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9)
마존현세강림기-89화(89/2125)
마존현세강림기 4권 (14화)
3장 — 자대가다 (2)
“와, 씨, 진짜 못해 먹겠네.”
“사람 죽이려는 거 아냐? 진짜 나 중간에 토하는 줄 알았어.”
“난 토했다.”
생활관 안은 후끈한 열기와 투덜 거림으로가득했다.
양말을 벗는 이들은 하나같이 비 명을 질러 댔다.
발에 물집이 잡히면서 흘러나온 고름이 양말과 달라붙어 있었다. 그 걸 떼내고 있으려니 생살을 잡아 뜯는 고통이 느껴진다.
“행군이 할 만하다고 한 새끼들 다 잡아 죽일 거다.”
“진짜 쓰러지는 줄 알았어.”
쾅
그 순간, 문짝이 거칠게 열리며 주영기가 절뚝이며 안으로 들어왔다.
“영기야, 고생했다.”
“와, 너 완주했구나.”
주영기는 눈을 씰룩이더니 말했다.
“사나이가오가 있지. 쪽팔리게.”
군데군데 보이는 빈자리를 보고 주영기가 콧김을 뿜었다.
“다 근성으로 하는 거여, 근성으로. 사내새끼들이 뭐가 힘들다고 픽 픽 쓰러지고! 그래서 뭘 해 먹겠 냐.”
주영기의 허세가득한 발언을 들은 훈련병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행 군 내내가장 힘들어서 오만상을 쓰 고 있던 사람이 주영기였기 때문이
다.
“비켜.”
강진호가 들어오며 주영기의 군장을 툭툭, 치자 주영기가 자지러졌다.
“아, 발 아프다고! 치지 마!”
“비키라고.”
“알았어!”
주영기가 자기 자리에 주저앉자 강진호가 그 앞을 지나 자신의 자리 에 군장을 내려놓았다.
군장을 내려놓는 둔중한 소리가 울리자 사람들의 시선이 강진호에게 로 모였다.
“쟤는 땀도 안 흘려.”
“걷는 거 봤냐? 나는 무슨 터미네 이터가 걷는 줄 알았어. 보폭이 안 바뀌어.”
“쟤 받을 선임들은 엄청 부담되겠다.”
이제 다들 강진호에 대해서는 익 스큐즈하는 분위기였다. 비교하면 우스워지니 그냥 다른 인종이겠거니 하고 넘겨 버리는 것이다.
이번 행군에서도 중간중간 다른 이들의 짐을 들어준다거나 뒤처지는 애를 끌고가는 식으로 조교보다 더 넘치는 체력을 보여준 강진호였다.
“제발 진호랑은 다른 부대 갔으면
좋겠다.”
“왜?”
“솔직히 후달리잖아. 비교 엄청 될 건데.”
“그렇겠다.”
강진호는 군장을 풀었다.
‘군대라는 곳도 재미있는 곳이군,’
과거 그가 알던 중원에 비하면 많 이 현대적이 되었다. 장비적인문제가 아니라의식적인 문제였다. 어떻게 해야 장병을 단련시킬 수 있는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이 느껴졌다.
다만, 그 와중에 그의 상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가 곳곳에 스 며들어 있었다.
현대의 기술과 과거의 부조리가 공존하고 있는 곳.
그것이 신병교육대에 대한 강진호의 평가였다. 그증에서도 연대책임 이라는 요소는 강진호의 상식으로는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게 시작이겠지.’
자대가 신병교육대보다 훨씬 부조 리가 심하다고 들었다.
거기다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던, 선임이라는 존재들이 그와 충돌해 올 것이다.
“재미있겠어.”
“뭐가?”
“아니, 아무것도.”
주영기는 묵묵히 짐을 푸는 강진호를 보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마! 너는 인간미가 너무 없어.”
“그런가?”
“사람이 좀 부대끼고 살아야지.니 할 것만 딱딱 그렇게 하면 되겠 냐?”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내 군장 좀 풀어주면 안 되냐. 형 진짜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하겠다. 응, 진호야?”
“다 근성으로 하는 거다.”
주영기가 조금 전에 한 말을 그대 로 돌려주는 강진호 덕분에 주영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맛스타 하나 줄게.”
“ 괜찮다.”
“내가 이거 어떻게 안 먹고 참아 온 건데. 너 준다니까?”
“ 됐다.”
“와, 이 피도 눈물도 없는 놈.”
주영기가 악담을 퍼부으며 군장을 풀기 시작했다. 강진호는 그 광경을 보며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행정반에서 돌아오는 강진호를 동 기들이 둘러쌌다.
“너,어디로가냐?”
