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04)
마존현세강림기-905화(903/2125)
마존현세강림기 37권 (11화)
3장 복귀하다 (1)
‘그런데 나는 왜 여기에 있지?’ 노부오는 슬슬 자신이 어디에 있 는지를 실감하고 있었다.
지금 그가 타고 있는 배는 총회 의 배다. 그리고 그 배 안에는 총회 의 무인들이 득시글거리고 있었다.
‘한국 무인들이 약하다고 누가 그
랬지?’
출정 전에 들은 설명이나, 그전에 알고 있던 한국 무인에 대한 이야기 는 다 거짓말인 게 틀림없다. 만약 거짓말이 아니면 그 말을 한 이들도 한국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을 것 이다.
지금 노부오의 눈에 보이는 무인 들 중에는 만만해 보이는 이가 하나 도 없었으니까.
‘전에는 절대 이렇지 않았는데.’
노부오는 나름 한국에 대해 정통 한 사람이다. 총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그가 모를 리가 없다. 어
릴 적부터 총회 소속의 무인들과 교 류해 온 전적이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 눈에 보이는 이들은 그가 아는 총회의 무인들과는 전혀 달랐다.
일단 무공의 고하를 접어두고 그 기질부터가 달랐다.
‘숨이 안 쉬어지네.’
진득하고 매캐하다.
살이 베일 듯한 살기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주변에 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그를 압박 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기운들이 아무리 봐도
일부러 그를 압박하려고 내뿜는 기 운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지금도 보라.
배 위에 있는 사람들 중 그에게 관심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심 지어 그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위긴 스와 강진호마저도 배에 오르는 순 간 그에게서 관심을 꺼버렸다.
그러니 다른 이들도 그에게 관심 을 가지지 않는다. 못 보던 얼굴이 있어 살짝 호기심을 일으키는 이들 도 있지만, 순식간에 납득했다는 얼 굴로 돌아가 버렸다.
아마도 강진호와 위긴스가 그를
데리고 왔다는 사실이 저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확실한 보증으로 작용 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 쳐도 이건 너무 방치 플 레이 아닌가?’
살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놈들은 대체 뭔데 평소에도 이 리 살기를 뿜어낸단 말인가.
이런 이들이 총회에 있다는 것은 정말 듣도 보도 못했다.
“노부오 씨?”
그 순간, 등 뒤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부오가 화들 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일단 능숙
한 일본어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 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 예!”
“아, 한국어를 할 줄 아시는군요.”
“그, 그렇습니다.”
노부오는 다가오는 사내를 보며 눈을 꿈뻑였다.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이질감에 노부오가 더 놀라고 말았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라면 이 사람이 정상적인 사 람이고, 다른 이들이 특이하게 보여 야 한다.
하지만 눈 세 개인 사람들이 사
는 곳에 눈 두 개인 사람이 가면 이상한 취급을 받듯이, 이들 속에 정상적으로 보이는 이가 섞여 있자 더없이 큰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현수라고 합니다. 한국 무도 총회의 경영관리실 장입니다.”
“아…… 노부오 다케시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이현수가 싱긋이 웃고는 말을 이 었다.
“당황스러우시겠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저 새끼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워
낙 더러워서 그렇지, 사실 별거 없
는 놈들이거든요.”
노부오가 입을 다물었다.
‘죽으려고 환장했나?’
그가 보기에 이현수는 절대 강하 지 않았다. 무인의 강함이 겉모습이 나 풍기는 기세로만 판별되는 건 아 니지만, 대충은 짐작할 수 있지 않 은가.
하지만 이현수에게서는 전혀 강자 의 풍모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저 무시무시한 양반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면전에서 대놓고 하다니
아니나 다를까, 말이 끝나기가 무 섭게 사방에서 살짝 날카로운 눈빛 들이 쏘아졌다.
그러자 이현수가 그 눈빛을 느꼈 는지 고개를 치켜들었다.
