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07)
마존현세강림기-908화(906/2125)
마존현세강림기 37권 (14화)
3장 복귀하다 (4)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언제나 강 진호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 사건을 수습하는 것은 언제나 이현수의 몫 이었다.
배가 항구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 현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아 니, 바빠야 했다.
하지만 의외로 이현수는 여유를 느끼고 있었다.
‘딱히 할 일이 없는데?’
그동안 그가 수습해 온 일들에 비하면 이번 경우는 그리 어려운 일 이 아니었다.
과거 영남회와 총회의 전쟁을 수 습할 때처럼 영남회를 흡수하여 원 활하게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편제를 재편할 필요도 없고, 영남회의 재산 을 수습할 필요도 없었다.
강진호가 중국에서 마교를 끌고 왔을 때처럼 강진호의 부상에 기겁 할 필요도 없고, 막대한 난민(?)들
을 수용할 필요도 없다.
그냥 적당히 상처 입은 놈들을 병원으로 보내고, 남은 놈들을 회로 돌려보내면 그만이었다.
덕분에 이현수는 간만에 널널한 사후 정리를 즐길 수 있었다.
“예, 소장님. 하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도…… 그거, 일을 너무 크 게 벌인 거 아닙니까?]“조심하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네요.”
[일본 놈들이 문제 삼지는 않겠습 니까‘?]“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대신 그 놈들이 아직 바다 위에 떠 있거든 요.”
[예? 바다 위에 떠 있다구요?]
“예. 아마 일본에서 배를 보낼 겁 니다. 그러니 그건 좀 눈감아주십시 오. 그것까지 막으려 들면 정말 문 제가 생길지 모르니까요.”
[음. 뭐, 어쩔 수 없죠. 여하튼 저 도 한국인인지라 일본 놈들이 쳐들 어온다니 최대한 협조하기는 했습니 다만…… 앞으로는 이렇게 일을 크 게 벌이는 건 삼가주십시오. 요즘 세상이 그런 세상이 아닙니다. 카메
라가 수도 없어요.]
“저희도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런 데 저 미친놈들이 쳐들어오는 걸 뭐 어쩌겠습니까. 잘 좀 부탁드리겠습 니다.”
[윗분들이 영 불편해하고 계시거 든요.]이현수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니, 이 새끼들은 누구 편이야?’ 자신들이 쳐들어간 것도 아니고, 일본 놈들이 쳐들어와서 상대한 것 뿐인데 이쪽을 물고 늘어지면 어쩌 라는 건가. 그럼 사고 안 치려고 앉 아서 당하기라도 하란 건가?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이현수 는 최대한 쾌활한 목소리를 유지했 다.
“노고에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 다. 부탁 좀 드릴게요. 고생해 주신 것 알고 있으니, 섭섭잖게 준비하겠 습니다.”
[에이, 큰일 날 소리 하십니다. 요 즘 그런 것 받으면 모가지 나갑니 다, 모가지.]“저희가 건네는 건 다들 이해해 주시잖습니까. 티 안 나게 잘 알아 서 하겠습니다.”
[뭐, 그렇다면야.]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보고는 잘해보겠습니다. 아마 협 조 요청이 한 번쯤 갈 수도 있을 겁니다. 그건 감안해 주세요.]“물론입니다.”
[그럼.]전화가 끊기자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말을 말아야지.”
생각 같아서는 욕을 한바탕 퍼붓 고 싶지만, 그럴 가치도 없다.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소장이 무슨 힘 이 있겠는가.
소장이라는 자리가 실권자가 앉는 자리이고, 실제 군을 움직일 수 있 는 사령관의 자리라고는 하나, 그것 도 옛날이야기고, 전쟁을 수행할 때 의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세상에는 쓰리 스타 가 넘쳐 난다.
국방부 장관도 국회의원들에게 욕 을 퍼먹는 세상인데, 고작 소장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인접국과 트러블을 초래할 수 있 는 민감한 문제 앞에서 소장은 파리 목숨에 불과하다. 그러니 우는소리 를 할 수밖에.
‘여하튼 이건 해결했고.’
