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90)
마존현세강림기-891화(889/2125)
마존현세강림기 36권 (20화)
4장 상대하다 (5)
강진호는 가만히 전방을 바라보았 다.
모두가 달아나고 있다. 공포에 질 린 이들은 동료의 등을 타 넘고 짓 밟아가며 바다로, 또 바다로 뛰어들 고 있었다.
그는 이미 약속했다.
바다에 뛰어든 이들은 죽이지 않 겠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바다로 뛰 어들기 위해 달아나는 이들은 그의 기준으로 죽여야 할 적인가, 아니면 내버려 둬야 할 이들인가.
선택의 문제다.
그리고 그 순간, 강진호는 한 가 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과거의 그였다면, 그가 적천마존 으로 불리던 시절 때는 물론이고, 이 세계로 돌아와 처음 총회를 알게 되었던 시절의 그였다면 지금 망설 이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 시간에 달려들어
저들의 등에 적루를 박아 넣었을 게 분명하다.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 졌다는 증거였다.
‘흠.’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인간 강진호로서는 좋은 일이다. 사람이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라도 면죄가 되지 않 는 일이니까. 변명의 여지가 없는 악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 만.
하지만 무인 강진호로서는 마냥
좋다고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기와 무기를 맞대고 서로를 죽 이기 위해 싸우는 이는 타인의 생명 을 빼앗기 싫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서는 안 된다. 그 한순간의 망설임 이 칼끝을 무디게 하고, 그 무뎌진 칼끝이 자신의 목줄을 조여올 수도 있다.
강진호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강진호가 그러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해서 그의 몸이 알아서 반웅 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독해지려고 애를 써도 의식적으로 행하는 일과
저절로 행해지는 일이 같을 수는 없 다.
‘결국은 변해가는 거지.’
그가 아닌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변할 수밖 에 없다. 중요한 것은 ‘변하느냐, 변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 이 ‘올바르냐’다.
지금 이 순간에 그걸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크르륵.”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눈을 시뻘겋게 물들인 바토르가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핏발이
선 그의 눈이 달아나는 이들의 등에 꽂힌다.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저들 을 찢어 죽일 기세다.
“흠.”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좋지도 않을 것이다.
마공에 휩쓸린다고 해서 기억을 잃지는 않는다. 이성이 돌아오는 순 간, 자신이 저지른 행동과 판단을 되돌아볼 것이다. 아직 사람의 마음 이 남아 있는 바토르라면 자신의 살 육에 충격을 먹을 수도 있다.
“크하아악!”
바토르가 앞으로 돌진한다. 아니,
돌진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돌진은 목에 들이대진 장검에 의해 가로막 혔다.
강진호가 청루를 들어 바토르의 목에 가져다 댔다.
스
가볍게 피부가 베이며 핏물이 주 르륵 홀러내린다. 바토르의 시선이 천천히 강진호에게로 돌아갔다.
그 시선은 적의를 품고 있었다.
“……비켜라.”
강진호가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이성을 잃고 날뛰는 것이야 이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동료라
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만류하는데도 계속해서 살육을 벌이려 든다는 것 은 지금 바토르가 자신을 잃고 있다 는 증거였다.
잃었으면 되찾아줘야겠지.
“비켜라! 아니면 주인이라 해도 찢어……
척.
검이 빙글 돌아가더니, 바토르의 목에 달라붙었다. 검면을 바토르의 목에 붙인 강진호가 검을 강하게 끌 어당겼다. 흡인지기가 발휘된 검이 당겨지자 바토르의 거대한 육체가 순간적으로 휘청하며 강진호에게로
끌려왔다.
강진호는 자신의 앞으로 끌려온 바토르의 머리에 손을 댔다. 그러고 는 그의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마기를 빨아 당겼다.
“끄, 끄윽!”
저항하려는 움직임. 하지만 바토 르의 몸은 돌처럼 굳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그의 신력(神方)으로도 저 항할 수가 없다.
“후…… 후우우……
바토르가 거친 숨을 토해냈다.
“정신 차려.”
냉정한 강진호의 목소리에 바토르
의 고개가 들린다. 그의 눈에 불신 과 경악이 어려 있었다.
“안 들리나?”
“아, 아니, 이해했다. 이해…… 이 해했다.”
바토르의 손끝이 덜덜 떨렸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미쳤다.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다. 무인 이라고는 하나 그는 엄연히 정파인. 사람의 목숨을 쉽게 생각하지 않는 다. 죽여야 할 자를 죽이는 데 있어 서 망설임이야 없지만, 지금 그가 죽인 이들은 반드시 죽여야 할 적이
아니었다.
달아나는 이를 쫓아가 그들을 찢 어 죽이려 했다. 평소의 바토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바토르가 충격을 먹 은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제압당했어?’
단번에?
바토르가 이성을 잃었다고는 하나 그 힘마저 경감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힘은 평소보다 더 강한 상태였다. 마공은 그의 육체를 강화시켰고, 내공마저 증폭시켰으니 까. 과거의 바토르에 비한다면 낼
수 있는 출력은 두 배는 더 강해졌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일수에 제압 당했다.
예상 못한 것도 아니다. 그의 모 든 정신은 강진호에게 쏠려 있었으 니까. 그런데 빤히 보고도 강진호가 그를 제압하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 다.
세 살박이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제압당하는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 하고 몸을 맡긴 것이다. 그 충격이 지금 바토르의 말문을 틀어막고 있 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강진호가 강하다는 것은 그도 알 고 있다. 그리고 그와 상대했을 때 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더 강해졌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너무 과하지 않은가.
강진호가 그와 맞상대한 것이 뭐 그리 오래된 일인가. 불과 몇 달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몇 달 사 이에 나름 비등하던 이들이 이토록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고?
