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68)
마존현세강림기-869화(867/2125)
마존현세강림기 35권 (23화)
5장 다가오다 (3)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노부오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 다.
그는 무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관서 구석에 있 는 작은 구미인 에이하나카이[榮華 會]의 말단 조직원이었다.
일반적인 야쿠자 조직의 말단이 겨우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봉급을 받는 데 반해, 무인계의 조직들은 조직원들에게 굉장한 혜택을 제공한 다.
벌어들이는 돈 자체가 야쿠자와는 규모가 다른 것이다. 그러니 말단이 라 해도 딱히 불만은 없었다. 이대 로 조금 더 올라갈 수 있다면 적어 도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며 살지는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게다가 노부오는 나름 에이하나카 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그가 조금만 더 열심히 한다면 조직
내에서 치고 올라가는 건 그리 어렵 지 않을 것이다.
오늘 저녁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 에 즐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급변하고 있 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노부오.”
“예!”
“주둥아리 닥치고 있어라.”
“……예.”
노부오는 가만히 입을 닫았다.
버스 안이 고요하기 짝이 없다. 항상 여유로워 보이던 선배들과 상
관들이 다들 얼굴을 굳힌 채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전쟁인가?’
아무래도 분위기가 그쪽으로 흐르 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 많은 인원들이 이리 한꺼번에 이동할 리 가 없다. 그리고 무기를 챙겨 오라 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전쟁이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무인계를 살아간다면 필연적으로 마 주해야 하는 것이다. 경력이 짧은 노부오도 두어 번의 전쟁을 경험했 다.
한 번은 그저 무기를 들고 대치 하는 선에서 끝났지만, 한 번은 정 말 목숨을 걸고 싸웠다. 지금 이동 하는 분위기는 분명 그때와 닮아 있 었다.
하지만 그저 전쟁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너무 많다.
전쟁이라면 누구와 싸우는지, 어 디로 이동하는지를 미리 말하지 않 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적을 확실하게 말해주는 쪽이 더 도움이 된다. 게다가 노부 오가 알기로는 지금 에이하나카이에 는 딱히 적대하고 있는 조직이 없었
다.
개인과 개인의 문제라면 이만한 인원이 함께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 다.
그렇다면 분명히 뭔가 있다는 건 데…….
“노부오!”
“예!”
“얼빠진 얼굴 하지 말고 닥치고 있어!”
“죄송합니다!”
다들 신경이 날카롭다. 앞쪽에 앉 은 간부들은 뭔가를 아는 것 같았 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유를 물을
수는 없었다. 굳어 있는 그들의 표 정이 말을 거는 것조차 막아서고 있 었으니까.
‘도착하면 알게 되겠지.’
노부오는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았 다.
이동을 시작한 지가 벌써 몇 시 간이 지났다. 하지만 버스는 브레이 크가 파열된 것처럼 과격하게 달리 고 있었다.
이윽고…….
“하차!”
승객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드라 이빙 끝에 차가 급격히 멈춰 섰다.
‘ 부두?’
앞쪽에서부터 일사불란하게 하차 가 이뤄졌다. 노부오는 그 흐름에 동참하면서도 슬쩍슬쩍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좌우로 커다란 컨테이너들이 보인다.
컨테이너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크레인, 그리고 넘실대는 바다.
전형적인 부두의 모습이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부두는 넓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다. 그리고 바다가 인접해 있어 적 당히 머리만 굴리면 시체를 처리하
기도 좋은 곳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조직들의 전쟁은 부두에서 많이 벌어졌다. 느와르 영 화가 부두를 총격전의 장소로 자주 활용하는 게 꼭 연출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그런 상 황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놈들은 다 뭐야?’
많다.
아니, 많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바글바글하다. 사람이 개미 떼처럼 모여들고 있었다.
‘어디서 이만한 사람이 모였지?’
