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02)
마존현세강림기-903화(901/2125)
마존현세강림기 37권 (9화)
2장 침몰하다 (4)
“끝났군.”
위긴스는 가볍게 몸을 돌렸다.
이미 갑판 위는 정리가 된 후였 다. 굳이 위긴스의 힘이 필요하지도 않다. 애초에 강진호가 온 이상, 이 곳의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 찬가지 였으니까.
그럼에도 위긴스가 강진호의 곁에 서 떨어지지 않은 이유는 세상에는 온갖 기기막측한 것들이 난무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강함이라는 게 모든 것을 초월한다지만, 자신이 겪어보지 못 한 분야를 처음 경험하는 이는 당황 하기 마련이다. 천에 하나, 만에 하 나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 담할 수 없다.
그런 일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 는 이는 위긴스다.
마법사라는 그의 특성상 일반적인 무인들보다는 대처 능력이 뛰어난
편이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가 더 이상 이 곳에 필요하지 않다.
‘생각보다 멍청했어.’
만약 위긴스가 일본의 원정대를 꾸리는 입장이었다면, 위긴스는 반 드시 일본만의 특성을 가진 술사를 따로 편성했을 것이다. 변수라는 것 은 언제나 중요한 법이니까.
스스로 그 변수를 포기했을 때, 이 전쟁은 이미 결정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모르겠군. 저들이 멍청한 건지, 아니면……
위긴스가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강진호의 뒷모습을 살핀 위긴스가 조금은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 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무인계의 수장 자리는 세습이 아 니다. 그 시대에서 가장 강한 자가 차지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 강 함은 단순히 무력의 강함만으로 결 정되지는 않는다.
원탁만 봐도 그렇다.
마스터는 분명 강하다. 하지만 마 스터가 유럽에서 가장 강한 무인인 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
기는 힘들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강진호가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은 이중걸과 김석일의 독무대였다. 하 지만 그들이 한국 무인계에서 가장 강한 이들이냐고 묻는다면, 글 쎄…….
한국에서 가장 강한 무인은 아마 산속 어딘가에 틀어박혀 있었을 확 률이 높다. 조직의 운영이라든가 계 략 같은 것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무학만을 일로정진한 이들이 다른 이들보다 강하다는 건 너무도 빤한 사실이니까.
일본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들이 말하는 수령이라는 자가 신니치카이의 수장이 맞다면, 그 위 치는 절대 무력만으로 손에 넣을 수 없다.
무인계에서는 무력이 가장 중요하 다. 하지만 무력이 전부는 아니다. 힘만 센 멍청이는 결국 머리를 쓰는 이에게 약점을 보일 수밖에 없으니 까.
그러니 저들 역시 멍청해서 이런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실감할 수 없던 거겠지.
강진호가 얼마나 강한지.
바로 옆에서 보고 있는 위긴스조
차도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강함이 다. 그가 처음 보았을 때의 강진호 도 강했다. 하지만 지금의 강진호는 처음 보았을 때에 비한다면 상전벽 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더 강해 졌다.
위긴스조차 이해하기를 포기한 일 을 저들이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 가.
그러니 이건 마냥 저들을 욕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저들도 바보가 아니니까 이 번 실패로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 다. 만약 저들이 여력이 남아 다시
한 번 한국을 침공할 계획을 세운다 면, 이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원 정대가 꾸려질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 여력이 있을까?’
여기서 이들이 모두 죽어 나간다 면, 일본이 받는 피해는 어마어마하 다.
전쟁은 산수가 아니다.
전력의 10%가 손실된다면 게임 에서는 사소한 피해라 치부할 수 있 겠지만, 실제 전쟁에서 10%의 전력 손실은 전쟁 포기를 고민해야 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저들이 입은 피 해는 10% 이상이다.
이만한 전력을 잃고도 이 이상의 원정대를 꾸린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만약 실패할 경우에는 일본의 무인계가 파멸할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 만한 의지가 저들에게 있을까?
‘모르지, 그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는 절대 벌 어지지 않을 이차 원정이지만, 위긴 스는 세상 일이 절대 합리적으로 돌
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부분의 전쟁은 합리성을 바탕으 로 시작되지 않는다. 일부 지배자의 광기가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럼 위긴스는 뭘 해야 할까?
