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19)
마존현세강림기-920화(918/2125)
마존현세강림기 38권 (1화)
1장 마중하다 ⑴
“실패했다고?”
“예.”
차이커창이 무심한 눈으로 보고자 를 보았다.
“실패, 실패라. 당연히 예상했던 일이지. 그런데 보고가 생각보다 빠 른 것 같은데, 상륙하자마자 박살이
난 건가?”
“ 그게••••••
머뭇거리는 어투에 차이커창이 미 간을 좁혔다.
‘이제 이것도 신물이 나는군.’
그들의 영역에서도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그런 문제에 대한 보고에 이런 머뭇거림이 담기는 일 은 웬만해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한국의 총회, 그리고 강진 호에 대한 보고를 들을 때만 이런 머뭇거림과 조우하게 된다.
그 사실이 차이커창의 신경을 긁 고 있었다.
“이봐.”
“예!”
“이건 우리가 진행한 일이 아니 야. 저놈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건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거지. 그러니까 제발 좀 그냥 간명하게 설명해 주면 좋을 것 같은데, 이게 너무 무리한 부탁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보고 좀 하지. 시간 아까우 니까.”
“예!”
말 자체는 부드럽지만, 그 말투에 담긴 어감이 날카롭다.
보고자가 식은땀을 홀리며 고개를 숙였다.
차이커창은 모른다.
그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단 순히 일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 라는 사실을 말이다. 강진호와 총회 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차이커창 은 눈빛부터 달라진다.
그 살기 어린 눈을 보고 있으면 자연히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것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다.
“보고 드립니다. 한국으로 쳐들어 간 일본의 원정군은 괴멸.”
“괴멸?”
“……예. 완전히 괴멸했습니다.”
“괴멸이라는 말을 정확하게 풀어 서 말해라.”
“지휘부는 전멸, 그리고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생존자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들 역시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생존자가 존재한다고?”
차이커창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게 뭔 소리야.’
말이 맞아 떨어지지가 않는다.
괴멸했다면, 한국으로 쳐들어간 일본 놈들이 패했다면 생존자는 있
을 수 없다. 타국을 공격하러 간다 는 것은 그런 것이다. 배를 타고 떠 난 원정대의 패배는 전멸을 의미한 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짧은 시일 내에 결판 이 났다면, 패했다면 전멸해야 한다.
배를 타고 떠날 시간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진호가 바보가 아니라면 그들을 그대로 보내줄 리 가 없다. 설사 강진호가 그랬다 해 도 이현수는 절대 그걸 내버려 둘 놈이 아니다.
그런데 생존자가 있다?
“처음부터 자세히 이야기해 봐. 한 자도 빼놓지 말고.”
“예!”
천천히 모든 보고를 들은 차이커 창이 말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 배를 꺼내들었다.
‘빌어먹을, 담배.’
웬만하면 끊어버리고 싶은 담배 다. 하지만 강진호가 그의 삶에 개 입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흡연량은 되레 늘어났다.
지금도 그렇다.
이 엿 같은 기분은 씁쓸한 담배 연기 없이는 도무지 해소가 되지 않
는다.
찰칵.
담배에 불을 붙인 차이커창이 과 격하게 담배 연기를 빨아들였다.
강한 폐활량 덕분에 담배가 단번 에 타들어간다.
“그러니까.”
말과 함께 새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상륙도 하기 전에 소수가 헬기로 강하를 했다고?”
“……그렇습니다.”
“그리고는 싸그리 털어버렸다는 말이지?”
“예.”
“……이 미친놈들.”
헛웃음이 나온다.
어느 놈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 지는 모르겠지만, 이 계획을 입안한 놈은 절대 제정신은 아니다. 웬만큼 미치지 않고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걸 시행했단 말이지.’
그리고 성공시켰다.
그러니 이런 사태가 벌어졌겠지.
상륙만 했다면 절대 이리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막대한 피해를 입히 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저들의 시
간을 완벽하게 뺐을 수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일본 놈들의 가치 는 겨우 그 정도다.
강진호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것.
그 발목 잡기를 통해 성장의 시 간을 조금이라도 더 지체시키는 것.
그런데…….
“겨우 그 정도 역할도 못하고 싸 그리 다 뒤졌다는 거냐? 다?”
