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78)
마존현세강림기-879화(877/2125)
마존현세강림기 36권 (8화)
2장 과격하다 (3)
타타타타타타타탁 !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소음이었 다.
내부에서 이만한 소음이 들린다 면, 외부는 얼마나 시끄러울지 짐작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평소에 이런 소리가 들린다면 항
의를 하거나 소음이 들리지 않는 곳 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자리를 옮길 수 없었다.
강진호뿐 아니라 세상 누구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비행하고 있는 헬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리는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만약 그 헬기가 망망대해 위를 날고 있다면, 그 방법도 제한 된다. 제아무리 무인이라고 한들 망 망대해에 떨어지게 된다면 도리가 없다.
특히나 특별한 섬도 없는 바다라
면 수백 킬로를 헤엄쳐야 연안에 닿 을 수 있게 된다.
어설프게 방향이라도 잘못 잡는 순간에는?
제아무리 대단한 무인이라 해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강진호는 헛웃음을 홀렸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강진호는 무인으로서 항상 죽음에 맞닿은 삶을 살아왔다. 그의 전장에 는 언제나 피와 죽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새 삶을 얻은 이후로 강진호가 가장 죽음과 맞닿아 있는 순간인지도 모
른다. 이 헬기가 바다에 떨어지기라 도 한다면 정말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게 될 테니까.
그 사실이 새삼 우스운 강진호였 다.
고개를 들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 인다.
“접근 중입니다.”
U 으 »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헬기를 준비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딱히 준비한 건 아닙니다. 필요 했으니 수배했을 뿐입니다.”
이현수가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 했다.
“빠른 기동을 필요로 할 때, 헬기 를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은 꽤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현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뭐 라 해도 정보와 기동성이죠.”
유 Q.»
M..•
강진호가 머리를 긁었다.
‘칭찬해야 할 일이기는 한데……
뭔가 미묘한 느낌이었다.
헬기 안은 생각 이상으로 넓었다. 의자를 모조리 접는다면 스무 명도 넘는 인원이 탈 수 있을 것 같은
크기다. 그러니 저 거대한 바토르도 무리 없이 실을 수 있었다.
입구를 통과하는 것에 애를 좀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탑 승에는 성공하지 않았는가.
문제라면 뭐랄까…….
“생각보다 넓군.”
“정찰 헬기지만 수송의 역할도 담 당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넓을 수밖 에 없죠. 연료를 미친 듯이 먹는 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야 익스 큐즈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강진호가 말을 하기 전에 바토르
가 먼저 선수를 쳤다.
“헬기를 탄다기에 치누크 같은 거 라도 탈 줄 알았는데…… 대체 뭐 냐, 이건! 이 알록달록한 헬기는! 전장에 나가는데 영 분위기가 맞지 않잖아!”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말씀하신 그런 헬기는 다들 육군 이나 공군 소속입니다. 군용기를 이 끌고 여객선에 접근한다는 것만으로 도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습니 다.”
“외교 문제는 무슨 외교 문제! 우 리가 미사일을 쏘겠다는 것도 아니
고!”
“군용 헬기가 여객선에 접근해서 누가 내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라도 한다면, 일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집니다.”
“이 밤에 그걸 누가 봐?”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다른 목격자 라기보다는 오히려 저들입니다.”
“ 저들?”
“예. 저쪽에 머리를 쓸 줄 아는 놈이 하나라도 있다면, 우리가 해군
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 을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할 리가 없거든요. 그럼 당연히 그에 대한 대책도 준비했을 겁니다.”
“쯧.”
바토르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럼 돌려보낼 수 있을지는 모르 지만, 군인이 민간인을 위협했다는 프레임을 뒤집어쓰게 됩니다. 저쪽 에는 좋은 일이고, 우리 쪽은 최악 이죠. 물론 돌려보내고 침략을 막아 낸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민간에 부담을 떠넘기고 우 리만 살아남는다는 것도 조금 그런
일이라……
“굉장히 여유가 있는 모양이군. 그런 사정까지 고려할 정도라니 말 이야. 당장 저놈들이 한국에 상륙하 게 되면 사람이 얼마나 죽어 나갈지 도 모르는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쓰 고 고려해야 하는 건가?”
