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17)
마존현세강림기-918화(916/2125)
마존현세강림기 37권 (24화)
5장 주장하다 (4)
“괜찮은 표현이군요. 서로가 서로 를 불편해 하지만 결국 같이 갈 수 밖에 없는 사•이. 그게 정치권과 무 인계의 관계일 겁니다.”
“그렇단 말이지.”
강진호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황궁. 지금은 정부라고 해야 할
곳과 무림의 관계가 과거와 그리 다 르지 않다면 과거 그의 방식 역시 먹힐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 현수.”
“예!”
“핵심을 추려.”
“핵심이라 하시면?”
“이번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반드 시 포섭해야 할 이들이 최소로 추려 봐.”
“ O 으”
— I그 •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현대의 권력 관계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현대의 권력은 과거와 다르게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는다. 수많은 권력자들 이 서로의 권력을 경계한다.
독재를 방비하기 위한 시스템의 승리지만, 그 시스템의 승리가 지금 이현수를 골치 아프게 하고 있었다.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
“한둘로 끝내라는 말이 아니다. 네가 생각하는 최소 인원만 알아오 면 된다.”
“예. 그럼 해보겠습니다.”
강진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문제는 그럼 이 정도에서 끝 내도록 하고. 이제는 진짜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진짜 이야기라는 말이 나오자 사 람들의 얼굴에 살짝 긴장이 돌았다.
“일본의 문제와 여러 문제를 겪으 면서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총회 는 지금 목표가 딱히 잡혀 있는 것 같지 않아.”
방진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목표요?”
“ O ”
“이상한 말입니다, 회주님. 총회의
목표는 강해지는 것 아니었습니까?”
강진호가 조금 멍한 눈으로 방진 훈을 바라보았다.
방진훈은 ‘내가 뭐 잘못 말했나?’ 라는 눈으로 주위에 동조를 구했다. 하지만 그가 바랐던 우호적인 시선 은 영 돌아오지 않았다.
“주둥아리가 방정이었나 봅니다. 다물겠습니다.”
“……다물 필요까진 없고.”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게 문제였다는 걸 확실하게 알 겠다.
“강해진다는 것은 당연한 거지. 하지만 왜 강해지느냐가 빠져 있잖 아.”
“아니, 그거야……
방진훈이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 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분명 이유가 있 다. 하지만 그 이유가 명확하게 말 로 표현되지 않는다. 하늘에 떠 있 는 구름처럼 애매하고 불확실하다.
“이번 일만 해도 그렇지.”
강진호가 이현주와 이현수를 번갈 아 보았다. 그러고는 이현주에게 시 선을 고정했다.
“총회가 강해져야 하는 이유가 총 회와 함께하는 이들이 좀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라면 법인화는 반 드시 이뤄져야 할 일이지. 백수들을 직장인으로 만들어주는 거니까.”
“그렇습니다.”
이현주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하지만 총회가 강해져야 하는 이 유가 타국의 무인계에 대처하기 위 해서라면 법인화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뿐이야. 이현수의 말 그대로 드 러난다는 것은 움직임의 제약을 가 져오니까.”
“예.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수 없는 문 제였다.
각각의 것에는 이유가 있고, 각각 의 옮음이 존재한다.
강진호는 주영기가 한 말을 떠올 렸다. 완벽한 정답에 근접한 단 하 나의 답만이 옳고, 다른 것은 틀리 다. 강진호의 그런 태도가 문제라는 그의 말.
이 상황에 대입해 보면 그 말이 왜 나왔는지를 알 것 같다.
이전까지의 강진호였다면 여기에 서도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 했을 것
이다. 하지만 이제는 두 말이 모두 옳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었다.
이건 방향성의 문제다.
강진호가, 그리고 총회가 무엇을 추구하는가의 문제였다.
“결국 이건 우리가 무엇을 하려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한 번 도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지.”
“ O ”
丁그 •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생각해 보면 그들은 지금까 지 너무 정신없이 달려왔다. 애초에 강진호부터가 전략을 가지고 총회의 회주가 된 것이 아니다.
어찌어찌 총회와 얽히다보니 그들 과 싸우게 되었고, 싸우다보니 자연 히 총회를 집어 삼키게 되었다. 다 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곳을 채우 는 이들 대부분은 강진호를 적대하 다가 강진호의 편으로 돌아선 이들 이다.
비전이라던가, 장기적 계획은 처 음부터 수립된 적이 없었다.
“그저 적당히 그때의 상황에 발맞 추어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게 편한 면도 있지. 하지만 이제는 슬 슬 조금 더 먼 곳을 봐야 할 때라 고 생각한다.”
“동의합니다, 로드.”
위긴스가 부언했다.
“사실 슬슬 말을 꺼내야 할 때라 고 생각은 했습니다. 국가든 회사든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은 반드시 규칙 과 비전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총회에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습 니다. 무척이나 주먹구구식이죠.”
이현수가 고개를 푹 숙였다.
“너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혼자 찔려서 그럽니다.”
위긴스가 고소를 머금었다.
지금까지 이현수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해왔는지 모르는 사람은 여기 에 없다.
이현수가 하는 일이야말로 총회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 다. 더없이 필요하지만 표시가 나지 않는, 귀찮고 짜증나는 일들을 도맡 아온 이현수다. 그러니 누가 이현수 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규칙과 비전이 제시되지 않은 것 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덕분에 총회가 한곳에 집중될 수 있었죠. 모두가 로드의 말을 기다렸고, 모두 가 로드의 언행에 집중했습니다. 덕 분에 지금의 총회가 만들어질 수 있
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까 지 그런 것이 없었던 것은 확실히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위긴스가 살짝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고 생각합니다. 총회가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비전과 규칙이 필요합니 다. 적당한 시점에 좋은 말이 나왔 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로드께 서……
“그건 거기까지만 하지.”
