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13)
마존현세강림기-914화(912/2125)
마존현세강림기 37권 (20화)
4장 계획하다 (5)
박유민이 씨익 웃고는 대답했다.
“계속 싸웠어.”
“……어?”
“계속 싸웠다고.”
강진호의 눈에 허무함이 감돌았 다.
무슨 대단한 솔루션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나오는 답이 조금 어 이 없었다.
“그게 해결책이야?”
“응.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게 무슨 해결책이라고……
“아니. 실제로 이건 좀 중요해.” 강진호가 실망한 듯하자 박유민이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싸우는 이유는 아주 간단해. 내 가 자존심이 상하고, 상대의 말을 인정하기 싫은 거지.”
싸움에는 온갖 이유가 붙을 수 있다.
하지만 박유민이 생각하기에 대부
분의 싸움은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 는다. 다른 어떤 이유로 포장하더라 도,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그것 하 나다.
“다섯이서 모여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하나의 결론을 내린다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야. 다들 나름 의 이유가 있으니까. 하지만 싸우기 싫다고 해서 입을 닫아버리고 어정 쩡한 결론으로 합의를 해버리면 발 전이 없지. 그래서 싸우는 거야. 계 속 싸우고 또 싸우지.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답이 나오더라.”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그사이 감정이 상하는 문제는? 팀은 화합이 중요한 것 아닌가?”
“화합? 중요하지. 그런데 네가 말 하는 건 화합이 아닌 것 같은데? 그건 타협이지.”
“타협……
강진호의 입안에서 타협이라는 말 이 맴돌았다.
타협, 타협이라••••••.
“더 감정적으로 치닫기 싫으니까. 그랬다가는 문제가 커질 것 같으니 까 적당한 선에서 서로 아픈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물러나는 거야. 그리 고 애매하게 서로 인정한다는 말로
넘어가는 거지. 그런데 나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박유민은 단호했다.
예전의 박유민에게는 이런 단호함 이 없었다. 강진호가 달라졌듯 박유 민도 확실히 달라졌다.
아직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고 는 말할 수 없는 프로게이머의 세계 다.
하지만 그 세계는 승부의 연속으 로 이루어져 있다. 이기든 지든 반 드시 결판이 나는 세계. 그런 세계 에 몸담고 있으면서 박유민도 단호 함을 배운 모양이었다.
“왜냐면 우리가 게임을 하는 이유 는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가 아니 거든.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게임을 하는 이유는 팀원들과 즐겁 게 지내고 싶어서가 아니야. 이기고 싶어서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확실히 맞는 말이다.
“그럼 모든 행동과 생각의 포커스 를 하나로 맞춰야 돼. 지금 이기기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이겨 나가기 위해서 나는 뭘 해야 하는가. 그렇 게 생각하면 답은 빤해. 적당한 수 준에서 서로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
고 타협한다면 당장은 편하겠지. 하 지만 다른 팀들이 발전하는 동안 우 리는 도태될 거야. 나는 그러고 싶 지 않았어.”
“네 말이 맞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과거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주로 강진호였다. 그리고 박유민은 그런 강진호의 말에 동의하는 입장이었 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강진호보다 박유민이 조언하는 일이 더 많아졌 다. 그리고 최근의 모습들만 보자면, 강진호보다 박유민이 훨씬 더 강단
이 있는 것 같다.
‘ 오만했구나.’
강진호는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 그가 이 세계에 와서 잘난 듯이 말을 늘어놓을 수 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이 세상에 완전히 적응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복잡하기 짝이 없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조차 과거처럼 명쾌하지 않다. 한 가지 행동을 하 기 위해서는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 으로든 수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한 다.
내 행동이 미칠 사회적인 파장,
관계적인 파장, 그리고 경제적인 파 장까지.
세상은 더없이 복잡해졌고, 또한 더없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리고 과거의 강진호는 그 복잡한 관 계도에서 한발 멀어져 있는 사람이 었다.
그러니 단순할 수 있었다.
