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76)
마존현세강림기-877화(875/2125)
마존현세강림기 36권 (6화)
2장 과격하다 ⑴
“수배 완료!”
“선발 완료!”
사방에서 쏟아지는 보고에 이현수 가 매의 눈으로 보고서를 훑어보았 다.
“협조는 완료되었습니다. 다만, 주 변 해상으로 상선들을 통제하는 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최대한 막아보 겠지만, 강제성이 없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넘어 가!”
“예!”
이현수는 재빠르게 화면을 훑었 다.
‘세상이 바뀌기는 했네.’
지시를 내리면 처리 사항이 화면 으로 바로바로 보고가 된다. 시스템 을 정비하고 보고 체계를 잡았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났다.
‘이래서 새로운 부서가 필요했던 거지.’
감투를 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회가 비대해지고, 부서가 많아짐에 따라 중앙에서 그 모든 것을 관리하 고 컨트롤할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운영관리실을 새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효과가 나오고 있었다.
“선발대 차량으로 이동시킵니다. 예상 시간은 두 시간입니다.”
“두 시간 이내에 배 수배 및 배치 를 끝낼 수 있습니다.”
“좋아.”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전히 지금의 상황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강 진호는 최대한 뒤로 숨기고 싶은 게 이현수의 솔직한 심경이었다.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천에 하나, 만에 하나 강진호가 죽 기라도 한다면 총회는 물론이고, 한 국의 무인계 자체가 붕괴한다.
지금 한국의 무인계는 강진호라는 거대한 기둥이 전체를 떠받들고 있 는 형상이다.
너무 과한 생각 아니냐고?
‘천만에.’
당장 회의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바토르와 위긴스, 방진훈, 장민,
그리고 이현수.
개인적으로는 서로 얽힐 수 없는 이들이다. 그나마 이현수과 위긴스 정도는 강진호 없이도 교류쯤은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다른 이들은 절 대 불가능하다.
총회의 중심이 되는 모든 이들이 강진호라는 매개체 없이는 서로 엮 이지 않는다. 강진호가 사라진다면 바토르와 위긴스는 총회를 떠나 버 릴 것이고, 장민은 중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 한국 내에서 독자적으 로 마교를 존속시키려 할 것이다.
그럼 그동안 강진호의 카리스마
덕분에 불편함을 참아오던 총회가 폭발한다. 마교와 전면전이 일어난 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럼?
‘멸망이지.’
결코 과하게 생각한 게 아니다. 가장 온전하게 일이 잘 풀렸을 때가 이 정도다. 중간에 서로의 감정이 부딪치기라도 한다면, 정말 지옥이 열릴 것이다.
‘상상도 하기 싫네.’
그리고 강진호가 없어지는 순간, 홍왕계가 거품을 물고 한국으로 쳐 들어올 게 빤했다.
이리 봐도 멸망, 저리 봐도 멸망 이다.
과거처럼 중국과 일본에 납작 엎 드린 상황이라면 그 안에서도 나름 의 타개책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서로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아 버 린 이상 협상의 여지는 존재하지 않 는다.
그 모든 상황을 감안한다면, 강진 호는 절대 위험에 빠져서는 안 된 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 말 할 수만 있다면 회주실에 감금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바토르의 말 역시 맞았다.
강진호는 회의 가장 중요한 인물 인 동시에 회의 가장 중요한 전력이 다. 그런 전력을 활용하지 않는 것 역시 무리수다.
결국 이현수가 해야 하는 것은 명확하다.
‘서 포트.’
결국 바뀐 것은 없다. 이현수는 전력을 다해 강진호를 서포트하면 된다.
다만, 이번 경우는 다른 때처럼 강진호가 날뛸 수 있는 구석을 만들 어준다기보다는 강진호의 퇴로를 확
보하는 것에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한 다.
“추적은?”
“계속 포착하고 있습니다. 지금 공해에 있습니다. 좌표는……
“좌표는 됐어! 이미지로 띄워!”