“……모르겠다.”
소속 부대 발표가 나자 훈련병들은 강진호에게 몰려들었다.
“부대 이름 안 봤어?”
“무슨 포병이라던데.”
훈련병들은 강진호가 내민 부대 이름을 보고는 몸을 떨었다.
“여기 155mm 아냐?”
“맞는 듯.”
“포병으로가는 거도 고생인데,
이거 155잖아. 그것도 견인포네. 자 주포도 아니야.”
“……뒈졌네.”
“근데 진호랑 어울리지 않냐?”
“쟤가 안 어울리는 부대가 어디 있냐. 특전사를가든 어디를가든 알아서 다 할 것 같은데.”
“그 말도 맞네.”
그러는 사이, 강진호는 자신의 손 에 들린 부대 이름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견인포? 155mm?’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 었다.
그의의문은 그가 아니라 주영기가 풀어주었다.
“여기가 왜?”
주영기가 눈을 부라리며 묻자 훈 련병 중 하나가 빠르게 대답을 해주 었다.
“너 155mm 견인 곡사포 모르냐?”
“모르지.”
“90mm 무반동총이랑 81mm 박격포, 장간교 조립이랑 같이 육군 4대꿀보 직이잖아.”
“꿀보직? 그럼 좋은 거 아니냐?”
“얼마나 좋은지, 입대할 때 돼지 였던 애가 전역할 때는 보디빌더가
돼서 나온다더라.”
“그게 뭔 소리여?”
이해하지 못한 주영기가 고개를 갸웃하자 옆에서 웃던 훈련병들이 진실을 말해주었다.
“육군에서 제일 지랄 같은 보직이 라고.”
“그래? 그럼 안 좋은 거냐?”
“좋을 리야 없겠지.”
“그렇구나.”
“근데 얘는 왜 그런데로가지? 나는 당연히 특전사나 그쪽으로 빠 질 줄 알았는데?”
“그러게 말이다. 얘를 그런 쪽으
로 돌리는 건 인재 낭비 아닌가? 아무리 봐도 김정은 모가지 따 오라 고 북으로 보내야 할 것 같은데?”
“ 뺑뺑이잖아.”
“말이 뺑뺑이지, 그거 뒤에서 정 할 건 다 정하고 돌린다는 거 같던데.”
“모르지, 그야.”
“그러니까 그 부대가 쉬운 거냐, 힘든 거냐?”
자꾸 했던 말을 반복시키는 주영 기에게 다른 동기들이 짜증을 냈다.
“망했다고!”
“거기가면 허리 병신 된다고 유
명해!”
“안가고 싶은 4대장이라고! 됐 냐?”
“그, 그래?”
입술을 씰룩이는 주영기의 손에는 강진호와 같은 부대가 적혀 있는 종 이가 들려 있었다.
“……그럼 나는 왜 이런 거여.”
주영기의 부대를 확인한 동기들이 씨익 웃으며 주영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너는 잘할 거야. 워낙에 힘이 좋 으니까.”
“천직 만났네.”
“이 새끼들아, 말이 다르잖아!” 주영기가 씩씩대기 시작하자 사람 들이 슬금슬금 그와 거리를 벌렸다.
“이왕 이리된 거, 마음을 편히 먹 어요.”
“부대가 병신인데 어떻게 마음을 편히 먹어!”
“같은데야?”
“그래.”
“그렇군.”
주영기가 한숨을 쉬었다.
“아이고, 이제는 이놈 꼴 좀 안 보나 했더니.”
“와, 그러고 보니 영기는 장난 아니겠다.”
“ 왜?”
주영기가 영문을 몰라 물었다.
“너 진호랑 같이 부대가면 비교 엄청 될 거 아냐.”
“……어.”
“나는 진짜 어디를가도 좋은데, 쟤랑은 같은데가기 싫었거든. 영 기야, 어쩌냐. 미리 명복을 빈다.”
“놀리는 거지, 이 새끼들!”
주영기가 황소처럼 달려가자 훈련 병들이 ‘와!’ 웃으며 사방으로 흩어 졌다.
강진호는 주영기의 저런 점이 재 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특정인과는 교류를 나눌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수와 친해지지는 못한다.
주영기는 외모적으로나 다른 면으로나 타인들과 그리 쉽게 친해지지 못할 타입인데도 특유의 친화력으로 동기들과 두루두루 친했다.
강진호의 주변에는 없는 타입이었다.
“근데 너…… 행정반은 왜 다녀왔 냐?”
“오래서.”
주영기가 인상을 확 썼다.
“너는 무슨 말을 하면 앞뒤가 없 냐. 왜 오라고 했는지를 말을 해줘야 할 거 아냐.”