“죄, 죄송합니다.”
“이 병신 같은 새끼들이!”
콰앙!
차이커창이 원목 책상을 그대로
걷어찼다. 책상이 순식간에 부서져 사방으로 튀어나간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차이커창이 노호성을 질렀다.
“발목도 못 잡는다고? 그만한 인 원을 투입하고도 발목도? 이 병신 새끼들! 내가 그만큼 보통 일이 아 니라고 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야 자명하 다.
일본은 강진호를 얕봤다.
“쪽바리 새끼들 따위가……
그의 입장에서는 한국이나 일본이 나 다 같은 적일 뿐이다. 하지만 아
무리 같은 적이라고 해도 격이라는 것이 있다.
한국은 예전의 한국이 아니다.
강진호의 존재 하나가 한국을 완 전히 바꿔놓고 있었다.
그런 강진호를 우습게 본 것이다.
일본 따위가.
“……이 병신들이.”
아직은 일본이 한국에 비해 우위 에 선 것이 있었다. 일반적인 무인 들의 질을 따져 본다면 일본은 한국 에 비해 전력이 강하다.
하위권이야 비슷할지 몰라도 중위 권, 그리고 상위권에 있는 무인들은
일본이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이 마땅히 취해야 할 전략은 그 두터운 층을 활용해 강진호를 몰 아붙이는 것이었다. 각 구미들의 최 정예, 그리고 수장들이 직접 한국으 로 넘어가 어떻게든 강진호를 상대 했어야 한다.
물론 그 방법으로도 강진호를 죽 일 수 있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시간은 끌었을 것 아닌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놈들!” 보나마나 대충 그 정도의 전력을 보낸 것으로 충분하다 여겼겠지.
예전의 한국에 강진호 하나가 더 해진 것에 불과하다 여겼을 테니까.
멍청하고 또 멍청하다.
그 강진호 하나가 얼마나 큰 것 인지, 왜 모른다는 말인가? 그만큼 이나 설명하고 떠먹여 줬는데도 이 런 결과라니…….
몸을 부들부들 떨던 차이커창이 의자에 털썩 앉았다.
‘아니다.’
눈두덩이를 두어 번 문지른 차이 커창이 이를 악 물었다.
‘이건 저놈들만의 실수가 아니야. 나 역시 이런 상황은 예측하지 못했
어.’
그의 계산 역시 틀린 것은 마찬 가지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배가 상륙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시간은 벌 수 있다 여겼으니까.
하지만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 다.
‘ 빌어먹을.’
강진호는 항상 그의 예상을 뛰어 넘는다. 예전에는 무위로 그의 예상 을 뛰어넘더니, 그 무위를 완전히 예상한 지금은 파격으로 그를 당황 하게 만들고 있었다.
‘‘대체••••••
이놈을 무슨 수로 상대해야 한다 는 말인가?
“……일본에 연락을 넣어라.”
“예.”
“이 차를 준비하라고 해.”
“……차이커창님?”
“지원은 다시 한다. 그놈들도 지 금쯤 눈이 뒤집혔겠지. 지원을 해줄 테니, 다시! 이번에는 반드시 강진 호의 목을 따라고 해라! 반드시!”
“하, 하나 지금 일본은 완전히 혼 란에 빠졌습니다. 내부적인 수습을 위해서는 시간이……
“멍청한 소리! 외부의 수습에 가
장 좋은 방법이 전쟁을 치루는 일 아닌가! 이성휘를 불러라! 아니, 그 쪽의 수장과 내가 직접 연락하겠다! 핫라인을 만들어 가져와!”
“아, 알겠습니다.”
차이커창이 이마를 짚었다.
‘이걸 어찌 보고해야 한다는 말인 가?’
무능하다.
하는 일마다 족족 실패하고 있었 다. 차이커창은 요즘처럼 자신의 무 능을 실감한 적이 없었다. 강진호가 등장한 이후부터 그의 인생이 완전 히 뒤틀려 버린 느낌이다.
어떻게든 수습을…….
“저……. 그리고.”
차이커창이 고개를 들었다.
“또?”
“예. 보고 드릴 일이 하나 더 있 습니다.”
“뭐냐?”
