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12)
마존현세강림기-913화(911/2125)
마존현세강림기 37권 (19화)
4장 계획하다 (4)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과 조율하 는 법?”
오 O ”
HBT.
박유민은 떨떠름한 얼굴을 한 강 진호를 보며 피식 웃었다.
“내가 한 번씩 생각하는 건데
“웅?”
“넌 참 다양한 문제를 가져오는구 나 싶다.”
주영기가 첨언했다.
“다양한 문제를 가져오는 게 아니 라, 성격이 지랄 맞아서 남들은 그 냥 넘기는 문제를 혼자 못 넘기는 거지.”
“……친구한테 팩트 폭행하는 거 아냐.”
강진호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 다.
내 성격이 지랄 맞다고?
주영기가 강진호의 표정을 보고는
혀를 찼다.
“저 봐, 저 봐.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 이놈은 한 번씩 저 렇게 순진한 척을 한다니까.”
“그런 적 없다.”
“인마, 너랑 같이 일하는 사람들 이 불쌍하다.”
박유민도 그 말에는 크게 공감한 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주영기는 모르겠다만, 박유민까지 이리 나오니 강진호도 할 말이 없었 다.
‘아닌데.’
하지만 억울한 것도 사실이다.
과거, 청마의 경우라면 변명의 여 지도 없다. 이제는 강진호도 청마가 그를 보필하기 위해서 얼마나 힘들 었을지를 이해하고 있다.
사무 능력으로 따지자면 위긴스와 이현수를 더하고 거기에 곱하기 10 정도는 해놓은 것 같은 인간 사무실 청마이지만, 때때로 그 얼굴에 다크 서클이 가득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 던가.
그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 돌 이켜 보면 그건 정말 어마어마한 일
이었다.
청마 역시 거의 극마에 다다른 무인이다.
당시에 강진호가 워낙 깡패처럼 강해서 그렇지, 청마도 천하오대고 수 내에는 충분히 들고도 남았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었을지도 모 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당시에 강진 호를 죽이겠다고 모인 초극의 고수 들 중 청마보다 강한 이가 딱히 떠 오르지 않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런 고수가 다크 서클을 줄줄 달고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으
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과 스 트레스에 시달렸다는 말이겠지.
‘반성하자.’
다시 한 번 반성하고 청마의 명 복을 비는 강진호였다. 마지막에는 곱게 죽여줬으니…… 아니, 곱게는 아니지만, 확실하게 죽여줬으니 이 제는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없 는 세상에서 편히 살고 있지……는 못하겠지. 지옥에 떨어졌을 테니.
생각해 보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고통받는 청마였다.
“진호야, 사람이 같이 산다는 건 원래 그런 거야.”
박유민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모두들 의견이 다르지. 그걸 조 율하며 사는 게 사람이잖아.”
“그 조율이란 게 잘 안 돼서 그런 다.”
“조율이 잘 안 된다고? 그게 아 닌 것 같은데.”
“응?”
대답은 주영기가 대신 해줬다.
“마, 인생은 산수가 아니다. 답이 꼭 있는 게 아니라는 거지.”
“답이 없다고?”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그 말에는 동의를 할 수 없었다.
세상 모든 것에는 답이 있다. 다만, 그 답을 찾지 못할 뿐이다. 과거의 강진호는 힘으로 답을 찾았다. 하지 만 이번 생에서는 오직 힘만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그렇기에 대화하고, 그렇기에 고 민한다.
하지만 그 고민으로도 답을 완전 히 찾아낼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한 건 데…….
“니가 답이 꼭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빤하지. 니 머릿속에는 답이 이미 나와 있으니까.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 의견의 동조해 주지 않 는 거겠지. 아냐?”
강진호가 가만히 입을 닫았다.
한 번씩 보면 주영기는 정말 돗 자리를 깔아도 될 것 같다. 딱히 강 진호나 강진호의 인생에 굉장한 관 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것 같지도 않 은데, 때때로 정말 날카롭게 찔러 들어온다.
“야, 너 국어사전이 뭔지 아냐?”
