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69)
마존현세강림기-870화(868/2125)
마존현세강림기 35권 (24화)
5장 다가오다 (4)
“음?”
나카타 유지가 묘한 시선으로 노 부오를 바라보았다. 방금 저자의 입 에서 나온 말은 분명 한국어였다.
일본인들이 모이는 곳에서 한국어 라?
나카타 유지가 피식 웃었다.
이상할 것도 없다. 지금 그의 앞 에 있는 두 놈■도 한국인이 아니던 가.
“재일인가?”
다들 암묵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부분이지만, 야쿠자들 중에서는 재 일 한국인이 꽤나 많다. 일반 사회 에서는 차별받는 그들이다 보니 범 죄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다.
무인계는 조금 다른 방향이지만, 역시나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 다.
무인계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전 국시대로부터 내려오는 무사 가문들
이지만, 하급 무인들까지 모두 명문 으로 채울 수는 없었다.
적당히 총알받이를 해줄 인원은 언제나 필요하기 마련이었다.
출세에 목마르고, 차별받는 재일 은 그런 구미에 딱 맞는 이들이다.
물론 출신이 출신이다 보니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는 없지만, 그들 역시 거기까지 바라지는 않았다.
사회에서 행세할 수 있는 적당한 성공을 원하는 재일들의 욕구와 그 런 이들을 써먹으려 하는 무인계의 요구가 적당히 맞아떨어져 이런 상 황이 벌어진 것이다.
“유, 유지 씨!”
나카타 유지가 달려오는 이를 보 며 눈을 찌푸렸다.
“에이하나카이의 모토베입니다.”
“아.”
나카타 유지가 가만히 고개를 끄 덕였다.
‘알 게 뭐야, 그런 거.’
들어본 적 없는 놈이다. 그래도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 예의를 표하 는 것을 봐서는 꽤나 지위는 있는 놈인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저희 멍청이 놈이.”
모토베가 손을 뻗어 노부오의 뒷
머리를 움켜잡고 아래로 내리눌렀 다. 노부오도 바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도 많군.”
나카타 유지가 한숨을 쉬었다.
“제 스스로 혼잣말한 것 정도로 화를 내지는 않는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이런. 내 이미지가 대체 어떻게 퍼져 있으면 이런 일이 벌어 지는 건지.”
그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던 김 석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해라도 있던 것처럼 말하는군.
사실 정확하게 퍼진 건데 말이야.”
“그 주둥아리 다물어줬으면 좋겠 는데. 이용 가치가 떨어진 네놈을 살려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인내 심은 한계에 달해 있거든.”
“그런 말을 지껄이면서 이미지를 말하고 있는 건가? 이래서 쪽발이 새끼들이란.”
나카타 유지는 고개를 내젓고 말 았다.
잃을 것이 없는 놈만큼 상대하기 곤란한 경우가 없었다. 그가 김석일 의 저런 무례를 참아주는 이유는 아
주 간단하다. 지금 당장 김석일을 찢어 죽이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 렇다 해서 김석일이 딱히 고통스러 워하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저놈은 살아서 지옥을 보고 있다.
죽어서 가는 지옥이 지금 저놈이 겪고 있는 지옥에 비해 딱히 대단할 게 없을 것이다. 그럼 굳이 죽음이 라는 편안한 안식을 저놈에게 제공 할 필요가 없다.
아마 김석일도 같은 심정일 것이 다.
당장에라도 목숨을 끊어버리고 싶 을 정도로 고통스럽지만, 강진호에
대한 증오를 버리지 못해 살고 있는 김석일이다. 지금 이 순간도 당장 혀를 깨물고 싶다는 충동을 지독하 게 참아내는 중일 것이다.
아마 저 사람의 신경을 지속적으 로 건드리는 언행 역시 그런 마음의 발로겠지. 자신의 손으로 죽을 수는 없지만, 남의 손으로 죽는다면 받아 들여야 하니까.
‘굳이 해방시켜 줄 필요는 없겠 지.’
나카타 유지가 고소를 머금고는 고개를 돌렸다.
“별문제 아니니 그냥 가…… 아
니, 잠깐.”