바토르의 말이 옳다.
막을 수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 라도 막아야 한다. 이건 그만큼 위 험한 일이니까.
“사실은 해군 쪽에서는 협조를 해 주지 않았습니다.”
“방금 말한 그런 이유 때문이지 요. 안 될 거라 생각은 했는데, 그 래도 한 번 요청은 해봤습니다 만…… 결과는 역시나.”
“웃기는 일이로군.”
바토르가 툴툴댔다.
그의 입장에서는 우습기도 할 것 이다. 어차피 저 안에 누가 타고 있 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군의 고 위 장성들도 저들이 접근하고 있다 는 것을 알고 있고, 심지어는 일본 에서도 저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 실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모두가 눈 가리고 아웅
해야 한다.
동수의 특수부대보다 몇 배는 위 험한 전력이 이동하고 있는데, 그들 을 선량한 민간인 취급하며 다뤄야 하는 것이다. 우습다면 웃습고, 어이 없다면 어이없다 해야 할 일이었다.
“얼마나 남았지?”
“이제 거의 접근 중입니다.”
“그렇군.”
헬기 안은 딱히 긴장감이 느껴지 지 않았다. 사실 긴장감이라는 것은 분위기도 중요한 법인데, 이 소란스 러운 와중에 무슨 긴장감이 있겠는 가.
“로드.”
그때, 위긴스가 슬그머니 강진호 에게로 다가왔다.
“음?”
“저들을 어쩌실 셈이십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위긴스가 조금 미묘한 미소를 지 었다.
“아무리 저들이 쳐들어오는 침략 군이라고 한들, 그 수가 만만치 않 습니다. 저만한 수를 모두 죽일 생 각이십니까?”
물론 위긴스는 강진호가 저들을 모두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건 의지의 문제라기보다 는 능력의 문제였다.
하지만 방향의 확인은 필요했다.
강진호가 무엇을 노리고 움직이는 가를 알아야 위긴스도 그에 맞출 수 있을 테니까.
‘적당히 밀어내는 수준일 테지만.’ 그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강진호의 대답은 위긴스의 예상을 조금 벗어났다.
“그러면 안 되나?”
“••••••로드?”
위긴스가 이렇게 강진호의 말에 되물음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닐까?
그만큼이나 지금 위긴스는 당황하 고 있었다.
“위긴스.”
“예, 로드.”
“뭔가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 우 리는 지금 침략을 당하고 있는 와중 이야.”
강진호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 했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침략 당하는 이들이 침략하는 이들의 사 정을 봐준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 어.”
“물론 그렇습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든 내 입장은 항상 동일했지.”
위긴스가 가만히 강진호의 말을 경청했다. 별것 아닌 대화일지 모르 지만, 이 말 한마디가 앞으로 총회 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봐도 딱히 틀 린 말은 아니었다.
“달아나는 이들을 쫓을 생각은 없 어. 하지만 덤벼드는 이를 살려둘 생각도 없지.”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위긴스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다 죽인다는 말이로군.’
입장이야 그게 아니라지만, 저 망
망대해 위에서 달아날 수 있을 리가 없다. 바닥에 드러누워 배를 보이고 빌지 않는 이상은 다 잡아 죽여 버 리겠다는 말과 그리 다르게 들리지 않았다. 그게 강진호의 진짜 의도이 든 아니든 말이다.
“접근 중입니다.”
이현수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현수.”
“예.”
강진호가 턱짓으로 조종석을 가리 켰다.
“알아서 해둬.”
“우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확실히 하겠습니다.”
총회 내에 헬기 조종을 할 수 있 는 이가 있을 리 없으니, 지금 조종 석에 앉아 있는 이들은 해경 소속이 다. 그들에게서 쓸데없는 말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였다.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착하면 어떻게 내려야 하지?”
“당연히 문으로 내리시면 됩니 다.”