“슬슬 마무리를 해볼까.”
위긴스가 팔을 뻗어 노부오의 어 깨를 움켜잡았다. 이미 기울기 시작 한 배 위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 며 난간을 붙잡고 있던 노부오가 살 짝 경기를 일으키며 위긴스를 올려 다보았다.
위긴스는 그 광경을 보며 고소를 지었다.
‘정신이 나갔군.’
그럴 만도 하다.
지금 이 배에 난간이라고는 노부 오가 잡고 있는 곳 말고는 남아난 곳이 없다. 쇠로 만들어진 갑판이 통째로 우그러지고 부서지고, 구석 의 모서리 부분은 하나같이 뭉툭하 게 깎여 있었다.
위긴스에게는 별것 아닌 광경이지 만, 노부오에게는 지옥과도 다름이 없을 것이다.
“자, 조금 편한 곳으로 가보세.”
위긴스가 노부오를 잡고 위로 솟 구쳤다.
“우아아아아아앗!”
노부오의 입에서 비명성이 터졌 다. 그들이 내려선 곳은 기울어진 배의 선두 부분이었다. 배가 뒤쪽으 로 기울다보니 앞부분이 위로 솟구 쳐 있다.
마치 높은 탑처럼 솟아오른 선두 에 올라선 위긴스가 주변을 슬쩍 둘 러 보았다.
‘생각보다는 깔끔한데.’
이곳이 육지였다면 시체와 피로 난장판이 벌어졌겠지만, 바다이다보 니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바다 가 붉게 물들어 있는 건 영 보기
좋지 못했지만, 시신들이 아래로 가 라앉아서인지 사람이 꽉 들어차 있 다는 것 말고는 평소의 바다와 그리 다르지 않다.
그 가득한 사람들이 그들의 배 쪽에 몰려 있다.
“ 이보게.”
노부오의 시선이 위긴스에게 획 돌아갔다.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한가?”
“••••••예?”
“그랬으면 좋겠는데.”
위긴스가 빙긋 웃고는 한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쉬이이이익!
그러고는 손끝에서 무언가를 뿜어 냈다. 위긴스가 뿜어낸 것이 위쪽으 로 쏘아지더니, 이내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앙!
폭발.
아니, 폭발이라기보다는 폭죽에 가까웠다. 굉음과 함께 화려한 빛들 이 허공에서 명멸했다. 조금 다른 느낌이기는 하지만, 마치 불꽃놀이 를 보는 것 같다.
그렇기에 더욱 위긴스의 목적에 부합했다.
머리 위에서 터진 폭죽을 본 이 들이 시선을 위긴스에게로 향했다.
“자, 지금부터 일본어로 말을 해 주면 되네. 따라 하게. 전쟁은 끝났 다.”
노부오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 르겠지만, 일단 이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다.
– 전쟁은 끝났다!
확성 마법을 통해 목소리가 우렁
우렁 퍼져 나갔다. 고요하기 짝이 없는 바다에 그의 목소리만이 존재 하는 듯 말이다.
하지만 바다를 채우고 있는 이들 에게 말이 어떻게 전달되는가는 중 요하지 않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 말에 실린 의미였다.
끝났다.
믿고 싶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다.
이미 거의 기울어 선두만이 솟아 있는 여객선 위에 위긴스가 홀로 서 있다. 그 말인즉, 저곳에 위긴스가 오르는 걸 저지할 사람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럼 그들은 어찌 되었을까.
너무도 빤한 일이다. 모두 죽었겠 지.
배 위에 남아 있던 이들은 각 구 미의 수장과 최정예들이다. 그런 이 들이 모조리 죽어 나갔다는 건 정말 이 전쟁이 더는 이어질 수 없다는 뜻이었다.
말의 의미가 피부로 와닿는 순간, 더 이상 저항할 의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 그러니 의미 없는 저항은 그
만두도록. 남은 이들을 다 죽이지 않는 것은 우리가 마음이 고와서가 아니니까. 짜증이 귀찮음을 넘는 순 간, 친절하게 숨통을 끊어줄 수 있 네.
무심한 목소리.
