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75)
마존현세강림기-876화(874/2125)
마존현세강림기 36권 (5화)
1장 기습하다 (5)
이현수는 바짝 마른 입술을 핥았 다.
뭔가 다른 말을 할 수 있는 분위 기가 아니다. 결정을 내린 순간부터 모두가 강진호의 기세에 압도되고 있었다.
딱히 그들을 압박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저 마음이 격해지다 보니 기세 가 절로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지 금, 그 기세가 점점 고조되고 있었 다.
나름 강진호에게 익숙한 이현수는 그렇다 치고, 통역을 위해 들어와 있는 엘레나와 장다징, 그리고 이현 주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회, 회주님!”
“응‘?”
“애들 죽습니다! 그, 그만!”
그제야 다른 이들의 반응을 알아 챈 강진호가 기세를 거둬들였다. 그
러고는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었다.
“아, 미안하다. 그럴 의도는 아니 었는데.”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습니다.”
“조심하지.”
위긴스가 상황을 정리했다.
“그리 여유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으니, 이제 슬슬 방향을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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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주님께서 그쪽으로 마음을 굳 히셨다면, 저희는 전력으로 서포트 할 뿐입니다. 결정이 내려졌다면 돌
아볼 필요가 없지요.”
이건 이현수에게 하는 말이었다.
회주가 결정을 내렸으니 토 달지 말라는 말.
‘저도 그 정도는 압니다.’
순간, 불만이 치솟았지만, 이현수 는 꾹 눌러 삼켰다.
‘아니, 아니지.’
다른 이들이 그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그동안 이현수가 강진 호의 의견에 토를 다는 일이 많았다 는 뜻이다. 이건 오히려 반성해야 할 일이었다.
“회주님.”
“음‘?”
“그럼 일단은 소수로 그 배를 요 격하러 가는 겁니까?”
“그럴 생각이다.”
“인원은?”
강진호가 주위를 쭉 돌아보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나, 바토 르, 위긴스, 그리고……
“전 왜 빼십니까?”
“되겠어?”
“저 셉니다!”
방진훈이 콧김을 뿜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강진호도 씨 익 웃었다.
“방진훈까지.”
넷이라…….
“너무 적습니다.”
이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정말 그래야 하신다면, 최소한 마염들과 마교의 장로들을 데리고 가십시오. 그리고 총회에서도 적당 한 인원을 선별해서 지원하겠습니 다.”
“많다고 되는 일이 아니야.”
“거기 최소 천 명이 있습니다! 절 대 안 됩니다! 제가 말씀드렸잖습니 까. 회주님은 너무 생각이 없……
이현수가 막 소리를 지르려다 입
을 급하게 다물었다.
‘이거구나.’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 음에도 당연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그동안 위긴스가 봐왔 기에 조금 전과 같은 말을 한 것이 다.
슬쩍 위긴스를 보고 있으니…… 아니나 다를까, 위긴스가 도끼눈을 뜬 채 이현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현수가 입을 꾹 닫았다.
위긴스가 사람을 저리 노려보는 모습을 맹세코 처음이었다. 자신의 팔이 잘려 나갔음에도 허허 웃던 사
람인데, 저런 얼굴이 되려면 얼마나 화가 났다는 건가.
“죄송합니다. 제가 흥분해서.”
“응? 왜?”
강진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래서 그렇다고.’
강진호는 소위 열려 있는 사람이 었다. 그 열려 있다는 것이 일반적 으로 통용되는, 의견을 잘 받아주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다.
스스로 권위를 내세우거나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기에 말을 건넴 에 있어서 거리낌이 없다. 그러다
보면 이렇게 도를 넘는 경우가 생기 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강진호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 냐는 얼굴이지 않은가.
“크흠.”
불만 가득한 바토르의 시선, 그리 고 잡아먹을 것 같은 위긴스의 시선 을 받으며 이현수가 입을 열었다.
