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57)
마존현세강림기-858화(856/2125)
마존현세강림기 35권 (12화)
3장 개선하다 ⑵
“출근하셨어요?”
“좋은 아침.”
정문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얼굴들 이 반갑게 그녀를 맞아준다.
“커피 한잔하실래요? 제가 살게 요.”
“커피는 좋지. 그런데 내가 사야
하는 것 아닌가?”
“에이, 괜찮아요. 제가 사게 해주 세요.”
이현주가 빙그레 웃었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속내는 조 금 달랐다.
‘나이스. 커피 값 굳었고!’
돈이 쌓이는 곳이 아니라, 돈이 스쳐 가는 정류장이 되어버린 통장 을 생각한다면 이 한 푼도 아껴야 한다.
“뭘 드실래요?”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아니면 차가운 거?”
“따뜻한 걸로 부탁해. 시럽 넣어 서.”
“네.”
커피를 주문하러 가는 부하 직원 을 보며 이현주가 깊은 한숨을 내쉬 었다.
‘나는 글렀어.’
이제 좀 적당히 질러야지.
물론 변명거리는 있다. 이중걸의 집에 얹혀살던 생활을 청산하고 새 로 집을 얻었다. 새로 집을 얻은 만 큼 살 게 무궁무진했다. 가재도구 하나 챙겨 나오지 않았으니, 집이
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과소비에 대한 변명이 되지는 않는다. 좀 더 싸고 좋은 제품도 많고, 지금 당장 사지 않아도 되는 것들도 많았다.
만 원짜리 뒤집개와 오만 원짜리 뒤집개의 성능 차이가 얼마나 나겠 는가. 하지만 그 와중에도 조금 더 이쁜 오만 원짜리 뒤집개를 사버린 게 죄라면 죄겠지.
“여기 있어요.”
“아, 고마워.”
“아니에요. 제가 얻어먹는 게 훨 씬 더 많잖아요.”
이현주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아침부터 커피 먹는 사람이 많 네?”
“생각해 보면 여기가 진짜 레알 황금 명당이죠.”
“응?”
“이 근처 반경 5km 내에는 카페 가 없잖아요?”
이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산속 에 총회가 있는데, 주변에 카페가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총회에 근 무하는 이들은 커피가 땡기면 믹스 를 먹거나 자체적으로 원두를 내렸
다.
몇몇은 집에서 미리 내린 커피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니까 다들 좋아할 수밖에 없 죠. 돈이 있어도 못 먹었는데, 이제 는 돈만 내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 잖아요.”
“그렇지.”
이현주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녀가 할 말은 아니다. 그녀 역 시 아침마다 이 카페에 매상을 올려 주는 이였으니까.
“그걸 감안해도 처음 생겼을 때보 다 훨씬 손님이 많아진 것 같은데?”
“커피 맛있어요. 예전에는 정말 무슨 휴게소 커피 같은 느낌이었는 데, 정말 맛있어졌어요. 다들 인정하 는 바죠.”
이현주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흠.’
확실히 향도 좋고 부드럽다. 이 정도면 웬만한 커피 전문점 이상이 다.
“확실히 그러네. 맛있어.”
“그렇죠?”
“점장님이 열심히 하시는 모양이 네.”
이현주가 고개를 돌렸다. 점장에
게 장사 잘되셔서 기분 좋으시겠다 고 말이라도 한마디 건넬 생각이다.
“점장••••••
이현주가 입을 다물었다.
카운터에 턱을 괴고 있는 점장의 얼굴이 어둡다. 무슨 일이 터진 것 같은 모습이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 부장님.”
점장이 이현주를 보고는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아뇨, 아무 일 없습니다. 장사도 잘되고, 다 좋죠. 이번 달에는 매출 이 많이 올랐습니다.”
“표정이 영 아니신데.”
“아니, 그게……
점장이 머리를 벅벅 긁는다.
“오늘 불합격했거든요.”
“예?”
불합격이 라니.
무슨 시험이라도 응시하나?
“블렌딩이 과했답니다. 쓰대요.”
“네? 써요?”
무슨 말이지? 전혀 쓰지 않은 것 같은데?
“……쓰답니다. 그리고 그분이 쓰 다고 하면 쓴 거예요.”
“에? 누가 그러는데요.”
“회주님이요.”
이현주가 가만히 입을 닫았다.
