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06)
마존현세강림기-907화(905/2125)
마존현세강림기 37권 (13화)
3장 복귀하다 (3)
수령은 가만히 밝아오는 해를 바 라보았다.
일출.
그의 삶에 있어서 일출을 바라보 는 것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수면이 일반인에 비해 크게 필요하 지 않은 무인들은 떠오르는 해를 보
는 일이 꽤나 흔했으니까.
하지만 수도 없이 보는 광경이라 해도 오늘의 일출은 조금 특별한 느 낌이 있었다.
‘ 지금쯤인가?’
이제 슬슬 예정한 시간이다.
지금쯤이면 배가 한국에 도달했을 것이다.
“반도라……
수령은 가슴이 살짝 일렁이는 것 을 느꼈다.
반도는 일본에 있어서 참으로 이 상한 곳이었다. 여러 면에서 그들을 추월한 지가 꽤나 오래되었음에도,
이상하게 손에 넣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반도였다.
열도.
일본 열도는 일본인들이 살아가기 에 부족하지 않은 곳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일본의 영토에서 만족하고 살아가는 게 조금 더 행복한 길일지 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을 살아가는 이들은 크든 작든 미묘한 갈증에 시달린다.
열도의 한계.
아무리 발전하고 강해져도 한정된 영토만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그 압 박감이 오랜 세월 일본의 지배자들
을 괴롭혀 왔다. 그렇기에 일본은 틈만 나면 반도를 도모했다.
반도야말로 일본은 저 드넓은 대 륙으로 인도해 줄 열쇠와도 같은 땅 이니까.
하지만 언제나 결과는 같았다.
전쟁에서 승리해도, 심지어 그들 을 병합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시 간이 지나면 일본은 반도를 내놓고 다시 이 좁은 섬으로 돌아와야 했 다.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한때는 수령 역시 그러한 일련의 시도가 멍청하기 짝이 없다고 여긴
적도 있다.
지금의 시대는 영토를 얻는 시대 가 아니다. 충분한 힘만 있다면 굳 이 타국의 영토를 노리지 않고서도 경제적, 정치적으로 타국을 지배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왜 굳이 희생을 감수하며 다른 나라를 노린단 말인가.
검과 총으로 벌이는 전쟁이 아니 라, 돈과 외교로 전쟁을 치르는 시 대다. 분명 그리 생각해 왔다.
‘지금 역시 그리 다르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은 다르다.
관서라는 드넓은 세상을 손에 넣 은 뒤, 수령이 느낀 것은 충족감이 아니라 조금의 답답함이었다.
그 순간, 수령은 깨달아 버렸다.
더 뻗어 나갈 곳이 있는 곳과 그 렇지 않은 곳의 차이를 말이다.
대륙에는 수많은 국가들이 서로의 영토에 경계선을 그은 채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 타국의 침략에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일본에서 보기에 그들의 삶은 척박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가능성이라는 것이 있 다.
수령은 안다.
지금 그어진 국경선이라는 게 영 원하지 않다는 것을. 어쩌면 타국에 게 잡아먹힐 수도 있고, 어쩌면 타 국을 집어삼켜 더욱 커질 수도 있 다.
확실한 것은 그들에게는 국경을 넓혀 나가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섬이라는 영역에 만족해 버린다면 과연 일본은 더 뻗어 나갈 수 있을 까?
지금 가진 땅과 힘에 만족하라
고?
‘웃기는 소리.’
이제는 안다.
더 뻗어 나갈 곳이 없어진 뒤에 야 수령은 알아버렸다. 확장과 개척, 그리고 침략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을 말이다.
