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28)
마존현세강림기-929화(927/2125)
마존현세강림기 38권 (10화)
2장 증언하다 (5)
“이야기는 잘되셨습니까?”
“……흐음, 매번 그런 게지.” 수행원이 차의 문을 열었다.
“기사는?”
“돌려보냈습니다. 운전은 저희 쪽 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쪽에서 센 스 있게 네비게이션을 영어로 세팅
해 놔서 문제는 없을 겁니다. 혹시 모를 도청이 있는지도 조사를 끝냈 습니다.”
“그리 치졸한 자는 아니지.”
“나이트 위긴스는 믿을 수 있습니 다. 하지만 저들은 믿을 수 없습니 다.”
“그런가?”
차에 오르면서 마스터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상한 일이지.’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나이트 위긴스는 한 번 그들을 배신한 배신 자고, 총회의 다른 이들은 그들에게
피해를 끼친 적이 없었다.
그러니 실제로 경계를 해야 한다 면 위긴스를 좀 더 경계해야 할 것 이다. 하지만 이들의 인식은 정반대 였다.
‘인식이라는 게 참 무서운 거로 군. 그게 아니면 위긴스가 원탁 내 에서 가진 인망이 내 예상보다도 위 라는 뜻이든가.’
어느쪽이든 좋은 결과는 아니었 다.
차에 오른 마스터가 시트에 둥을 기댔다.
피곤하다.
이 머나먼 나라까지 오는 것도 피곤했지만, 위긴스와의 만남은 그 의 피로도를 가중시켰다.
“일단은 호텔로 가지.”
“예, 마스터.”
차가 출발하자 마스터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해안을 따 라 펼쳐져 있는 바다를 보고 있자 니, 더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그럴 리가 없지만.’
이곳은 화약고다.
중국과 일본이 얽혀 있다. 그리고 바로 위에 세계가 가장 껄끄러워하 는 국가가 붙어 있다. 언제 어떤 일
이 벌어져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곳 이 바로 이 나라다.
겉으로 드러난 세계의 위협은 별 것 아니게 느껴질 정도다.
마스터는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 에 잠겼다.
‘대화가 틀어진다면?’
모든 것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야 한다. 만약 강진호가 정말 세상 을 피로 물들일 자이고, 그 끔찍한 결과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병력을 투입하여 한국을 정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한국은 강하다.
이제는 결코 예전처럼 무시할 수 있는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원탁은 더욱 강하다.
위긴스조차도 원탁의 진정한 힘은 알지 못한다.
원탁의 힘은 수호하는 힘.
그 힘의 저력을 제대로 알고 있 는 자는 세상에 마스터 말고는 없 다. 그렇기에 마스터라는 자리가 중 요한 것이다.
원탁 내에서는 그저 발언권이 좀 더 큰 한 명에 불과하지만, 마스터 는 원탁의 힘을 움직일 수 있는 실
권을 가지고 있다.
‘위긴스가 그 의미를 알았어야 하 는데.’
지금 만약 위긴스가 원탁의 힘을 자신이 아는 대로 재단하고 움직이 는 거라면 큰 실수를 하는 중이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원탁의 힘으로 한국을 정화하는 게 실질적으로 가능한가.
그런 경우는 수도 없이 있었다.
위긴스가 한 말도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
원탁이 세상을 수호하기 위해 죽 인 악당의 수는 그 악당들이 살아생
전 죽인 이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현대에 들어서 는 자중하는 편이지만, 근대의 원탁 은 무자비한 압제자였고, 감정이 없 는 청소부였으니까.
한 국가의 무인계 자체를 멸절시 켜 버린 일도 흔하게 있었다.
물론 무인계라는 곳은 완벽하게 정리가 되지 않는 곳이고, 아무리 깔끔하게 청소를 하더라도 결국은 되살아나는 곳이니 그 대를 끊었다 고 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기세를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 피해 정도는 입혔다.
그렇다면 한국은?
한국에도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까?
‘쉽지 않아.’
한국에는 너무도 많은 것이 얽혀 있다. 어설프게 한국으로 진입했다 가는 일본과 중국을 자극하는 결과 가 나올 것이다.
안 그래도 좁은 지역에 과도한 힘이 몰려 있어 언제 터져 나갈지 모르는 곳이 동아시아다. 그런 곳에 원탁의 힘마저 더해진다면?