“예!”
이현수가 지도를 보며 고민에 빠 졌다.
‘자자, 이제 어떻게 할까?’
배의 접항을 막는 것은 일도 아 니다. 해경이고 관리청이고 모조리 이쪽 편이니까. 하지만 그건 해결책 이 되지 않는다.
이미 중국에서 빠져나올 때 증명 했듯이, 무인이 배에서 오르고 내릴 때는 굳이 접항을 할 필요가 없다. 적당한 곳에서 바다로 던져 버리면 알아서 헤엄쳐 해안으로 간다.
이게 무서운 이유는 그 많은 인 원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루트가 고 정적이지 않다는 것에 있다. 적당히 해안을 돌면서 부산에 백 명, 포항 에 백 명, 울진에 백 명 같은 식으 로 뿌려 버리기만 해도 대처가 열댓 배는 어려워진다.
‘그러니 가까이 오기 전에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전의 경험에 따르면, 해안으로 10km까지 접근한다면 손실 없이 강 습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의 무인들은 마인들처럼 나약하지 않다. 최소한 그 두 배의 거리를 감 안해야 한다.
그럼 최소 20km 이상 접근하기 전에 해결을 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2이on 이상 들어오지 못 하게 가로막는다?
‘무리지.’
그럼 뱃머리를 돌려 버릴 수도 있다. 그다음에는 더 귀찮아질 것이 다. 어떻게든 이번에 끝을 봐야 한
다.
“공격도 못한다, 이거지.”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저들은 여객선을 통해 한국으로 오고 있다. 설사 제대로 신고가 벌 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도 공격 은 불가능하다. 무인은 군인이 아니 니까. 민간인을 상대로 총질만 해도 국제사회의 비난과 일본의 미칠 듯 한 반발을 부를 텐데, 어뢰?
그건 선전포고다.
까딱했다가는 한국과 일본 간의 전면전이 일어난다. 그런 지옥 같은 일이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무 인계는 숨어 있는 존재. 그들은 드 러난 세상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 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많은 이 들의 생명이 걸린 일을 독단으로 결 정할 자격도 없다.
그러니 이게 최선이다.
“그럼 다른 준비는 다 끝난 건 가?”
“예. 완벽합니다.”
“마지막 건‘?”
“지금! 지금 오고 있습니다!”
그때, 창밖에서 귀를 찢는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현수가 그 소
리를 들으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차피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화려하게 가보자고.”
“끄으으으……
“흠.”
나카타 유지는 영 마음에 안 든 다는 눈으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 들린 휴대폰은 물론 그의 것이 아니었다. 노부오의 것이 다.
“그러게 순순히 내줬으면 좋잖아?
서로 편할 텐데 말이야.”
나카타 유지가 손에 들린 노부오 의 손가락을 튕겼다. 노부오의 앞으 로 손가락이 떨어진다.
노부오는 그 광경을 표독스러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무섭군.”
저벅저벅.
나카타 유지가 흔들림 없는 걸음 으로 노부오에게 다가갔다. 그러고 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뭐가 무서운 줄 알아?”
“지금부터 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할지가 무서워.”
나카타 유지가 하얗게 웃는다.
“나는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이 거든. 왜 그런지 알아? 이유는 아주 간단해. 세상 모든 것은 이익과 손 해로 나뉘어져 있지. 그런데 분노는 이익을 만들어내지 못하거든. 화가 난 사람은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 지. 결국은 손해를 본단 말씀이야. 그리고 나는 그런 손해를 싫어해.”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누구도 나카타 유지의 목소리가 부드럽다고 생각하지는 못할 것이다. 섬뜩함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그의 목소리 에서도, 그의 웃는 표정에서도.