착륙을 하는 건 아닐 테고?
“우선 이걸 받아주십시오.”
이현수가 옆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가져왔다.
‘ 가방?’
“낙하산입니다.”
낙하산?
강진호가 묘한 얼굴로 이현수가 내민 가방을 바라보았다.
“헬기에서 낙하산을 쓰나?”
“예.”
“……그건 비행기에서 쓰는 거 아 니었나?”
“헬기에서도 씁니다.”
“그래?”
“예.”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이현수를 보며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겠지. 강진호보다야 이현 수가 이런 부분을 잘 알 테니까.
“낙하산을 착용하고 하강하시면 됩니다. 원래대로라면 저런 곳에 잠 입할 때 낙하산을 쓰면 조준사격에 맞기 딱 좋지만, 저쪽에는 총이 없 을 테니 괜찮……. 아니, 총이 없을 까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인마?
강진호가 황당한 얼굴을 하자 이 현수가 머리를 긁었다.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일본 야쿠자도 한 번씩 총을 쓴다고 하니 있을 것도 같아서.”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이 인간은 평소에는 철저하다가 한 번씩 이상한 짓을 하는 경향이 있다.
“됐어.”
“ 예?”
강진호가 이현수가 내민 낙하산을 다시 밀었다.
“거추장스러워.”
“하, 하지만 많이 높습니다. 어설 프게 접근할 수도 없는 일이라.”
“괜찮아.”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작은 헬기의 창으로 멀리 여객선 이 보이고 있었다.
“저거로군.”
“예.”
“그럼 됐어.”
덜컥.
강진호가 헬기의 문을 잡았다. 그 러고는 가볍게 웃었다.
“가까이만 대주면 돼. 그럼 우리 가 알아서 하지.”
그 미소가 너무도 멋져 보인다.
이럴 때 강진호보다 믿음직한 사 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현수는 새삼 자기가 누구를 모시고 있는지
를 실감했…….
덜컥, 덜컥, 덜컥.
묘한 정적이 흘렀다.
“이거, 어떻게 여는 거지?”
“……제가 열어드리겠습니다.” 멋지긴 개뿔이.
이현수가 헬기 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거친 바람이 헬기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 다.
이현수의 눈에 여객선이 가까워지 는 것이 보였다.
‘지금쯤이면 저쪽에서도 눈치를 챘겠지.’
어떤 기분일까?
이쪽에서도 꽤나 영화 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 을 해보면 저 여객선에서 바라보는 상황이 훨씬 더 극적이지 않을까?
‘좋은 게 아니지.’
극적이라는 말은 무모하다는 뜻도 된다. 될 수 있으면 이런 무모한 짓 은 하고 싶지 않다.
마지막까지 말리지 못한 이유는 강진호가 말한 ‘저놈들이 다시 한국 땅을 밟는 게 짜증 난다’에 이현수
도 동조해 버렸기 때문이다.
“간다.”
“버, 벌써?”
헬기의 속도는 생각 이상으로 빨 랐다. 망망대해를 비행하고 있어서 실감하지 못했는데, 속도를 체감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되는 배가 나타나 자 순식간에 배에 접근하고 있었다.
“이현수.”
“예, 회주님.”
“나머지는 맡긴다.”
“예!”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진호 가 헬기 밖으로 몸을 날렸다.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밖으로 뛰어 내리는 강진호를 보며 이현수가 이 를 질끈 깨물었다.
뭔가 비장하고, 그리고…….
“야! 비켜봐!”
“예?”
“끄으응, 입구! 빌어먹을 입구! 끄으으응!”
바토르가 낑낑거리며 좁은 입구로 몸을 욱여넣고 있었다. 남들은 서서 통과하는 입구를 옆으로 누워 반쯤 기어 빠져나간다. 겨우겨우 거대한 대흉근이 문을 통과하자 바토르의 몸이 그대로 헬기 밑으로 떨어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
그 비명을 들으며 이현수가 한숨 을 쉬었다.
‘내 비장미 돌려내라.’
이 망할 양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