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84)
마존현세강림기-885화(883/2125)
마존현세강림기 36권 (14화)
3장 섬멸하다 (4)
“뭐가 이렇게 느려 터졌어!”
“쾌속선이라잖아, 인마.”
“쾌속은 얼어 뒈질 놈의 쾌속!”
“진정 좀 해라. 여하튼……
뒤쪽에서 중얼거리는 말은 이명환 의 귀에 영 들리지 않았다.
‘빌어먹을, 어디까지 온 거야?’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망망대해 뿐이다. 대낮이면 그나마 나을 텐데, 이미 밤이 되어버려서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시커먼 바다와 미묘하게 경계를 이루고 있는 검은 하늘뿐이었다.
그러니 지금 그들이 어디쯤 와 있는지도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이다.
‘출발한 지 얼마나 됐지?’ 이명환이 손톱을 물어뜯었다.
“야, 명환아. 진정 좀 해라.”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냐?”
“거, 생각이 있으니 소수로 쳐들 어가셨겠지. 그 양반들이 생각 없고,
무대포처럼 보여서 그렇지, 계산은 확실하신 분들이잖아.”
이명환이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계산이 확실하기는 얼어 죽을.’
총회 내에서 강진호의 입지는 너 무도 확고하다. 처음 등장한 이후로 부터 강진호는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총회를 무지막 지하게 발전시키고 있었다.
그 발전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마염들의 강진호에 대한 충성심은 강철처럼 단단하다.
문제는 그 단단한 충성심이 왜곡 마저 낳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강진호를 의심하지 않는 다. 그리고 강진호의 선택이 잘못될 수 있다는 가정 자체를 하지 않는 다.
‘이게 무슨 종교도 아니고……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 된다. 과신 역시 독이 되는 것이다. 이놈들은 이제 강진호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 고 해도 믿을 기세다.
‘그 양반이 어떤 양반인데…… 하지만 이명환은 알고 있었다.
이명환 역시 강진호를 더없이 신 뢰하지만, 강진호가 얼마나 대책이 없는지도 알고 있다. 강진호가 하는
일들은 절대로 철저한 계획하에 이 루어지지 않는다.
자신은 절대 지지 않는다는 확신 하에 이길 것을 가정하고 일을 저지 르는 것뿐이다. 지금까지는 그 ‘나 는 절대 지지 않는다’가 맞아떨어졌 기에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올 수 있 었다. 하지만 이번 홍왕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건 정말 아슬아슬한 줄 타기다.
단 한 번만 삐끗하게 된다면, 지 옥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줄타기 말 이다.
이명환은 그 줄타기를 잠자코 지
켜볼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이명환 의 입장에서는 강진호와 이명환은 운명 공동체다. 강진호가 확고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켜줘야 총회와 이 명환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너희, 그러다가 만약에 회주님이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어쩔 생각인 데‘?”
“그 양반을 누가 죽여?”
“……배가 가라앉으면?”
“어?”
이명환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사고라도 나서 배가 가라앉으면 어쩔 건데? 그 양반이 아무리 사람
같이 않다지만, 여기서부터 육지까 지 헤엄쳐 갈 수 있을 거 같아? 이 어둠 속에서 수색은 되고?”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너희,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그 양반도 사람이야. 사람은 누구나 죽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게 사람 이라고.”
“에이,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가 셨을까 봐.”
“중국에서는 뭔 생각이 있으셔서 홍왕이랑 붙으셨냐?”
“.어?”
반박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우리가 안 갔으면 그 양반 죽었어.”
다들 침묵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강진호가 어 떤 사람인지 감이 잡힌다.
“그 양반 평소에는 엄청 침착한 척하는데, 막상 누가 덤빈다 싶으면 이성이 사라지는 사람이야. 거기서 는 누가 봐도 홍왕 두고 도망가는 게 맞잖아. 그런데 죽을 때까지 붙 어 싸우던 양반이라고. 그때 이 실 장이 지시 내리고, 위긴스 이사님이 돕지 않았으면 정말 죽었다니까. 모 르겠냐?”
“……그럼 지금은?”
