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64)
마존현세강림기-865화(863/2125)
마존현세강림기 35권 (19화)
4장 밀려오다 (4)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는 않고 있 습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지원을 받아내는 것에는 성공했습니다.”
수령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성공?”
말투에 불만이 어린다.
“그들이 주겠다 한 것을 받아내는 것을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가?”
나카타 유지가 고개를 살짝 숙였 다.
그가 한 일은 결코 작은 일이 아 니다.
제안서는 결코 확정된 사안이 아 니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제안서들 이 남발되고 있다. 그런 제안서들 중에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은 채 1%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99%의 실패 확률을 뚫고 지원을 받아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공적은 평가받을 가치가 있었다. 하 지만…….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홈.”
나카타 유지는 굳이 그런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은 바른말을 하는 사 람을 원한다. 하지만 자신이 그 바 른말을 듣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예로부터 입바른 말을 입에 담던 사람들이 일찍 죽는 데에는 다 이유 가 있는 것이다.
수령은 열린 자였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꼰대라
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이다. 하 지만 나카타 유지가 보기에 수령은 무척이나 열려 있는 자였다.
저만한 권력을 가진 이들 중에 비교하면 말이다.
권력은 인간을 뒤틀어놓는다.
자신의 힘으로 옥좌에 기어 올라 간 자는 자신의 성공을 과신한다. 그 누구도 자신이 운이 좋아 성공했 다는 말은 하지 않으니까. 자신의 노력과 자신의 센스로 성공을 했다 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다른 사람이 못나 보인다.
맨바닥에서 시작한 자신은 이리 기어 올라와 이만한 자리에 올랐다. 그럼 그걸 못하는 이는?
무능하거나, 노력하지 않았거나.
순간적인 선택으로 올라간 이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 손으로 업적을 이룬 이들이 다른 이들을 우습게 보기 마련이다.
생각해 보라.
같은 조건에서 시작했건만 모두가 10의 업적을 이뤄낼 때, 100의 업 적을 이뤄낸 이가 있다면? 그의 눈 으로 보기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한 심해 보이지 않겠는가.
수령의 눈으로 본다면 세상 모두 가 무능해 보일 것이다.
그가 아무리 일본의 명문인 신니 치카이를 물려받았다고 하나, 처음 부터 신니치카이가 관서의 지배자는 아니었으니까. 지금 신니치카이의 위상은 온전히 그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수십 년에 걸쳐 자신의 구미를 키우고 또 키워내 이렇게 만든 이가 바로 수령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마나 남의 말을 듣는다는 게 대단한 것이다. 저 사 람의 눈에 나카타 유지는 그나마 머
리를 좀 쓸 줄 아는, 똑똑한 원숭이 일 테니까.
나카타 유지가 쓴웃음을 머금었 다.
원숭이로 보고 있다면 그에 맞게 재롱을 떨어줘야겠지.
“저들의 목적은 확고합니다. 하지 만 저희의 목적 역시 확고합니다.”
“우려가 되는 것은 하나뿐이다.” 수령의 목소리가 우렁우렁 울렸 다.
“우리의 희생이 저들의 어부지리 가 되는 것. 다른 것은 다 참아낼 수 있어도 중국 놈들의 손에 놀아나
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다. 대륙에 진출해야 할 우리가 저놈들의 광대 가 될 수는 없지.”
“명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 장담하느냐?”
“장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러기 위해서는 수령의 허가가 필요 합니다.”
“ 흐음?”
수령이 조금 흥미롭다는 눈으로 나카타 유지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저 원숭이가 재미있는 꾀를 짜낸 모 양이다.
“말해봐라.”
나카타 유지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곳에서 그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해야 한다. 그가 낸 꾀가 수 령의 구미와 맞아떨어진다면, 그는 더욱 중용받을 수 있을 것이다.
“차도살인지계는 홀륭한 계책입니 다.”
“그렇지.”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인력의 손실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 다.”
“그래, 잘 알고 있군. 인력이 소 중하다는 것을 말이야.”