나카타 유지가 홍미롭다는 듯이 노부오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 이름이 뭐지?”
“노부오입니다.”
“그래, 노부오. 노부오라고?”
나카타 유지가 모토베에게 턱짓을 했다.
“이자와 잠시 할 말이 있으니 자 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는데.”
“하, 하지만……
“부탁하지.”
모토베가 고개를 끄덕였다.
구미에 소속된 이들은 모두 그의
책임이다. 구미는 권한을 주는 만큼 강한 책임도 요구했다. 노부오를 나 카타 유지에게 넘겨서 무슨 문제라 도 발생한다면 모든 책임은 그가 져 야 한다.
하지만 나카타 유지의 부탁을 거 절할 수 있는 힘이 그에게 없다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럼.”
결국 모토베는 그 자리에서 물러 났다.
멀어져 가는 모토베를 보며 노부 오는 마른침을 삼켰다.
‘나는 왜?’
나카타 유지.
들어본 적이 있다. 아니, 수도 없 이 들어보았다. 그 유명한 나나호시 구미를 이끄는 거물이다. 그런 사람 이 노부오 같은 잔챙이를 왜 신경 쓴다는 말인가.
“그래, 노부오라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절로 기합이 들어갔다.
생각한 것보다 목소리가 두 톤은 높게 나온 느낌이다. 얼마나 몸에 힘을 주었는지, 몸이 활처럼 휘어졌 다.
“재일인가?”
“대답해 보지.”
“그, 그렇습니다.”
“흐음.”
나카타 유지가 고개를 슬쩍 돌려 김석일과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같은 민족을 만난 기분이 어떤 가? 타국에서 만나는 한민족이라니, 꽤나 감격스러울 것 같은데.”
“헛소리는 그쯤 지껄이지.”
김석일이 이를 갈 듯 말했다.
“왜? 매국노들끼리 모여서 파티라 도 하라는 건가?”
“큭큭, 같을 수는 없지. 너희는
매국노가 확실하지만, 이 녀석은 정 상참작의 여지가 있거든.”
매국노라는 말에 노부오의 머리가 새하얘졌다.
‘ 매국노라고?’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 그는 일본의 편에서 한국을 침공하는 입장이니까. 아무리 일본 의 이름을 쓰고 일본에서 살고 있다 지만, 그는 한국인이었다. 그런데 한 국을 침공한다?
“노부오.”
“예!”
자신을 불러오는 목소리에 노부오
가 기겁을 하고는 대답했다.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고민할 필요는 없는 이야기지.”
나카타 유지가 노부오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이 시대에 국가라든가 애국심이 라든가, 그런 걸 강조하는 게 더 우 습다. 그렇지 않나?”
“그렇지?”
“그, 그렇습니다.”
“그래.” 탁, 탁!
나카타 유지가 노부오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대답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말이다.
“시대가 바뀌었지. 꼰대들 중에서 는 아직도 그런 말을 지껄이는 놈들 이 있는 모양인데, 당장 내가 살기 바쁜데 애국심을 논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 같지만, 묘하게 노부오에게 강요하는 것 같 기도 했다. 그 어느 쪽이 나카타 유 지의 의도이든 노부오는 격하게 고 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눈 밖에 나고 싶지 않다.
나카타 유지는 호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바닥에 진정한 호인 같 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노부오 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 데.”
“예!”
“어떻게 생각하나?”
“••••••예?”
“일본과 한국은 그리 좋은 사이가 아니지. 일본의 입장에 서서 한국을 침공해 들어가는 걸 어떻게 생각하 냐, 이 말이야.”
나카타 유지의 말에 노부오가 눈
을 굴렸다.
뭐라 대답해야 할까?
느껴진다.
이 겉으로 드러난 온화함 뒤로 숨길 수 없는 잔인함이 있다는 게 말이다. 양의 탈을 쓴 늑대. 아니, 양의 탈을 쓴 뱀.
지금 노부오가 어떤 대답을 하느 냐에 따라서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 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노부오가 몇 번이나 입을 벌리고 닫았다. 그러고는 마침내 토해내듯 입을 열었다.
“저, 저에게 나라 따위는 없습니
다.”
