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83)
마존현세강림기-884화(882/2125)
마존현세강림기 36권 (13화)
3장 섬멸하다 (3)
“악취미라니까.”
바토르는 강진호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저 이상한 취미는 도무지 고쳐지 지도 않는다.
강진호쯤 되는 무인이라면 떨어지 고 뿜어지는 피를 몸으로 맞을 필요
가 없다. 굳이 몸을 날려 피하지 않 더라도 기운을 뿜어내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튕겨낼 수 있다.
하지만 강진호는 결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자신 을 향해 뿜어지는 피를 흠뻑 뒤집어 쓴다.
‘이래서 마인 출신이란…… 강진호가 왜 저러는지 바토르는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극마에 경지에 올라 마공 의 폭력성에서 벗어났다고는 하나 본능적으로 피를 갈구하는 면은 사
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일부러 저런 모습이 되어 적 들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전자는 모르겠지만 만약 강진호가 후자를 의도한 것이라면, 그 의도는 너무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었다.
“흐아아아아아악!”
“어…… 어으으으……
물러난다.
한국을 침공하기 위해서 일본이 고르고 골라 모은 정예들이 다들 귀 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로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장관이로군.’
이 갑판 위에 적어도 몇 백 명은 있다.
갑판이 좁아 올라오지 못한 이들 을 빼더라도 몇 백이라는 수는 훌쩍 넘을 만큼의 인원이 이곳에 있다. 그리고 그 몇 백이 지금 뒤로 물러 나고 있었다.
단 한 사람이 두려워서 말이다.
바토르는 그 광경을 보며 히죽 웃었다.
‘여하튼 도발 하나는 끝내주게 한 다니까.’
그 광경에 영향을 받는 건 일본 놈들뿐만이 아니었다. 일본 놈들이 강진호의 신위에 기겁을 하여 이성 을 잃고 있는 만큼이나 바토르 역시 자극을 받고 있었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지금 강진호가 보여주는 모습은 무학을 익힌 자라면 누구라도 한 번 은 꿈꾸는 모습이다. 압도적인 신위 를 갖춘 절대의 무인이 수의 차이를 극복하고 오히려 대군을 몰아붙이는 것.
무학을 익힌 자가 단 한 번이라 도 저런 모습을 그려보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누구라도 한 번은 저런 생각을 해볼 수밖에 없다.
그 상상으로만 이루어지던 광경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데, 어찌 흥분하 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 여하튼.’
무지막지한 자다.
바토르 역시 절대의 무인이다. 천 하를 다 뒤져 봐도 바토르만 한 무 인은 그리 쉽게 찾아낼 수 없다. 하 지만 지금 강진호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그저 강하다고 해서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과감함.
잔인함.
그리고 매정함.
그 모든 것들이 갖춰져야 한다.
모든 무인이 꿈꾸는 이상. 그게 지금 바토르의 눈앞에 있었다.
“ 휘유.”
옆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바토르가 고개를 돌렸다. 위긴스가 고개를 내젓고 있었다.
“무시무시합니다.”
“……그렇지.”
“이건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군 요. 평소의 로드와 전투를 할 떄의 로드는 너무도 다릅니다.”
‘멍청한 놈.’
바토르가 입꼬리를 말았다.
평소의 강진호?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그들에게 구박을 받는 강진호와 지금의 강진호는 조금도 다르지 않 다. 그들이 평소에 보는 강진호가 만만한 이유는 강진호가 자신의 내 부에 가득 차 있는 흉포성을 필사적 으로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전투가 할 때가 되면 스 위치를 눌러서 인격을 전환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평소의 강진호는 생활과 발전을
위해 가장 옳다고 생각되는 모습을 보일 뿐이고, 전투에 들어가면 가장 효율적일 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 뿐이다.
그 모든 것이 강진호다.
전투를 통해 처음 강진호를 접한 바토르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 다. 강진호의 흉포성과 잔인함은 차 라리 그의 본질에 가까웠다.
그에게는 오히려 평소 맹한 강진 호의 모습이 오히려 몇 배는 더 어 색하다. 하지만 전투를 통하지 않고 강진호를 접한 위긴스는 전투를 하 지 않을 때의 강진호가 좀 더 자연
스러운 강진호라 생각하는 모양이 다.
