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81)
마존현세강림기-882화(880/2125)
마존현세강림기 36권 (11화)
3장 섬멸하다 ⑴
‘정말 미친놈인가?’
나카타 유지는 딜레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강진호는 절대 멍청하거나 생각이 없는 놈■이 아니다. 그런 놈이 총회 를 일통하고 홍왕의 손에서 빠져나 올 수 있을 리가 없다. 다른 이가
아니라 바로 그가 만든 함정에서도 유유히 살아나온 이가 바로 강진호 가 아닌가.
하지만 지금 그의 앞에 있는 강 진호는 뭔가.
행적과 업적, 그리고 정보를 통해 그가 만든 강진호의 이미지와 지금 눈앞에 있는 강진호는 전혀 다른 존 재였다.
제 눈으로 직접 보고 겪은 강진 호는 멍청하고 무모하고, 대책이 없 는 놈이다.
협박?
누가 누구를?
저놈이 자신들을?
“하……
나카타 유지의 입에서 탄성이 새 어 나왔다. 이쯤 되면 웃음도 나오 지 않는다.
미칠 리가 없는 놈들이 미쳐 있 다.
그것도 단체로.
강진호 하나만 이런 짓을 저지른 다면 어떻게 이해해 볼 수 있다. 무 인에게는 언제나 주화입마의 위험이 있으니까. 더 위로 올라가려다가 미 쳐 버리는 무인은 종종 나오기 마련 이니까.
하지만 저놈들 넷이 단체로 주화 입마에 걸리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다들 뭘 잘못 처먹기라도 했나?’ 어이없는 의심이지만, 지금 이 순 간만큼은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이 되 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나카타 유지가 억지로 입을 열었 다.
“살아남고 싶으면 바다로 뛰어들 어라?”
강진호는 딱히 대답을 하지 않았 다.
혹시 자신의 한국어 실력이 좋지 않아서 잘못 알아들은 게 아닌가 싶 던 나카타 유지가 의문 가득한 눈으 로 이성휘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이성휘가 굳은 얼굴로 이 죽였다.
“말했을 텐데.”
“상상 이상의 미친놈을 보게 될 거라고 말이야.”
“허……
그럼 나카타 유지가 들은 말이 맞다는 뜻이다.
나카타 유지는 더 이상 강진호를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화는 사 람과 사람 간에 벌어지는 것이다.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을 세상은 광인 이라 부른다.
광인, 즉 미친놈과 대화를 시도하 는 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나카타 유지가 쓴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굳 이 네 생각을 알 필요는 없겠지. 강 진호, 너는 오늘 여기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강진호가 나카타 유지의 말을 끊 었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내가 알 바 아냐. 굳이 설명하고 싶은 생 각도 없어. 네가 해야 할 건 간단 해. 내 말을 모두에게 전하면 된다.”
“나는 나를 적대하는 이들을 살려 두지 않아. 하지만 이건 조금 애매 한 면이 있더군. 너희가 한국을 노 리고 온다면, 이건 나에 대한 적대 인가, 아닌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애매한 면이 있어서 기회를 주기 로 했다. 그러니 그대로 전해.”
이제는 짜증이 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놈이……
강진호는 동아시아 무인계의 신화 다.
그건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이었다. 동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나름의 세력 을 가지고 세계를 보는 이들이라면 강진호라는 이름 석 자를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무인계의 절대 강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 고하게 구축한 이, 모두가 불가능할 거라 생각한 일을 너무도 간단하게 이뤄낸 이.
그리고 심지어 그 홍왕과 전투를 벌이고도 멀쩡하게 살아 돌아온 이.
무인계에서 홍왕이 가지고 있는 위상이 거대한 만큼 그 반대급부로 강진호의 위상도 기하급수적으로 올 라갔다. 거기에 홍왕계와 총회가 비 공식적으로 협정을 맺었다는 소문은 화룡점 정 이나 마찬가지 였다.
이제는 그 누구도 강진호를 무시 하지 못한다.
과거 강진호를 한낱 불모지를 먹 어 삼킨 운 좋은 놈쯤이라 취급하던 이들도 이제는 감히 자신의 이름을 강진호의 앞에 들이밀지 못했다.
