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88)
마존현세강림기-889화(887/2125)
마존현세강림기 36권 (18화)
4장 상대하다 (3)
방진훈은 정색하며 뒤로 물러났 다.
그의 옆에 서 있던 위긴스가 갑 자기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뭔 젠장, 울X라맨도 아니고.’
뭐 하나 평범한 인간들이 없다.
저 앞에 둘은 이제는 인간인지
괴물인지 모를 지경이고, 그나마 사 람 같던 위긴스마저 이상한 짓을 시 작했다.
평범(?)한 무인인 방진훈이 버텨 내기에는 이곳의 환경은 너무도 가 혹하고 살벌했다.
‘그냥 총회에서 귤이나 까 먹을 걸.’
뭐 한다고 이곳까지 따라왔을까.
방진훈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 다.
물론 이곳까지 따라온 것에 당위 성은 있었다. 이건 일본과 총회의 싸움이다. 총회가 한국을 완전히 대
표한다고 말하기에는 민망한 감이 있지만, 저들이 노리는 것 역시 한 국이라기보다는 총회에 가까우니까.
그러니 총회가 저들을 상대하는 쪽이 맞다.
그런데 그 ‘상대’를 온전히 외부 인들에게 맡기는 것도 너무 모양 빠 지는 일이 아닌가.
‘그건 절대로 안 되지.’
엄밀하게 따졌을 때, 이곳에서 그 를 제외하면 총회의 성골은 없다.
바토르와 위긴스는 냉정하게 말하 면 용병에 가깝다. 그들이 아무리 총회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총회에
녹아들고는 있다지만, 그들이 온전 한 총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서는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강진호 역시 성골이라 할 수는 없다. 그 역시 외부에서 성장 하여 총회에 들어온 이니까.
물론 방진훈은 그런 걸 따지는 사람은 아니다.
21세기에 신분제를 도입할 생각 도 없고, 신분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병신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
총회를 이루고 있는 젊은 무인의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총회에서 무
학을 익히고 살아온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외부인들만 활약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하겠 는가. 그동안 총회에서 그들이 보내 온 시간이 너무도 허무하게 느껴지 지 않겠는가.
방진훈은 그 꼴을 두고 볼 수 없 었다.
그들은 나름 최선을 다해 노력해 온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자신의 노력을 의심하게 만들 수는 없다. 총회와 함께 살아온 이들이 주력이 되어 이끌어 나가지는 못해도 적어 도 소외받는다는 느낌은 주지 말아
야 한다.
왜?
‘자존심 상하잖아.’
남자는 자존심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고 실리를 추구하는 삶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 그것 역시 하나의 방식이다.
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비빌 언덕 하나쯤은 제공 해야 한다. 그게 방진훈이 바득바득 우겨가며 이곳에 따라온 이유였다.
거기까지는 참 좋았는데…….
‘아니, 빌어먹을, 나는 어디다 비 비냐고!’
어린 녀석들과 제자 놈들에게 자 부심을 주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일을 하기 위해서 방진훈이 겪어야 할 고난이 너무 컸다. 일단 다른 건 다 모르겠고…….
‘아군이 더 무섭네, 진짜.’
강진호가 날뛰는 걸 한두 번 본 건 아니다.
저 인간 살벌한 거야 예전부터 알지 않았는가.
하지만 뭐랄까…….
‘저 인간은 왜 날이 갈수록 심해 지냐고!’
지금의 강진호는 예전 방진훈이
처음 보았던 강진호와는 거의 다른 사람이다. 예전에는 일상적인 부분 에서조차 칼날 같던 사람이 강진호 다.
하지만 지금은 일상에 있어서는 굉장히 유해졌다.
예전의 강진호도 가족이나 친구에 게는 굉장히 유한 사람이었지만, 지 금은 그 부드러움을 적용하는 범위 가 상당히 넓어졌다는 느낌이다.
