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60)
마존현세강림기-861화(859/2125)
마존현세강림기 35권 (15화)
3장 개선하다 (5)
“부모님도 굉장히 좋아하시겠죠.”
이현주는 자신만만하게 말했고, 이현수는 기겁을 하고 있었다. 하지 만 이현주는 이현수가 반박할 여지 를 주지 않았다.
“이거, 중요한 문제예요.”
“••••••응?”
“이현수 씨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 모르시겠지만, 아무리 회주님이 능 력 있고 힘이 있다고 해도 부모님에 게는 그냥 휴학하고 집에서 노는 아 들일 뿐입니다.”
어?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 업하고 대학까지 명문대를 보내놨는 데, 다른 애들은 스펙 쌓고 학점 쌓 는 동안 매일같이 차 몰고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놀러 나가는데, 얼마 나 스트레스가 쌓이시겠어요?”
이현주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강진 호를 돌아보았다.
“혹시 최근에 부모님의 시선이 조 금 싸늘해지지 않았나요, 회주님?”
강진호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싸늘해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저 ‘조금’이라는 말을 어느 정도로 수 정해 주어야 하는지가 고민되었기 때문이다.
‘떡락했지.’
한때는 강진호가 집안의 희망쯤으 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어쩌면 그때가 강진호의 황금기였을지도 모
른다. 가족들은 모두 강진호가 뭐든 알아서 잘할 거라 믿었고, 강진호는 그 기대에 부응했다.
그런데 지금은 뭐랄까…….
구박하는 어머니와 혀를 차는 아 버지, 그리고 미묘한 눈으로 감시하 려는 여동생까지.
사회적으로 볼 때, 강진호의 지위 와 위상은 말도 안 되는 상승을 이 뤄냈지만, 집안의 눈으로 봤을 때, 강진호는 취업 시장에 발을 들일 생 각이 없는 백수일 뿐이다.
아직은 학생이라는 방패막이가 있 을 뿐이지.
“……심각하게 싸늘하지.”
“그럴 줄 알았습니다.”
이현수는 여전히 인정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아니, 그게……
“잠시만요, 이 실장님. 제가 말을 끝까지 들어달라고 했잖습니까. 제 발 좀!”
“••••••해봐.”
이현주가 한숨을 쉬더니 물병을 집어 들었다. 물을 꿀꺽꿀꺽 넘긴 이현주가 양 소매를 걷어붙였다.
“농담조로 말하기는 했지만, 이건 정말 생각을 하셔야 할 문제입니다.
왜냐면 회주님뿐 아니라 다른 이들 도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문제 거든요.”
“어?”
이현주가 이현수를 보며 말했다.
“실장님 집 있으세요?”
“……없는데?”
“집은 어떻게 사실 거예요?”
“돈 모아서 사면 되는 거 아냐?” 글렀다.
이 인간은 확실하게 글렀다.
심지어 위긴스뿐 아니라 강진호도 미묘한 시선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 다.
“제,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이현주가 고개를 내젓고는 말을 이었다.
“집을 사기 위해서 대출을 받는 게 바깥세상의 사람들에게는 별일이 아니지만, 무인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왜냐면 직업이 없고, 고정 수입이 없거든요.”
“돈 주잖아.”
“어느 은행에서 출처도 없는 현금 을 수익으로 보고 대출을 내줘요?”
“현실을 보세요. 말이 총회이지, 외부에서 보면 여기는 직업 없는 백
수가 만 명이 넘게 모여 있는, 세상 에서 가장 끔찍한 곳이라구요.” 확실히 그렇다.
아무리 무인이 바깥세상과 거리를 두고 산다지만, 주민등록증은 나오 지 않는가.
“그럼 청년 실업 통계에서도 총회 가 큰 역할을 하고 있겠네.”
“지분율이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럼 실제 실업률이 통계보다 낮 다는 거니까 좋아해야 하는 건 가……
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기뻐할 일 이지만, 총회의 입장에서 보면 서글
픈 일이다. 나름 열심히 살고 있는 애들이 다들 백수가 되어버리는 상 황이니까.