그런 이였다.
강진호는 바로 그런 이였다.
그런데 그런 이가 왜 이리 미친 짓을 벌인단 말인가.
‘아니지.’
거꾸로 비밀이 풀린 느낌이다.
일반적인 무인이 저런 업적을 이 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저 강하 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강진 호가 이루어낸 업적에는 그가 제정 신이 아닌 짓거리를 수도 없이 벌인 영향도 있을 것이다.
제정신이 아닌 짓이 좋게 풀렸을 때, 사람들은 그걸 파격이라 부른다.
파격적이라는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한없이 좋게 풀렸을 때는 급 진적인 발전을 이뤄내지만, 그게 제 대로 풀리지 않았을 경우에는 체제 를 붕괴시킨다.
지금까지는 전자였고, 지금이 후 자인 것뿐이다.
강진호에 대한 분석을 끝낸 나카 타 유지가 뒤로 고개를 돌렸다.
“다들 알지 모르겠지만…… 시키는 대로 해주지.
그게 네 마지막에 바치는 꽃이 될 테니까.
“이분께서는 한국 무도 총회의 회
주이신 강진호 씨다.”
모두의 눈이 커졌다.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주시하던 이들도 다들 입을 쩌억 벌린다.
강진호.
이 배에 탄 이후로 귀에 못이 박 히도록 들은 이름이다. 이 원정의 목적은 한국을 완전히 정복하는 게 아니다. 총회를 무너뜨리고 강진호 를 죽이는 것이다.
한국을 장악하는 데는 더 많은 인원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목표가 지금 바로 그 들 앞에 있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미친놈 아냐?”
“할 말이 없네.”
기쁨보다는 황당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나카타 유지 의 말이 결정타였다.
“그리고 이분께서는 자비롭게도 너희가 바다에 뛰어들면 죽이지 않 는다고 하신다. 다들 감사드리도록.”
웃음이 터져 나온다.
다들 어이없다는 얼굴로 강진호를 보고 있었다.
“진짜 미친놈인가?”
“한국 놈들은 머리에 총알 하나씩
은 박아놓고 사는 모양인데?”
웃음이 터지며 장내가 소란스러워 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을 통 제하려 들지 않았다.
이 상황 자체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들이 보 기에 앞으로 벌어질 일은 하나였다.
강진호가 죽거나, 도망쳐 바다로 뛰어들거나.
그 어느 쪽이든 그들의 입장에서 는 나쁘지 않은 결과다. 이왕이면 배 위에서 죽이는 쪽이 훨씬 낫기는 하지만.
나카타 유지가 고개를 돌렸다.
“분부하신 대로 전했습니다, 회주 님.”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네가 책임자인가?”
“미천하지만 그 역할을 맡고 있습 니다.”
“하나만 묻지.”
“예‘?”
“여기에 노부오라는 자가 있나?”
나카타 유지가 얼굴을 일그러뜨렸 다. 이 상황에서 그 이름을 찾다니.
과도한 로맨티스트라고 해야 할 까?
“잘 모셔두었습니다. 목숨은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회주님께서 그분 을 만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어디에 있지?”
나카타 유지가 웃고 말았다.
이제는 그도 도무지 진지함을 유 지할 수 없다.
“그걸 알아서……
“하, 그 새끼. 참 말 많네.”
방진훈이 끼어들었다.
“야, 이 새끼야! 쪽발이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회주님이 물어보시 면 닥치고 대답이나 하면 돼, 이 병 신 새끼야.”
강진호만 미친 게 아니라는 것을
방진훈이 증명하고 있었다. 더 이상 말을 섞기도 싫어진 나카타 유지가 뒤쪽을 가리켰다.
“지하 1층 선실에 감금해 뒀으니, 보고 싶으면 쟤들을 뚫고 직접 가보 시죠.”
“그런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시작하면 되겠군.”
“어차피 결과가 빤한 걸 뭘 그리 말이 많은가.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바토르가 투덜댔다. 위긴스도 동 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
다.
“이 양반들, 가만 보면 진짜 과격 하다니까. 아니, 과격해진 건가?”