“ 뭐?”
이현수가 눈을 부라리자 날카로운 눈빛들이 금세 유순해졌다.
“……아닙니다.”
“저희가 뭐 입이나 코나 뗐습니 까?”
“실장님 말이 맞습죠.”
주절거리는 발언이 이어지고 다들
고개를 슬쩍 돌렸다.
노부오는 그 광경을 보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거, 미친놈이야.’
주변에 있는 이들이 별거 없는 게 아니라 지금 그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현수라는 작자가 보통이 아 닌 게 틀림없었다. 괜히 말실수라도 했다가는 언제 목이 날아갈지도 모 른다는 긴장감이 그를 엄습했다.
“보셨죠? 얘들 별거 아닙니다. 그 러니까 신경 쓰지 마시…… 더 긴장 하시는 것 같은데?”
“아, 아닙니다.”
이현수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러고는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긴장하실 것 없습니다. 노부오 씨는 총회의 은인이시니까 요.”
“은인요?”
“은인이시죠. 노부오 씨 덕분에 희생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다들 머리를 바닥에 처박아도 이상하지 않죠.”
이현수가 살짝 눈짓으로 뱃머리에 있는 세 사람을 가리켰다.
“물론 저 양반들은 빼구요.”
노부오의 시선이 뱃머리에 있는 세 사람에게로 향했다. 거대한 덩치 를 가진 바토르가 그의 시선을 가장 먼저 장악했지만, 노부오의 시선이 마지막에 머무른 것은 역시 강진호 였다.
‘체구는 오히려 좀 작은 편인가?’ 뒷모습만으로는 거대한 힘이 느껴 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무공을 쓰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본 노부오 에게는 바토르보다 강진호가 오히려 더 크게 보였다.
“제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닌데……
“노부오 씨.”
이현수가 씨익 웃었다.
“사람이 한 일에 대한 평가는 본 인 스스로 하는 게 아닙니다. 그 일 을 본 타인이 해주는 거지요. 그리 고 그 일의 혜택을 받은 이들이 하 는 겁니다. 혜택을 받은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노부오 씨가 한 일은 충분히 가치가 있고, 영웅적이었습 니다.”
“저, 저는……
노부오가 손을 내저었다.
“저는 그리 대단한 일을 한 게 아 닙니다. 그럴 의도로 한 일도 아닙
니다. 오히려 좀 찌질한……
“아니요.”
이현수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 다.
“어떤 사람이 한 일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그 의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만 보 면 됩니다.”
“아니••••••
“사람의 의도라는 것은 남이 알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면서 무슨 의도인지 누가 알겠습 니까? 스스로 말하는 것도 거짓일 수 있죠. 그러니 저희는 그저 노부
오 씨가 한 일을 있는 그대로 평가 할 뿐입니다.”
이현수가 노부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노부오가 화들짝 놀라 손을 내저었다.
“이러지 마세요.”
“제가 총회를 대표할 수 있는 입 장은 아니지만, 총회의 실장으로서 감사를 드립니다. 노부오 씨 덕분에 수많은 목숨이 살 수 있었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노부오의 정보가 먼저 도착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빠르게 대처한다
고 해도 해안에서 그들을 맞을 수밖 에 없었을 것이다.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시에는 저들이 상륙한 뒤에 야 상황을 파악했을 수도 있다.
그러면 전선이 넓어진다.
전선이 넓어지면 강진호나 이사들 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한정된 다. 그 외의 지역으로 투입된 이들 은 희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개인의 힘의 차이는 아직도 확 고하니까.
노부오는 정말 수많은 이들의 목 숨을 살렸다.
“제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는
회주님과 논의를 하셔야 할 것 같습 니다.”
“ 예?”
“ 이쪽으로.”
이현수가 노부오를 이끌고 뱃머리 로 나아갔다. 노부오는 움찔하면서 도 이현수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정말 가기 싫은데.’
