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62)
마존현세강림기-863화(861/2125)
마존현세강림기 35권 (17화)
4장 밀려오다 (2)
“끄으으으으차!”
주강은 힘을 내 포대를 날랐다.
‘뭔 포대가 날라도 날라도 끝이 없나?’
일반인의 체력을 아득하게 뛰어넘 은 무인들이지만, 힘든 현실은 달라 지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턱! 턱! 턱!
특수 제작된 둥지게 위에 포대가 쌓아 올려진다.
“아니……
턱! 턱! 턱!
뭔가 말을 잇기도 전에 시멘트 십여 포대가 올라갔다.
“그래도 사람인데……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할 수 있어.”
말이 안 통한다.
숙련된 인부들이 한번에서너
개의 포대를 실어 나를 때, 주강을 위시로 한 마교의 일꾼들은 한 번에 십여 개의 포대를 들고 날랐다.
‘죽겠네.’
무인이라고 해서 몸뚱아리가 강철 은 아니다. 쓰면 상하고, 무리하면 병이 난다. 하지만 이놈들의 눈에는 무인들은 아무리 부려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만능 일꾼쯤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끄으응.”
주강이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군 소리 없이 등지게를 짊어졌다.
그의 눈이 불을 뿜었다.
‘얼마 안 남았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 현실이다. 아무리 힘든 일이 라 해도 그 일이 내 현실을 개선해 준다는 희망이 있다면 사람은 버틸 수 있다.
지옥 같은 업무량을 준다는 대기 업에서 사람들이 버티는 이유 역시 같지 않겠는가. 같은 업무량을 소화 하더라도 얼마나 미래가 있는가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체감이 다른 법 이다.
그런 의미에서…….
“으라차아아아!”
주강이 자리에서 번쩍 일어났다. 이딴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마존께서 움직이고 계셔.’
눈이 있으면 볼 수밖에 없다. 한 국으로 넘어온 초기와는 다르게 이 제는 두 눈으로 마존이 바쁘게 뛰고 있는 것이 보인다.
장로들은 오늘도 하루하루 죽어 나가고 있다.
가르치는 이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빤하 다는 일념하에 오늘도 마존은 장로 들을 콩 볶듯이 볶아대고 있다.
그 나이를 먹고 새로 뭔가를 배
운다는 게 쉬울 리가 없다. 게다가 그 배우는 방식이 저런 식이어서는 체면도 살지 않는다. 맞고, 깨지고, 구르는 장로들을 보고 있노라면, 주 강이 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였 다.
그럼에도 장로들은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열의에 불 타올랐다.
일흔이 넘은 노인들이 마치 세 살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인다. 얻 어맞고 구르는 게 즐거워서 참을 수 없는 듯이 말이다.
장로들이 다 미쳐서?
그게 아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마공이다.”
“마존께서 주신 마공이니 분명 범 상치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건 고작 그런 수준이 아니다.”
“이 마공! 이 마공만 있으면 마교 의 천년영화를 이룩할 수 있다!”
고통스럽고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마존이 내려준 마공에서 희 망을 보았다. 내 미래가 달라질 것 이라는, 그리고 마교의 미래가 달라
질 것이라는 희망을 말이다.
‘ 힘드셨겠지.’
주강 역시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절망했다.
그뿐 아니라 마교도라면 누구나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들의 절망은 감히 장로들의 절망에 비할 바가 아 니었다.
그들은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
마교를 떠나 평범한 삶을 살아간 다든가, 그게 아니면 새로운 문파에 입문할 수도 있다.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불가능하지
는 않다.
하지만 장로들은 교를 떠난다는 게 불가능하다. 평생을 다 바쳐 온 문파를 어찌 떠날 수 있겠는가. 나 이가 든 그들은 새로운 삶을 선택하 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그러니 더 비참했겠지.
나아질 것 없는 미래. 더욱 나빠 져만 가는 상황을 받아들이며, 옛 영광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삶.
불과 이십여 년도 안 되는 시간 을 마교에서 보낸 주강이 느낀 절망 이 그토록 깊었는데, 일평생을 마교 에서 보낸 그들의 마음을 어찌 짐작
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장로들의 앞에 강진호가 준 마공이 떨어졌다.
