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14)
마존현세강림기-915화(913/2125)
마존현세강림기 37권 (21화)
5장 주장하다 (1)
‘같은 목적이라……
O O O O
n——I―I~r흐.
액셀을 밟는 족족 차가 나간다.
액셀을 밟으면 속도가 붙고, 발을 떼면 속도가 유지된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속도가 줄어든다.
명확하기 때문이다.
차는 이동의 수단이다. 모든 사람 이 편히 차를 이용하기 위해서 서로 간의 약속이 이루어진다. 액셀을 밟 아 속력을 내고, 핸들을 움직여 방 향을 지시한다.
하지만 총회는 그렇지 않았다.
나아간다는 명확한 목적은 있다. 하지만 그 목적이 다들 협의되지 않 았고, 그 방법조차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니 같은 공간에서 같은 말을 해도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 이다.
강진호가 슬쩍 머리를 긁었다.
‘이상한 일이라니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총회에 있을 때의 강진호와 친구 들과 함께 있을 때의 강진호가 다른 사람은 아닐진대, 이상하게 총회에 있으면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었 다.
그게 아니라면…….
‘내 친구들이 과하게 똑똑하든가.’
박유민과 주영기를 생각하자 웃음 이 나왔다.
참 이상도 하지.
강진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 는 사람은 총회인들이다.
정이 붙는다면 그들에게 더 붙어 야 하건만, 아무래도 그들과 친구는 다른 느낌이었다.
서로 이득이 걸리지 않은 채 그 저 사람이 좋아 함께하는 이들이라 서 그런지 확실히 다른 이들과는 다 른 특별함이 있었다.
게다가…….
‘편안하지.’
강진호가 평범한 대학생이었을 때 나 지금처럼 수많은 것을 움직일 때 나 그들의 태도는 달라진 게 없었 다.
강진호에게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더 많은 것을 해주기를 바 라는 이들과 다르게, 그들은 강진호 의 시간이 부족한 것을 오히려 아쉬 워 한다.
생각하고 있으니 은근히 미소가 맺힌다.
총회는 더 커 나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강진호가 상대해야 할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처음에는 이현수밖에 없던 곳에 이런저런 이 들이 함께하게 되었듯이, 앞으로도 총회를 통해 만날 이들은 많을 것이 다.
하지만 친구는 더 늘어나지 않는
다.
이제부터 다른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결국 앞으로 강진호에게는 저 두 사람만이 친구 로 남게 될 것이다.
‘다른 녀석들이 들으면 섭섭해할 지도 모르겠군.’
새삼 고등학교 친구들이 생각났 다. 박유민처럼 완전히 믿을 수 있 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라 고 부를 만한 녀석들이다.
못 본 지가 오래되었으니 한 번 연락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호가 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
米
米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격하게 숙여지는 허리들.
강진호가 태연하게 그 인사를 받 았다.
처음에는 이런 인사를 받는 게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과거, 마교의 교주였던 당시 강진호의 입지는 오 히려 지금 이상이었다. 그러니 익숙 할 만도 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니까.’
마교의 교주이던 시절에는 하급 무사들과 마주칠 일 자체가 없었다. 그들이 사는 공간과 교주가 사는 공 간은 완전하게 분리되어 있었으니 까.
강진호가 교주가 된 후, 마교의 하급 무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전장에서 그들과 함께 싸울 때뿐이 었다. 그 외에는 소수의 장로들만이 강진호를 대면했다.
‘생각하면 꽉 막혀 있었군.’
지금은 참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그때는 너무도 당연했다. 사람 이라는 게 환경에 얼마나 좌우되는
지 새삼 실감하는 강진호였다.
물론 확실히 이게 좋은 방향이라 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데…….
“회주님, 안녕하십니까!”
“회주님을 뵙습니다!”
“어•••••• 음.”
“안녕하십니까!”
이게 좀 과한 것 같은데…….
인사를 받는 것도 일이었다. 아 니, 뭐, 인사를 하는 건 좋은데, 굳 이 그 멀리에서 달려와서 인사할 필 요까지는 없는데…….
……왜 더 늘어나지?