노부오는 기겁한 시선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물론 부두에 사람이 몰릴 수도 있다. 적당한 이유가 있다면 무슨 일이든 벌어지지 못할 게 무엇이겠 는가.
노부오를 기겁하게 만든 것은 이 곳에 이만한 수의 사람이 모였다는 게 아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같이 무인이라는 점이었다.
‘도쿄 내에 있는 놈들을 다 끌어 모아도 이만한 수는 안 나올 것 같 은데?’
마치 총집회 같았다.
과거, 폭주족들이 소탕되어 그 기 세가 완전히 꺾이기 전에는, 도쿄 내의 폭주족들이 모두 모여서 집회 를 하면 천 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 다고 한다.
지금이 딱 그 꼴이었다.
무인계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진 적이 없었다. 몇 십 년 전에는 그런 적도 있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노 부오가 아는 한에는 일반 조직원들 까지 한곳에 모인 적은 없었다.
‘하나같이 기세가 살벌한데.’
그냥 끌어모은 어중이떠중이도 아 니었다. 한 명, 한 명의 무인에게서
날카로운 기세가 느껴진다. 적당히 상대해 볼 수 있겠다 싶은 만만한 이가 하나도 없었다.
그럼 여기에 모인 이들은 각 구 미에서도 골라 뽑은 정예라고 봐야 한다.
나이대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은 걸로 봐서 각 구미들을 움직이는 진 짜 실권자들은 아니겠지만, 그렇다 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들임은 틀림없었다.
“주목!”
주변을 파악하고 있을 때, 날카로 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부오는 재
빨리 자세를 바로잡았다. 이런 분위 기에서 튀는 놈은 바로 구타당한다.
구미 내의 위계는 절대적이었다.
일본의 사회 분위기는 결코 자유 롭지 않다. 타국에서 보면 상상도 하지 못할 위계와 권위를 바탕으로 돌아가는 곳이 바로 일본이다.
무인계의 사회는 일반적인 사회보 다 경직되기 마련이다. 아직 자위대 내에서도 구타와 폭행이 만연해 있 는데, 무인계는 오죽하겠는가.
말대답 한 번 하거나 어리바리를 탔다가는 그 자리에서 주먹이 날아 오는 곳이 구미였다.
앞에 선 이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조선으로 간 다.”
노부오의 눈이 커졌다.
‘한국?’
여기서 한국이 왜 나오는가.
‘어느 쪽을 말하는 거지?’
남한, 아니면 북한?
남한으로 간다면 나름의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북한으로 간 다면 이건 문제가 심각했다.
‘설마 북한은 아니겠지?’
북한이라는 곳은 미지의 곳이다. 그곳으로 가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
어질지 모른다. 윗대가리들에게 생 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런 짓은 저지르지 않겠지.
“나, 남조선입니까?”
노부오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 고 말았다.
성난 눈들이 그에게 쏟아진다. 노 부오는 바짝 얼어 부동자세를 취했 다.
“남조선이다.”
하지만 말을 하던 이는 시간을 빼앗기기 싫다는 둣 가볍게 긍정하 고 넘어갔다.
나중에 보자는 듯, 날카로운 눈빛
들이 하나둘 제자리로 돌아가자 그 제야 숨을 내쉬는 노부오였다.
‘빌어먹을 입방정.’
할 수만 있다면 주먹으로 입을 갈겨 버리고 싶었다. 말을 해서 돌 아올 것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왜 굳이 사고를 친단 말인가.
하지만 이미 배는 떠났다.
선배들의 무자비한 갈굼이 기다리 고 있을 거라는 사실이 그를 괴롭혔 지만, 그래도 북한이 아닌 남한으로 간다는 것이 위안이었다.
어차피 그에게 거부권은 없었다.
무인계에서 살아가는 이상 위에서
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일반적인 사 회에서 상사의 명령을 거부할 권한 이 있는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한 회사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다면 회사를 나와 새로운 회 사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그 와중 에 금전적인 손해나 스트레스, 그리 고 새로운 직장이 구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하겠지만, 선 택지 자체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무인계는 그렇지 않다.
