이었던 것 같다. 이래서는 바뀔 수가 없다.
“일단은 프로그래머를 영입하는 것부터 시작 같은데요.”
“프로그래머?”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영입해야 하는 건데?”
글렀다.
천태훈은 사막 한가운데에 뚝 떨 어진 느낌을 받았다.
집을 지어야 하는데, 보이는 것이 라고는 사막밖에 없다. 자재도 없고, 인부도 없다. 여기서 뭘 어떻게 시 작하란 말인가.
“이게, 음……
천태훈이 머뭇거리자 강진호와 이 현수가 문제를 알아챘다.
“회주님, 아무래도 저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동의한다.”
“그냥 전권을 줘보는 건 어떻겠습
니까?”
“동의한다.”
천태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이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부서 하나 만들어줄 테니까, 책 임지고 계발해 봐.”
“아, 아니, 제가 그걸 어떻게 합 니까?”
“왜 못해? 다 사람이 하는 건데.”
“아니, 잠시만요. 그게 하고 싶다 고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부서를 맡아서 돌리면 고깝게 보는 사람이 분명 생길 겁니다. 제
입장도 고려를 해주셔야죠.”
“ 후우••••••
어렵다.
그 순간, 강진호가 눈을 빛냈다.
“그럼 지금 필요한 건, 네 말을 알아듣고 일의 방향을 정해줄 수 있 는 사람이라는 거지?”
“예, 그렇습니다.”
“그럼 간단하네. 부르면 되지.”
“예?”
강진호가 전화기를 꺼내 톡을 쓰 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천태훈이 감탄했 다.
‘와, 톡은 쓸 줄 아시네.’
어플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 플을 이용할 줄은 안다. 이게 바로 세상의 아이러니 아니겠는가.
“불렀어.”
강진호가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천 태훈을 보았다.
“그러니까, 네가 말하는 그 시스 템을 구축하면 효율이 올라간다는 거지?”
“예. 전달이 빨라질 겁니다.”
“음, 그런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문젠가?”
이걸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까.
“그거 하나만 놓고 이야기하면 별 게 없죠. 하지만 어플의 효용은 그 게 다가 아닙니다. 익명 게시판 하 나 만들어놓으면 지금 실장님이 고 민하는 문제가 다 해결됩니다. 익명 으로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이 생길 테니까요.”
“음, 과연.”
천태훈이 한숨을 쉬었다.
목이 탄다, 목이 타.
“지금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계층이 나뉘고, 그 계층 간의 말이 서로 통하지 않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도 하나 해결될 겁니다.”
“해결?”
“번역이요.”
천태훈이 단호하게 말했다.
“말이 너무 섞입니다. 영어, 중국 어, 한국어까지는 어떻게 커버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프랑스 어까지 섞이고 있잖습니까.”
“그렇지.”
“말을 못 알아듣는데 의견이 나올 수가 없죠. 글로 올리고 그걸 자동 번역할 수 있게 하면, 좀 더 명확한 방향이 잡힐 겁니다.”
“오•…”
강진호가 신기하다는 듯 천태훈을 바라보았다.
“그런 기능도 있나?”
그냥 포기할까?
원시인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 치는 기분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고 생각하는 순간, 밖에서 문을 두 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모두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다.
“온 모양이군.”
강진호가 빙그레 웃었다.
“전문가를 불렀으니, 같이 이야기
해 보지.”
“ 전문가요?”
“보면 알아. 들어와!”
천태훈의 눈이 살짝 기대를 품는 다.
전문가?
총회 내에서 전자 기기나 프로그 램 쪽에 전문가라고 할 사람이 없을 텐데?
아무래도 그가 모르는 누가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 온 이를 본 순간, 천태훈의 얼굴은 사정없이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깔끔한 슈트.
빛이 나는 구두.
투톤으로 멋을 낸 셔츠 사이로 일자로 떨어지는 슬림 타이.
투블럭으로 깔끔하게 넘긴 리젠 트.
누가 봐도 멋을 아는 사내였다. 누가 봐도 트렌디하다.
한 가지만 빼면.
그 머리카락이 완벽한 백발이라는 것.
“마존이시여, 부르셨습니까!”
바닥에 넙쭉 엎드리는 장민을 보
며 천태훈이 입을 벌렸다.
‘ 전문가?’
저 사람이?
황당한 얼굴로 돌아보자 강진호가 씨익 웃는다.
“말이 통할 거야.”
아무래도 뭔가 잘못됐다.
그것도 매우 단단히 잘못됐다.
“그래.”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장민이 천 태훈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 렸다.
“뭐가 문제라고 했지?”
당신이요. 아니, 저요. 아니…….
여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