로마는 왜 그리 많은 땅을 손에 넣으려 했는가. 그들이 가진 것이 이미 세계의 중심이었거늘, 어째서 그들은 연이은 전쟁을 일으키고 탐 욕스레 타국을 침공했을까.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
세계제일의 강대국이라는 명성과
실리를 동시에 쥐고 있으면서도. 굳 이 먼 곳에 개입하지 않아도 그 힘 으로 얼마든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데도 왜 전세계를 향해 손을 뻗는 것을 멈추지 않는가.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를 경영하는 것은 결국 인간 이다.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라 해도 마 찬가지다. 모든 결정의 근본이 인간 에게서 나온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 는다.
그리고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탐욕스러운 생물이다.
만족을 모르고, 안주를 모른다.
언제나 가진 것 이상의 것을 가 지려 든다.
그리고 수령 역시 한낱 인간일 뿐이었다.
“으 ”
낮은 침음이 흘러나왔다.
결국 선조들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일본 내에서 더 얻어낼 것 이 있을 때는 굳이 반도로 눈을 돌 리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 만족할 수 없다면, 그때는 반도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일본인이어서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수령이 가만히 눈을 감았다.
나름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를 쓰 고 있지만, 쉽사리 평정을 찾을 수 없었다.
이제 그의 가슴 안에 뜨거운 것 은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는 달아오를 만한 일을 찾 지 못했던 걸지도 모른다.
‘조금 후회되는군.’
이런 기분을 느낄 줄 알았다면 직접 갈 것을.
어떠면 이만한 흥분을 느껴볼 일 이 그의 생전에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언젠가는 저 오만한 중 국을 징벌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 을 알고 있으니까.
그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이번이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전투의 기회 일지도 몰랐다.
그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의 아쉬움이 찾아왔다.
‘평상심.’
수령이 가만히 옆에 놓인 삼베 천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무릎 위에 올려둔 애병(愛兵)을 닦기 시 작했다.
딱히 관리가 필요 없을 정도로 반질반질한 일본도이지만, 지금 그 의 행동은 도를 닦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닦는 것에 가까웠다.
A O O 으
, —, — 人、•
삼베 천이 도날에 스치는 소리만 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어디선가 새 가 지저귀는 소리, 풀벌레가 우는 소리, 정원의 작은 연못에서 방아가 도는 소리…….
평온을 상징하는 소리들이 한데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수령이 도를 닦던 손길을 멈췄다.
가만히 도를 도집에 집어넣은 수 령이 선반 위에 올렸다.
“들어오너라.”
그러고는 차분하게 입을 연다.
곧 문이 조심스레 열리며 고풍스 런 전통 복장을 한 이가 무릎걸음으 로 안으로 들어왔다.
“수령을 뵙습니다.”
“연락이 왔느냐?”
평소 예를 중시하는 수령이었다. 그럼에도 모든 예를 무시하고 본론 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이 긴 의식 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이 완전한 평정을 찾지 못했다는 증거이리라.
“예. 하오나……
수령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 은 뭔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수령은 깊이 심호흡을 했다.
‘세상사가 다 그런 법이지.’
진인사대천명이라…….
사람이 아무리 완벽한 준비를 한 다고 해도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 지지는 않는다. 결국 인간의 모든 일은 시운과 천운이 따라야 하는 법.
손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놈들이 눈치를 챈 모양이구나.”
“송구합니다만, 그렇습니다.”
“피해를 입었겠군.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래서 피해는 어느 정도라 고 하더냐? 눈치를 챘다고 한들 상 륙이 어렵지는 않았을 터. 상륙을 했으니 연락을 받았겠지.”
머뭇거림.
불쾌한 머뭇거림이 느껴진다.
그 미묘한 감정을 느낀 수령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
“바이켄.”
“예, 수령.”
“대답해라. 원정대는 어찌 되었
나?”
바이켄이라 불린 이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보고하기가 어렵다 고 해도 결국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깊게 심호흡을 한 바이켄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정확한 사정은 아직 파악 중입니 다. 다만……
“ 다만?”
바이켄의 입에서 무거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조금 전, 자신이 한국의 총회인 이라 주장하는 이에게서 연락이 왔 습니다.”
꿈틀.
