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03)
마존현세강림기-904화(902/2125)
마존현세강림기 37권 (10화)
2장 침몰하다 (5)
IX m O
=〒, —r=『.
강진호의 손끝.
길게 손톱처럼 자라난 마기의 끝 으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그 광경이 섬뜩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미 강진호의 전신도 피로 온통 물들어 있기 때문
일 것이다.
조금 다른 점 하나.
강진호의 전신에 묻은 피는 이미 딱딱하게 말라붙어 있다. 하지만 손 끝에서 떨어지는 피는 전혀 말라 있 지 않았다.
손톱 끝에 묻은 피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는 이 피가 지금 막 흘 러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끄••••••
실낱같은 신음.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을 것 같은 신음 소리였다. 하지
만 주변이 너무 고요하다 보니 그 소리는 더없이 선명하게 들렸다.
물론 그 신음의 주인공은 나카타 유지였다.
강진호는 혈인이 되어 있는 나카 타 유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가슴 팍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이 보 이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그를 살 아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못할 것 이다.
가만히 나카타 유지를 바라보던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 어때?”
붉은 것들 사이에 가느다란 선이
생겨난다. 핏물로 젖어버린 얼굴 사 이로 나카타 유지의 눈동자가 나타 났다. 그 눈동자는 강진호를 포착하 는 순간,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 했다.
“•• …주, 죽•• … 죽 …
잘려 나간 혀 때문인지, 그게 아 니면 여력이 남지 않았기 때문인지 제대로 말이 나오지 못했다.
강진호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 보다가 입을 열었다.
“죽여 달라는 말이겠지.”
아주 천천히 그의 고개가 끄덕여 진다.
“멍청한 말이지.”
강진호가 씹어뱉듯 토해냈다.
“너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싶 겠지. 하지만 그 기회가 다른 이들 에게도 주어졌나?”
“죽고 싶은 놈을 죽여주는 건 별 일도 아니야. 인간이란 결국 스스로 선택하는 존재이니까. 하지만 내가 화가 나는 것은 너는 저들에게서 그 선택권을 박탈했다는 거야.”
나카타 유지의 손끝이 파르르 떨 렸다.
“걱정할 것 없어. 나도 더는 할 생각이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너를 죽여주지도 않을 거야. 여기서 서서 히 죽어가라. 네가 한 짓이 무엇인 지를 떠올리면서 말이야.”
“끄…… 끄으……
강진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 웠다. 그러고는 가파른 절벽처럼 변 해 버린 갑판 위를 걷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짐승 같은 절규가 작 게 들려왔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는 나카타 유지에게 대가 를 치르게 했다. 그러니 이제 더 이 상은 볼일이 없다.
머릿속에서 나카타 유지를 지워 버린 강진호가 갑판을 거슬러 올라 갔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위긴스와 시선이 마주친다.
그리고 그 순간, 위긴스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강진호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선두에 올라섰다.
“뭐 하나?”
“원래 부하는 상관을 내려다보며 기다리지 않습니다. 상황이 어쩔 수 없으니 다른 예라도 표해야겠지요.”
“……쓸데없는 예의는 접어두는 편이 좋겠군.”
“물론 로드께서 효율을 중시한다 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 금 로드의 기분을 거스르고 싶지 않 은 제 입장도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 다.”
“음?”
“……거울이 있었으면 좋겠군요.” 그 말에 강진호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그러고는 쓴웃음을 머 금었다.
“좀 씻어야겠군.”
“물론 좋은 생각이십니다. 마침 위치도 바다이다 보니 물이 가득하 지요. 다만…… 지금 주목하는 이들
이 많으니 바다로 뛰어들어 씻는 것 만은 참아주십시오. 그 문제는 제가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위긴스가 의수를 들어 올렸다. 의 수가 살짝 빛난다 싶더니, 머리 위 에서 거대한 물방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일제히 강진호의 몸에 달라붙었다.
강진호는 거부하지 않았다.