“그런데도 한 번씩 화가 날 때가 있단 말이지. 사람이라는 게 그렇잖 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지만, 항상 그걸 실행하지는 못하는 게 사 람이지. 나도 사람이라서 때로는 이 득이고 뭐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기 분이 내키는 대로 움직여 버리고 싶 을 때가 있어. 그리고 하필 지금이 그래, 지금이.”
노부오가 피식 웃었다.
누구도 지금의 나카타 유지의 앞 에서 평정을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
다. 하지만 노부오는 되레 웃을 수 있었다.
겁이 날 게 없으니까.
그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구타와 고문으로 박살이 나버린 육체.
아니, 그건 딱히 중요한 게 아니 었다.
지금의 노부오에게 중요한 것은 이제 그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상황 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울고불고 매달린다 해도 나카타 유지는 그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두려움을 드
러내야 한단 말인가.
끔찍하게 죽는다는 사실은 달라질 게 없는데.
“하나 묻지.”
“왜 이런 짓을 했지?”
나카타 유지가 조용히 읊조렸다. 노부오에게 묻는 것인지, 그게 아니 면 홀로 생각하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그 목소리는 작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 는단 말이야. 이게 네게 대체 무슨 이득을 안겨줄 수 있지? 아무리 생 각해도 네게는 남는 게 없는데 말이
야. 저들이 네게 좋은 자리라도 약 속했나? 아니면 막대한 거금이라도 안겨준다든가?”
나카타 유지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지. 너는 그럴 가치 가 없으니까. 그리고 저들은 우리가 쳐들어간다는 것을 몰랐으니까. 모 르는 일에 대처하기 위해 가치 없는 자에게 좋은 것을 준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그렇지?”
노부오는 아무런 대답 없이 나카 타 유지를 노려보았다.
“그래. 그럴 리가 없지, 그럴 리
가 없어. 설사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더라도 이해할 수가 없어. 왜냐면 저들이 교전의 와중에 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공 격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이니까. 혹여 이 배가 침몰하기라도 한다면, 너는 죽게 된단 거지. 그런 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저들 에게 연락을 한다?”
나카타 유지가 어이없다는 듯 웃 었다.
“이해가 안 가. 도무지 내 머리로 는 이해할 수가 없군. 난 한 번도 내가 멍청하다고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인데, 너 때문에 다시 고민을 해봤어. 혹시 내가 멍청한 건 아닐 까?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단 말 이지. 그럼 네가 멍청하다는 건 데……
손을 뻗은 나카타 유지가 노부오 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자, 말해봐.”
머리카락이 뽑혀 나가며 송골송골 핏물이 배어 나온다.
“말을 해보라고. 어렵지 않잖아? 내가 입을 틀어막고 있는 것도 아니 니까. 왜 이런 짓을 했지? 왜 이런 멍청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을 했지?
네게 떨어질 것도 없는데 말이야. 그저 적당히 명령을 듣고 움직였다 면 공을 세우고 남은 평생을 편히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왜 이 런 멍청한 짓을 했지? 그 알량한 애국심이라는 건가? 응?”
노부오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큭큭큭큭.”
두려움이 아니었다.
웃음.
참을 수 없는 웃음이 노부오의 입을 통해 새어 나온다. 참으려고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참을 수
없는, 그런 웃음이었다.
나카타 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런 상황에서 웃음이라?
허세를 부리는 것도 아니다. 이놈 은 지금 정말 웃고 있는 것이다.
“왜 그랬냐고?”
노부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갈라진 그의 입술이 다시 찢어지 며 핏물이 주르륵 홀러내린다.
“나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으면 좋겠군. 이 병신 새끼야, 나도 모르 는 걸 무슨 수로 설명하라는 거냐. 퉤!”
노부오가 침을 뱉었다.
나카타 유지는 굳이 그 침을 피 하지 않았다.
그의 볼을 타고 노부오의 피 섞 인 가래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네 멋대로 해봐. 어차피 나는 할 말이 없으니까.”
“홈.”
나카타 유지가 노부오의 머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