저 강진호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 는 걸 누가 반기겠는가. 오늘 처음 본 사이면 모를…… 아니, 오늘 처 음 본 사이는 맞는데, 그런 빤한 말 로 해결하기에는 그가 본 것이 너무 많았다.
저 인간들은 험한 무인계에서 살 아온 노부오를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유치원생 정도로 보이게 만드는 양 반들이란 말이다.
자신을 끌고 가는 이현수의 손길 에 노부오는 어쩔 수 없이 쭈삣쭈삣 나아갔다.
“크흠.”
강진호들에게 가까이 다가간 이현 수가 헛기침을 했다. 서로 다른 눈 빛을 품은 세 쌍의 눈동자가 이쪽을 돌아본다.
딸꾹.
그 눈빛을 마주한 노부오가 살짝
경련했다.
“회주님, 노부오 씨입니다.”
오 O ”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 고는 노부오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 안녕하십니까?”
도무지 이 상황에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저 눈빛을 맞으며 침묵 을 유지할 자신이 없는 노부오였다.
“상처는 괜찮은가?”
“예? 아…… 아! 예!”
노부오가 부동자세로 대답했다.
의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부드럽 다. 선상에서 그가 들은 목소리가
마치 다른 사람의 것처럼 느껴질 정 도다.
“위긴스.”
“예, 로드.”
“치료는 충분한가? 단전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응급처치는 했습니다. 시간을 두 고 치료한다고 해도 후유증이 남지 않을 정도로는 처치를 해두었습니 다.”
“무공을 다시 익힐 수 있다는 건 가?”
“물론입니다, 로드.”
“그래.”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노부오의 가슴이 요동치고 있었다.
‘무공을 다시 익힐 수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단전이 깨진 사람은 절대 내력을 다시 쌓을 수 없다. 이건 무인계의 상식이고 진리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노부오는 당장 어디서 구라질이냐고 쌍욕을 퍼부었을 것이 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럴 수 없었 다.
이들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 무리 생각해 봐도 이들이 저지른 일 중 상식적인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 이었다. 셋이서 원정대의 배에 뛰어 들어 배를 박살 내버리는 양반들인 데, 상식을 따져서 무엇 하겠는가.
노부오의 단전을 복구시키는 일 따위는 이들에겐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잘됐군. 마음이 무겁던 차였는 데.”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노부오를 보며 입을 열 었다.
“노부오라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잘해줬다.”
노부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런저런 미사여구가 들어가지 않 은 담백한 말이지만, 그런 만큼 노 부오의 가슴을 뒤흔들고 있었다. 아 무리 봐도 강진호는 빈말을 할 사람 이 아니다. 그런 이가 지금 노부오 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공을 세웠으면 상을 받아야겠지. 원하는 것을 말해봐라.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강진호의 말에 노부오가 이현수를 살짝 돌아보았다. 그러자 인현수가 빙그레 웃으며 노부오를 도와주었 다.
“말 그대로입니다. 원하시는 것을 말씀하시면 됩니다. 막대한 재물을 원하신다면 힘닿는 대로 도와드릴 것이고, 직위를 원하신다면 직위를 드릴 겁니다. 앞으로 총회의 소속으 로 살고자 하신다면 그것 역시 제가 성심성의껏 돕겠습니다. 그리고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일본으로 돌아가실 수도 있습니
다.”
“ 예?”
전혀 뜻밖의 말에 노부오가 눈을 크게 떴다.
“저는 이제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 하는 몸인데요?”
“상식적으로는 그렇지만, 꼭 그렇 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신분과 새로 운 삶을 드릴 수 있으니까요. 물론 살짝 얼굴을 바꾸는 번거로운 과정 이 필요하겠지만.”
이현수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 다.
“무인계라는 게 생각처럼 그리 꼼
꼼한 곳이 아니거든요. 신분을 숨기 고 살아가려 하신다면 저희가 얼마 든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이현수의 말에 노부오의 눈이 흔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