세상을 멸망으로 이끌 전쟁이 이 곳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하나…….
‘그런 것이 두렵다고 움직이지 않 는다면, 더는 원탁이라 할 수 없다.’
정의는 올바른 것을 의미하지 않 는다.
정의는 올바른 방향으로 휘둘러지 는 힘이다.
그 말인즉슨, 힘이 작용하지 않는 정의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라는 뜻 이었다.
힘인즉, 관철이다.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주저 없이 힘을 휘두르지 않는다면, 그건 더 이상 정의라고 할 수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마스터의 눈이 가라앉았다.
주저한다는 것 자체가 그가 늙었 다는 증거다. 과거의 그였다면 일말 의 망설임조차 가지지 않았을 것이 다.
한국을 정화하는 것만이 이 사태 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라면, 그는 결코 다른 방법을 찾을 생각이 없었 다. 설사 그 결과로 더 끔찍한 전개 가 초래된다 하더라도 말이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현재를 사는 사람은 최선의 결과 를 낳을 수 있는 길을 선택할 수밖
에 없다. 비록 그 선택이 틀렸다는 걸 미래에 알게 되더라도 그게 두려 워서 선택을 미루는 것은 더 좋지 않은 일이니까.
부우우우우웅.
서울로 달려가는 마스터의 차 옆 으로 검은 세단 한 대가 스쳐 지나 갔다.
마스터가 그 세단으로 고개를 가 만히 돌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남은 이렇게 고민이 많은데, 팔 자 좋게 데이트라니.”
“……마스터?”
“아니, 아닐세. 자네에게 한 말이
아니야.”
마스터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왠지 모를 악감정이 쌓이고 있었 다.
“고생하는군.”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뭐가 그래요. 같이 있는데 혼자 다른 생각 하고.”
“아니, 그게 아니라••••••
강진호가 입을 뻐끔 거렸다.
뭐라고 해야 하지?
방금 지나간 차에 마스터라는 작 자가 타고 있었는데, 그 작자가 유 럽에서 온 무척 센 단체의 장이라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 니 이건 정당하다?
‘그냥 욕을 먹자.’
드라이브 중에 다른 생각하는 남 자가 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 놓는 정신 나간 작자보다는 좀 낫겠 지.
“죄송합니다.”
“뭐, 괜찮아요. 오늘은 제가 기분
이 좋으니까.”
최연하가 화사하게 웃었다.
정말 기분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살짝 문제가 있다.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전방을 바 라보았다.
‘ 예쁘네.’
적응이 안 된다.
오랜만에 본 최연하다. 그냥 무표 정으로 있어도 예쁜 여잔데, 답지 않게 밝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화사 함이 배가되는 느낌이었다.
“촬영은 잘 끝냈어요?”
최연하의 얼굴에서 화사함이 사라 졌다.
“내가 중국 땅을 다시 밟으면 사 람이 아니에요. 그 인간들은 진 짜……
“생각 같아서는 진짜 힐로 대가리 를 찍어버리고 싶었는데! 내가 우리 나라가 아니라서 참았어요. 한국이 었으면 진짜 대가리 깨버렸을 거 야.”
아, 이랬지.
이 여자, 이런 여자였지.
급격하게 적응이 되고 있었다. 잠
시 겉모습에 속았다.
조금 편해진다.
“그래서 끝은?”
“끝내고 왔죠. 계약이 있으니까. 그래도 막판에 별문제 없이 촬영이 진행돼서 다행이에요. 아니었으면 몇 달 더 걸릴 뻔했다니까요. 아마 두 달만 더 있었으면 진짜 우울증 왔을 거야, 진짜.”
강진호가 나직하게 웃었다.
그래도 대견하다.
일전에 중국에 갔을 때, 최연하는 정말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대로 조금 더 있었다면 건강을 해쳐도 크
게 해쳤을 것이다. 아무리 강진호가 손을 봐서 상태가 좋아졌다고는 하 나, 그만한 일을 겪었다면 더는 못 하겠다고 때려치우고 돌아와도 이상 하지 않다.
그런데도 꿋꿋하게 촬영을 마친 것을 보면, 최연하의 프로 의식은 강진호가 생각하는 이상일지도 모른 다.
