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66)
마존현세강림기-867화(865/2125)
마존현세강림기 35권 (21화)
5장 다가오다 (1)
이현수가 어이없다는 듯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말을 하는데, 그럼 당연 히 화를 내시죠.”
“••••••왜?”
“사업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겁니 다.”
이현수가 고소를 머금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한다 는 말은 집안을 거덜내겠다는 말과 유사하게 통용되고 있다.
IMF 이후 대규모 실직 사태가 터 졌을 때, 어쩔 수 없이 창업에 매달 린 사람들은 2차 피해를 입었다. 준 비가 안 되어 있던 사람들이 사업을 시작했고, 하필이면 그 시기에 경쟁 자들이 과도하게 시장으로 유입됐 다.
결과는 공멸.
사업 경험이 없던 이들이 새로이 시장에 뛰어들어 안착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덕분에 망하는 창업자들이 속출했 다.
그리고 순순히 망하면 그나마 나 을 것을, 어떻게든 살려보겠답시고 대출을 내고, 친척들의 돈까지 끌어 서 자산을 몰빵한 이들은 결국 빚만 떠안게 됐다.
그 후, 벤처 창업 열풍까지 한 번 휩쓸고 나자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사업이란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도박과 비슷한 위치까지 그 인식이 떨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회사를 때려치
우고 창업을 구상하는 수많은 이들 이 결국에는 아내의 등쌀과 잔소리 를 이기지 못하고 꿈을 포기하는 사 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인식 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회주님은 아니시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진호는 아 니다.
왜냐면 강진호는 굳이 사업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강진호의 부모님이 보기에 강진호 는 앞으로 평생 먹고살 걱정이 없는 사람이다. 그의 통장에 무지막지한
금액이 꽂혀 있다는 것을 부모님은 이미 알지 않는가.
액수가 너무 커지면서 특정 시점 이후로는 더 이상 통장을 보여주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때까 지 모인 금액만 하더라도 보통 사람 은 평생을…… 아니, 몇 백 년은 놀 고 먹고살아도 지장이 없는 금액이 었다.
그런 이가 사업을 한다?
‘불안하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사업이라는 것은 돈을 날려 먹는 일이다. 사업을 위해서는 자본금과
투자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자본 금과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을 확률 도 있다.
가만히만 있어도 평생 편히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굳이 위험을 감 수하겠다는데, 그걸 보고만 있을 가 족이 어디에 있겠는가.
당장 생활이 문제여서 사업이 아 니면 돌파가 어려운 상황도 아니고, 손가락만 빨고 있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한 다?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지.’
이현수가 고소를 머금었다.
게다가 강진호는 스케일이 큰 사 람이 아닌가.
평소에는 나름 미니멀리즘을 추구 하는 사람이지만, 뭔가 제대로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굉장히 퍼 붓는.. 미친 듯이 퍼붓는 사람이
었다. 경리부에서도 강진호 때문에 곡소리가 난 적이 벌써 몇 번이나 된다.
강진호와 알게 된 지가 얼마 되 지 않은 이현수도 이러한 점을 인지 하고 있는데, 가족이 그걸 모를 리
가 없다. 사업을 시작한다면 통장에 모여 있는 돈을 싸그리 퍼부을 것이 라고 이미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겠는가.
막아야지.
물론 가족들도 강진호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을 것이다. 이현수가 총 회의 무인들만큼 알 수는 없지만,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봐도 강진호 는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다.
하지만 사업이라는 것은 반드시 능력만으로 그 성패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시운이 맞아떨어져야 성공 하는 것이 사업이다.
“가족분들 입장에서는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못 믿으니까요.”
“ 나를?”
강진호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신뢰를 잃을 일이 몇 번 하기는 했지만, 그건 강진호가 대처를 잘못한 것이고, 능력적으로 누군가에게 불신을 준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가족입니다.”
“음‘?”
“가족이라는 건 원래 그런 겁니 다. 가족은 서로를 누구보다 신뢰하 지만, 서로를 누구보다 믿지 못하는 사이거든요.”
“모순 아닌가?”
“인간적으로는 신뢰하지만, 능력 적으로는 믿지 못하는 게 가족이라 할 수 있죠.”
“이해가 잘 안 가는데.”
“이해가 왜 안 가십니까? 회주님 도 똑같은데.”
“••••••응?”
“세아 씨 말입니다.”
“은영이?”
“예.”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세아 씨는 성인입니다. 그리고 잘나가는 연예인이죠. 회주님의 집 이 아니라 다른 집에서 그런 사람이 나왔으면 지금쯤 가장 자리를 꿰차 고 집을 이끌어가고 있었을 겁니다. 부모도 달려들어서 뒷바라지를 하느 라 정신없겠죠.”
강진호가 입을 다물었다. 그 말이 틀린 게 없었다.
사실 강진호도 알고 있다. 강은영
의 생활력은 웬만한 직장인을 가볍 게 능가한다. 그녀가 벌어들이는 수 익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의 열 배는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데뷔하는 연습생의 경 우, 투자금 회수라든가 갖가지 명목 으로 정산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게 일반적이지만, 재경을 통해 소속사 를 수배한 강은영은 그런 것도 없 다.
버는 족족 정산 비율대로 돈을 챙긴다. 굳이 강진호가 없어도 강은 영이 벌어들이는 돈만으로도 가족들 은 다들 풍족한 생활을 했을 것이
다.
그런 강은영이 집에서 어떤 취급 을 받냐면…….
“나름 잘 대접해 주고 있는데.”
“들어본 바대로라면, 맨날 집에서 노는 백조 취급받는 것 같던데요?”
