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54)
마존현세강림기-855화(853/2125)
마존현세강림기 35권 (9화)
2장 강의하다 (4)
“표정 좀 편안하게 해보십시오.”
“나무토막이십니까? 목속성 몬스 터세요?”
“팔이랑 다리가 같이 움직이고 있
습니다, 회주님.”
지옥이었다.
인세에서 다시 볼 수 없는 지옥 에 떨어진 강진호는 그가 왜 이런 꼴이 되어버렸는지를 생각해 보았 다.
‘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이현수가 알 수 없는 말을 지껄 이고는 천태훈과 함께 쑥덕쑥덕 하 더니, 지들 마음대로 촬영 일정을 잡아버렸다.
‘자, 생각해 보자.’
냉정하게 봤을 때, 이건 나쁜 일
은 아니었다. 강진호가 이전에도 말 했듯이, 무공의 전수라는 번거롭고 골치 아픈 과정의 편의성을 획기적 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무궁무진하 다.
우선 가장 큰 요소는 한 번에 여 럿에게 무학을 전수할 수 있다는 점 이다. 지금 총회로 넘어온 마인만 일만에 가깝다. 그 많은 이들에게 마공을 일일이 전수하려 들면?
‘십 년도 모자라겠지.’
그렇기에 대충 방법을 절충하여 장로들과 마염들에게 일차적으로 무
학을 전수하고, 다시 그 무학을 그 들이 일반 마인들에게 전수하는 방 법을 쓰려고 했다.
기존 문파에서 곧잘 쓰던 피라미 드식 전수법이다.
하지만 아무리 온라인과 실제의 차이가 있다고 하나 강진호가 전수 하는 것과 다른 이들이 전수하는 것 에는 차이가 있다. 그건 이미 바깥 세상이 증명하지 않았는가.
수능이라는 절대적 시험에 목을 매야 하는 수험생들은 자신의 바로 앞에서 숨 쉬고 있는 선생보다 동영 상으로만 볼 수 있는 강사를 몇 배
는 더 신뢰한다.
실제와 동영상의 차이를 감안하고 도 조금이라도 더 실력 있는 사람에 게 배우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것 을 이미 그들이 증명했다.
그러니 전수의 효율성을 감안해서 도 이쪽을 선택하는 게 맞다.
게다가 그 많은 마인들을 수용하 고 가르칠 공간을 굳이 따로 마련하 지 않아도 된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 지 않은가. 순리대로 풀린다면 지금 산을 깎느라 삽을 검처럼 휘두르고 있는 마인들의 부담도 확 줄어들게 될 것이다.
게다가 한 번의 수업으로 이해하 지 못한 부분은 몇 번이라도 다시 볼 수 있고, 무학을 수련 와중에도 잊어버린 것을 다시 보는 보완이 가 능하다. 이건 무학 수련의 획기적인 진전이다.
그 외에도 장점은 무궁무진하다.
일단은 도제식 수련이 필연적으로 낳게 되는 스승과 제자의 권력 고착 화를 방지할 수 있었다. 한쪽은 일 방적으로 가르치고, 다른 쪽은 일방 적으로 배우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권력 관계가 생기게 된다.
그런 관행을 없앨 수 있다는 것
도 굉장한 장점이었다.
효율적으로 전파할 수 있고, 어중 간한 이들이 권력을 챙기는 걸 막을 수 있다. 결국 강진호의 권력이 강 화되고, 중앙집권이 이뤄질 것이다.
다 좋다.
다 좋단 말이다.
‘그런데 왜 이런 방식이지?’
문제는 강진호가 방송이라는 것과 는 절대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 다. 그에게 대사를 치게 만든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이미 최연 하가 증명하지 않았는가.
오죽하면 그만큼이나 열의를 가지
고 강진호를 배우로 만들려던 최연 하도 포기했겠는가.
이들은 그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표정 좀 펴십시오.”
너 같으면 펴지겠냐?
강진호의 얼굴은 펴질 줄을 몰랐 다.
“이게 다 회를 위한 일 아닙니 까?”
“그럼요, 그럼요.”
천태훈과 이현수의 죽이 착착 맞 아떨어지고 있었다. 저 둘이 언제부 터 저렇게 친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처음이 어렵지, 하다 보면 쉽습 니다.”