“•…”응?”
“기다려 봐라.”
주영기가 휴대폰을 켜 사전을 검 색 했다.
“여기 있네.”
주영기가 목소리를 높였다.
“조율. 문제를 어떤 대상에 알맞 거나 마땅하도록 조절……. 뭐가 이 렇게 말이 어려워!”
주영기가 혼자서 씩씩대기 시작하 자 박유민이 가만히 고개를 내저었 다. 강진호도 그런 박유민의 마음에 동의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너는 조율이 라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른단 거지. 너는 언제나 모 아니면 도잖아.”
“어째서?”
“니가 맞거나, 내가 맞거나. 내가
맞으면 니가 틀린 거고, 니가 맞으 면 내가 틀린 거고. 아냐?”
“……원래 그런 거 아닌가?”
“답도 없네, 진짜.”
주영기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강진호의 머리에 복수 정답은 존 재하지 않는다. 객관식이든 주관식 이든 무조건 단 하나의 답만을 내놓 는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 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게 됐지 만, 자신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이 모두 옳거나 틀릴 수 있다는 건 모 르는 것이다.
“얘는 진짜 가만 보면 뭐가 인간
이 좀 덜됐어.”
욕이 아니다.
주영기는 정말 그런 느낌을 받았 다.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에서 몇 몇 부분이 빠져 있다는 느낌. 그래 서 한 번씩 답답하고 이해하기가 힘 들다.
주영기와 박유민이 같은 눈으로 바라보자 강진호는 고민에 빠졌다.
‘정말 그런가?’
듣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변명의 여지가 있다.
‘답이 두 개일 수는 없었어.’
그의 삶은 항상 치열했다. 두 번 째 삶은 그에게 언제나 생각할 시간 을 내주지 않았다. 문제가 있으면 파악하는 즉시 해결책을 내놓아야 했고, 그 해결책이 옳든 그르든 단 호하게 밀어붙여 관철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우물쭈물했다면, 강진 호의 두 번째 삶 역시 빠르게 끝났 을 것이다.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는 삶이지 만, 그런 과정이 강진호의 두 번째 삶을 오래 유지시켜 준 것은 분명하 다. 효율과 집중. 그게 강진호가 가
진 명제였다.
“그러니까 이리저리 돌려 말하지 말고 제대로 말을 해봐, 인마. 우리 사이에 뭐가 쪽 팔리다고 그리 두루 뭉술하게 돌려 말을 해. 어차피 볼 꼴 못 볼 꼴 다 봤는데.”
“……아직은 남아 있다고 생각한 다만.”
“없어, 없어. 너는 몰라도 나는 없어. 그런데 너만 숨기는 게 있으 면 내가 억울하잖아. 그러니까 다 풀어봐.”
“……논리가 좀 이상한데?”
하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한숨을 푹 내쉰 강진호가 제반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총 회의 인물들과 상황을 모두 말할 수 는 없지만, 대략적인 상황을 전할 수는 있었다.
“그러니까……
말을 다 들은 주영기의 목소리가 살짝 상기되었다.
“너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단체 로 그걸 반대한다고.”
“ O ”
“그런데 너는 아무리 생각해도 니 가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그렇지.”
“그래서 밀어붙이고 싶은데, 단체 로 그리 반대를 하니까 명분이 없다 는 거지?”
“ 정확하다.”
“아, 그러니까……
주영기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 인성••••••
“응?”
“니 인성이 감당이 안 된다.” 주영기가 한탄하듯 말했다.
“그러니까 세상 사람들이 모두 노 라고 하는데, 너는 그게 옳다고 생 각한다는 거잖아. 그래도 명분이 없 으니까 앞에서는 알았다고 했는데,
그게 납득이 안 돼서 어떻게든 니 생각대로 할 방법을 찾는 거고. 그 렇지?”
강진호가 조금 둔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어감이 매우 부정적으로 변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맥 락을 볼 때, 틀린 말은 없었다.
“주여.”
주영기가 손으로 얼굴을 벅벅 문 질렀다. 너무도 과격한 그 동작에 강진호가 움찔할 정도였다.