“ 호오?”
“그들이 제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 았는데, 제가 왜 그들에게 충성해야 합니까. 애국심이라는 건 국가가 저 를 지켜줄 때나 의미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그렇지.”
나카타 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던 대답이다.
“많은 활약을 기대하지.”
“가, 감사합니다.”
나카타 유지가 노부오의 등을 두 어 번 두드리고는 걸음을 옮겼다.
등 뒤에 이성휘와 김석일이 남아 있 지만, 나카타 유지는 그들에게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제 저들의 활용 가치는 끝났다.
한국에 들어가면 나름 활용할 방 법이 더 있기야 하겠지만, 그건 소 소한 문제다. 중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한 것만으로도 이미 제 몫을 충분히 해주었다.
‘그럼 삶아야지.’
사냥이 끝나면 개는 삶아지는 법 이다.
하지만 지금 나카타 유지가 신경 을 쓰는 것은 따로 있었다.
‘이곳에 재일 놈들이 몇이나 있을 까?’
나름 정예를 데리고 왔으니, 어중 이떠중이들은 빠졌을 것이다. 그럼 에도 이곳에 있는 재일의 수가 꽤 될 것이다. 스스로 재일임을 숨기거 나 일본으로 귀화해 알아낼 수 없는 한국계 일본인도 분명 존재한다.
어쩌면 그들의 존재가 변수가 될 수 있었다.
‘조사해야겠어.’
나카타 유지가 혀를 내밀어 입술 을 핥았다.
사소한 변수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소한 변수 때문에 대계를 망칠 수는 없는 법이다. 나카타 유지는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며 사람들이 탑승하고 있는 여객선을 바라보았 다.
‘죽음의 배로군.’
한국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이들이 반도에 들어가는 순간, 한 국의 무인계는 지옥이 될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 다.
‘이런, 이런.’
나카타 유지가 손을 들어 얼굴을 문질렀다.
‘진정해야지. 나는 주화파라고. 지 금은 비통한 얼굴을 해야지. 하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이야.’
그래야 다른 이들의 눈에 이상하 지 않을 테니까.
‘기다려라, 모리가와 아츠시. 지금 네 복수를 해줄 테니까 말이야.’
강진호의 목을 따서.
이성휘는 천천히 걸어가는 나카타 유지의 등을 보며 주먹을 움켜쥐었 다.
자신들의 활용도가 끝났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제 한국으로 가게 되 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 봐야 인간 네비게이션에 불과하다.
적당히 총회가 어디에 있고, 강진 호가 어디쯤 머무른다는 것을 옆에 서 재잘대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
그들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큼 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들에게 절대적인 전략을 제공할 만큼 기민 하지도 않다. 결국 이제 그들의 역 할은 끝난 것이다.
이뤄냈다.
기나긴 시간 동안 굴욕을 참고 또 참아서 마침내 강진호를 몰락시
키게 된 것이다.
마침내!
“……빌어먹을.”
하지만 이성휘의 마음은 생각만큼 즐겁지 못했다. 복수를 이룰 수 있 을 것이란 기대감이나 강진호가 죽 는 꼴을 볼 수 있다는 통쾌함 따위 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은 것은 오로지 찝찝함.
떨쳐 낼 수 없는 진득한 찝찝함 만이 이성휘를 짜증 나게 하고 있었 다.
‘대체 뭐가 문제냐.’
조금 전, 노부오가 한 말이 정확
하다. 그들이 처참하게 무너질 동안 무인계도, 나라도 그를 돕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가 한국의 무인계에 부 채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인가.
비웃어주지.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걸 증명 해 주지!
그때 였다.
“저……
노부오가 그들을 보며 가만히 입 을 열었다.
홀러나오는 어색한 한국어가 거슬 린다. 하지만 그 뜻은 명확하게 전 달되 었다.
“두 분은 한국분인데 왜……?” 이성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천 가지의 논■리와 만 가지의 근 거를 가지고 있다 해도 이 순간만은 대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입술을 질끈 깨문 이성휘가 노부 오의 시선을 외면하며 배로 향했다.
이제 이 배는 한국으로 간다.
더는 돌이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