“무인이라고 해서 친구가 없는 것 도 아니고,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니 죠. 상황에 따라서는 진짜 가족은 상황을 알아도, 친척들은 모르는 경 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다들 명절을 싫어하죠.”
이해가 간다.
“‘너도 이제 취업해야지’ 공격이 수도 없이 들어오겠군.”
“네. 그리고 ‘친구 아들은 이번에 대기업에 들어갔다던데’ 소리도 수
도 없이 듣겠죠.”
“……지옥이네.”
이현수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챘 다.
말이야 장난스럽게 했지만, 사회 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 위와 신분이 필요하다. 총회의 소속 되는 대가로 그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는 건 심각한 페널티였다.
“확실히 이건 일리가 있어 보입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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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감투가 있어야 하는 법이
지.’
그 사람 앞에 붙는 지위가 사람 을 얼마나 달라 보이게 하는지 강진 호는 이미 알고 있다. 중원에서 명 성을 얻을 때와 명성이 없을 때의 차이가 얼마나 심한지 수도 없이 겪 어보지 않았던가.
“음, 알겠다. 그리고?”
“접점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이현주가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총회를 언제까지 숨길 수 없습니 다. 한계까지 숨기다가 어느 순간 드러나야 할 상황이 된다면, 그 파 급력을 감당하기가 힘들 겁니다. 그
럴 바엔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 다. 이 준비가 100년 뒤에 활용될 수도 있고, 당장 5년 뒤에 쓰일 수 도 있겠지만, 하루라도 빨리 준비할 수록 좋습니다.”
“이해했다. 또 있나?”
“큰 줄기는 대충 말씀드린 게 있 습니다. 그 외에도 자잘한 이점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현주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 다.
패기롭게 말하고는 있지만, 자연 스레 밀려드는 긴장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강진호가 그 손을 힐끔
보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단점은?”
“돈을 내야 합니다.”
너무도 간단하고, 간결하고, 그리 고 치명적인 문제였다.
“합법화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자 금 흐름을 공개한다는 것이고, 그 자금 흐름에 발생되는 이익에 대한 세금이 발생합니다.”
“감안해야 하고?”
“네. 이득이 훨씬 크니까요.”
이현주는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단점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일 단 합법화를 하게 되면, 과거보다
조금 더 엄밀한 자금 흐름이 필요합 니다. 지금도 가욋돈으로 들어오고 있는 불법적 자금이 원천 차단된다 는 뜻입니다.”
“완전히?”
이현주가 어깨를 으쓱한다.
“할 수는 있겠죠.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때는 회주님 께서 포토 라인에 서셔야 합니다. 하긴 수많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서 사진 찍는 경험도 일반인은 웬만해 서는 해볼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이기 는 합니다만……
“사양하지.”
그건 절대로 사양이었다.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큰 문제는 세 가지입 니다. 첫째는 세금의 발생이고, 두 번째는 등록을 대가로 지금까지 누 적되어 있던 세금을 왕창 내야 할지 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바깥 세계 와 가까워지는 만큼 우리의 노출이 늘어난다는 것. 뭐, 그 정도겠죠.”
“그리 쉽게 말할 게 아냐.”
이현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바깥세계와 가까워진다는 것, 그 리고 노출이 증가한다는 건 위험성 도 증가한다는 뜻이야. 현실과 무인
계가 접촉할 때 무슨 사단이 나는지 몰라서 그래?”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장님, 지금도 충분히 위험 해요.”
“드러나서 얻는 손해보다 숨겨서 지속되는 손해가 더 큽니다. 웬만큼 심각한 일이 아니라면 제가 이런 말 씀을 드리지도 않았을 거예요. 이게 진행되면 제게 과부하가 쏠린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괜히 귀찮은 일 건드려서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원망 만 듣는다는 것두요. 그런데 그걸
모두 감안하고도 진행해야 하는 일 입니다.”
마치 최후 변론 같은 말이었다.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어찌 생각하나?”
“조금 투박하지만……
위긴스가 빙그레 웃는다.