“일본이 쳐들어온다잖아, 인마!”
애초에 적이 자신이 노린다는 사 실만 확인해도 눈에 뵈는 게 없는 양반이다. 그런데 그 적이 하필이면 일본이다.
한국인 전체가 일본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 사 람이 한국인이라면 다른 나라가 쳐 들어올 때와 일본이 쳐들어올 때의 감정이 같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환이 아는 강진호라면, 그 말 을 듣는 순간 눈이 돌아갔을 것이 다.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이제야 사태가 파악됐는지 웅성거 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한 시라도 빨리 가야 할 거 아냐. 그러 니까 내가 이 난리를 치는 거 아니 냐고!”
이명환이 확 짜증을 냈다.
이놈들은 마공을 익히더니 머리까 지 시커멓게 바뀌어 버린 모양이다. 왜 이리 이해가 늦는가.
“저, 저거 뭐야?”
“응?”
당황한 외침에 이명환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
헬기.
저 멀리서 헬기가 그들 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왜 돌아오지?”
“생각을 바꾸신 거 아닐까?”
그럴 리가 있나.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강진호는 후퇴를 모른다. 전투를 결정하기 전 이라면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면이 있겠지만, 일단 전투를 하겠다고 마 음먹은 강진호는 누구도 말릴 수 없 다.
저 헬기가 돌아오고 있다는 것은 단 하나를 의미한다.
“벌써 내렸구만.”
이명환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미 일은 터진 것이다. 그러니 조 금이라도 빨리…….
“야, 저거…… 누가 뛰어내리는 데‘?”
“응?”
이명환이 고개를 다시 번쩍 들었 다. 헬기에서 누군가 뛰어내리고 있 었다.
“••••••미친.”
어쩐지 높이 난다 싶더라.
헬기에서 뛰어내린 이의 등에서 낙하산이 펴졌다. 원래대로라면 저 정도 높이에서는 충분한 양력을 받 아 속도를 완전히 줄이는 게 불가능 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무인이니까 뭐.’
뛰어내린 이가 누군지는 빤하다. 전투원들은 다 내렸을 테니, 전투원 이 아닌 이만 남았겠지. 그럼 이현 수다.
이현수가 아무리 반편이 무인이라 고는 해도 무인은 무인. 저 정도 속 도야 몸으로 버틸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야! 야야! 이거 좀 잡아줘! 야!” 풍덩!
방향을 잘못 잡았는지 배에서 멀 리 떨어진 곳에 이현수가 낙하했다. 바다에 빠진 그를 보면서 이명환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냥 두고 갈까?’
여기 있는 이들만 입 다문다면 완벽하게…….
“야, 이 새끼들아! 나 위성전화 들고 있다! 회주님한테 니들이 나 버려두고 갔다고 전화할 거야!”
“……건져라.”
“라저.”
자기 살길은 기가 막히게 찾는 이현수였다.
“쿨럭! 쿨럭! 에이, 씨발.”
배 위로 건져진 이현수가 먹은 물을 토해냈다.
“생각 좀 하고 삽시다. 숙련된 공 수부대도 이만한 착지점에 정확하게 내리는 건 어려운 일인데, 이동하고 있는 배 위로 낙하산타고 뛰어내리 는 게 사람이 할 짓입니까?”
“……회주님은 낙하산 없이도 하 시던데.”
“그 양반은 사람이 아니니까 그런 거고.”
이명환이 짜증을 잔뜩 실어 말했 다.
“여기는 왜요?”
“돌아갈 수는 없잖아. 적당한 배 로 옮겨 타고 다시 가야지.”
“헬기로 지켜보면 되잖습니까.”
“연료가 무한한 줄 아냐? 물고기 밥 될 일 있어?”
이현수가 얼굴에 묻은 물기를 신 경질적으로 훔쳐 냈다.
“배는 어디에 있습니까? 거의 다 온 거죠?”
“얼마 안 멀어. 헬기로 와서 거리 감이 좀 애매하기는 한데, 10분 정 도면 도착할 거다.”