수령의 눈썹이 크게 요동쳤다.
“총회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습니다.”
“뭐라 하더냐?”
“ 그게••••••
바이켄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말했다.
“아직…… 확인된 바는 아닙니다 만, 자신이 총회의 실장이라 주장하 는 자의 말에 따르면, 현재 원정대 는 일본해 한중간에 표류중……
“표……류?”
“예. 배는 침몰했고, 구명조끼와
함께 바다에 표류 중이라 합니다. 지금 당장 구조대를 보내지 않는다 면 다들 물고기 밥이 될 것이라
수령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켄은 지금 수령이 얼 마나 거대한 분노를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살짝살짝 떨리는 그 손끝만 보더라도 너무도 명백하다.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그럼••••••
수령의 목소리가 점점 차가워졌 다.
“너는 지금 확인되지도 않은 일을 적의 말만 듣고 내게 보고하는 것인 가?”
바이켄이 깊이 머리를 조아렸다.
“제 무능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하나 아무런 생각이 없던 것은 아닙 니다.”
“말해보라.”
“우선 보고가 제시간이 오지 않았 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까지 원정대 에서 연락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쯤이면 반도의 근해로 접어들고 도 남았을 시간. 명백히 문제가 생 겼다는 증거입니다.”
“ 또?”
“그리고 적이 원정대의 존재를 명 확하게 인식하였고, 항로도 알고 있 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단순히 첩보를 얻었다는 걸로는 확인할 수 없는 정보들입니다.”
“ 또?”
바이켄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저들이 말한 지역은 조선의 영해 입니다. 그곳을 저희가 확인할 방도 가 없습니다. 우선 당국의 협조를 구하여 위성사진을 확보하고는 있습 니다만……
“느리다.”
“예!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 할 시, 원정대가 바다 위에서 적과 조우하여 패하였다. 정확하게는 괴 멸했다는 결론이……
우드드득.
수령의 손이 다다미 바닥을 파고 들었다. 입술을 질끈 깨문 수령의 얼굴에서 더할 수 없는 노기가 배어 났다.
“이•••••• 이••••••
수령은 노기로 말을 잇지 못했다. 패했다?
그것도 조선 땅을 밟아보지도 못 하고?
“어뢰라도 쏜 것인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뭐냔 말이다!”
“수, 수령, 확인과 구조를 위해서 배를 보내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곳에 남아 있는 생존자를 확보해 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영해라 하지 않았느냐!”
“저들이 구조를 허락한 만큼 문제 는 없을 것입니다.”
“이!”
콰아아아앙!
마침내 수령의 주먹이 바닥을 내 려쳤다. 그의 얼굴은 이미 더 이상 붉을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오른 뒤였 다.
“당장! 당장 배를 보내라! 죽지도 못해 살아 있는 그 멍청한 놈들을 당장 끌고 와라! 어서!”
“예!”
바이켄이 급하게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뛰쳐나가자, 수령이 자리에 서 벌떡 일어났다.
“이 멍청한 놈들!”
차아앙!
손에 들린 도집에서 도가 뽑혀
나온다. 도에서 뿜어져 나온 새파란 도기가 잘 가꿔진 정원을 제멋대로 갈라 버렸다.
“땅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당했다 는 말이냐! 밟아보지도 못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다.
“나카타 유지, 이놈은 대체 뭘 했 단 말이냐! 카제이치까지……
수령이 입술을 질끈 깨문다. 아랫입술이 갈라지며 시뻘건 피가 턱을 타고 흘렀다.
‘카제이치가 당했다고?’
나카타 유지는 당할 수 있다.
하지만 카제이치가 당하는 것은
그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
수령의 머릿속에 한 사람의 이름 이 떠오른다.
‘ 강진호.’
분명 그 작자가 무슨 일을 저지 른 게 틀림없었다.
“……살려두지 않겠다.”
죽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령의 차가운 분노가 정원을 싸 늘히 얼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