“연예인이라는 게 원래 그런 직업 아닙니까? 물이 들어오면 팔이 끊어 져라 노를 젓고, 물 빠지고 나면 재 충전하고. 그렇지 않나요?”
“으음.”
“그런데 재충전하는 사람한테 그 런 식으로 대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
“사실 이건 세아 씨가 벌어들이는 돈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인이 된 이라면, 그 사람이 내 자 식이든 동생이든 자율성을 어느 정 도는 인정해야죠. 강진호 씨가 동생 을 대하는 방법은 세아 씨가 중학생 일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연이어 이어지는 바른말에 강진호 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가족이라 벌어지는 일이죠.
만약 세아 씨가 강진호 씨의 동생이 아니었다면, 강진호 씨도 세아 씨를 훨씬 더 인정하고 대우해 줬을 겁니 다. 그렇죠?”
“……그랬을 것 같군.”
“가족이란 그런 겁니다. 누구보다 믿지만, 누구보다 믿지 못하죠. 강진 호 씨가 세아 씨를 바라보는 시선과 비슷하게 다른 가족들도 강진호 씨 를 보고 있는 거죠. 나쁜 건 아닙니 다. 그 걱정과 불신이라는 것은 결 국 애정에서 출발하거든요.”
“애정?”
“네. 그런 거죠. 차 조심해라. 사
람이 집을 나서서 돌아오기까지 교 통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정말 희박 합니다. 타인과 대화할 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죠. 하지만 내 가족에 게는 그 희박한 확률조차 위험해 보 이는 법입니다. 애정이 있으니까요.”
“미묘한데.”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런 건 역시 어려워.’
말을 들으면 납득이 가고, 생각을 하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개념들 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체화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일이었다.
‘그저 중원에서 살았기 때문은 아
닌 것 같은데.’
어쩌면 강진호는 기본적으로 조금 부족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에게 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여되 어 있었다. 첫 번째 삶을 실패하고, 두 번째 삶에서조차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치른 대가는 너무도 크지만, 그 모든 것을 겪었기에 지금이라도 이 리 남들과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됐
다.
두 번째 삶까지, 강진호는 누군가 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더러운 뒷골목에서 굶어 죽어가면서까지 누 군가의 바지춤을 움켜잡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그 어떤 인간도 스스로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완벽해질 수는 있다.
내게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가진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된다. 그 리고 손을 뻗어 도움을 청하면 된 다. 대신 강진호가 가진 것을 내주
면 되는 일이다.
이제야…….
백년에 가까운 삶을 살고 나서야 강진호는 이 평범하고도 완전한 진 리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일단은 가족분들을 안심시켜야겠 죠.”
“어떻게?”
가족이 강진호를 믿지 못하는데 무슨 수로 안심을 시킨다는 말인가.
“나의 권위가 미치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의 권위를 빌리면 됩니 다.”
“응?”
강진호가 이해하기는 어려운 말이 었다.
“황 회장님이 만든 기업이라고 하 시죠.”
“••••••아!”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건 통할 것 같다.
황정후 회장이 가지는 신뢰감은 감히 강진호가 범접할 수준이 아니 다.
무인계에서라면, 그리고 실제로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에서 본다면 이미 황정후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
는 강진호이지만, 드러난 세상에서 는 감히 황정후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황정후 회장이 스타트업을 따로 만드는데, 거기에 CEO로 간다고 하시면 됩니다.”
“ 괜찮을까?”
“어렵지 않은 일이죠. 그러면 급 성장에 대한 해명도 될 것이고
이현수가 씨익 웃었다.
“총회의 자금적 측면이나 총회에 서 가져가시는 금액을 가족들에게 공개하지는 않으실 것 아닙니까?”
“굳이 숨길 필요도 없을 것 같은 데?”
웬만하면 숨기고 싶지 않았다.
무인계에 그가 몸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는 이유는, 그게 가 족에게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평 범한 사람은 이 세계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어떤 식으로든 불행이 찾아오니 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자신 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가족끼리 비밀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 않은 일 이다.
“굳이 공개하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그리 추천드리지는 않습 니다.”
“어째서?”
“평범한 세상을 사는 이에게 너무 많은 돈이 주어지면, 결국은 생활이 망가져 버리기 마련이거든요.”
강진호가 조금은 가라앉은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그럴 분들은 아니야.”
이현수가 한발 물러났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황정후 회장이 막대한 금액을
주었음에도 삶이 흔들리지 않은 분 들이시니까요.”
요 Q.«
M..•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부모라서가 아니다. 정말 그 의 부모님은 그런 것에 흔들리는 사 람들이 아니었다.
“일단 상황을 한 번 만들어보겠습 니다.”
“ 으음.”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황 회장님을 데리고 가면 되지 않을까?”
“……어디로요?”
“집으로.”
이현수가 멍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집에? 황정후를?’
“아무래도 내가 하느니 황정후 회 장이 직접 설명하면 납득이 빠를 것 같은데?”
“그, 그렇죠.”
“그럼 그렇게 해보지.”
당연히 그렇죠. 당연히 그런
‘황정후가 누구 집 개 이름도 아
니고.’
겨우 그런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 대한민국 5대그룹의 총수를 소환한 다는 말인가?
‘나는 한 번씩 이 양반이 무슨 생 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어.’
대학 교수를 불러다 가르치는 것 에 경악한 양반이 황정후는 아무렇 지도 않게 써먹는다.
머릿속의 뭔가가 잘못되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 황정후 회장이 거짓말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응‘?”
“아마도 특기일 테니까요.”
기업가 특성에 능수능란한 거짓말 스탯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강진호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