위긴스가 그에게 해를 끼칠 리는 없으니까. 물줄기가 그를 훑고 지나 가자 강진호의 몸은 언제 피투성이 였냐는 듯 깨끗한 본래의 모습을 되
찾았다.
물론 찢어진 의복이야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눈으로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모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로 드 ”
“ 음?”
“이제 끝내셔야 합니다.”
위긴스가 바다 아래를 가리켰다.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자들, 그 리고 배 위에 올라타 있는 자들. 모 두가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보 고 있었다.
강진호가 슬쩍 눈을 찌푸렸다.
‘기이한 광경이군.’
전쟁이 끝날 때 그가 보는 광경 은 둘 중 하나였다.
끝도 없는 시체로 뒤덮여 있는 세상에 오연히 서 있거나, 바닥에 엎드린 적들을 오시하는 것.
하지만 이 모습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무리가 필요한 듯하 다. 하지만 문제는 강진호는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것이었다.
“에……
전쟁을 했고 이겼다. 그래서 전쟁
이 끝났다. 그런데 할 말이 뭐가 더 있겠는가.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강진호가 위긴스를 돌아보며 물었 다. 그러자 위긴스가 한숨을 내쉬었 다.
“아무 말이나 좋습니다. 저들도 딱히 듣고 싶은 말이 있는 건 아닐 테니까요. 이미 상황 파악은 끝났습 니다. 지금 저들은 그저 자신들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처분이라……
강진호가 다시 고개를 내려 밑을 바라보았다.
천이 넘는 이들이 바다 위에 떠 있다.
그렇게나 죽였음에도 이만한 수가 남아 있다는 것이, 이번 원정이 얼 마나 거대한 규모였는가를 반증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다.
이곳에 오기까지는 단순하게 생각 했다. 배에 타고 있는 자는 모두 죽 일 것이고, 바다에 뛰어드는 이들은 살려줄 것이다. 아주 간단한 문제다.
하지만 배가 가라앉기 시작하고, 저들이 이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다
른 선택이 강요됐다. 저들을 그대로 두고 간다면 살아남기가 힘들다.
아무리 무인이라고 한들, 저렇게 체력을 빼버린 이상 이곳에서 일본 까지 헤엄을 쳐 가는 것은 거의 불 가능했다. 일직선으로 최단 거리를 잡아 간다고 해도 어려운 일인데, 바다 위에서 방향을 잡고 일직선으 로 나아간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 한 일이었다.
두고 가면 모두 죽는다.
지금 위긴스는 묻고 있다.
저들을 모두 죽일 것인지, 아니면 살 방법을 마련해 줄 것인지.
그리고 강진호의 선택은 간단했 다.
머리카락에 흘러내리는 물을 털어 낸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는 노부오를 바라보았다.
“한국어?”
“예? 아…… 아! 가능합니다! 일 본어 통역도 가능합니다. 편한 대로 써먹어주십시오!”
뜬금없이 자기소개를 한 판이지 만, 그 말은 강진호의 의도를 정확 하게 캐치한 답변이었다. 강진호가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 전해.”
“예!”
“배에 뚫린 구멍은 막아두었다.”
노부오가 목청껏 강진호의 말을 통역해 소리쳤다. 증폭 마법을 통해 퍼지는 말이라 굳이 소리를 지를 필 요는 없지만, 긴장한 노부오는 거기 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너희는 두고 간다. 지금부터 어 떻게 살아날 것인가는 너희의 몫이 다.”
말이 전해지고 나자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 웅성 거림을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할 말을 전할 뿐이다.
“운이 좋다면 살아날 수도 있겠 지.”
말이 끝나자 다들 눈을 부릅뜨고 강진호를 노려보았다.
이 바다에 남겨진다는 공포가 일 시적으로 강진호에 대한 공포를 능 가한 것이다.
“그게 아니면……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다시 시작해 보지. 이번에는 생 존자가 없는 전쟁을 말이야.”
그 말이 결정타였다.
빠른 죽음과 느릿한 죽음 중, 빠 른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은 그리 많
지 않다. 살아날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 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진호와는 싸우 고 싶지 않다.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그때 였다.