“말이 조금 격했던 것 같습니다.”
“뭐가?”
“……여하튼 그렇습니다.”
강진호가 뭔가 더 말을 하려고 하자, 이현수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이 일이 계속 언급되면 그에게 좋을 게 없다.
“여하튼 천 명이 넘는 무인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입니다. 인원이 더 필요합니다.”
바토르가 반대했다.
“하지만 인원이 많아지면, 아까 말했듯이 빠져나오는 것이 힘들어진 다. 그건 좋지 않은 일이지.”
“확실히 그런 면은 있습니다. 하 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수 전력을 운 용하는 건 위험도가 너무 높습니 다.”
그때, 이현주가 손을 번쩍 들었
다.
꼭 말을 하고 말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강진호가 쓴웃 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봐.”
“이해가 안 가서 그러는데, 왜 굳 이 배에 올라야 하는 건가요?”
“응?”
“적당히 배에 달라붙어서 구멍만 내버리면 되는 것 아닐까요? 그게 아니라면 폭탄으로 터뜨려 버리든 가.”
모두의 시선이 이현주에게로 향했 다.
이 여자가 헐리우드 영화를 너무 봤나?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이현수에게 로 향했다. 알아서 설명하라는 뜻이 다.
“생각을 못해서 그러는 게 아냐.”
“그럼요?”
“아무리 밤이라고 해도 그만한 배 가 가라앉으면 보는 눈이 생겨. 차 라리 육지라면 접근하는 이를 통제 할 수 있지만, 배가 이동하는 것을 무슨 수로 막아?”
“……그렇긴 하네요.”
“지나가던 배가 여객선이 침몰하 는 걸 보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어…… 신고?”
“그렇지. 신고하겠지. 그리고 신고 만 하면 다행이지. 분명 사진 찍어 서 SNS에 올릴 거고, 만약 그 사진 이 퍼지기라도 하면 난리가 날 거 야. 다른 문제는 어떻게든 할 수 있 다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여객 선이 가라앉는 일은 언론통제로 어 떻게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냐.”
“아!”
이현주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듣고 보니 이해가 간다.
다른 이들은 한국의 특수성을 고 려하지는 않았겠지만, 비슷한 이유 로 그런 방향은 생각하지 않고 있었 다.
“잠시만요. 그럼 싸우면서도 배가 가라앉지 않게 오히려 이쪽에서 조 심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어? 그렇게 되네.”
“뭔 이런 말도 안 되는……
이현주가 황당하다는 얼굴을 했지 만, 다른 이들은 대체로 태연했다. 이 정도 황당한 미션은 그동안 수도
없이 받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니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더 데리고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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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정예를 선호하시는 회주님 의 성향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꼭 들어주십시오. 저는 회주님 의 안전을 지키는 입장에서 이것만 은 절대 찬성할 수 없습니다. 그러 니 재고를!”
바토르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지가 언제부터 주인의 안전을 지 켰다고? 주인이 제 안전을 지켰지.”
똑똑히 들리는 말을 애써 무시하 는 이현수였다.
“문제가 있다.”
강진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람을 더 데리고 가려면 큰 배 가 필요하다. 그걸 수배하고 태워서 이동하면 시간이 걸려. 눈에도 띌 거고.”
“그건 제가 어떻게든 해결하겠습 니다.”
“해결이 되는 문제도 아냐. 배에 오른다는 게 그리 쉽지 않으니까. 저쪽에서 순순히 배를 대줄 것도 아 니잖아. 그럼 제 능력으로 배에 올
라야 한다. 배에 상처를 내지 않으 면서 말이야. 공성전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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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고 있는 배에 다른 배를 가져다 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 다. 그것도 눈이 뻘게져서 그걸 막 으려는 무인들이 가득 차 있는 배라 면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배를 접안시킨다고 해도 배의 크기 차이가 나니 기어올라야 할 것이고…….
‘이건 말도 안 돼.’