어차피 저 사람이 뭔가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 사람은 단순히 연락책이다. 진짜 해결은 윗선에서 할 것이다.
무인계와 드러난 세계의 관계는 언제나 이렇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확고하며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서로 모르는 것처럼 행동한다. 특정한 루트를 통 해서만 연락을 주고받으며 협의가 전혀 없던 것처럼 대응한다.
우스운 일이었다.
딱히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
니다.
과거부터 해오던 일들이 관례처럼 굳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굳이 바꾸 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이현수는 이쪽이 더 편하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왕래하게 된다면 그만큼 이현수의 일이 늘어날 테니까.
‘돈으로 떼울 수 있다면 이득이 지.’
이현수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돈의 가치를 낮게 보는 것이 아니 다. 아무리 그들이 무인이라고는 해 도 결국 자본주의의 세상을 살아가 는 사람이다.
돈이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돈으로 간편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돈을 쓰는 걸 주저해서는 안 된다. 돈이야 또 벌 수 있지만, 일이 꼬였을 경우에는 억만금을 퍼부어도 해결 못할 일이 생기니까.
“그럼 이건 해결됐고.”
이현수가 씨익 웃었다.
물론 이걸로 다 끝난 건 아니었 다. 이 일을 무마하기 위해서는 꽤 나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어떻게 든 한 다리 뻗어 들어오려 하는 정
치인이나 고관 놈들을 다물게 만들 려면 한동안은 지갑이 영 서글퍼질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무인은 키워 낼 수 없다. 돈으로 대체할 수 없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돈을 쓰는 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지금쯤이면 난리가 났겠네.”
절로 웃음이 났다.
강진호의 지시대로 일본에 전화를 한 통 넣어주었다. 깔끔하고 담백하
게 말했으니,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는 저들의 몫이다. 하지만 저쪽 상 층부가 싸그리 병신들이 아니라면, 지금쯤은 사태를 파악했을 것이다.
아마 패닉이겠지.
거꾸로 이현수가 같은 일을 당했 다면 얼마나 끔찍했을까?
생각만 해도 휘파람이 절로 나올 만한 일이었다.
“한국이 바다 위에서는 지면 안 되지.”
“ 예?”
“..뭘 ‘예’야‘?”
어느새 그의 옆으로 다가온 이명 환이 뚱하니 이현수를 보고 있었다.
“탑승 완료했습니다.”
“좋네. 퇴근해.”
“……그게 끝입니까?”
“그럼 뭘 또 하라고?”
이현수의 말에 이명환도 마땅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이거, 영 이상한 기분이네.’
과거, 이중걸의 별장을 습격했을 때는 지금보다 거창한 것들이 많았 다. 상대한 적의 수준은 급격하게 올라갔는데, 훨씬 일이 깔끔하게 끝 나니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다.
“너는 애들 다른 데로 안 새게 신 경 쓰고.”
“새긴 어디로 샙니까.”
“흘려듣지 말고, 새끼야.”
이현수가 정색하자 이명환이 자세 를 바로 했다.
“원래 사고가 제일 많이 나는 때 가 이런 때야. 머리에 혈기는 가득 찼는데, 딱히 할 일은 없을 때.”
“예.”
“오늘 사고 치는 새끼 나오면 너 부터 갈아버릴 거야. 뭔 맡인지 알 아들었어?”
“예!”
이명환이 기합이 잔뜩 든 자세로 대답을 하자, 이현수가 그제야 고개
를 끄덕였다.
“복귀하자.”
출발하는 버스들을 보며 이현수가 품 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찰칵.
담배를 한 대 천천히 빨아들이자 그제야 모든 것이 끝났다는 실감이 든다.
‘아니, 이제 시작이지.’
이현수가 깊게 담배를 빨았다.
생각보다 쉽게 끝나서 실감이 나 지는 않지만, 이건 한국 무인계가 생긴 이후 최초로 타국의 본격적인 침공을 받은 사건이었다. 이리 단순
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한 번 벌어진 일은 또 벌어진다.
일본이 침공했다면, 중국도 침공 할 수 있다.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 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 가.
‘장기적으로 본다면 좋은 소식은 아니야.’