고려할 것이 없고, 고민할 것이 없으니까. 무엇이 가장 옳은 방향인 가만 생각하면 됐다. 그러니 그리 오만하게 말을 늘어놓을 수 있던 것 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강진호가 내민
해결책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단순하 고 무식한 것들이었는지 실감이 난 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 느낌이었다.
주변을 관계라는 이름으로 친친 감아버리고 나니 행동의 제약이 걸 린다. 과거 박유민이 강진호의 조언 에 ‘너는 절대로 나를 이해할 수 없 다’라고 소리쳤던 게 기억난다.
그때, 뭐라고 했더라?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게 ‘가만히만 있는다면 아무것도 바뀌 지 않는다’였던가?
‘진짜 생각이 없었구나.’
그런 빤한 소리를 잘도 늘어놓았
다. 그리고 박유민은 그런 빤한 소 리를 잘도 들어주었다.
이 작은 것에도 고민하는 강진호 가 아닌가. 그런데 무슨 생각으로 타인의 깊은 고민을 그리 단순하게 말할 수 있었을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맞 다.
“ 진호야.”
오 O ”
흐.
“요즘 가면 갈수록 네가 머리가 좀 복잡해지는 것 같아.”
“그거 나도 동감.”
주영기도 맞장구를 쳤다.
두 친구가 다 같은 말을 한다는 것은 강진호의 고민이 겉으로도 많 이 드러난다는 뜻일 것이다. 강진호 가 침음을 흘렸다.
“그런가?”
“예전에는 안 그랬거든. 우리 진 호는 뭔가…… 음,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기는 한데, 대책 없고 단 순한 맛이 있었단 말이지.”
이거 욕 아닌가?
욕 같은데?
“단순한 맛?”
“나쁘게 생각하지는 마. 좋은 의 미로 하는 말이니까. 예전의 진호는
정말 생각 없이 말하는 것 같은데도 핵심을 짚었어. 정말 그 상황에서 가장 정확하고도 심플한 해답을 내 놓았다고 할까?”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주영기를 바라보았다.
지금 박유민이 말하는 것에 가장 걸맞은 사람은 주영기다. 강진호가 생각하기에는 말이다.
“조금 다른데.”
박유민이 머리를 긁었다. 어떤 부 분이 다른 건지 이야기해 주고 싶지 만, 있는 그대로 말하기에는 주영기 에게 미안하다는 얼굴이었다.
“……그냥 말하지 마라, 인마.”
“그럼 그럴게.”
박유민이 빙긋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 진지한 얼굴로 말 했다.
“예전처럼 하라고는 말하지 않을 게. 나는 예전의 진호가 좀 더 재밌 었지만, 지금 진호가 이러고 있는 것도 나름 고민한 결과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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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니까 하나만 기억하자.”
“어떤 것?”
“중요한 건 내가 뭘 하고자 하는 가인 것 같아. 내가 팀원들과 싸워
가면서도 제대로 된 피드백을 하려 는 이유, 그걸 팀원들이 이해해 주 는 이유. 그게 뭔지를 알아야 해.”
살짝 심호흡을 한 박유민이 말을 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네가 그런 상황에 처한 이유는 목표가 설정되지 않았 기 때문인 것 같아.”
“ 목표?”
“응. 목표.”
“목표는 있는 것 같은데.”
“그 목표가 다 다른 거 아냐?”
순간, 강진호는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박유민의 말이 둔중하게 그의 명 치를 후려친다.
목표.
목표는 있다.
강진호의 목표는 확실하다.
하지만 그게 총회의 목표일까?
‘이현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 지?’
바토르는? 위긴스는? 장민은? 방 진훈은?
그리고 강진호와 그들을 따르는 평범한 회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강진호는 단 한 번도 그런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의 목표 가 자연히 다른 이들의 목표라고 생 각했다. 예전부터 그랬으니까.
그가 마교의 교주였을 때, 마교의 목표는 강진호가 설정하기 나름이었 다. 아무도 그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오로지 청마만이 강진호의 목표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기에 강진호는 청마만 상대하 면 됐다. 청마와 의견을 나누고…… 아니, 정확하게는 서로 우기는 수준 이었지만, 어쨌든 두 사람이 목표를 설정하면 다른 이들은 의문을 가지
지 않고 그것에 따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천 명이 있으면 천 명의 생각이 다 다르듯이, 천 명의 목표가 다르 기 마련이다. 서로가 다른 목표를 잡고 있는데 어떻게 대화가 통하겠 는가.