“그럼 보여야 하는데……
육지에서라면 몰라도 배 위에서 10분 거리라면 눈으로 충분히 확인 할 수 있는 거리다. 이명환은 혹시 방향이 잘못되었나 싶어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저거 아냐?”
“보인다!”
과연.
저 수평선 끝에 작은 점 같은 게 보인다. 배가 앞으로 전진할수록 점
이 점점 커지더니, 이내 배의 형상 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방향은 제대로 잡았네.’
저쪽 배 역시 이동하고 있다. 바 다 위에서 이동하는 배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과정은 성공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가서 빨리 따라붙으라고 해!”
“오케이!”
이명환이 소리를 지르자, 누군가 가 기관실로 달려갔다.
“실장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 가면 바로 돌입합니까?”
이명환의 말이 이현수가 미간을 좁혔다.
“기다려 봐.”
“아니, 그게 기다리고 자시고 할 일이 아니……
“기다려 보라고 했다.”
이명환이 입을 닫았다.
최근 들어 이현수에게 슬금슬금 기어오르고 있는 이명환이지만, 그 건 평시의 일이었다. 전시에서 이현 수는 평시의 이현수와는 전혀 다른 존재감을 가진다.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파악을 해 야 할 거 아냐. 괜히 돌입했다가 방 해가 될 수도 있어.”
“방해요?”
“아니, 방해라기보다는……
이현수가 입맛을 다셨다.
‘니들이 뒈진다고.’
아마 지금쯤 강진호들은 미친 듯 이 날뛰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이 성을 잃고 날뛰고 있다면, 어설프게 도우려 들었다가 괜히 그들의 칼에 베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웬만해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겠지만, 지금 저 상황이 무난한
상황은 아니잖은가.
“일단 접근해 봐. 상황 좀 보게.”
“알겠습니다.”
배가 빠르게 나아갔다.
‘뭐가 이렇게 멀어?’
눈에 보였으니 금방 접선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생각이상 으로 걸린다.
다들 초조한 마음으로 배에 시선 을 집중했다. 몸이 앞으로 쏠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이내 배가 가까워 지기 시작하자 쾌속선의 속도가 줄 어들기 시작했다.
‘위에서 대체 무슨 일이……
그때 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
배 위에서 폭음이 터졌다. 그와 동시에!
“으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지켜보는 이들의 눈이 커졌다.
“뭐, 뭐야!”
“저거!”
아래에서 올려다볼 수밖에 없다. 거대한 여객선에 비해 쾌속선은 너 무 작으니까. 그렇기에 갑판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전혀 알 수 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 다.
폭음과 함께 갑판 위에서 사람들 이 우수수 배 밖으로 튕겨 나왔다.
첨벙! 첨벙!
튕겨난 이들이 바다 위로 떨어졌 다.
둥둥 떠오른 사람, 다시는 떠오르 지 않는 사람, 그리고 부상을 입지 않아서인지 다시 배를 항해 달라붙 는 사람.
그들의 반응을 채 살피기도 전에 일련의 무리가 바다로 다시 뛰어내 렸다.
‘잠깐.’
뛰어내린다고?
두 번째로 바다에 입수한 이들은 처음과 달랐다. 처음에 배 위에서 낙하한 이들은 말 그대로 튕겨 나온 이들이다. 하지만 지금 바다로 뛰어 내리는 이들은 자신의 의지로 배를 버리고 바다로 몸을 던지고 있었다.
대체 저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 지는 건가.
콰아아아앙!
다시 한 번 폭음이 터진다.
이명환들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위를 바라보았다.
“저거••••••
마치 분무기에 붉은 물을 담아 뿌리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는 피 보라와 함께 일련의 무인들이 배 밖 으로 튀어 오르고 있었다.
“팝콘 터지는 것 같네.”
정말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비유라 생각하며 이명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첨벙! 첨벙!
바다로 뛰어든 이들은 마치 귀신 이라도 본 것처럼 헤엄을 쳐 배에서 멀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이 망망대 해에서 말이다.
저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곳에서는 알 수 없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그러게 저 양반들을 왜 건드려서 는.”
지금 배 위에 있는 이들은 결코 즐겁지 않을 것이다.
단 네 명을 제외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