“바토르.”
“전장이다.”
“••••••아!”
바토르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강진호의 말이 맞다. 이곳은 전장 이다. 이런 생각은 나중에도 얼마든 지 할 수 있다.
전장에 있는 이상 전투에 집중해 야 한다.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 를 연이어 저지르면 그건 실수가 아 니지.’
그의 마음이 어느새 느슨해졌던 모양이다.
바토르가 마음을 다잡으며 고개를 돌렸다.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면 이
미 전투가 거의 끝났다고 생각할 상 황이다. 하지만 바토르도, 강진호도 알고 있었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말이다.
저들의 진짜 전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단하군.”
그리고 그 전력이 지금 다가오고 있었다.
나카타 유지가 굳은 얼굴로 그들 에게 다가온다. 그 나카타 유지의 등 뒤로 일련의 무리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조금은 느슨해 보이는 광경이다.
하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 다. 이곳은 배 위. 망망대해 위에 떠 있는 배 위다.
달아날 수 없다.
그러니 급할 것도 없다.
나카타 유지가 입술을 오물거렸 다.
그래, 이곳에서는 달아날 수 없 다. 일반적으로 몇 천과 넷의 싸움 이라면 달아날 수 없는 쪽은 저쪽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카타 유지는 자신이 거대한 우리 안에 갇 힌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우습게도 말이다.
‘그래, 인정하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그들이 열세에 처해 있다.
그들은 쥐 떼다. 그리고 이제 그 들이 저 괴물들의 목줄을 물어뜯어 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강진호……
나카타 유지의 입안에서 강지호의 이름이 맴돌았다.
그러고는 강진호와 시선을 맞춘 다.
움찔.
나카타 유지의 몸이 뒤흔들렸다.
가라앉은 강진호의 눈과 마주하는 순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충격이 느껴졌다.
나카타 유지도 그동안 수도 없는 강자들을 봐왔다. 일본 내에서 그가 상대한 이들 중에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은 오히려 손에 꼽을 정도 다.
모두가 그보다 강했다. 그리고 모 두가 그보다 잔혹했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 기준을 뛰어 넘은 존재였다. 강진호를 가져다 대 면 지금까지 그가 상대해 온 이들의
이름이 모조리 초라해진다.
“일단…… 사과를 해야 할 것 같 군.”
이건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 다.
그는 강진호를 무시했다. 아무리 강진호라고 해도, 최근 무인계를 뒤 흔들고 있는 강진호라고 해도 이만 한 전력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수에 압살당해 죽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무모하다 여겼다.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틀렸다. 무모한 건 강진호 가 아니라 그들이었고, 멍청한 것은
강진호가 아니라 바로 나카타 유지 였다.
‘이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원 정이었어.’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다. 하지만 그들은 강진호를 알지 못했다. 적의 전력을 파악하지 못하고 조직한 원 정이 성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대로 배가 한국으로 들어갔다 면, 이곳의 모두가 죽었을 것이다. 총회와 강진호를 함께 상대하는 만 큼 강진호가 없는 곳에서는 나름의 전과를 올렸겠지만, 그건 국소적인 승전에 불과하다. 강진호와 바토르
가 있는 곳에서 모두가 죽어 나가는 일이 조금만 반복되어도 원정은 힘 을 잃는다.
남은 것은 타국에서 죽어 나가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기회는 생겼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저들이 기회 를 열어주었다.
강진호는 더없이 잔인하다. 하지 만 나카타 유지가 보기에 강진호는 절대 잔인하기만 한 자는 아니었다. 그가 이곳으로 뛰어든 이유가 너무 도 명확하니까.
강진호는 자신들이 한국 땅을 밟 는 순간, 총회에 어쩔 수 없는 희생 이 강요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일을 마무리 지으러 온 것이다.
그래, 강진호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다. 그럴 만한 무력이 있으니까.
하지만 덕분에 기회가 생겼다.
아무리 강진호가 강하다고 해도, 그리고 바토르가 강하다고 해도 이 들이 총회와 함께 움직이는 것보다 상대하기가 어려울 리는 없다.
그 말인즉슨, 지금이 강진호를 죽
일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이자 유일한 기회라는 뜻이다. 만약 강진호가 한 국에서 총회와 함께 그들을 상대했 다면, 그들의 칼날은 강진호의 목에 닿아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게 빤 하니까.
“너는••••••
나카타 유지가 입술을 질끈 깨물 고는 말했다.
“너는 너무도 강하다. 그리고 너 무도 대단하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너 같은 존재를 본 적이 없다.”
강진호가 가만히 나카타 유지를
응시했다.
“하지만!”
나카타 유지의 목에서 피 끓는 외침이 터져 나온다.
“그렇기에 너는 여기서 죽는다. 네가 조금만 더 약했다면 감히 이곳 에 오지 않았겠지. 너의 강함이! 너 의 그 강함이 너를 죽일 것이다. 내 가 그렇게 만들겠다. 반드시!”
나카타 유지의 외침에 강진호가 고개를 들었다.
“죽인다고?”
강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 다.
바토르가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강진호가 저렇게 웃 을 때는 반드시 누군가가 죽는다. 이제는 그도 너무 잘 아는 사실이 다.
“자주 들은 말이지. 그런데 요즘 은 통 들은 적이 없어. 왜인지 아 나‘?”
“다 죽었거든. 내게 그 말을 한 놈들은 말이야.”
나카타 유지의 얼굴이 희게 질렸 다.
“너는 어떨까? 궁금하지 않아?”
적루와 청루를 늘어뜨린 강진호가 천천히 나카타 유지를 향해 걸어갔 다.
그그그극.
바닥에 검이 끌리는 소리가 소름 끼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