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16)
마존현세강림기-917화(915/2125)
마존현세강림기 37권 (23화)
5장 주장하다 (3)
“그러니까 모두를 모으신 이유가, 앞으로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정치인 들에 대한 대처를 논하기 위함이십 니까?”
이 말을 한 건 방진훈이었다.
그리고 방진훈은 답지 않게 정중 한 말투를 쓰고 있었다.
“그것도 있지.”
방진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참, 생각처럼……
머리를 긁는 손길이 시원하지 못 하다.
그제야 강진호는 방진훈은 이미 이런 경험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총회에 이사로 꽤나 오래 재직했던 방진훈이다. 그런 만큼 상대해야 할 높은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 참, 그거 해야 하면 제 가 하겠습니다.”
“방 이사가?”
“예. 그게……. 음, 제가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회주님이 직접 나서시는 건 영 모양이 살지 않으니 까요.”
“ 모양?”
강진호가 이해하지 못한 듯하자 위긴스가 첨언해 주었다.
“아무래도 방 이사는 로드께서 고 개 숙이는 꼴을 보고 싶지 않거나, 더러운 꼴을 보는 걸 견디기 힘든 모양입니다. 허허, 생각보다 여린 측 면도 있군요.”
통역을 들은 방진훈이 얼굴을 일 그러뜨렸다.
“말 쉽게 하지 마쇼. 정치인이라
는 놈들이 얼마나 독사 같은 것들인 지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나도 충분히 알고 있네. 정치인 에 대한 평가가 나라에 따라 달라지 는 일은 거의 없지 않나?”
하지만 방진훈은 그 말에 동의하 지 않았다.
“한국어 좀 배워볼 생각 없습니 까? 한국어를 알고 딱 24시간만 뉴 스를 틀어놓고 있으면 생각이 좀 달 라질 텐데.”
방진훈의 말에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뭐.”
방진훈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 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다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개중에서야 열정이 가 득하고, 정말 나라를 위해 사는 사 람도 있겠죠. 문제는 그런 사람들조 차도 우리와 엮이면 좀 사람이 달라 진다고 해야 하나. 그런 문제가 있 거든요.”
“사람이 달라진다?”
위긴스가 첨언했다.
“사실 우리는 정치인들에게는 입 속의 가시 같은 존재입니다.”
“재미있는 표현이군.”
“사실 정치인들은 다들 다른 이념 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통제하려 드는 이들이라는 점이죠.”
강진호가 흥미롭다는 듯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법을 제정하고 규범을 명 확화합니다. 나라가 어떤 식으로 흘 러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이들입니 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을 흐름을 정하는 이들이라 할 수 있다는 거지 요. 그런데 무인들은 이 흐름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위긴스가 고소를 머금었다.
그도 과거 영국의 나이트로 지내 면서 영국의 정계와 수많은 트러블 을 겪었다.
그 일을 하나하나 풀어놓자면 밤 을 꼬박 새도 부족할 것이다.
“사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도 우리를 좋게 볼 수가 없습니 다. 국가란, 결국 법과 규칙으로 돌 아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법과 규칙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 까?”
“그렇지.”
“생각을 해보십시오. 로드께서 정 치를 하는 사람인데, 그 앞에 웬 곰
같은 놈이 하나 앉습니다. 그런데 그 곰 같은 놈이 세금도 내지 않고 폭력 집단을 운영하면서 뒷 세계에 서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면?”
“……인간 같지도 않겠지.”
“차라리 연쇄 살인마를 면담하는 쪽이 더 상쾌하겠지요. 사실 원죄는 이쪽에 있으니까요.”
위긴스의 말을 듣고 보니 방진훈 이 왜 저런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연히 저쪽에서는 이쪽을 벌레 보듯 했을 것이다.
“게다가 뭐랄까. 이게 또 상황의
문제도 있습니다.”
“상황?”
“정치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인계의 존재를 알지 못합 니다. 급이 올라가고 스스로의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가 되었을 때나 우리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지요. 그런데 이게 시기가 미묘하 다는 말이죠.”
위긴스가 고소를 머금었다.
“자신의 정치 경력에 자부심이 붙 고, 이제는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을 때, 국가와 그들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폭력 집단을 알게 된다
고 생각해 보십시오. 게다가 설령 자신이 한 국가의 수장의 자리에 올 라도 건드릴 수 없는 곳이 존재한다 는 것을 알게 되는 겁니다.”
“기분이 더럽겠군.”
“예. 아주 더럽겠죠. 그래서 우리 는 태생적으로 정치인들의 환영을 받을 수 없는 이들입니다.”
“안 그래도 내가 궁금한 게 하나 있었는데.”
“예. 말씀하시죠.”
“국가는 왜 무인계를 통제하지 않 는 거지?”
“음?”
위긴스가 뜻밖의 질문을 들었다는 듯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해할 수 없어서 그래. 아무리 무인계의 무인들이 강하다고 한들, 국가는 군대를 보유하고 있지. 통제 가 불가능한 정도는 아닐 텐데?”
“물론입니다. 총을 든 상대와 싸 우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로드 정도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아주 재미있는 질문이었다.
“그 대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일 본과 유럽, 그리고 미국이 왜 범죄 자들을 소탕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
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그쪽이 더 손쉽습니다. 우리는 무력이라도 갖추었지만, 한 낱 범죄 조직 따위들이 국가에 대항 할 수는 없는 법이죠. 그러니 이론 적으로 보면 국가가 범죄를 소탕하 려 마음먹는 순간 야쿠자고, 마피아 고, 삼합회고, 갱이고 다 박살이 나 야겠지만.”
위긴스가 과장스레 어깨를 으쓱했 다.
“실제로는 그게 불가능하죠.”