강진호가 손을 내저었다. 괜한 공 치사는 듣고 싶지 않다.
“이번 일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 한다. 총회를 운영해 나감에 있어서 발전을 우선시할 것인가? 아니면 위 협을 제거하는 쪽을 우선으로 볼 것 인가. 그 차이가 생각의 차이를 낳 았지.”
정확하게는 위협을 제거한다기보 다는 보복을 우선시할 것인가에 가 깝지만 때로는 날 것 그대로의 말보 다는 조금 부드러운 말이 필요할 때 도 있는 법이다.
“그럼……. 어떤 식으로?”
“생각을 해봐야지.”
강진호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
다.
천천히 담배 연기를 빨아들인 강 진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다들 오늘 처음 듣는 이야기지. 그런데 당장 답을 내놓으라고 할 수 는 없겠지. 생각을 해보길 바란다.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식이 가장 옳을지. 그 후에 다시 이야기를 하 면 되겠지.”
“예.”
“알겠습니다.”
이현수가 미묘한 시선으로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여유로우시네.’
예전의 강진호는 문제가 있다 싶 으면 그 자리에서 반드시 답을 얻어 야 했다. 그 답이 불완전하더라도 밀어붙였다.
답을 정하느라 시간을 끄는 것보 다는 불완전하더라도 답을 내어놓고 움직이는 쪽이 낫다고 여기기 때문 이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과거와 는 다르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 었다.
그 모습이 여유로 보이는 것은 이현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그럼 이 문제는 미뤄두고.”
강진호가 살짝 쇼파에 등을 기댔
다.
“이번 일본 문제를 마무리하고 싶 은데.”
“음, 그 문제는……
이현수가 살짝 말을 돌리려 했다. 아직 전제가 서지 않았는데, 다시 이 말을 꺼낸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금은 무례할 수도 있지만.
“아니, 그런 말이 아니다.”
강진호가 단호하게 손을 내저었 다.
“내가 본 것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어서다.”
강진호가 본 것?
이현수의 눈이 의문으로 물들었 다. 거기서 특별하게 보고 말고 할 것이 있다는 말인가?
“김석일을 봤다.”
이현수가 허리를 곧추세웠다.
김석일.
그 이름은 아직도 이현수에게는 강렬하게 남아 있다. 한때 그가 모 신 주인이었고, 그의 가장 큰 적이 었던 자.
병원을 탈출한 이후로 소식이 들 리지 않는다 싶었더니, 이런 곳에서 그 이름이 나올 줄이야.
“기, 김석일을 보셨다는 말씀이십 니까?”
강진호가 말을 틀릴 리는 없지만, 이건 꼭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었 다. 그만큼이나 의외의 말이었다.
“음, 시체였지만.”
“시체? 죽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김석일이 확실합니까?”
“아마도.”
이현수가 맥이 탁 풀린 얼굴로 의자에 등을 기댔다.
허탈하다.
허탈하기 짝이 없다.
“김석일이 죽었다니……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현수에게 있어서 최악의 대적자 는 홍왕이 아니다. 그에게 가장 강 렬한 적은 누가 뭐라고 해도 김석일 이었다. 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무공 의 고하로 판별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가 아는 가장 최악의 인간. 그 리고 가장 위험한 인간은 누가 뭐라 고 해도 김석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김석일이 죽었다?
그것도 한국으로 침공해 오는 일 본의 배에서?
‘왜 거기 있었던 거지?’
이현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 다.
이번 원정에 김석일의 입김이 작 용했다는 것을.
“그 미친놈이 거기에 왜 있었던 겁니까?”
방진훈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이었다. 그만큼이나 김석일의 존재 는 의외의 일이었다.
“글세, 뭔가 꾸몄겠지. 거기에 이 성휘도 있었으니까.”
“이성휘요?”
방진훈의 얼굴이 의혹으로 물들었 다.
이성휘와 김석일이 모두 거기에 있었다고?
‘이상할 건 아니지만.’
김석일과 이성휘가 손을 잡았다는 징조야 여러 곳에서 있었으니 두 사 람이 함께 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 가 있었다니.
그것도…….
“이 매국노 새끼가!”
상황을 파악한 방진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이 미친 새끼. 제 사부 얼 굴에 똥칠을 해도 유분수지!”
방진훈은 이중걸을 증오한다.
이현수에게 일생의 대적이 김석일 이었다면, 방진훈에게는 이중걸이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좋게 볼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이중걸이었다.
하지만 그 이중걸조차 나라를 팔 아먹으려 하지는 않았다.
마지막 순간에 일본의 힘을 빌리 려 했지만, 그건 강진호를 상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뿐이다. 제가 먼저 나서서 나라를 팔아먹지는 않 았다.
이중걸의 모든 것을 나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방진훈이다. 그런
방진훈이 보기에도 이중걸에게 매국 노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다.
그런데 그 이중걸의 제자라는 놈 이 나라를 팔아먹다니!
이현주의 얼굴도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미친놈.’
제정신이 아니다.
아무리 증오로 미쳐 있다지만 사 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일본이 한국을 정 복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정말 모 른다는 말인가.
장내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싸늘해
지자 위긴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조금 소외감을 느낄 만한 부분 같은데, 저를 위해서 상황을 설명해 주실 분 안 계십니까?”
살짝 너스레를 떨며 손을 들어 올린 위긴스를 보며 다들 깊은 한숨 을 내쉬었다.
그 반응에 위긴스가 떨떠름한 얼 굴로 손을 내렸다.
“……내가 분위기 파악을 못했 나?”
총회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크 게 당황한 위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