강진호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이들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심지 어 건물 위층에 있던 이들까지 뛰어 내려오고 있다. 평소에도 인사를 좀 과하게 받는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오늘은 특히 심한 느낌이다.
‘누가 시켰나?’
이현수가 강하게 의심되기는 했지 만, 인사를 하는 얼굴들을 보니 딱 히 누가 지시한 것 같지는 않다. 그 럼 강진호가 대체 뭘 했다고 그새에 반응이 이렇게 달라진다는 말인가.
강진호가 한숨을 쉬며 본관 1층 의 커피숍을 향해 갔다.
“회주님, 좋은 아침입니다!”
‘얼굴은 좋은 아침이 아닌데.’
카페 사장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아이스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따뜻한 걸로?”
“……오늘은 시원한 걸로 하죠.”
“예! 지금 준비하겠습니다.”
사장이 긴장한 얼굴로 원두를 갈 기 시작했다. 강진호가 그 모습을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봤다.
이윽고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된다. 사장이 조심스레 강진호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여, 여기.”
강진호가 빨대를 입에 가져가서 쪼르륵 빨았다.
오 O ”
고개가 끄덕여진다.
커피의 향을 음미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쪽이 좋지만, 지금은 다들 아이스커피를 찾는 계절이니 같은 걸로 마셔보는 쪽이 좋다.
“잘 빠졌네요.”
“감사합니다!”
허리가 구십 도로 접힌다.
오늘처럼 단번에 통과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강진호는 평소 미각이 까다로운
편은 아니다. 주는 대로 잘 먹는다.
먹을 것이 없어 남이 버린 음식 까지 뒤져 먹던 삶을 살아본 강진호 다.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 그 맛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타입은 아니었다.
혀의 민감함과는 반대로 말이다.
하지만 커피에 관해서는 엄격하 다. 굳이 하나 더 따지자면 피자 정 도일까.
“장사는 괜찮아요?”
“아무래도 직원이랑 기계를 좀 늘 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매출이 엄청 늘었습니다.”
“커피 맛이 좋아져서?”
“그것보다는 독점이 최고인 거 죠.”
사장이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었 다. 그 모습에 강진호가 웃고 말았 다.
“필요한 게 있으면 이현수와 상의 하세요.”
“아, 그쪽이 아닙니다.”
“ 예?”
“담당이 이 실장이 아니라 이 부 장에게로 넘어갔습니다. 실권두요.”
기억해 둬야지.
확실히 이현주는 무서운 사람이었 다.
자신이 괜히 이중걸의 손녀가 아 니라는 듯이 자신의 손이 닿는 영역 의 일을 야금야금 먹어 치우고 있 다.
‘몸이 열 개는 아닐 텐데.’
살짝 업무량이 걱정되기는 하지 만, 강진호는 이내 그 생각을 머리 에서 지워 버렸다. 알아서 잘할 것 이다.
“그럼 여기 계산해 주세요.” 강진호가 카드를 내밀었다.
“아닙니다, 회주님! 오늘은 제가
그냥 드리겠습니다.”
“받으세요.”
“아…… 곤란한데.”
사장이 주춤거리면서도 카드를 받 았다. 이런 일에 있어서는 강진호가 물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 문이다.
결제가 끝나자 강진호가 인사를 하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내내 마주치는 이들이 과격하게 인사를 해 댔다.
‘좋은 일이긴 한데.’
직장이 활기가 넘친다는 사실은 좋은 일이다. 아무래도 서로가 서로
를 불편해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싸 기질이 없는 강진호로서는 영 불편할 수밖 에 없었다.
서둘러 집무실에 도착한 강진호가 문고리를 잡고 한숨을 쉬었다.
‘이것도 일이네.’
심정 같아서는 차에서 내리는 즉 시 4층까지 단번에 뛰어 올라와 버 리고 싶지만, 윗사람이 그렇게 행동 하면 아랫사람들도 다 따라 한다는 이현수의 말에 수긍해 버린 뒤였다.
‘조금 더 일찍 나와야겠어.’
사람들이 덜 찼을 때 나오면 좀
낫겠지.