강진호가 나서서 저들을 전멸시켰 다는 이야기는 곧 세상에 파다하게 퍼질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강 진호와 총회를 노리는 이들은 좀 더 확실한 준비를 할 게 빤했다.
‘노파심이지만……
이현수가 눈을 비볐다.
이렇게 생각하면 끝이 없다. 세상 모든 일에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 적인 부분이 공존한다. 이현수는 어 떤 일을 보든 부정적인 부분부터 생 각한다. 좋지 않은 버릇이다. 사람이 의기소침해질 수 있으니까.
지금은 그저 이 승리를 즐기면 된다.
‘난리가 나는 건 여기도 마찬가지 겠지.’
다들 아직 실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일쯤이면 실감이 날 것이다.
그들이 무엇을 이뤄냈는지.
그 광경을 생각하며 이현수가 피 식 웃었다.
그때 였다.
“이 현수.”
“예!”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 현수가 격하게 몸을 꺾었다. 목소리 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있다.
이현수는 자신의 등 뒤에 서 있 는 강진호를 보며 살짝 몸을 떨었 다.
‘이럴 때는 적응이 안 된다니까.’ 그가 적응을 못하는 건지, 아니면
강진호에게서 전투의 여운이 빠지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장에 서 있을 때의 강진호와 전장에서 돌아 온 강진호, 그리고 평소의 강진호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하명하십시오/
“정리는 끝났나?”
“예! 대충 마무리되어 가고 있습 니다.”
“남은 건 부탁하지.”
“예!”
대답을 해놓고도 고개를 갸웃거리 는 이현수였다.
“어디 가십니까?”
“나도 퇴근해야지.”
강진호가 가볍게 웃고는 몸을 돌 렸다.
“읏차.”
집 앞에 도착한 강진호가 낮은 한숨을 쉬었다.
‘이것도 곤란하군.’
삼척에서 서울까지 오는 가장 빠 른 교통수단이 두 다리라는 것은 확 실히 문제가 있다.
평소에는 될 수 있으면 무학을 쓰지 않는 강진호다. 스스로가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을 잊으면 안 되니까.
그렇기에 달려가면 더 빠를 수 있는 곳도 최대한 차를 타고 이동했 다. 바람이 통하지 않아 갑갑한 붕 붕이를 자주 몰고 다니는 이유에는 그것도 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집에 빨리 돌 아가고 싶었다.
피곤했기 때문일까?
‘복장.’
강진호가 복장을 다시 점검했다. 출발하기 전에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기는 했지만, 그래도 혹시 오는 와중에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니
까.
‘ 냄새.’
그리고 혹여 몸에서 피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다시 확인한다. 모든 확인을 끝내고 휴대폰 카메라로 다 시 점검을 마친 강진호가 깊이 심호 흡을 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디리리릭.
도어락이 해제되고 문이 열렸다.
‘주무시……
“야!”
문이 열리자마자 뭔가가 날아온 다. 강진호는 재빠르게 날아오는 것 을 받아 들었다.
‘ 쿠션?’
“지금 시간이 몇 시야! 이 인간이 미쳐 가지고 외박을 해? 요즘 한동 안 잠잠하다 싶었더……
성난 들소처럼 뛰어오던 강은영의 눈이 흔들렸다.
“트레이닝복?”
“못 보던 트레이닝복?”
“어••••••
강은영이 주먹을 쥐고 파르르 떨 더니, 몸을 획 돌렸다.
“자, 잠깐……
“엄마아아아아아아아아! 엄마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오빠가 어디 가 서 옷 팔아먹고 새 옷 입고 왔어! 엄 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뭐?!”
안방 문이 벌컥 열리며 백현정이 뛰쳐나왔다.
“이게?”
위아래로 강진호를 훑은 백현정이 손가락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 앉아.”
강진호가 다소곳이 소파에 앉았 다.
“불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 부터 끝까지.”
“어서.”
이 평온함이 좋다고 하면 조금 이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진호는 이제야 전장에서 벗어나 집에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 하고 있었다.
그래, 집.
그래, 가족.
더없이 따뜻하고 즐거운…….
“웃어?”
아니, 솔직히 지금은 즐겁지는 않
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