“ 로드.”
위긴스가 강진호에게로 다가와 뭔 가를 속삭인다.
위긴스의 말을 들은 강진호가 고 개를 끄덕였다. 손을 우로 뻗어 아 공간에서 적루를 뽑아 들었다.
“하나 서비스 해주지.”
o o o o
-J—-1——[―〒
검집에서 뽑혀 나온 적루가 검명 을 토해냈다. 검이 우는 소리가 적 막한 바다를 따라 퍼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적루를 타고 검은 불꽃이 타오른다. 손끝에서 뻗어 나 간 불꽃이 일시에 적루를 뒤덮으며 세 배 이상 늘어났다.
그런 후에…….
촤아아아아아아악 J
강진호가 몸을 살짝 띄워올리고는 적루를 아래로 내리그었다. 검은 화 염이 마치 화살처럼 뻗어 나가 배를 그대로 갈라 버린다.
콰득! 콰드드드득! 기이이이잉!
귀를 찢을 것 같은 금속음과 둔 탁한 타격음이 터져 나왔다.
‘설마?’
지켜보는 이들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다.
설마…….
아니겠지.
하지만 강진호는 그들의 의도를 그대로 벗어났다.
배가 천천히 좌우로 벌어진다.
일격.
단 일격만으로 거대한 여객선이 반으로 갈려 버렸다.
경악, 그리고 공포.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목격한 이 들은 서서히 반으로 갈라지는 배에 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뱃머리가 좌우로 갈라지며 배가 요동친다. 그러더니 이내 배가 순식 간에 물에 잠겨들었다.
“••••••아!”
노부오는 입도 열지 못했다. 지금 그가 본 게 무슨 광경인지 머리가 해석을 하지 못하고 있다.
“ 전해.”
“ 아?”
“여객선이니 구명조끼 정도는 있
겠지. 잘 찾아보라고.”
“••••••예.”
노부오가 더듬더듬 통역을 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이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여전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 지 못하고 멍하니 떠 있는 이들과 눈치 빠르게 잠수해서 배를 향해 나 아가는 이들.
그 상반된 반응을 두고 강진호가 몸을 돌렸다.
“가시지요.”
“ O ”
노부오를 낚아챈 위긴스와 강진호
가 그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그러고 는 배를 옮겨 이명환과 이현수가 있 는 배 위에 내려섰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개와 허리가 격하게 꺽인다.
배 위에 올라탄 강진호를 본 이 들이 다들 최대한의 예를 표했다.
“ O ”
丁그 •
강진호가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수많은 이들이 바다 위에 떠 있 다. 하지만 이곳에 더 이상의 무인 은 남아 있지 않았다.
무인이란 단순히 강하고 약하고로
결정되지 않는다. 싸울 의지를 잃어 버린 이들은 아무리 강해도 무인일 수 없다. 그리고 무인이 아니라면 강진호의 적이 될 수 없다.
전쟁은 끝났다.
“돌아간다.”
“예!”
바다 위에 남아 있는 수많은 이 들을 두고 배가 머리를 돌렸다. 그 러고는 한국을 향해 최속으로 나아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망망대해에 남겨진 이들은 멍한 눈으로 멀어지는 강진호의 배 를 바라보았다.
오늘 그들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들을 실감하게 하는 것은, 붉게 물들어 있는 바다와 서서히 바닷속으로 가 라앉고 있는 여객선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실감해야 했다.
“찾았다!”
바다 위로 솟구친 이가 구명조끼 를 들어 올렸다. 그 구명조끼를 본 순간,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 는지를 깨달았다.
몇몇은 바닷속으로 잠수해 배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고, 다른 몇몇 은..
“이리 내놔!”
“당장 내놓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 어!”
쟁탈전을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한 쟁탈전.
구명조끼를 놓고 바다 위에서 다 시 한 번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어울리지 않게 멀리서 해가 떠오 른다.
전쟁의 끝을 알리는 일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