한 구미에서 트러블이 생겨 쫓겨 나거나 스스로 구미를 나온다면 다 른 곳에는 들어갈 수 없다. 이 빌어
먹을 놈들은 평소에는 서로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면서, 이런 경우에는 정말 지독할 정도로 연합을 했다.
그렇기에 구미에서 버림받은 자는 일반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 리고 일반인으로 살면서 무학을 단 한 번이라도 사용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면, 그 순간 척살에 들어간다.
거꾸로 말하면, 구미에서 벗어나 는 순간 평생을 감시의 눈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말과 같았다. 그런데 어떻게 항명을 할 수 있겠는가.
‘한국으로 간다고?’
일본인이 한국에 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한국으로 관 광을 가는 일도 흔하니까. 하지만 이건 도무지 관광을 위한 행렬 같지 않았다.
각자에 손에 들린 병기들이 흉흉 하기 짝이 없는데, 무슨 놈의 관광 이란 말인가.
이건 전쟁이다.
노부오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한국으로 쳐들어간다고?’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이었다.
그리 큰 전쟁은 아니지만, 그도 몇 번의 전쟁을 겪었다. 그리고 각 지에서 벌어지는 구미들 간의 전쟁
에 대해서는 수도 없이 들었다.
하지만 국가와 국가 단위의 전쟁 이라니. 이런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 질 것이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미쳤어.’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힘으로 하는 전쟁이 아닌, 경제력과 외교로 전쟁을 치르는 시 대다. 아무리 무인계에서는 힘의 야 만성이 그래도 살아 있다고는 하나 국가 간의 전쟁이라니.
이게 가능한 건가?
노부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가를 따
질 상황이 아니다. 이미 전쟁은 벌 어지고 있으니까.
이만한 인원을 이리 끌어모았는 데, ‘농담이었습니다’ 하고 끝내 버 릴 수는 없다. 이쯤 되면 이미 기호 지세다. 되든 안 되든 들이받을 수 밖에 없다.
“공을 세운 구미에는 막대한 보상 이 돌아간다. 당연히 너희에게도 그 과실이 떨어질 것이다. 누가 공을 세우는지, 누가 가장 용맹스럽게 싸 우는지 지켜볼 것이다.”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농담이 아니라고.’
전쟁이라니.
이게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노부오는 슬쩍 옆을 돌아보았다. 그처럼 지금 이 말을 처음 들은 이 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다른 이들은 노부 오처럼 이 상황을 그리 심각하게 받 아들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
오히려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마저 있었다.
‘미친놈들아, 전쟁이라고!’
전쟁이 일어나면 사람이 죽는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보
장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당장 내 일 목이 떨어져 나갈지도 모르는 상 황인데 흥분이라니.
이 미친놈들.
하지만 기호지세였다.
그 혼자 생각이 다르다고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노부오는 도대체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와버 렸는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탑승하는군.”
앞쪽의 인원들이 거대한 여객선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노 부오가 침음을 삼켰다.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어
쩌면 목적을 말하지 않고 도착하자 마자 밀어붙여 탑승시키는 것까지가 모두 계산된 걸지도 모른다.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을 테니 까.
‘정말 할 셈인가?’
덜컥 겁이 났다.
게다가 노부오에게는 주저할 수밖 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그는….
“어?”
어쩔 줄 몰라 하던 노부오의 귀 에 익숙한 말이 들려왔다. 노부오는 고개를 돌려 말이 들려온 것을 바라
보았다.
휠체어에 타고 있는 남자와 꽤나 덩치가 큰 남자.
그리고 전형적인 일본인으로 보이 는 한 남자.
그렇게 세 남자가 서 있다.
“한국인……?”
세 남자의 시선이 동시에 노부오 에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