방진훈은 이제 경험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화면에 나온 얼굴에서 식은땀이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말하는 것 좀 보소?
“이게••••••
강진호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필요하면 거기서 끝이지, 더 무 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이현수는 단호했다.
“회주님의 회를 생각하는 마음에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회주님!”
웃으며 말하는 천태훈을 보고 있 으려니, 정말 죽빵을 갈겨서 눈물을 짜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래.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이걸 굳이 이렇게 급하게……
“하루라도 빨리 뭔가를 해야 한다 는 회주님의 말씀을 저는 금과옥조 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크으, 역시 회주님이십니다.”
방진훈은 숫제 박수를 치고 있었 다.
“역시, 역시. 내가 비급 만들 때
부터 알아봤지. 회주님이 이런 데는 또 완벽주의이시고, 또 게으름을 못 피우시지! 오죽하면 나를 일주일 내 내 잠도 안 재우며 채근하셨을까?” 돌아오는구나.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멍하니 천 장을 바라보았다.
와, 이게 돌아오네.
그는 인과응보라는 말을 비웃는 사람이었다.
그가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인과 웅보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평생 을 착하게 살아온 이들은 비참하게 죽어가고, 누가 봐도 악인인 자들은
천수를 누리며 사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았다.
중원뿐만이 아니다.
현대에서도 그런 일은 흔하지 않 은가.
다른 이들을 다 제외하고도 북의 김씨 부자가 천수를 누리고 갔다는 것만으로도 인과응보는 이미 거짓으 로 증명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가 지금까지 저지른 일이 모두 그에게 돌아오는 기분이다. 희희낙 락한 저놈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더더욱 그런 기분이 든다.
반짝.
카메라 렌즈가 형광등의 빛을 받 아 반짝인다. 교단처럼 꾸며진 곳에 선 강진호는 카메라와 함께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보며 나직한 한숨 을 내쉬었다.
“굳이 꼭……
뭔가 말을 해보려 했지만…….
“시작합니까?”
“ 바로?”
“크으, 내가 이걸 보는구나.” 아마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뭔가 울컥하긴 하지만, 지금 이들
이 하려는 게 옳은 방향이고, 강진 호가 지시한 방향이었다. 여기서 강 진호가 이곳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 한입으로 두말하는 사내가 되어버린 다.
물론 강진호의 권위와 힘이라면 그 정도의 불만은 내리누를 수 있겠 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쌓여 나 중에는 큰 스노우 볼이 되어 구른다 는 걸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끄응.”
강진호가 체념한 듯하자 이현수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촬영을……
“잠시.”
그때, 강진호가 눈을 빛냈다.
“이거, 무슨 의미가 있지?”
“예?”
“생각해 보니 다른 이들은 스마트 폰이나 패드로 수업을 받지만, 지금 이곳에 와 있는 마인들은 전화기도 없잖아.”
“오 2”
“그런데 찍어봐야 무슨 의미가 있 지? 일단 인프라를 갖추고……
그때, 우웅- 하는 소리가 들렸 다.
이현수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빼
액정을 확인했다.
“잠시만요.”
통화 버튼을 누른 이현수가 스피 커폰을 켰다.
“어.”
[형님, 말씀하신 거 준비했습니다. 최신은 필요 없고, 저가형이면 되는 거죠?]“어, 그래. 되겠어?”
[되죠, 왜 안 되겠습니까. 재고 떨 이 최곤데. 와, 그런데 총회 통 끝 내주네요. 어떻게 휴대폰을 한 번에 만 대를 주문해요? 대단하다, 진짜.]강진호의 얼굴이 허망해졌다. 이현수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가입 문제는?”
[그거 법인으로 처리하면 됩니 다.]
“법인으로?”
[네. 회사에서 업무폰 주는 일은 흔하니까요. 한 번에 만 대 가입하 면 통신료 할인도 쩔게 들어갈 겁니 다. 그것까지 이쪽에서 같이 처리해 드릴까요?]
“그럼 나는 편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사업자 애들 연락 돌려보고 제일 싸게 해준다는
애들 걸로 아예 개통을 시켜서 드릴 게요. 그럼 되죠?]
“그렇지, 그렇지. 그런데 그거 동 영상 강의는 봐져야 한다. 너무 꾸 져서 끊기고 그러면 안 돼.”