말속에 숨어 있는 칼날에 나카타 유지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중국으로 보낸 이들이 소득 없이 죽어 나간 것을 다시 끄집어내 고 있는 것이다. 혀를 타고 나온 말 의 칼날이 나카타 유지를 난도질했 다.
“다시 한 번 명심하겠습니다.”
“계속해 보지.”
“저들은 우리를 통해 차도살인지 계를 노리고 있습니다. 적당한 돈을 지불하는 대가로 골칫덩어리를 처리 할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은 것이 없을 겁니다.”
“빤한 소리를 늘어놓을 셈인가?” 나카타 유지가 목소리에 힘을 주 었다.
“하지만 저들이 사용한 계책을 우 리라고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잖 습니까?”
“ 흐음••••••
수령의 입가가 살짝 말려 올라갔 다.
그 미묘한 표정의 변화를 본 나 카타 유지가 슬그머니 주먹을 움켜 쥐었다.
‘됐다!’
수령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다.
그런 자가 저만한 반응을 보인다 는 것은, 그의 제안이 제대로 먹혔 다는 뜻이다.
“ 대상은?”
“그들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쪽이 되어야겠죠.”
“흑왕…… 아니, 창왕계인가?”
“그렇습니다.”
“계책 자체는 훌륭하다 할 수 있 다. 하지만 모든 계책이라는 것은 현실로 이루어져야 그 의미가 있겠 지. 창왕은 음흉한 자다. 그와 접촉 하여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게 가능
하겠느냐?”
“어렵습니다. 하지만 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 이유는?”
“그들 역시 그것을 바랄 것이기 때문입니다. 흥왕계와 정면에서 맞 붙느니, 누군가와 협공하는 쪽이 바 람직합니다.”
“흐음.”
홍왕계가 일본을 지원하여 한국을 견제하듯이, 창왕계를 지원하여 홍 왕계를 괴롭히겠다는 뜻이다.
‘나쁘지 않지.’
말한 대로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분명 좋은 계책이었다.
‘꽤나 머리를 쓸 줄 안다는 말이 지.’
어찌 보면 빤한 계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계책이란 원래 그런 것이 다. 훗날 돌아보았을 때, 정말 사람 의 입을 벌리게 만드는 기기묘묘한 계책은 흔치 않다.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계책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주도권을 가지고 올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한국의 평정이 끝났을 때의 이야기겠지. 그렇지 않 은가?”
“그렇습니다.”
“한국으로는 어찌 갈 생각인가?”
“배를 이용할 생각입니다.”
“ 배‘?”
“예. 비행기를 이용하면 번거로운 게 많습니다. 이동해야 할 인원 역 시 적지 않습니다. 추리고 또 추려 냈지만, 그래도 적은 수가 아닙니다. 그래서 큰 여객선을 하나 마련했습 니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수령의 얼굴이 일변했다.
그 차가운 눈을 보는 순간, 나카 타 유지는 독사가 그의 몸을 훑는 듯한 섬뜩함을 느꼈다.
“실패는 용납하지 않는다.”
나카타 유지가 바닥에 머리를 조 아렸다.
“그럴 일은 결코 없습니다. 수령 께서 원하시는 바는 모두 이루어질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 것입니 다.”
“그리할 수 있다면 자네 역시 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겠지.”
수령이 가만히 나카타 유지를 바
라보며 말했다.
“성공한다면 원하는 것을 얻는다. 그러니 실패했을 때, 그 대가 역시 각오해야 하지 않겠나?”
“수령.”
나카타 유지가 단호한 눈으로 수 령을 바라보았다.
“제가 실패의 대가를 치를 일은 없습니다.”
“ 호오?”
“실패한 채 살아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겁니다. 실패한다면 거기서 죽 겠습니다.”
“마음에 드는군.”
수령이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나타난 흑의 인이 나카타 유지에게 걸어가더니, 손에 든 장도를 내밀었다.
“가져가게.”
“받들겠습니다.”
나카타 유지가 수령이 하사한 도 를 두 손으로 받아 들었다.
“가보게. 다음에 올 때는 강진호 의 목이 함께였으면 좋겠군.”