웃기는 소리.
위긴스는 모른다.
마인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적 천마존이 어떤 존재였는지.
천시적종(天始赤終).
마공은 천마에게서 시작하여 적마 에게서 끝났다. 극마에 오른 마인이 란 그 자체가 멸망의 상징과도 같 다.
적마가 그저 강하기만 했다면 이 런 말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당 시의 강호를 호령하던 모든 고수들
이 연합하여 강진호를 죽이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 그들이 보는 모습이 바로 강진호의 본모습이다.
그래서 두렵냐고?
천만에!
“피가 끓는군.”
바토르의 전신에 뼛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진호가 날뛰는 모습을 보 고 있으려니, 그도 한시라도 빨리 몸을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역시 증명해야 한다.
그가 강진호의 옆에 설 자격이 있음을, 저 무지막지하고 위대하기
짝이 없는 무인을 주인으로 모실 자 격이 있음을 말이다.
그 증명의 대상이 되는 이들에게 는 한없이 가혹한 일이었지만.
“이러다 다 빼앗기겠군. 나는 가 겠다.”
“저 역시 놀고 있을 수는 없습니 다. 밥값을 하지 못하면 저 같은 외 국인 노동자는 쫓겨나기 마련이죠.”
“흥!”
바토르가 전신의 근육을 부풀렸 다.
“흐으으…
배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치
밀어 오른다.
‘괜찮겠지.’
다른 곳이었다면 자제해야 할 일 이다. 아직 그의 마공은 완벽하지 않으니까. 아직은 일정 이상 마공을 끌어 올렸을 때, 함께 치밀어 오르 는 살의와 폭력성을 자제할 수가 없 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괜찮다.
여기에 그가 지켜야 할 아군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이곳에 있는 이 는 모두가 죽여야 할 적이고, 이성 을 잃은 바토르에게서도 제 한 몸은 보호할 수 있는 동료다.
이보다 더 좋은 시험대가 있을 리 없다.
바토르의 전신이 시커먼 마기로 물든다. 그와 동시에 그의 강철 같 은 육체가 시뻘겋게 물들기 시작했 다.
“이런, 이런.”
위긴스가 재빨리 바토르의 곁에서 멀리 떨어졌다.
“이건 뭔?”
아니, 떨어지려다 다시 앞으로 뛰 어가서 방진훈을 잡아당긴다.
“물러납시다. 당장.”
“아!”
방진훈은 눈치가 조금 없는 편이 지만, 머리가 나쁘지는 않았다. 금세 위긴스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듣 고는 위긴스와 함께 뒤쪽으로 쭉 물 러난다.
“아아아아아아아!”
전신에 마기를 두른 붉은 거인이 앞으로 달려든다.
쿵! 쿵! 쿵!
한 발,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강 철로 만들어진 갑판이 움푹움푹 꺼 지고 있었다.
뒤쪽에서 보기에도 소름이 돋는 광경이다. 그러면 앞에서 돌진하는
거인을 보는 이들의 심정은 어떻겠 는가.
“히, 히익!”
“저건 뭐야! 뭐냐고오오오!”
배가 순식간에 절망으로 물들고 있었다.
바토르가 고함을 내지른다. 그 천 둥 같은 고함 소리는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짐승의 영역에 접어들어 있 었다. 괴물이 울부짖는 듯한 고함 소리는 적의 사기를 갈기갈기 찢어 놓기에 충분했다.
물론 갈기갈기 찢겨 나간 것은 사기만은 아니다.
콰아아아앙!
사람의 주먹이 사람의 몸을 때렸 는데, 난데없는 폭음이 터진다.
동시에 폭죽도 함께 터졌다.
바토르의 주먹에 실린 힘은 연약 한 인간의 육체로 감당하기에는 너 무도 강대했다. 감당하지 못할 것을 육체로 받아버린 이의 마지막은 너 무도 처참했다.
몸이 마치 폭죽처럼 터져 나간다.
살을 뚫고 튕겨 나간 뼛조각들이 산탄처럼 뒤를 덮쳤다.
“아아아악!”
“아악!”
난데없이 몸이 뭔가에 꿰뚫리는 충격을 받은 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들은 쓰러지는 순간까지 무슨 일이 벌어 지는지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게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다.