“이것 역시 한국에 관련된 일인 데.”
차이커창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한국이라는 말과 어투를 짐작해 볼 때, 절대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충분하다. 이 정도면 충분하고 고 통을 겪었다. 그런데 왜 아직 고통
이 끝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보고해라.”
“예. 첩보에 의하면 지금 유럽에 서 원탁의 마스터가 한국으로 이동 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차이커창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 다.
“ 누가?”
“마스터입니다. 원탁의.”
차이커창의 얼굴이 멍해졌다.
마스터?
원탁의 마스터?
“왜?”
“그, 그것까진 아직.”
차이커창이 고개를 들어 천정을 바라보았다.
‘마스터?’
이름이야 수도 없이 들었다. 원탁 의 마스터. 유럽의 무인계를 지배하 는 원탁의 수장.
동양의 무인계가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면, 서양의 무인 계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돌아 간다. 하지만 정통성과 영향력을 기 준으로 한다면 유럽의 원탁이 서양 의 중심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원탁의 수장이 바로 마스터 다.
그런 이가 지금 한국으로 이동하 고 있다고? 어째서?
‘이유가 뻔하지.’
강진호와 접촉하겠지.
접촉의 목적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움직임의 강진호를 만나기 위 한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뻔한 일 이었다.
“••••••일단.”
차이커창이 입을 뻐끔거렸다.
뭔가 지시를 내려야 한다는 사실 을 알고는 있는데, 무슨 지시를 내
려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일단은 감시를 붙여라. 무슨 일 이 일어나는지 조금도 놓치지 말라 고 해.”
“존명!”
보고자가 슬그머니 빠져나가자 차 이커창이 고개를 뒤로 젖혔다.
위장이 아프다.
무인이 위염을 앓는다면 모두가 비웃겠지만, 차이커창은 정말 고통 을 느끼고 있었다. 환통 같은 것이 아니다.
“하……
차이커창의 눈에 핏발이 섰다.
‘아니야.’
이건 아니다.
언젠가부터 예감하고 있었다. 저 들이 언젠가는 그들의 가장 강대한 적이 되리라는 것을.
창왕계와 흑왕계를 면전에 두고 있는 이가 이런 말을 한다면 세상 모두가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차이 커창은 확신했다. 홍왕계의 진정한 적은 창왕도 흑왕도 아니고, 바로 강진호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상황마저 달라 지고 있었다.
성공한 적이 있던가?
강진호를 상대하기 위한 그의, 홍 왕계의 대처가 단 한 번이라도 성공 한 적이 있었느냔 말이다.
백전백패.
모조리 패했다.
중간중간 섞여 있는 미미한 승리 로 위안하기에는 패배의 상처가 너 무도 크다. 어느 순간부터 차이커창 의 눈에는 총회밖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저 창왕계와의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서도 말이다.
“……대책이 필요해.”
차이커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이건 단순한 예감이 아니다.
어떤 세력이 욱일승천할 때는 반 드시 그 징조가 있다. 그리고 그 징 조가 지금 나타나고 있었다.
강대한 세력이 새로 출현하면 기 존의 강자들이 그들에게 관심을 보 인다.
적대하거나 혹은 접촉하거나.
일본이 한국으로 쳐들어가고, 홍 왕계가 한국을 향해 계략을 꾸미고, 원탁이 한국에 접촉하고 있었다.
그건 하나를 의미한다.
지금 화제성과 기세라는 측면에서
무인계의 중심이 한국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과민반응이라고?
‘그리 생각했지. 그 결과가 이거 다.’
그의 대책은 모조리 막히고 있었 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 가?
앞으로는 창왕을 상대하고 뒤로는 강진호가 성장하고 있다. 숨도 쉬지 못할 압박감이 차이커창을 억눌렀 다. 뱃속이 뒤집히고 뼈마디가 부셔 지는 느낌이다.
차이커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홍왕을 알현해야 한다.’
차이커창이 빠른 걸음으로 집무실 을 빠져나왔다.
홍왕이라면 그에게 길을 보여줄 것이다.
아니.
길을 열어줄 것이다.
과거의 틀을 깨고,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는 그분이라면 반드시 말이다!
차이커창이 다급하게 홍왕의 어전 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