“좋은 선물을 준비하겠습니다.”
나카타 유지가 물러나자 수령은 생각에 잠겼다.
불어오는 훈풍이 그의 볼을 간질
인다.
“카제이치.”
“ 예.”
흑의인이 그의 앞에 부복했다.
“저들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보나?”
“확률은 반반입니다.”
“반반이라……
“모든 전력을 동원할 수 있다면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전력 만으로 한국을 도모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나카타 유지의 능력 에 달려 있는 일입니다.”
“그의 능력은?”
“출중합니다. 하지만 그뿐입니다. 선두는 출중한 자가 서야 합니다. 겨우 그 자격을 증명했을 뿐입니다. 그는 증명할 것이 더 남았습니다.”
“그렇군.”
수령이 가만히 눈을 감았다.
생각에 잠겨 있는 그를 보다가 카제이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무엇을 고민하십니까?”
“음‘?”
“성공이든 실패든 우리는 잃을 것 이 없지 않습니까? 얻을 것입니다.”
“자네, 내 곁을 지킨 지가 얼마나 됐지?”
“오십 년쯤 됐습니다.”
“그래, 그랬지. 자네는 정말 대단 한 사람이야.”
카제이치가 고개를 숙였다.
저 과분한 칭찬을 감당할 수 없 다.
“하지만 자네는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지.”
그게 무어냐 물을 수는 없었다.
말을 해줄 것이라면 말을 해줄 것이고, 말을 하지 않아야겠다면 말 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아는 수 령은 타인의 생각에 휘둘리는 이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 이 어 졌다.
“독기.”
카제이치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다. 신니치카이의 그림자로서, 수령의 그림자로서 살아온 그다. 밖으로 내 보이지 못할 온갖 더러운 일을 다 처리해 왔다. 잔혹함으로 따지자면 일본 내의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 자신하는 그였다.
그런 그에게 독기가 부족하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얻을 걸 얻는 다? 얻는 건 당연한 거지. 중요한 건 잃는 게 무엇이냐 아니겠는가.”
“……어렵습니다.”
“카제이치.”
“예, 수령.”
“아이들을 데리고 저들을 따라가 게나.”
카제이치가 고개를 숙였다.
명령은 절대적이다. 그 한마디로 그가 해야 할 일은 결정되었다.
“가서 상황을 지켜보게나. 그리고 만약 저들이 강진호를 처리하지 못 한다면, 틈을 봐서 강진호의 목을
베어오게.”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성급하게 굴지 말게. 아직 명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혹여 저 들이 강진호의 목을 따는 데 성공하 거든……
“예.”
수령이 빙그레 웃었다.
“나카타 유지의 목을 가져오게.”
카제이치의 손이 허벅지를 움켜잡 았다.
“주화론자가 주전론자를 이끌고 전쟁을 이긴다. 그리고 그 영광을
가져간다. 그리 재미있는 일은 아니 지.”
카제이치의 몸이 떨렸다.
독기가 부족하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 았다. 그는 적에게는 가차가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수령은 아군에게 조차 더없이 비정했다.
아니, 어쩌면 저 사람에게는 아군 이라는 개념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나조차도 저분에게는 그저 써야 할 말에 불과하겠지.’
필요하면 사용하고, 필요 없다면 제거한다.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겠습니 다.”
“무운을 빌지.”
“그럼.”
카제이치가 서늘한 얼굴로 물러났 다.
그러자 수령이 가볍게 혀를 찼다.
“그1그고그고 ”
e e e.
물러 터진 것들.
세상은 지옥이다. 그리고 그 지옥 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이 지 옥의 마귀보다 더 독해져야 한다.
“ 멀었어.”
모두가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
다, 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면.
‘재미있게 굴러가는군.’
수령의 시선이 정원으로 향했다.
모든 것은 가꾸기 마련이다. 저 정원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얼마나 손이 많이 갔던가.
이제 곧 그에게 한국이라는 커다 란 정원이 주어질 것이다. 그 정원 을 어떻게 관리하는가는 온전히 그 에게 달려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