자신의 몸을 꿰뚫은 것이 동료의 몸에서 부서져 튕겨 나온 뼛조각이 라는 것을 아는 게 좋을 리가 없으 니까.
콰드득!
손에 잡히는 것은 모조리 찢겨 나간다. 주먹에 맞은 것은 모조리
터져 나간다.
마치 붉은 소용돌이 같았다.
바토르의 영역에 안에 들어간 것 들은 모조리 제 형체를 유지하지 못 하고 찢기고 터졌다. 피 보라가 하 늘 끝까지 솟구친다.
“……이거, 너무 고어하지 않아?”
방진훈은 보기만 해도 속이 좋지 않다는 듯 인상을 썼다. 그도 산전 수전은 물론이고, 공중전까지 겪은 이이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광경은 도무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 다.
“맹수 두 마리가 날뛰는 것 같군
요.”
“그렇게 어려운 영어는 못 알아들 어.”
“……실례했습니다.”
위긴스는 방진훈과의 대화를 포기 했다. 그러고는 아공간에서 검을 뽑 아 들었다.
“ 합류?”
“뒤에서 놀고 있으면 나중에 로드 께서 구박하시겠지요. 밥값은 해야 한다가 지론인지라.”
“……저기에?”
방진훈이 조금 질린 얼굴로 앞을 가리켰다.
아비규환이다.
강진호가 포문을 열고 바토르가 방점을 찍었다. 어떻게 상대할 엄두 도 안 나는 두 괴물이 날뛰기 시작 하자, 일본의 무사들이 기겁을 하려 달아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좁은 배 어디에 달아 날 곳이 있단 말인가.
전열의 앞에 선 이들은 어떻게든 뒤로 물러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그 밀려 들어오는 압력에 짓눌린 이 들이 앞쪽을 걷어차고 소리를 질러 댄다.
엉켜 붙는다.
절규한다.
강진호가 검을 휘두른 지 불과 1 분도 되지 않았을 텐데, 배 위는 아 비규환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저기에 합류한다고?
‘이놈도 괴물이었지.’
히죽이며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위긴스도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는 다.
무슨 배짱으로 이곳에 같이 왔을 까?
이 미친놈들에 비하면 그나마 방 진훈은 정상이었다. 아니, 정상이라 기 보다는 평범한 무인이었다. 이
광기에 동참할 정신력이 없다.
하지만 방진훈은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다. 그는 총회의 대표다. 중국의 마공을 이은 강진호와 몽골인인 바토르, 그리고 영국인인 위긴스에게 최전방을 맡기 고 구경을 한다?
그건 총회의 중심에서 한국인들이 완벽하게 밀려난다는 뜻이었다. 그 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나…….
“쪽발이 새끼들을 상대하는데, 내 가 빠질 수는 없지!”
다른 놈들이라면 몰라도 일본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한국인이 빠질 수는 없다. 타국의 전사들에게 안전 을 맡기고 뒷짐지고 구경을 한다?
그건 더할 수 없는 치욕이었다.
“나도 간다!”
방진훈이 앞으로 달려든다.
“어, 그……
그 광경을 보며 위긴스가 손을 뻗었다.
‘위험할 텐데?’
방진훈은 아직 저 광기 속에서 자신의 이성을 유지할 만한 실력이 안 된다.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방진훈의 심정을 알고 있기에 위긴
스는 굳이 그를 말리지 않았다.
그리고 말려도 듣지 않을 것이다.
보라.
지금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 경보다 무인을 흥분시키는 일이 어 디에 있단 말인가. 무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라면 저 지옥에 동참하지 않 을 수 없을 것이다.
‘나도 가볼까?’
위긴스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 는다.
새로 장착한 의수가 끼긱, 소리를 내고 있었다. 오늘은 이 의수를 시 험하는 날이다.
위긴스는 오랜만에 자신의 이성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강진호가 만 들어낸 광기의 광풍에 자신을 동참 시켰다. 두 눈을 번들거리며 위긴스 가 앞으로 달려 나간다.
콰아아아아앙!
폭음과 비명, 그리고 살을 베어내 는 소리.
지켜보는 이 없는 망망대해의 위 에서 죽음의 연회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