이현수는 인정했다. 마염들이나 마교의 장로들, 그리고 총회의 정예 들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쯤은 되어야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시죠, 로드.”
위긴스가 이현수의 말을 끊었다.
“인원은 보충하겠습니다. 하지만 같이 가지 않으면 됩니다.”
“예?”
이현수가 놀라 위긴스를 바라보았 다.
“선두를 저희가 뚫습니다. 그런
후, 다른 배에 타고 있던 인원들이 상황을 봐서 배에 오르거나 지켜보 거나를 결정하면 되겠죠.”
“아••••••
나름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강진호도 그 중재안은 마음에 든 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인원 선별은 이현수에게 맡기겠 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가는 인원 중에 슈발리에들도 데리고 가고 싶 습니다.”
“그들을?”
“예. 많이 얻어먹었으니 밥값을
할 때가 됐습니다. 그들 역시 불편 해하는 중이니, 서로에게 이득이 될 겁니다.”
“하지만 사부님, 그들은 총회의 소속이 아닌데?”
“그게 뭐가 중요한가. 의지처를 주고, 밥을 먹여주고 있는데 최소한 의 밥값은 해야지. 그래야 떠날 때 도 마음 편히 갈 것 아닌가.”
“예, 알겠습니다.”
인원의 정리가 끝나자 다음 문제 가 생겼다.
“어떻게 이동하느냐도 문제입니다 만……
“배를 수배해. 꼭 큰 배 하나가 아니어도 된다. 여러 배에 나누더라 도 올라탈 수만 있으면 돼. 지금 인 원은 선별되는 대로 동해로 이동시 킨다.”
“그럼 사부님과 회주님은 어떤 배 에‘?”
“쾌속정 하나를 준비하면 되겠군. 가능하겠나?”
“아뇨. 그건 좀 문제가 있습니다.”
“••••••웅?”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하나 있 습니다.”
위긴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현수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 표정을 보며 이현수가 씨익 웃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 십시오. 배에 오르는 것까지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주 만족하실 테니까요.”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 만, 알아서 해.”
위긴스가 강진호을 돌아보았다.
“정리가 끝난 것 같습니다, 로드.” u Q »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움직여.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이
다. 그놈들이 근해에 들어오기 전에 끝낸다. 이현수!”
“예, 회주님!”
“준비하면서 그놈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마라.”
“예! 확실하게 파악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지.”
거창한 말은 없었다.
그리고 감정을 건드리는 선언도 없었다.
마치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 가겠 다는 것처럼 담담하기 짝이 없는 말 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이들은 다
들 얼굴을 굳힌 채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이현수를 강 진호가 불렀다.
“얼마나 걸리지?”
“빠르면 한 시간, 늦어도 두 시간 안에는 준비를 모두 끝내겠습니다.”
“서둘러.”
“예!
이현수마저 밖으로 뛰쳐나가자 강 진호는 회의실에 홀로 남았다.
창가로 다가간 강진호가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강진호를 스쳐 지
나간다.
찰칵.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문 강진 호가 불을 붙였다.
‘이상한 일이군.’
일본에 대한 적개심 같은 건 없 다. 자신이 직접 겪지도 않은 역사 의 상처에 감정을 이입할 만큼 강진 호는 섬세하지 못하다.
그저 옆에 있는 나라 중 하나. 그 게 강진호가 일본에 가지고 있는 이 미지 였다.
하지만 지금 영 속이 불편하다.
한 번 이 땅을 침범한 이들이 다
시 몰려온다는 사실이 강진호의 속 을 긁고 있었다. 아니, 한 번도 아 니다. 그 이전에도 있었으니까.
“왜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 다.
미소.
진득하고 차가운, 그리고 섬뜩한. 악마의 미소였다.
“함부로 남의 땅에 쳐들어온 대가 를 치르게 해주지.”
무감정한 목소리가 천천히 홀러나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