방진훈이 투덜대면서도 강진호의 옆에 와서 섰다.
‘정말 할 생각인가, 이 미친놈들?’
넷이서?
이곳에 있는 무인만 천 명이 넘 는데?
“차라리 항복하면 편히 죽여 줄……
그 순간, 나카타 유지는 자신을 잡아채는 힘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반격을 하려다가 살기가 없다는 것
을 느끼고는 힘을 뺐다.
이성휘가 그를 낚아채고는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뭐, 뭐 하는 거냐?”
이성휘가 으르렁대듯 말했다.
“너는 여기서 죽어서는 안 돼.”
“죽어?”
이게 무슨 개소린가.
“상황을 제대로 그 두 눈으로 똑 똑히 봐. 그리고 제대로 지휘해. 모 조리 다 몰살당하고 싶지 않으면.”
몰살?
몰살이라고 한 건가, 지금?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 소리를
퍼붓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성휘의 목소리가 너무 진지하 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두려움이 어 려 있었다.
두려워한다? 이성휘가?
나카타 유지는 이성휘를 우습게 보는 편이지만, 한 가지만은 인정하 고 있었다. 이놈은 겁대가리라는 것 을 어디다 팔아먹은 놈이다.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나카타 유 지의 앞에서 실실 쪼개고 비꼬는 걸 멈추지 않는 이가 바로 이성휘가 아 닌가. 그런데 그런 이성휘가?
나카타 유지의 눈이 강진호에게 고정됐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그 순간, 강진호가 옆으로 손을 뻗었다.
우우우웅.
공간이 물결치듯 일그러지더니, 그 공간 안에서 기다란 장검 두 개 가 뽑혀 나왔다.
진짜 싸울 생각이다.
우드득.
고개를 좌우로 한 번 꺾은 강진 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앞으로 걸
어 나갔다. 그리고 그 뒤로 세 사람 이 따라붙었다.
격전을 치르러 가는 이들이 아니 었다.
마치 산책이라도 가는 것처럼 가 벼운 발걸음이었다.
“오는데?”
“……진짜 미치겠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받아들 이지 못하고 있는 건 나카타 유지뿐 만이 아니었다. 갑판 위에 올라온 대부분의 무인들이 다들 어이없다는 눈으로 강진호를 보고 있었다.
죽고 싶으면 바다로 뛰어들면 된
다. 그게 아니면 저 칼로 제 배를 찌르면 된다. 굳이 이런 창의적이고 남다른 방식으로 자살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선두에서 강진호를 맞이한 자가 살짝 뒤로 물러났다.
이곳에 있는 이들이라면 강진호를 피 떡으로 만드는 건 순식간이겠지 만, 홀로 강진호를 상대하는 것은 조금 부담된다.
“일단 저 새끼 같이 조지……
그 순간이었다.
‘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공격을 받은 것도 아니고, 기세에 눌린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갑 자기 입이 움직이지 않는단 말인가.
그의 눈이 뒤룩 돌았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굳이 달라진 걸 찾자면 강진호가 들고 있는 긴 장검의 끝에 살짝 붉 게 물들어 있다는 것 정도다.
그래.
피처럼 붉게.
‘피?’
왜 갑자기 저 검이 붉게 물들었 을까?
그게 그가 떠올린 마지막 생각이 었다.
파아아아아앗!
물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격한 소리와 함께 수십 개의 목이 동시에 허공으로 치솟는다.
그리고 그 뒤를 피의 분수가 뒤 따랐다.
잘려 나간 목에서 뿜어진 피의 분수가 순식간에 허공을 수놓았다.
촤아아아아아!
피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고요 한 갑판 위를 물들였다.
침묵.
낮은 침묵이 갑판을 채운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고, 그 누구 도 움직이지 못했다.
“알아들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말하지.”
강진호가 검을 늘어뜨리며 말했 다.
“배 안에 있는 놈은 다 죽는다.”
“지금부터 말이야.”
뿜어진 피를 뒤집어쓴 강진호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이들은 하나같 이 직감했다.
지금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달이 천천히 구름 뒤로 그 모습 을 감췄다. 지금부터 벌어질 끔직한 살육을 보지 않겠다는 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