일례로 과거 이중걸이 회의를 주 재하던 당시에는 이중걸이 상식에 맞지 않는 행위를 한다고 해서 그걸 지적하는 이가 없었다. 방진훈 정도
가 딴지를 걸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온 동네가 다 난리다.
방진훈은 물론이고, 바토르든 위 긴스든 절대 가만히 듣고 있지 않는 다. 이현수는 물론이고, 이현주까지 핏대를 세우지 않는가.
생각해 보면 굉장한 변화였다. 그 리고 물론 이 변화는 강진호가 타인 의 말을 듣는 것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기에 벌어질 수 있는 변화다.
그건 참 좋은데…….
방진훈이 슬쩍 고개를 들어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_o.”
그냥 보고만 있어도 오금이 저린 다.
강진호를 중심으로 시커먼 마기가 마치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고 있었 다.
처음 전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저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투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점점 더 그 기 세를 끌어 올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게 아니면 강진호가 점점 더 살육에 도취되어 가든가.
어느 쪽이든 딱히 다를 것은 없 다.
뒤쪽에서 보고 있음에도 절대 저 곳에는 접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 이 든다. 강진호를 명확한 아군이라 인식하고 있는 방진훈이 이런 기분 이 드는데, 앞쪽에서 달려드는 강진 호를 맞이해야 하는 이들은 지금쯤 어떤 심정이겠는가.
그 기분이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그냥 보지 말자.’
바토르까지 이야기를 하려니 입이 아프다. 확실한 것은 눈앞에서 벌어 지고 있는 전투는 감히 방진훈이 어
설프게 끼어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니 라는 것이다.
그래도 강진호가 등장하고 한국에 서 무력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기 전에는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라 자부하던 방진훈이지 만, 도저히 저 전투에 머리를 들이 밀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방진훈은 되레 총회가 아니라 일본 쪽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저 새끼들도 당황스러울 만하겠 지.’
방진훈이 스스로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무인이라 자부한 것이 그리 과한 것은 아니었다. 이 건 꽤나 객관적인 평가다. 방진훈은 대책이 없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자뻑이 심한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그런 방진훈이 일본에 가면 순위 가 몇 위쯤 되겠는가.
모르긴 해도 방진훈보다 강한 사 람이 4열 종대 앉아 번호로 연병장 두 바퀴는 나올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격차는 그만큼이나 컸다.
물론 저들도 한국이 강해졌다는 사실을 알긴 알았겠지. 그 정도로
정보에 어둡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인간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다.
동네 강아지가 커봤자 사나운 개 가 될 것이라 여기지, 강아지가 호 랑이가 되어 나타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그러니 저놈들이 저리 당황하고 정신을 못 차리는 것도 이해의 여지 가 있었다. 그리고 더 솔직하게 말 하자면, 저들이 만약 한국에 상륙해 서 총회와 전면전을 벌였다면…… 절대 이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총회의 전력이 강화되었다 고 한들 아직 강진호들을 제외하고 일본과 자웅을 겨룰 정도는 되지 않 는다. 아직 시간이 한참은 더 필요 하다.
저들 역시 방진훈과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호랑이 새끼는 호랑이 가 되어야 호랑이다. 크기 전에는 강아지와 다를 바가 없다.
시간을 주지 않고 목을 물어버리 면 개도 호랑이를 죽일 수 있다.
하지만…….
방진훈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아, 하지 말라고!’
위긴스가 의수를 앞으로 뻗은 채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마 법’인가 뭔가를 쓰려는 것 같은데, 옆에서 보고 있으면 호러가 따로 없 다.
머리카락은 하늘로 치솟고 다리 아래서는 바람이 휘몰아친다. 옷이 펄럭이며 기이한 푸른색의 기운이 그의 몸을 휘감아 돌고 있다.
야밤에 길을 가다 이런 광경을 봤으면 그 자리에 오줌을 지리고 도 망갔을 것이다. 그만큼이나 괴기롭 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일반인의 눈으로 본다면 무학이나
마법이나 어이없는 건 똑같겠지만, 방진훈의 눈에는 다르다. 그는 누군 가 바로 옆에서 검강을 몇 미터 뽑 아낸다고 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 을 것이다. 하지만 저 마법이라는 것은 아직까지 방진훈에게는 불가해 의 영역이었다.