그리 생각하며 강진호가 문을 열 었다.
“안녕하십니까.”
강진호가 조금 어색한 얼굴로 안 을 바라보았다. 집무실 안에는 이현 주가 서류를 든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O w
“죄송합니다.”
이현주가 허리를 꾸벅 숙인다.
“보고드릴 내용이 있습니다만, 지 나가는 이들이 많은데 문 앞에서 기 다리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비서
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 실례를 범했습니다.”
“아니, 괜찮아.”
주인이 없는 집무실에 먼저 들어 와 있던 것이 걸리는 모양이다. 하 지만 강진호는 딱히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곳은 방이 아니라 집무실이니까.
“그래, 무슨 일로?”
“법인화 관련해서 보고드리러 왔 습니다.”
오 O ”
“S’.
확실히 총회가 예전과는 달라졌다 는 느낌이 든다.
예전이었다면 일본이 쳐들어오는 순간, 모든 일이 멈췄을 것이다. 외 부의 세계에 대항하는 이들과 내부 를 단속하는 이들이 같은 사람이었 으니까.
이현수가 법인화를 진행했다면, 일본이 쳐들어오는 순간 다른 일을 접어두고 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 다.
하지만 이현주가 일을 맡아준 이 후로 외부 일정과 내부 살림이 뚜렷 하게 나뉘었다. 그러니 밖에서 누가 무슨 일을 하든 진행해야 할 일은 알아서 진행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보고 듣지.”
“예.”
아침부터 다른 이들을 불러들일 생각이었지만, 회의 하나 먼저 한다 고 딱히 부담이 가는 것도 아니다. 강진호가 소파에 앉자 이현주가 보 고서를 강진호에게 내밀었다.
“ O ”
보고서를 받아 읽은 강진호가 한 숨을 쉬었다.
“아직은 어렵군.”
이현주가 고소를 머금었다.
“원론 쪽을 공부하신다고 들었습 니다. 하지만 원론과 실무에는 차이
가 있으니까요. 공부의 방식이 잘못 된 게 아니라, 아직은 여기까지 오 지 않으신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강진호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서 좀 풀어주면 좋겠는데.”
“예. 법률적인 검토와 현실적인 준비는 끝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협상이 필요합니다.”
“ 협상?”
“예.”
이현주가 서류의 한쪽을 가리켰 다.
“이 숫자가 지금 저희가 가진 자
산입니다.”
‘어디 보자. 0이 하나, 둘, 셋
뭐가 많다.
뭐가 엄청 많다.
평범한 사람이 살면서 볼 수 있 는 숫자가 아니었다.
“ 이만큼?”
“최대한 방어적으로 계산한 액수 입니다. 애매한 것들은 다 뺴버렸습 니다. 그래도 이만큼은 나옵니다. 합 법적으로 올릴 수 있는 것들만 올렸 으니, 실제로는 더 늘어나겠죠.”
강진호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
다.
총회가 돈이 많구나.
많다, 많다, 소리만 들었지, 이만 큼이나 될 줄은 몰랐다. 이 정도면 정말 대기업들과도 한 번 해볼 만할 것 같았다.
“이 돈이 다 어디서 난 거지?”
“그리 대단하게 보실 건 아닙니 다.”
이현주가 쓰게 웃었다.
“총회는 수십 년간 부를 축척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돈을 사용하지 않았죠.”
“쓰지 않았다고?”
“예. 모은 돈은 많은데, 그 돈을 활용하여 뭔가를 하기보다는 축적에 만 신경을 썼습니다. 덕분에 전국적 으로 많은 토지와 건물들을 보유하 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정도 금액 이 나오는 겁니다. 거꾸로 말하 면……
이현주가 어깨를 으쓱했다.
“자산에 비해 수입이 없습니다. 예전에 사놓은 걸로 굴려굴려 사람 들 월급 주고 있는 실정이죠.”
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가 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문제는?”
“이 모든 것들을 확인한 결과, 저 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회주님, 총회 는 양지로 나가야 합니다.”
이현주가 더없이 확고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습니다.” 똑똑.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