찬물로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거기서 시작이었구나.”
“뭔가 해결이 된 것 같은데?”
“음, 아마도.”
강진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벌써? 이제 겨우 한 잔 마셨는 데?”
주영기가 볼멘소리를 했지만, 강 진호는 싱긋 웃는 것으로 그 불만을 받았다.
“미안하다. 다음에 제대로 살게. 간다.”
“어•••••• 음.”
강진호가 후닥닥 술집 밖으로 나 가 버리자 주영기가 미간을 찌푸렸 다.
“뭐가 저렇게 바빠?”
“일이 많으니까.”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겠는 데.”
박유민이 싱긋 웃었다.
“왜? 나만 가지고는 부족해.”
“인마, 솔직하게 너는 안 그러 냐?”
“ 뭐가?”
주영기가 말없이 잔에 맥주를 채 우고는 쭈욱 들이켰다.
잔을 내려놓은 주영기가 한숨을 쉬었다.
“바쁘겠지. 잘난 놈이니까 찾는 사람도 많을 거고, 제가 할 일도 많 겠지. 이해는 한다. 이해는 하는
데……
주영기의 목소리가 조금 잦아들었 다.
“너무 잘난 놈을 친구로 둔 덕분 에 술 한잔 마시기도 쉽지 않다. 좀 아쉽기도 하고……
“으..”
다
.
“예전에 같이 피자집 하고 그럴 때는 일 끝나고 같이 한잔씩 하고, 일하면서도 어울려 노는 맛도 있고 그랬는데…… 요즘 저놈은 너무 바 쁜 것 같아. 그렇다고 이 나이 먹고 같이 놀아달라고 투정 부릴 수도 없 잖아.”
“내가 놀아주면 되잖아.”
“인마! 니가 진호보다 더 바빠!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든데, 너를 뭘 봐. 나는 요즘 너 보고 싶을 때는 개인 방송으로 본다. 친구를 화면으 로 보고 있으면 내가 미친놈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
“그래도 너는 여자 친구라도 있잖 아.”
“……친구야.”
“응?”
“그래서 친구가 더 필요하다. 살 려줘라.”
어깨를 들썩이는 주영기를 보며 박유민은 마음속으로 한 가지를 다 짐 했다.
‘연애는 좀 천천히 해야겠다.’
당장 바쁘기도 하지만, 설사 여유 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연애는 좀 천 천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박유민이 었다.
‘많이 바쁘겠지.’
박유민은 언젠가부터 깨닫고 있었 다.
강진호가 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큰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 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어쩌면
박유민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강진호가 저 리 고민하지는 않을 테니까.
웬만한 일이라면 제 능력만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강 진호다. 그런 강진호가 저리 고민하 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맡고 있는 일이 막중하고 무겁다는 뜻일 것이 다.
‘자주 연락해야지.’
그러니 내버려 둔다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기에 더 자주 연락을 하고 더 자주 대화를 해야 한다. 친구란 그런 것이니까. 딱히 현실적인 도움 이 되지 않더라도 대화를 하고 목소 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의 지가 될 수 있는 게 친구니까.
박유민은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에 소홀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영기야.”
“ 응?”
“너, 한 삼사 일 시간 좀 뺄 수 있냐?”
“왜? 일정만 미리 잡으면 가능하 지.”
“음, 그럼 다음에 날 한 번 잡아 보자.”
“……뭐 하려고?”
“우리 저번에 했던 여행 이야기 있잖아. 진호도 좀 지친 것 같으니 까, 날 잡아서 같이 여행이라도 가 볼까 하고. 나도 시즌 끝나면 일주 일은 시간 생기니까.”
“여행? 아, 그때 말한 일본 여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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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좋지! 잡아보자!”
두 사람은 정말 순수하게 강진호 를 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전혀 순수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은 예 측하지 못한 두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