“요즘 매일 아침마다 검사 맡거든 요. 한 삼 일간 잘 통과했는데, 오 늘 걸렸네요. 이상하다. 똑같이 했는 데……
“회, 회주님이 이걸 왜 검사하시 는데요?”
“아, 그게……
점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카페를 입점 시켰는데, 커피가 맛이 없는 건 봐 줄 수 없다고 그러시더라구요. 그러
고는 로스팅부터 블렌딩까지 다시 다 알려주셨어요. 시키는 대로 했더 니 손님이 늘어나더라구요.”
“어떻게 보면 제가 회주님 수제자 인 거죠.”
이현주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그 양반 집이 카페 하는구나. 그 카페 커피 가 기가 막혔지. 가업이네, 가업.
“끄응, 뭐가 문젠지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요. 좋은 아침 되세요.”
“아, 네……
축객령을 받은 이현주가 몸을 돌
렸다.
이상한 방향으로 강진호의 영향력 을 실감하는 이현주였다.
“올라가실 거죠?”
“응.”
“같이 가요, 같이.”
“그래.”
이현주가 옆에 찰싹 붙어서 재잘 대는 부하 직원을 보며 살짝 웃었 다.
‘나쁘지 않네.’
예전 그녀가 이중걸의 손녀로서 회에서 일했을 때는 이런 일이 없었 다. 다들 미묘하게 그녀를 경원시했
고, 그녀와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했다. 물론 존중은 받았다. 하 지만 그 존중은 엮이고 싶지 않다는 심정의 발로였을 뿐이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직원 이 되어 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층으로 올라와 사무실로 들어온 이현주가 어깨를 쭉 폈다.
“좋아.”
직원을 확충하며 경리부도 사무실 을 옮겼다. 탁 트인 사무실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것 같다.
몇 가지만 빼면 말이다.
‘인테리어 망했네.’
지옥 같은 인테리어가 눈앞에 펼 쳐진다. 누르스름한 벽지와 통일성 없는 책상들, 그리고 장식 하나 없 는 삭막함.
정말 일만 하라고 만들어놓은 곳 같다.
‘차차 바꾸면 되겠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그녀를 발 견한 직원들이 인사를 건넨다.
“오셨습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다들 안녕하세요!”
이현주가 웃으며 그 인사를 받았 다.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다. 처음 그 녀가 경리과를 신설하고 직원을 끌 어모았을 때는 다들 그녀를 탐탁찮 게 여겼다.
그럴 만도 했다.
그녀는 아직 과장이라는 직위를 달 만한 나이가 되지 못했고, 당시 는 이중걸에 대한 반감이 가장 고조 되어 있는 시기였으니까.
위에서 내려보냈으니 상사라는 건 인정하겠지만, 나에게 협조를 요구 하지 말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 분위기를 이런 부드러운 분위 기로 만들기까지 그녀가 얼마나 노 력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 다. 결과론적으로 능력을 갖춘 이가 최선을 다하면 결국 지켜보던 이들 도 자연히 따라오기 마련이다.
“어제 말한 서류 다 끝났어요?”
“뽑아두라고 하셔서 뽑아뒀습니 다. 책상 위에요.”
“고마워요.”
이현주가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 를 눈으로 홅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총은 챙겼고……
그녀가 비장한 눈으로 모두를 돌
아보았다.
“그럼 저는 다녀올게요.”
“고생하십시오!”
“이기고 오십시오!”
“음, 파이팅!”
이현주가 비장한 걸음걸이로 위를 향했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이들이 서 로를 마주 보며 실소를 홀렸다.
“아직도 저렇게 긴장되실까?”
“야야, 부장님만 그러는 거 아냐.
다른 분들도 다 똑같더라.”
“그래?”
“그래. 옆 부서 박 과장님은 회의
실 들어갈 때 기저귀 차고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하시더라.”
“……지릴까 봐?”
“그렇다는 듯.”
다들 혀를 내둘렀다.
하기야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 다. 회의에는 이현수와 강진호가 착 석한다. 지금이야 조금 편해진 감이 있지만, 예전에는 이현수의 눈빛만 봐도 오금이 저리던 시절이 있었다.
강진호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다른 부서는 그래도 가끔 들어가 잖아. 그런데 부장님은 심심하면 들 어가서 보고하고 설명하잖아. 얼마
나 부담되시겠냐?”
“……그렇기도 하겠다.”