손을 내린 주영기가 맥주 한 잔 을 그대로 원샷하고는 탁, 테이블
위에 빈 컵을 내려놓았다.
“ 친구야.”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한다.”
“나는 딱히……
“하지만 한 번씩 나는 니가 미친 놈 같을 때가 있다. 아니,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꽤 자주 있다.”
강진호는 매우 억울했다.
이건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이다. 그런데 왜 이런 평가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마, 민주주의가 세상에서 제일
좋고 옳은 방식은 아니지만, 대체적 으로는 좋은 결과를 내는 거 아니냐 고. 모두가 예스할 때, 노를 외치면 인정받는 게 아니라 또라이 되는 거 야!”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틀린 걸 맞다고 할 수는 없잖아.”
주영기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강진호의 말도 맞다.
“내가 납득하는 걸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겠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게
아니란 말이야. 내가 생각하는 쪽이 옳은 것 같은데, 다들 안 된다고 하 니까.”
“니가 정말 옳다 싶으면 밀어붙여 야지.”
“그게 또 좀……
강진호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저쪽이 왜 반대하는지 아니까, 그렇게 밀어붙이는 것도 쉽지가 않 아. 선의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뭐가 이리 복잡하냐.”
주영기가 손을 놓아버리자 박유민 이 빙그레 웃었다.
“ 진호야.”
“ 응?”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건 별문제 가 아닌 것 같아.”
“……별문제가 아니라고?”
“ O ”
흐.
박유민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 네가 이 상황을 부담스러워 하거나 답답해하는 이유가 보이는 것 같거든. 너는 그 사람들과 대화 를 통해서 의견을 맞춰 나가는 게 부담스러운 거야. 그렇지?”
“딱히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조율이라 그랬잖아.”
“그랬지.”
“조율이란 건 서로 의견을 내세워 서 옳은 의견을 선택하는 게 아니거 든. 서로 의견을 내세우고 조금씩 양보도 하고, 그 와중에서 더 좋은 의견을 만들어보는 걸 조율이라고 해.”
“ O ”
丁그 •
“이건 내가 좀 도움이 될 것 같은 게, 나는 그걸 매일 하거든.”
“매일?”
강진호가 눈을 빛내며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내가 하는 게 게임이잖아.”
“그렇지.”
“그리고 팀 게임이지. 다섯 명이 한 팀이 되어서 게임을 한단 말이 야. 그런데 여기서 무슨 문제가 생 기냐면……
박유민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다섯이서 한 게임을 했는데, 그 게임 내에서의 의견과 게임이 끝난 뒤의 피드백이 다 달라. 마치 다섯 이 각각 다른 게임을 한 것처럼 말 이야.”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가능한가?
“왜 그렇지?”
“같은 상황을 놓고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 다르니까. 성격적인 문제, 성향적인 문제, 그리고 가지고 있는 정보량의 문제…… 여러 가지 요인 이 있겠지. 여하튼 모두가 다르게 게임을 해석해. 그래서 문제가 생기 지.”
박유민이 맥주로 살짝 목을 축이 고는 말을 이었다.
“왜냐면 결과가 어떻든 우리는 게 임의 내용을 가지고 피드백을 해야 하거든. 이겼을 때는 그나마 나은데, 지기라도 하면 왜 졌는지를 논해야
한단 말이야. 그럼 온갖 이야기가 다 나와.”
강진호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이건 그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 기였다. 예전에 박유민에게 게임에 서 발렸다는 이유로 한동안 게임만 팠던 강진호가 아닌가. 20대의 남자 에게 게임에서 패배한다는 건 그만 큼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런데 생각해 봐. 그 자존심 강 한 애들이 누구 때문에 졌는지를 이 야기해야 한단 말이야. 분위기가 아 주 박살이 나는 거지. 처음에는 그
것 때문에 날마다 붙어 싸웠어. 아 주 지옥이었지.”
“……그렇겠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아?”
“어떻게?”
강진호가 기대하는 눈으로 박유민 에게 시선을 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