[에이, 재경전자를 뭘로 보시고. 저희가 업계 1위는 아니어도 성능이 그렇게 쓰레기는 아닙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제가 확인은 해볼게 요.]“그래. 고생이 많다.”
[고생은요. 어휴, 죽어라고 일은 하고 실적은 안 남는 거보다 이게 백배는 낫죠. 이렇게 한 번에 만 대팔아 치우면 한동안 전자사업부 애 들이 왕처럼 모셔줄 거 아닙니까. 들어갈 때 어깨에 힘줄 수 있는 일 이니 저도 좋죠.]
“그럼 다행이고.”
[예, 형님. 그럼 최대한 빨리해서 연락드리 겠습니 다.]“그래.”
전화를 끊은 이현수가 빙그레 웃 으면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하던 말씀 계속하십시오, 회주 님.”
“아니, 아무것도.”
일을 어찌나 잘하는지.
오늘따라 일은 왜 두 배로 잘하 는지.
평소에는 반짝반짝 빛이 났을 저 유능함이 왜 오늘따라 사람을 서글 프게 만드는 것인가.
이현수도 강진호에게 배운 것이 있는지, 미친 듯한 추진력으로 일을 밀어붙였다.
“자, 그럼 문제는 다 해결된 것 같으니까, 이제 시작하시죠.”
강진호가 멍한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도망갈 곳이 없다.
“오늘은 생방이 아닙니다. 그런데 생방이랑 별다를 건 없을 겁니다. 첫 강의를 들어가기 전에 어떤 것을 배우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배우 는지, 그리고 지금부터 가르칠 무학 이 어떤 것인지를 대충 설명하는 촬 영입니다.”
이현수가 씨익 웃었다.
“편하게 하십쇼, 편하게. 사람 한 두 번 가르쳐 보시는 것도 아니고.”
‘한두 번 맞는데.’
이현수는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 고 있었다.
물론 강진호는 많은 이들을 가르
쳤다. 과거의 마염들도 가르쳤고, 지 금의 마염들도 가르쳤다.
하지만 그 가르침의 방식이라는 건 지금 그가 해야 하는 것과는 너 무나도 달랐다. 대충 비급을 익히라 고 던져 준 뒤, 잘못된 것을 몸으로 교정시키는 것이 강진호가 가장 선 호하는 방식이다.
모르면 맞으면 된다.
죽기 싫으면 알게 되고, 끝까지 모른다면 머리는 몰라도 몸이 알게 만든다. 이것이 강진호의 교육 철학 아니던가.
하지만 촬영을 하게 되면 그 방
법을 쓸 수가 없다. 때릴 놈이 앞에 없고, 대답도 들을 수 없다.
그럼 대체 뭘 어떻게…….
벌컥!
그때, 문이 열렸다.
“굉장한 이벤트가 있다고 해서 왔 습니다.”
바토르.
“허허, 아주 재미있겠군요.”
위긴스.
“야야, 들어와, 들어와!”
심지어 이명환까지 마염들을 이끌 고 떼거지로 들어오고 있었다.
“견학 됩니까?”
“조용히만 하면.”
이현수의 허락이 떨어지자 마염들 이 희희낙락해하며 자리를 잡았다. 앞을 꽉 채운 사람들을 보며 강진호 의 눈가가 떨렸다.
다들 웃는다.
그래, 다들 웃고 있다.
“크으, 내 생전에 이런 광경을 보 게 되다니.”
“팝콘 안 파나, 팝콘?”
우드득.
강진호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너무 격앙되어서인지 다들
그런 강진호의 반응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낄낄낄낄, 절대 잊지 말아야지.”
“총회 역사상 최고의 이벤트다.”
“이거 개인 촬영해도 되나? 무삭 제본으로 팔면 애들이 떼돈 주고도 살 것 같은데?”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강진호의 얼굴이 무표정하게 변한 것을 본 이현수가 움찔했다.
하지만 강진호의 입에서는 전혀 뜻밖의 말이 홀러나왔다.
“준비됐으면 촬영 시작하지.”
“아•••••• 아, 예!”
이현수가 천태훈에게 눈짓을 했 다. 그러자 천태훈이 큐 사인을 주 려다가 눈을 찌푸렸다.
“조용히, 조용히! 지금 시작합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