새삼 저 이현주라는 사람이 얼마 나 일을 잘하고 있는지 실감이 났 다.
“근데 그거 들었어?”
“뭐‘?”
“부장님이 실장님이랑 썸 탄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실장님? 이현수 실장님?”
“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 어.”
거친 반응을 다급한 목소리가 되
받아친다.
“아냐. 둘이 저녁 같이 먹는 거 목격한 사람이 몇이나 돼. 퇴근할 때 둘이 같은 차 타고 가는 것도 몇이나 봤다는데?”
“상사하고 부하 직원이 같이 퇴근 할 수도 있지. 밥도 먹을 수 있고. 그런데 썸은 말이 안 돼. 어디 저 두 사람이 썸 탈 사이나 되나.”
“나도 그리 생각하긴 하는데
이중걸의 손녀와 김석일의 오른팔 이 썸을 탄다?
마주칠 때마다 칼이나 안 휘두르
면 다행이다. 대체적인 인식은 그랬 다.
“이상한 소리 하고 다니지 마라. 나중에 둘이 칼부림이라도 하면 이 불 찬다.”
“그래, 그래야지.”
묘한 시선으로 입구를 바라보던 이들이 몸을 돌려 책상으로 향했다.
이젠 일을 할 시간이다.
‘커피네.’
이현주는 강진호의 앞에 놓여 있
는 식은 커피를 바라보았다.
저게 아마 점장이 검사를 받고 장렬하게 패퇴한 그 커피일 것이다.
‘정말 검사받는 모양이네.’
커피가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틀림이 없었다. 불합격한 커피 는 입에 대지 않는다는 것일까?
지옥 같던 회의 구내식당에도 불 만이 없던 사람이 강진호다. 입에 들어가서 영양이 될 수 있는 것이라 면 굳이 맛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게 강진호의 지론이었다.
회주님은 모르겠지만, 다른 인간 들에게는 혀라는 것이 달려 있고,
그 혀는 맛을 판별한다는 것을 이해 시키고 나서야 구내식당을 뒤집어엎 을 수 있었다.
그만큼이나 강진호는 맛에 무관심 하다.
그런 이가 커피를 가린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집이 카페를 하기 때문일까?
“이 부장!”
“아, 네!”
이현수가 싸늘하게 말했다.
“앉지.”
“아…… 죄송합니다.”
잠깐 정신이 팔렸다. 이현주가 고
개를 두어 번 숙이고는 재빨리 착석 했다.
“다 왔습니다, 회주님.”
“시작해.”
“예. 아침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각 부서 보고해 주십시오. 우선
이현주가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 다.
오늘은 부서 정례 회의다. 회를 이루는 각 부서들이 한 주간 벌어진 일을 보고하고, 건의를 하는 시간이 다.
‘어?’
익숙한 얼굴들 사이에 낯선 얼굴 이 끼어 있다. 아니, 낯설다고 하기 에는 조금 뭐하고…… 여하튼!
이현주의 기색을 눈치챈 이현수가 입을 열었다.
“아, 그전에 한 분 소개하고 가겠 습니다. 오늘부터 미디어교육과를 담당하게 될 천태훈 대리입니다.”
박수가 쏟아지자 천태훈이 미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천태훈은 세상을 살면서 수도 없 이 들어본 진리 하나를 몇 번이고 되새기고 있었다.
‘나대지 말아야 했는데……
중간만 가면 되는데.
왜 굳이 나서서 일을 벌여 감투 를 강제로 쓰고 여기까지 끌려온단 말인가.
승진을 하고 부서장까지 맡게 되 는 경사가 벌어졌음에도 그의 마음 속에는 연신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럼 다시 보고.”
“네.”
간단한 보고들이 오갔다. 딱히 큰 문제는 들리지 않았다. 최근에는 워 낙 교육 쪽에 커다란 이슈들이 집중 되다 보니 크게 보고할 일이 없는
모양이었다.
“경리부장.”
“ 예.”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자 이현주가 깊이 심호흡을 했다.
몇 번이고 해온 일이지만, 항상 긴장된다.
“건의드릴 게 있습니다.”
“ 해.”
강진호를 똑바로 바라본 이현주가 입을 열었다.
“회주님.”
«으 n
“저희…… 세금 내야 하지 않습니
까?”
“..어?”
뜬금없는 세금 폭탄이 총회에 떨 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