“그럼 방영은?”
“이제 곧 할 거예요. 후처리도 해 야 하고, 편집도 해야 하니까 시간 이 걸리겠죠. 그리고 걔들이 시스템 이 좀 이상해서, 그렇게 완본을 만
들면 그걸 다시 당국에 검열을 받아 야 해요. 그게 또 시간이 걸리거든 요.”
“아!”
“한국도 검열이나 검수가 들어가 면 몇 달 잡아먹는 건 일도 아닌데, 중국은 오죽하겠어요? 드라마 하나 검열받는 데 일 년이 넘게 걸리는 일도 허다하다더라구요.”
“일 년이요?”
강진호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일 년이라니, 그건 좀 과하지 않 은가. 촬영 기간도 일 년이 안 걸리 는데, 검열이 일 년이라니.
“그래도 제작사가 힘이 좀 있는 편이라서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 는데요. 뭐, 보나마나 돈 좀 찔러주 고 빨리 해달라고 하겠죠. 걔들 하 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최근 들어 강진호는 최연하를 이 현수와 붙여놔 보고 싶은 마음이 생 겼다. 그가 아는 최악의 독설가 둘 이 붙어서 대화를 나누면 대체 무슨 광경이 벌어질지 너무 궁금하다.
“그럼 이제는 해외는 안 나갈 생 각이 겠네요?”
“아마 그럴 것 같아요. 이번에 너 무 크게 데여서.”
최연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집 떠나면 고생이고, 해외 나가 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나는 솔직히 내가 좀 이국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국적이요? 왜요?”
“이리 생겨서요.”
최연하는 사람의 입을 다물게 만 드는 재주가 있었다.
“누가 봐도 파리에서 파스타 돌리 게 생겼잖아요.”
“……파스타는 이탈리아.”
“파리에는 파스타 안 판대요?”
“ 팔겠죠.”
“그럼 됐지, 뭐.”
“……그렇죠.”
맞지. 그럼 됐지. 파리에도 파스 타는 파니까.
“그런데 막상 외국 나가보니, 나 완전 한국인이더라구요. 음식이 입 에 안 맞아서 죽는 줄 알았어요.”
“하하•…”
“은솔이가 그나마 다른 거 좀 구 해온다고 스테이크랑 햄버거랑 이런 걸 공수해 오긴 했는데, 차라리 중 국 음식 먹지 그런 것만 먹고는 못 살아요.”
“아, 그래서……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에 태우자마자 최연하는 마치 속사포 랩처럼 김치찌개를 외치기 시작했다. 당장 김치찌개 가게로 데 려가지 않으면 차를 폭파시킬 기세 였다.
가까운 식당으로 가 김치찌개를 시키고는 연달아 두 그릇을 폭풍흡 입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런 후에 지금 이동하는 중이다.
“강진호 씨도 어설프게 외국 돌아 다닐 생각 하지 마세요. 한국인은 한국에서 살아야 하는 거더라구요.”
“하하하……
강진호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 말에 동의하는 편이기는 하지 만, 사실 강진호는 한식을 먹으며 살아온 날보다 중식을 먹으며 살아 온 날이 더 많다. 그렇기에 이번 중 국행에서도 딱히 음식 때문에 고생 을 하지는 않았다.
예전과 맛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 만,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기본은 같으니까.
“뭐, 그건 아무래도 좋고!”
“네?”
최연하가 몸을 운전석 쪽으로 살
짝 당겼다.
강진호가 움찔했다.
“강진호 씨.”
최연하가 운전석 쪽으로 더 다가 온다. 고개를 쭉 내민다. 숨결이 피 부로 느껴질 거리까지 최연하가 다 가오자, 강진호가 조금 더 쪼그라들 었다.
“네? 네?”
“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말씀하세요.”
말은 해도 되지.
근데 왜 이렇게 자꾸 다가오지?
왜?
최연하기 가볍게 웃는다. 눈 바로 앞에서 그녀의 얼굴이 보이자 강진 호도 도무지 침착을 유지할 수 없었 다.
“강진호 씨.”
“••••••네?”
최연하가 부드러운 눈으로, 더없 이 부드러운 눈으로 그를 보며 작게 속삭였다.
“나 안 보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