그때 였다.
“바인딩.”
캐스팅을 마친 위긴스가 의수를 앞으로 쭉 뻗는다. 그와 동시에 그 의 몸 주변을 휘돌던 푸른색의 마나 가 그의 의수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더니…….
“어 엇?”
강진호에게서 달아나던 이들의 발 아래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드넓은 영역이 모두 푸른 빛으로 뒤덮인다.
“바, 발이!”
“뭐야? 왜 안 움직여!”
달아나던 이들이 패닉에 빠졌다.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접착제를 발라 바닥에 딱 붙인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기껏 힘을 주어 발을 뗐다 싶어도 끝이 아니었 다. 누군가 발목을 움켜잡고 있는 것만 같다.
당황한 이들은 신발이라도 벗으려 했지만, 손을 아래로 내리는 순간, 손마저 잡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이게 뭐야!”
“놔! 놓으라고! 놔!”
그들이 최소한의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대처법을 찾았을 것이다.
귀신이 그들의 손발을 잡고 놓지 않을 리는 없으니, 이건 무학의 일 종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침착하게 다리에 기운을 돌려 털어내면 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 최소한의 이성이라는 게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겠는가.
등 뒤에서 강진호와 바토르가 쫓 아온다. 살고 싶으면 1초라도 빨리 달아나야 하는 상황이다. 안 그래도 뒤쪽을 채우고 있는 동료들 때문에 제대로 달아나지 못해 마음이 타들 어 가고 있는데, 그 와중에 다리가 묶이고 강진호가 다가온다?
이성이라는 걸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절망에 빠진 이들이 뒤를 돌아본 다. 강진호와 바토르가 다가오는 게 보인다. 그들의 눈에는 좁은 골목에 서 넘어졌는데 30톤 트럭이 과속하 며 달려드는 모습과 비슷하게 보일
것이다.
달아나지 못하면 죽는다. 항거의 여지조차 없다.
“아•••••• 아아••••••
그리고 먼저 움직인 것은 바토르 였다.
저들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파악한 바토르가 방식을 바꾼다.
쿠웅! 쿠웅!
양발이 강철 갑판을 짓밟으며 움 푹 박힌다. 완벽하게 자세를 고정한 바토르가 허리를 뒤틀며 주먹을 뒤 로 쭈욱 뻗었다.
우우우우우우웅!
보인다. 똑똑히 보인다.
시작은 다리.
바토르의 발끝에서부터 시커먼 기 운과 새하얀 기운이 동시에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얀 물감과 검은 물감을 마구 휘저어 섞은 듯 반쯤은 뒤섞이고 각각은 온전한, 그런 두 가지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뿜어져 나온다.
그러고는 다리를 타고 올라가 허 리로 향한다. 다시 가슴으로 올라온 기운들이 바토르의 어깨를 타고 뒤 로 뻗어낸 주먹을 향해 몰려들기 시 작했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기운들이 더 커지고 강렬해진다.
고오오오오오옹!
그러더니 뒤로 뻗은 바토르의 주 먹에서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 다. 이다음에 무슨 광경이 펼쳐질지 는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 다.
방진훈은 자세를 낮췄다.
위긴스도 자신의 앞에 실드를 쳤 다.
“아, 안 돼!”
“살려줘!”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이
해하지 못한 이들도 본능적으로 자 신들의 운명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한껏 뒤로 뻗은 바토르의 우수가 휘둘러진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
마기와 기공이 뒤섞이며 거대한 흑과 백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그 소용돌이가 직선으로 뻗어지며 바토르의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 삼킨다.
“흐, 흐아아악!”
맹렬한 회전.
뚜껑이 열린 믹서기 안에서 칼날
이 회전하는 것 같은 맹렬한 회전을 하며 소용돌이가 밀려온다.
더없이 날카롭고, 더없이 과격하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