한 번 번역된 말이다. 그렇기에 말의 의미를 억양으로 담아내지 못 했다. 기계적인 어투로 말이 퍼진다.
이 상황과 맞물려 그 말투가 시 너지를 일으켰다. 다른 장소, 다른 상황에서 들었다면 조금 우스울 수 도 있는 말이, 지금 상황에서 들리
니 더없이 소름 끼치는 말투가 되어 버렸다.
스르륵.
손을 놓는 이들이 생겨난다.
그와 함께 한둘 정도가 먼저 손 을 놓고 배에서 떨어져 나가자 다른 이들도 우수수 배에서 멀어졌다.
“三..”
nr .
이명환이 그 광경을 보며 이마를 훔쳤다. 식은땀이 턱 끝까지 흐르고 있었다.
‘좀 더 끌었으면 위험했겠어.’
배 위로 올라오는 이들을 저지하 는 게 뭐가 그리 어렵겠냐마는, 생
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오르는 이들 역시 무인이다. 그리고 저들의 능력 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배 위에서 공성전을 치르는 형식 이 아니라, 평지에서 만났다면 절대 상대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자신의 실력에 어느 정도 자 신이 붙은 이명환이 이리 느낀다면, 다른 배는 더 심각한 상황까지 몰렸 을 게 빤했다.
그런 와중, 적절한 타이밍에 위긴 스가 저들의 의지를 꺾어준 것이다.
하지만 납득하지 못하는 이도 있 는 모양이다.
“뭐? 끝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 다.
“이게 뭔 소리야! 이제 겨우 시작 해 볼 참이었는데!”
바다 위에 동동 떠 있으면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자. 물 위에 떠 있는 상체를 보면 마치 고 래가 물을 뿜고 있는 게 아닌가 싶 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사람.
바토르가 선두로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쯧쯧, 그러게 누가 내려가라고 했나.”
위긴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시 키지도 않은 짓을 스스로 해놓고 남 탓을 하는 분이시다.
“자, 계속하세나.”
“예? 아, 예!”
노부오가 침착하게 위긴스의 말을 기다렸다.
— 배에서 모두 물러나라. 너희의 처분은 회주님께서 정할 것이다.
그 말이 결정타였다.
지금 이곳에 모여 있는 일본의 무인들이 딱히 총회의 체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 에서 회주라고 지칭되어야 할 사람 이 누군가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강진호.
그 악마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몸에서 힘이 풀렸다.
저 배 위에서 강진호를 막으려던 이들이 모두 죽었다면, 그 악마가 풀려났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배를 탈취하기 위해서 전쟁을 지속한다 면, 이제 그들이 강진호를 상대해야 한다.
그들은 강진호를 피해서 바다로 뛰어든 이들이다. 몸에 차가운 바닷
물이 닿는다고 해서 사라졌던 의지 가 다시 돌아올 리는 없다.
지금 이 순간, 전쟁은 끝난 것이 다.
배에서 무인들이 멀어져 갔다. 그 와 동시에 바다가 싸늘한 침묵으로 물들어갔다.
‘기다리고 있군.’
죽고 도망가서 끝난 전쟁이 아니 다. 서로가 전력을 보존한 채 끝나 는 전쟁이다. 그럼 이 전쟁에는 마 무리가 필요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기에 지금 기다리고 있었다.
이 전쟁을 마무리할 사람을 말이
다.
“꽤나 오래 걸리시는군.”
그만큼 화가 났다는 뜻이겠지.
전쟁의 와중에 저런 행동을 하는 게 그리 옳다고 느껴지지는 않지 만…… 어쩌겠는가, 그게 강진호인 것을.
위긴스의 시선이 아래쪽으로 향했 다. 갑판의 한구석에 있는 강진호를 본 위긴스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살 짝 돌렸다.
한번씩 저런 강진호의 모습을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저 양반 은 내면에 괴물을 키우고 있다. 그
리고 그 괴물이 한 번씩 저렇게 고 개를 치켜든다.
괴물을 내보인 강진호는 절대 자 극해서는 안 된다.
위긴스는 입을 닫고 가만히 강진 호를 기다렸다. 모든 바다 위의 사 람이 침묵한 채 강진호를 기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