“세련되게 진행할 수 있다면 나쁘 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련되게?”
“기업화를 이쪽에서 직접 할 필요 가 없습니다. 도와줄 사람들이 있잖 습니까?”
도와줄 사람?
그런 이들이 있었나?
“재경 말하는 건가?”
“흐음, 재경. 재경도 좋은 조언자 가 되겠죠. 하지만 재경은 아닙니다. 그들에게 우리를 공개하는 건 좋지 않은 일이죠. 상부의 몇몇이라면 모 를까, 실무진에게 공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럼?”
“당연히 정부가 그 일을 해주겠 죠.”
“••••••정부?”
나라?
의문 어린 강진호의 시선에 위긴 스가 미소로 답했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굉 장한 호재입니다. 빤히 돈을 쓸어가 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건드리지 못한, 오히려 자신들이 자금을 은폐 하는 걸 도와줘야 했던 이들이 자발 적으로 세금을 내겠다고 선언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입속으로 알아서 들어와 주는 호 구를 내칠 이유가 없죠. 온갖 편의 를 다 봐줄 겁니다. 정보를 공개하 고 세금을 충실하게 내겠다는 조건
으로 이번 해까지의 이익분은 건드 리지 않게 하고, 법적으로 애매해진 명의를 다 되찾게 해달라고 하면 됩 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이현수가 눈짓을 준다.
모르겠어도 일단 알겠다고 하라는 뜻이다.
“그, 그렇지.”
“흠, 이런 설명이 별 의미가 없겠 군요. 로드께서는 단 하나만 선택하 시면 됩니다. 할 것인가, 아니면 하 지 않을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하 더라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진행하
고, 총회를 가장 최선의 상태로 만 들려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진중한 위긴스의 시선이 강진호에 게 와닿았다.
“그 선택은 로드의 몫이죠.”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 군.”
“예. 충분히 드리지요.”
“위긴스.”
“예, 로드.”
“진행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
“결정하신 겁니까?”
“아직 결정을 내린 건 아니지만.”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 라보았다. 천장을 수놓은 작은 무늬 들이 어지럽다.
“결정이 어떻게 될지는 알지. 항 상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 변화는 언제나 두렵고, 언제나 껄끄럽지. 내 게 익숙하던 것들을 버리고 다른 길 을 걷는다는 건 언제나 그래. 심지 어 지금의 생활이 나쁘지 않다면 더 더욱 그렇겠지. 다만……
강진호가 이제는 확신에 찬 눈으
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움직이지 않 는 자가 도태된다는 건 알고 있어. 어쩌면 이 변화가 우리에게 좋지 않 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두려워서 멈춰 있다가 는 결국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로드.”
“현명한 결정이세요.”
이현수는 무표정했다.
강진호가 이현수를 보며 말했다.
“다른 생각이면 말로 해봐.”
“회주님.”
“응?”
“저는 조언을 드리는 사람입니다. 그 조언이라는 것은 결국 방향성을 결정하기까지의 문제죠.”
“회주님이 방향을 정하셨다면, 저 는 그 방향을 따릅니다. 말이 되지 않는 방향이라면, 그걸 말이 되는 방향으로 어떻게든 만드는 게 제 몫 입니다. 결정하셨으면 의견을 구하 지 말고 명령을 내리십시오.”
조금 이상한 말이지만, 이현수의 의도는 완벽하게 전달되었다.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처음 그가 총회에 왔을 때와 정
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 다. 달라지고 달라져서 여기까지 왔 다. 그리고 이제 더 달라질 것이다.
“움직여. 가장 완벽한 방법을 찾 아내.”
“알겠습니다.”
“저도 돕겠습니다.”
사람들이 일어서서 움직이기 시작 하자, 강진호는 가만히 소파에 몸을 묻었다.
‘ 바쁘군.’
총회는 빠르게 변하고 또 변한다. 제대로 정신 차리지 않으면 그조 차 이 흐름에 휘말릴 것이다.
‘그래도 나쁘지 않아.’ 나아간다. 조금씩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