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22)
마존현세강림기-923화(921/2125)
마존현세강림기 38권 (4화)
1장 마중하다 (4)
최연하의 눈은 노인의 등을 쫓고 있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이 노인이 굉장 한 VIP 라는 것.
들은 말과 돌아가는 상황을 종합 하면, 딱히 언질도 없이 무척이나
급박하게 한국으로 들어온 것 같다. 분명 어제 확인했을 때만 해도 다른 누군가가 VIP 게이트를 사용한다는 말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리 급박하게 도착한 이 에게 공항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의전을 베풀고 있었다. 노인을 상대 하는 이들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배어 있다. 이들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가 단적으로 보이는 장면이 다.
‘누굴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시사 상식이 다른 평범한 사람들
에 비해 딱히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는 최연하이긴 하지만, 최소한 그 녀의 기억 속에 저런 얼굴은 없다.
아니, 저런 얼굴이 없다는 말은 이상하지.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있으니 까.
‘저래도 돼?’
이상한 광경이었다.
VIP 게이트라고는 하지만, 이곳은 입국 심사를 하는 곳이다. 입국 심 사가 뭔가. 타국에서 자국으로 입국 하는 이들의 신분은 확실한지, 반입 이 금지된 물품은 가지고 오지 않았
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닌가.
그런 입국 심사를 가면을 쓴 채 받는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평소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저 노인은 입국 심사를 받을 것도 없이 공항 경비대에 연행되었을 것이다. 그러고는 재빠른 절차와 함께 국외 로 추방되었을 것이다. 밟아본 곳이 라고는 공항이 전부인 채로 한국을 떠나게 되었을 게 빤하다.
그런데 이 광경은 뭔가.
검색은 하는 둥 마는 둥, 대충대 충 넘어가고 있다. 짐은 검색대를
통과하기는커녕 캐리어째로 직원에 게 날라지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광경이 었지만, 노인을 상대하는 직원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런 걸 따질 마음이 들지 않는다.
되레 안쓰러운 기분이 들 정도다.
직원들은 ‘이분이 여기로 지나갈 분이 아니신데, 왜 여기로 와서 우 리를 괴롭히고 있나?’라는 말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저 당황과 황당함이 가득한 얼굴 을 보고 있자니, 절차 같은 것은 아 무래도 좋았다. 굳이 그런 사실을
입에 올려 저들을 더 괴롭히는 것이 물에 빠진 개를 물 안으로 밀어 넣 는 일처럼 느껴지니까.
마치 일국의 대통령이라도 방문한 것 같았다. 그것도 매우 강대국의 대통령이.
그런 이들이 의전을 받고 차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평범하게 검색 대를 통과한다면 다들 저런 얼굴을 하지 않을까?
‘가면이라도 안 썼으면 좀 덜 이 상하겠지.’
하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은 하나 같이 눈에 필터라도 꼈는지 노인의
가면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아 니, 필사적으로 모른 척하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 모습에서 최연하는 한 가지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저 사람들도 저 노인이 누군지 모르는 거야.’
그녀의 눈치가 어디 보통 눈치인 가.
말 하나 통하지 않는 중국에서도 눈치 하나로 촬영을 완벽하게 마친 그녀다.
그녀의 비상한 눈치로 분석하기로 는 지금 노인을 상대하는 이들 중에
서도 노인이 누구인지 제대로 아는 이는 없다. 대응 자체가 스탠다드한 데다, 노인이 뭔가를 말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슬쩍 좌우의 눈치를 살핀다.
내가 이렇게 대응하는 것이 맞는 가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는 뜻이었 다.
저들이 알고 있는 것은 노인이 절대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되는 특 급 VIP라는 사실뿐일 것이다. 그리 고 그 사실은 아마 위에서 내려왔을 것이다.
기이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
우스꽝스러운 노인.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해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공항 직원들. 사실 상 저들이 준공무원이나 다름없는 위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저 노인 이 얼마나 높은 위치인지를 간접적 이나마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최연하가 노인과 함께 오지 않았다면 얼마나 기다렸을지 알 수 없다. 저만한 이를 맞이한다는 건 준비만큼이나 뒤처리가 긴 일이니 까.