그건 차라리 마공이 아니라 희망 이라 불러야 한다.
전신이 흙투성이가 되어서도 체면 도 잊은 채 웃고 있는 장로들을 보 고 있으니 뭔가 울컥했다.
그래, 그럴 것이다.
희망 없는 편안한 삶보다는 희망 이 있는 가혹한 삶이 차라리 나은 법이니까.
“으라차아아!”
주강이 다리에 힘을 주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살살 움직여! 부러져!”
“빨리해야지!”
등지게를 내려놓은 주강이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냈다.
생각해 보면 이 일 역시 그들의 현실을 바꾸는 일이다. 이곳이 완공 되면 이곳을 쓸 이들이 바로 마교도 들이니까.
아직은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 다.
더 강해지지도 못했고, 중국에 있 을 때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것 도 아니다. 오히려 수련 시간도 부
족해지고, 과거에 비하면 조금 더 척박하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제는 불만이 거의 나 오지 않았다.
폭발 직전까지 이른 최근의 기세 가 무색하게도, 마존이 바쁘게 움직 이기 시작하자 모두의 불만이 쏙 들 어갔다. 그들이 원한 것은 더 편안 한 삶이 아니라 치열하더라도 미래 를 볼 수 있는 삶이었던 것이다.
“야! 다 내려오래!”
“웅‘?”
아래쪽에서 들려온 말에 주강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오늘부로 이거 종료란다.”
“••••••뭐?”
종료?
주강이 주변을 훑었다.
건물의 뼈대야 대충 다 만들어졌 지만, 아직 내부 공사와 외장재 작 업이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한참은 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오늘 부로 종료라고?
조금은 황당한 말이지만, 주강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들이 이 일을 계속하지 않을
거란 말은 이미 들었다.
제대로 무학을 수련하기 위한 준 비가 필요하니, 그동안 자신들이 살 곳을 만드는 일일 도와라.
그게 마존의 지시였다.
그런데 이 일이 끝났다?
‘시작인가?’
그런 이제부터 수련이 시작된다는 뜻이었다.
“내려가자!”
“그래.”
다른 이들도 그 뜻을 짐작했는지, 재빨리 아래로 달리기 시작했다. 주 강 역시 긴장과 홍분이 반쯤 섞인
채 계단을 달렸다.
이곳저곳에서 일을 하고 있던 놈 들이 다들 뛰쳐나온다. 중앙으로 모 이자 그 수가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여기가 전부가 아니다.
건축 기술이 있는 사람만 이곳에 있는 건 아니다. 어차피 할 일 없는 것들, 인부로라도 써먹으라며 단순 작업을 하는 이들도 동원되었다.
하지만 그러고도 인력이 남아 지 금 여기저기로 퍼져 있는 상황이다.
다른 곳에 있는 이들까지 모두 모인다면 수가 훨씬 많아진다.
“자자!”
소장이 크게 목소리를 냈다.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본관으로 올라오라는 지시입니다!”
누군가 번역해 외쳤고, 다들 나름 의 반응을 보이며 움직이기 시작했 다.
개미 떼같이 마교도들이 공사장을 벗어나 도로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 하자, 소장이 조금은 감회가 새롭다 는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소장님, 그런데 오늘 작업은 어 떻게 합니까?”
“추가 작업만 대충 마무리한 후에 정리하자고. 내일부터 인부들 들어
오기로 했으니까.”
“얼마나 걸릴까요?”
“ 얼마라.
소장이 살짝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만큼은 걸리지 않을까?”
“예? 이제 대충 다 올렸는데요?”
“그게 이상한 거지. 원래는 한참 더 걸려야 하는 일이야. 저 양반들 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일해줬던 거 아냐.”
“하긴 그렇습니다.”
소장이 빼곡하게 채워진 건물들을 보며 헛웃음을 홀렸다.
높이가 높지 않아 대단하다는 느
낌이 확 오지는 않지만, 공사를 하 는 입장에서 보면 말이 되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공기를 반년 이상은 단축했다.