“그래?”
“아이고, 속이야! 아이고, 답답 해!”
주영기가가슴을 쿵쿵, 쳤다. 다른 사람이 하면 그냥 감정 표현에 불과 할일이지만, 주영기가 하니 킹콩이 따로 없었다.
“와, 영기야, 하지 마라. 겁난다.” 주변 반응을 무시하며 주영기가 소리쳤다.
“행정반에서 왜 오라고 했는데!”
강진호는 간단히 대답했다.
“휴가 준다고.”
“……응?”
“수료 성적 우수자라 휴가증 나올 거라고…… 알고 있으라더라.”
“……”
주영기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나는 왜 안 주는데! 너는 왜 받 고?”
강진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대 답을 해줄 사람은 주변에 많이 있었다.
“솔직히 진호는 받을 만하지.”
“그리고 너는 잘하는 건 잘했는데, 못하는 건 다 못했잖아. 뛰는 건 아예 못하더만.”
“너 각개전투할 때 낙오했던 거 생각해서 휴가증 바라면 양심 없는 거지.”
“니들, 짰냐?”
주영기가 노려보자 모두들 손을 내저었다.
“에이, 현실이 그런 거지.”
“끄응.”
“여튼 이제 제일 힘든 것만 남았 네.”
“뭐여? 행군까지 했는데 아직 빡
센게 남았다고? 교육 다 끝난 거 아니었어? 뭐가 또 남았는데?”
“모르냐? 신병교육대에서 제일 빡 센 거?”
“뭐?”
말을 꺼낸 이가 씨익 웃었다.
“수료식.”
“염병.”
주영기는 땀을 뻘뻘 홀리고 있었다. 이 더위에, 이 뙤약볕에 연병장 한가운데 서서가만히 있는 것도 보 통 일은 아니었다.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보통 일
은 아니었는데, 그 와중에 강진호가 그의 것이 되었어야 할 휴가증을 강 탈해가는 꼴을 보자니 속이 뒤집어 지고 있었다.
– 100번 훈련병, 강진호.
뻔하디뻔한 포상의 말과 함께 강진호가 단상에서 표창장을 받고 있 었다. 저 표창과 함께 부상으로 4박 5일 휴가증이 나온다.
“염병.”
휴가증이 나오는 것을 알았더라면 진즉 좀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
주영기는 강진호가 표창을 받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며 코를
훑었다.
‘하기야 받을 만하긴 하지.’
호감이 있는 이들도, 싫어하는 이 들도 강진호가 표창을 받는 것에는 불만이 없었다. 그만큼이나 강진호는 군인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닐 까 싶을 정도로 FM대로 해왔으니 까.
트집을 잡기 위해 관물대를 까뒤 집었던 조교조차 아무 말 못하고 물 러났을 만큼 완벽한 정리와 인간이 아니라 사이보그가 아닌가의심이 될 정도로 완벽한 성적을 동시에 보 여주었는데, 그가 아니면 누가 상을
받겠는가.
“배는 좀 아프지만, 뭐.”
그래도은근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강진호와의 유대감이란 것이 어느새 생겨난 모양이었다.
“수고했다, 다들.”
수료식이 끝나고 나자 생활관 훈 련병들이 자판기 앞에 모여들어 자 판기 커피로 자축을 했다.
“야, 새끼들아. 누가 마음대로 나 와 있으래?”
“아, 조교님. 식사하셨습니까.”
“식사하셨습니까? 이 새끼들이 이 제 신교대 나가는 주제에 말하는 꼬
락서니 보소? 누가 보면 말년인 줄 알겠네.”
“신교대 말년 아닙니까.”
“하, 이 새끼들.”
조교들과 허물없는 농담을 나눌 만큼이나 분위기가 풀어져 있었다.
신교대 교육이 끝나면 훈련병들은 전역이라도 하는 것 같은 달성감을 느끼기 마련이고, 조교들 역시 지긋 지긋한 훈련병들에게 해방되는 자유 로움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자대가면 잘해, 새끼들아. 여기 서처럼 하면 너희는 맞아 죽어.”
“에이, 자대 고참이 훨씬 사람답
지 말입니다.”
“뒈질라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조교 하 나가 다가와 담배를 꺼냈다.
“헐.”
“저쪽 구석으로가자.”
“예, 조교님!”
“태세 전환하는 클라스 보소? 이 새끼들, 안 되겠구만.”
다들 낄낄거리며 으쓱한 곳으로 들어가는 와중 강진호를 부르는 목 소리가 있었다.
“강진호.”
“100번 훈련병, 강진호.”
고개를 돌린 강진호는 자신을 부 른 사람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