“ 어째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그들이 우리처럼 열심히 로비 를 하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겠 죠. 여러 세대를 걸쳐 오면서 그들 의 이권은 긴밀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들을 정리하는 게 나라를 지배하 는 이들에게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특히나 경제적으 로는.”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
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 어째서?”
“범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현수가 위긴스의 말에 긍정했 다.
“범죄라는 건 집에 쌓이는 먼지와 같습니다. 아무리 정리하고, 정리하 고, 또 정리해도 새로 생겨납니다. 그리고 잠시만 집을 비우면 자욱하 게 쌓이는 게 먼지죠. 한 번씩 대청 소를 해 집 안의 먼지를 모조리 없 애 버릴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먼지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 니다.”
“그렇지.”
“범죄 조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범죄는 근절되지 않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모두 치워 버리면 새로운 범죄자가 나타납니다.”
이 말에는 확실히 동의할 수 있 었다.
인간의 본성은 결코 선하지 않다.
지금이야 사회 시스템을 통해서 범죄자를 최대한 억누를 수 있다. 하지만 강진호가 살았던 시대는 그 렇지 않았다.
무법의 시대.
인간을 자연 그대로 세상에 풀어
놓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강진호다. 그 시 대를 조금이라도 살아본 이라면 절 대 인간이 선하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범죄 조직을 소탕한다고 범죄가 사라진다면 다 그렇게 할 겁니다. 사실 세상을 살다보면 뻔히 보이는 범죄자들을 잡아넣지 않는 경우를 몇 번이나 보잖습니까.”
“그렇지.”
“국가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다시 생겨나는 범죄자들을 모조리 소탕하 는 것보다는 있는 범죄자들을 적당
히 관리하는 쪽이 낫다고 여기는 겁 니다. 무인계 역시 마찬가지지요. 국 가가 무인계를 없애려는 시도는 지 금까지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인계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 떻게든 명맥을 잇고 다시 나타났죠. 그러니 손을 대지 않는 겁니다.”
“이해가 잘 안 가는데, 몇 번 실 패했다고 해서 손을 놓아버린다는 건가?”
“국가의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상 황은 무인계가 숨어버리는 겁니다. 통제되지 않는 인간 병기들이 국가 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는 꼴을 보
느니, 꼴사납더라도 눈에 띄는 곳에 놔두는 쪽이 나으니까요.”
이해가 갈 듯 말 듯 했다.
꽤나 복잡한 이야기라 단번에 와 닿지는 않았다.
“현대는 다른 이유도 조금 있습니 다.”
위긴스가 부연했다.
“타국에서 무인계를 박멸하려는 시도가 몇 번 있었습니다. 특히나 독재자가 집권한 경우에 그런 일이 꽤나 일어났죠. 독재자의 특성이, 자 신의 권력이 미치지 않는 영역을 참 지 못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무인계를 인정하지 못한 독재자 가 자국의 무인계를 학살하려 했습 니다. 결과는 아주 간단하게 끝났죠. 독재자가 암살당했습니다.”
강진호가 할 말을 잃었다.
“생각해 보면 간단한 일입니다. 무인계가 군대를 직접 상대하는 것 은 어려운 일이지만, 사람 하나 은 밀하게 죽이는 것은 별일도 아니죠. 평생을 지하 벙커에서 손가락만 빨 고 살거나 24시간 주변을 군대로 두르고 다닐 게 아니라면 안전은 절
대 보장되지 않습니다.”
강진호가 살짝 고민해 봤다.
‘어렵지 않은 일이지.’
군 병력으로 주변을 완전히 경계 하고 있다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평시에 그런 생활을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런 삶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도 없다.
‘과거 황제가 무림을 건드리지 못 했던 이유와 같군.’
황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 다.
지금의 대통령은 중국의 황제에 비한다면 공무원에 불과하다. 황제
는 그야말로 하늘. 세상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자였다.
그런 황제조차도 무림을 건드리지 못했다.
주변을 아무리 황군으로 호위하 고, 황궁 무장들로 벽을 친다고 해 도 단 한명의 절대 고수를 막아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강진호가 알 기로는 역사에 남지는 않았어도 그 런 식으로 죽어간 황제도 꽤 된다.
백만의 군대가 밀고 들어온다면 강호 역시 초토화된다. 하지만 그런 전쟁이 벌어지게 된다면 황제 역시 확실하게 죽는다.
그렇기에 황궁과 무림은 관과 무 림은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뻔한 불가침조약을 맺고, 소 닭 보듯 서 로를 보았던 것이다.
마교가 압도적인 힘으로 강호를 지배했던 시대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은 그런 관계였다.
그런데 그때의 논리가 지금도 똑 같이 적용된다는 것이 재미있는 일 이었다.
“결국은 자기들이 죽기 싫어서라 는 건가.”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런 걱정도 분명 있을 겁니다.”
이건 확실하게 와닿는다.
이런 저런 관계적인 측면과 시스 템적인 측면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 지만, 제 목숨이 걱정되어 내버려 둔다는 말은 이해가 쉬웠다. 이미 그런 선례를 알고 있기도 하고.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거군.”
“예. 또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큰 이유?”
“이번 같은 경우지요. 자국의 무 인계가 괴멸될 경우 그 빈자리를 노 리고 타국의 무인계가 밀려들어 올 수 있습니다.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곳을 손쉽게 먹어버리는 거죠. 실제 로 그런 예가 몇 번 있었습니다. 그 결과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만?”
단번에 납득이 간다.
총회가 정부의 입장에서는 무법자 나 다름이 없다지만, 그래도 한국에 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다.
빨아먹을 것만 빨아먹고 떠나 버 리면 되는 외국의 무인과는 비교할 수 없다.
“불편한 동거인가?”
강진호가 씁쓸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