애초에 공사란 그렇다. 대규모 단 지를 조성한다고 해도 이곳저곳에서 동시에 작업을 진행하기는 힘들다. 한쪽에서 시작하여 한 채, 한 채 올 리며 전진해야 한다.
그 와중에 여러 이유 때문에 시 간을 잡아먹다 보면 공기가 한없이 늘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의 인부들은 그 시간 을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단축했
다. 건물을 올리고 콘크리트가 굳을 시간 동안 다음 건물을 올린다.
피로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처럼 쉴 새 없이 일을 했다. 그런 작업이 동시에 여러 곳에서 벌어지니, 공사 가 빠르지 않을 수가 없다.
관리 감독하는 이들이 과로로 쓰 러질 판이었으니 오죽하겠는가.
“저 건물들 인테리어 작업이랑 외 장재 작업 다 하려면 시간 한참 걸 린다. 그리고 그게 또 전부가 아니 잖아. 진짜 중요한 것들도 해야 하 니까.”
“예, 그렇죠.”
“그래도 이 정도면 시간 많이 줄 인 거지.”
“그런데 소장님.”
“응?”
“저 사람들은 대체 뭐였던 걸까 요?”
당연한 의문이 돌아왔다.
“다 중국인들 같은데요. 조선족도 아닌 것 같고, 진짜 중국인 같은 데……. 이 바닥이야 원래 중국 인 부가 많다지만, 저리 많은 인원이 한 번에 움직이는 건 처음 봤습니 다.”
“흐..”
“그리고 쟤들 힘이 보통이 아니잖 습니까.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습 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 야.”
소장이 나오는 말을 끊었다.
“••••••예?”
“관심 가지지 말고, 생각하지도 마.”
“아니, 그래도……
“말하지 않았냐? 여기서 보고 들 은 내용이 외부로 새어 나가게 되면 위약금이 얼만 줄 알아?”
“••••••알죠.”
“그러니 알아도 모르는 거야. 우
린 아무것도 못 봤어.”
소장이 살짝 진저리를 쳤다.
이런 일을 하면서 비밀 엄수를 해야 하는 건 처음이었다.
아직 건설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이 루어질 때 부실공사를 지시하고 그 걸 숨기려 드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처럼 공사 자체를 비밀에 붙이고, 보고 들은 것 자체를 막으려 드는 경우는 단언컨대 없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모르겠 네.’
떠벌리고 다니라며 등을 떠민다 해도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이런
곳과는 엮여서는 안 된다는 느낌이 바로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번 씩 상황을 시찰하러 오는, 그 이현 수인가 뭔가 하는 놈의 눈빛을 생각 하면 자다가도 소름이 돋는다.
뱀처럼 그를 바라보던 그 눈.
그 눈빛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뭔 상관이야.’
그들은 공사를 해주고 돈만 받으 면 된다. 약속된 돈만 제대로 지급 한다면 의뢰인이 사람이든 외계인이 든 상관 없었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앞으
로 할 일이나 생각해. 이제 인부들 새로 오면 한동안은 또 골치 아파질 거야.”
“에이, 소장님. 일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그 한두 번을 제대로 하고 말해! 빨리 일 안 해?”
“갑니다요! 가요!”
주변이 비워지자 소장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참 희한한 일도 다 겪는구만.’
아직 그들이 해야 할 일이 끝난 건 아니다. 시공률은 80% 정도라고 할 수 있지만, 인부를 교체하고 정
상적인 속도로 공사가 진행되는 걸 감안한다면, 진척도는 이제 50% 정 도일 뿐이다.
그럼에도 소장은 큰 산 하나를 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랄까, 꿈 속을 헤매다가 이제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뭐, 보너스라도 두둑하게 챙겨주 겠지.”
돈은 많아 보이니까.
인부들에게 날라져 오는 간식이라 든가, 지원을 보면 공사 의뢰인은 어마어마한 부자가 틀림없었다. 돈 을 물 쓰듯 써 댔으니까.
그러니 아마 입막음 비용도 만만 찮을 것이다.
“그거면 됐지, 뭐.”
소장이 안전모 안으로 손을 넣어 머리를 긁으며 현장으로 걸어갔다.
“야! 거기 똑바로 안 치워?” 그렇게 조금씩 마교도들의 마을이 완성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