“누나.”
“응?”
“모른다는데요?”
“그렇겠지.”
최연하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한은솔에게 저 노인이 누군지 물 어보라고 했지만, 제대로 된 답을 가지고 올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 다. 모르는 사실을 대답할 수는 없 으니까.
공항 직원들이 노인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조금만 일찍 눈치 챘어도 헛고생을 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냅 두자. 우리가 알면 뭐 달라질 게 있겠어? 여기 지나면 안 볼 사
람인데.”
“그건 그렇죠.”
그때 였다.
검은 정장을 입은 한 사내가 최 연하와 한은솔 앞으로 다가왔다.
최연하의 눈썹이 살짝 꿈틀했다.
딱히 뭔가를 한 것은 아니다. 적 의를 보인 것도 아니고, 강압적으로 움직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연하 는 이 사내의 움직임에 불쾌함을 느 꼈다.
은근슬쩍 시야를 가로막는 위치 선정.
사내가 앞을 가로막은 덕분에 노
인과 검색대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 다. 보통 사람에게 다가올 때는 이 런 식으로 시야를 가로막지 않는다. 의식적으로든 , 무의식적으로든 .
최연하가 눈을 빤히 뜨고 앞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검은 선글라스 를 낀 남자가 살짝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최연하 씨.”
“네.”
“중국에서 돌아오셨다구요?”
“네, 그렇겠죠. 제가 타고 온 비 행기가 중국에서 왔다면 말이에요. 하지만 혹시 모르죠. 제가 중국이라
고 생각했던 곳이 사실 대만이라거 나 인도라거나……. 세상에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으니까요.”
사내가 선글라스를 쓱 밀어 올렸 다.
삐딱하게 돌아온 최연하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치다.
둘 사이에 낀 한은솔만이 안절부 절못하고 있었다.
‘이 누나, 왜 이래, 또!’
물론 이유야 짐작이 간다.
최연하는 상대가 세게 나오면 더 세게 나가는 사람이다. 자신보다 약 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부드
럽…… 아니, 가차 없는 사람이지만, 자신보다 세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는 더 가차 없다.
생각해 보니 무척 막장인 것 같 지만…… 아니, 실제로도 막장이긴 하지만, 여하튼 그런 면이 있는 여 자다. 그런 최연하가 삐딱한 미소를 짓는 자신만만한 사내를 봤으니 당 연히 울컥하는 거겠지.
그런데 사람을 봐가면서 그래야 할 것 아닌가.
보이는 포스라든가……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는 이 VIP게이트에 당 당히 들어왔다는 사실을 감안한다
면, 누가 봐도 정부 인사 아닌가.
공항 직원들과는 그 복장부터 다 르니까! 충분히 짐작할 수 있잖아! 그런데 왜 시비를 거냐고! 왜!
‘미치겠네, 진짜.’
아니나 다를까, 사내가 어깨를 으 쓱하더니,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국정원에서 나왔습니다.”
사내가 내민 지갑 안에는 NIS라 는 이니셜이 선명하게 찍힌 신분증 이 보였다.
‘국정원!’
한은솔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물론 국정원이라고 해도 정부 기 관일 뿐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국 정원이 뭐 그리 특별한 곳일 리는 없다. 기껏해야 은밀한 경찰이다.
하지만 국정원이라는 어감이 주는 힘은 대단했다. 절대로 그럴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해 온 한은솔조차 국 정원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몸을 움 츠리고 말았으니까.
“그래서 뭐요?”
하지만 최연하는 전혀 그렇지 않 은 모양이다.
턱을 치켜들고 되묻는 최연하를 보니 존경심마저 든다.
‘역시 우리 누나야.’
보통 미친 게 아니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판단을 내리지 못한 한은솔은 두 손으로 얼 굴을 감싸고 말았다.
봤냐! 세상 놈들아!
이 사람이 내 배우다!
죽겠네, 진짜…….
국정원에서 나왔다고 자신을 소개 한 사내가 헛웃음을 지었다.
“딱히 뭔가를 해달라는 건 아닙니 다. 제가 요구할 사항은 이제부터 설명드릴 겁니다.”
선글라스를 다시 치켜올린 사내가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 었다.
“여기서 본 건 모두 잊으십시오.”
“네?”
“누군가 입국했다는 사실도, 그분 과 함께 검색대를 통과했다는 사실 도, 눈으로 본 저분의 모습까지도 모두 잊으십시오/
“저기요.”
최연하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 다.
“본 걸 어떻게 잊어요? 내가 바 보도 아니고.”
“잊기 힘들어도 잊으셔야 합니
다.”
“못 잊으면요?”
“그럼 잊게 해드려야겠죠.”
최연하가 입을 다물었다.
잊게 해준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너무 빤하다. 잊을 수 없는 것을 잊는 방법은 하 나뿐이니까.
“최연하 씨.”
사내는 더 이상 웃고 있지 않았 다.
“무리한 부탁을 드리는 게 아닙니 다. 그저 오늘 있던 일에 대해서 언
급을 피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 것만 해주신다면 저희는 그 어떤 것 도 바라지 않을 겁니다.”
최연하가 차가운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선글라스 뒤에 숨겨진 사내의 눈에서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할 일인지는 모르겠네요. 요 즘 세상에도 공무원들이 이런 말을 하고 다니는지는 몰랐어요.”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국 가의 목적은 변하지 않죠. 기분 나
쁘게 생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모 든 것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니까 요.”
“그 국가의 이익이라는 게 당신들 의 입에서 나오면 어떤 느낌인지 아 셔야 할 것 같은데?”
“알고 있습니다. 저는 당신들이 그 느낌을 받으시길 원합니다.”
명백한 협박이었다.
최연하는 무표정한 얼굴로 사내를 응시했다. 빙글빙글 웃는 사내의 얼 굴이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홍.”
최연하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사내도 더 이상은 최연하 를 압박하지 않았다. 최연하가 앞으 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누, 누나!”
“잠시.”
사내가 서둘러 최연하를 쫓으려던 한은솔을 제지했다.
“매니저이시죠?”
“예? 아…… 예. 제가 매니저입니 다.”
“관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예?”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건 국가의 문제입니다. 쓸데없는 말이
새어 나간다면 저희는 소문을 제지 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 도 있습니다. 이건 절대 협박이 아 닙니다.”
“협박이 아니라요. 이건 협박
“협박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말 입니다.”
한은솔이 입을 닫았다.
“VIP의 쓸데없는 변덕 때문에 피 해가 가게 된 점 죄송합니다. 만일 이 일에 잘 협조해 주신다면 아무런 피해가 없음은 물론이고, 국가 차원 에서 소정의 지원도 약속드립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당부하건대, 이 곳에서 보고 들은 것은 모두 잊으십 시오. 여기에는 아무도 없던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그것만 명심하시면 아무 일도 없 을 겁니다.”
협박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
손짓 하나, 그리고 선글라스로 가 려진 눈빛과 무표정한 얼굴만으로도 한은솔은 이 협박이 절대로 말만으 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실감 할 수 있었다.
“제대로 단속하겠습니다.”
“이해가 빨라서 좋군요.”
사내가 싱긋 웃고는 한은솔의 어 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제가 아까 드린 말도 사 실입니다. 이 부분을 잘 지켜주신다 면 소정의 사례가 있을 겁니다. 편 의를 봐드리는 쪽이 될지, 그게 아 니면 지원이 주어질지는 모르겠네 요. 그럼.”
사내가 몸을 돌려 멀어져 가자 한은솔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열심히 단속을 할 건데 말 이죠.’
문제는 최연하는 단속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한은솔이 지끈거리는 옆머리를 누
르면서 최연하를 쫓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