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35)
마존현세강림기-936화(934/2125)
마존현세강림기 38권 (17화)
4장 종언하다 (2)
“크흠.”
운전을 하는 이현수는 속이 편치 않은 모양이었다. 조금 전부터 계속 헛기침을 하고 있다.
하기야 오늘도 미세먼지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니까 기침 정도야 얼
마든지 할 수 있다.
“ 후우••••••
위긴스는 아무래도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까부터 한숨이 끊이질 않는다.
물론 한숨을 쉬는 걸 제지할 수 는 없다.
강진호가 아무리 상급자라고 할지 라도 가문의 우환까지 터치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렇기에 강진호는 조금 전부터 고개를 창밖으로 고정한 채 절대 차 안으로 돌리지 않고 있었다.
“거……
움찔.
이현수가 입을 열자 강진호의 몸 이 움찔한다.
“휴……
세상에는 백만 가지의 말보다 더 큰 의미를 전달하는 한 번의 한숨이 존재한다.
지금의 한숨이 딱 그랬다.
얼굴이 두껍기로는 세상 어디에도 뒤지지 않고, 간덩이가 크다 못해 이미 육체를 탈출한 게 분명한 강진 호이지만, 저 한숨이 주는 무게만큼 은 버텨내기 힘들었다.
“거……
이현수가 다시 머뭇거린다.
그러자 강진호도 한숨을 쉬며 입 을 열었다.
“그냥 차라리 말을 해줬으면 좋겠 는데.”
“아니, 아닙니다. 회주님은 당연한 일을 하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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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터진 이현수가 속사포처럼 말을 쏘아댔다.
“물론 당연한 일을 한 거죠. 정상 회담이니만큼 이 회담은 회주님께 전적으로 맡겨진 게 아니겠습니까. 회주님의 판단이 가장 우선이고, 회
주님께서 선택하신 대로 저희가 따 라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습 니다.”
좋은 말이었다.
물론 이제 시작이겠지.
“다만!”
거 봐라.
이제는 이현수를 너무 잘 아는 강진호였다. 덕분에 앞으로 무슨 말 이 나올지 대충 예상도 할 수 있었 다.
살짝 띄워주다가…….
“물론 회주님의 선택이 옳으시겠
지만! 그리 생각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이제 나오겠지.
“다만, 그 방식이라는 것을 제가 잘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문제 같습 니다. 왜 또 싸워야 합니까? 물론 우리가 무인이고, 무인인 이상 주먹 질 말고 딱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우리 는 사람 아닙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딜을 넣을 거 고…….
“게다가 이런 식으로 싸워서 남는 게 뭔지를 모르겠습니다. 이기는 거 요? 그거 뭐 별거겠습니까. 그런데
회주님의 이력에 원탁의 마스터를 때려잡았다는 한 줄이 추가된다고 뭐가 그리 대단한 업적이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회주님의 업적은 이 미 차고 넘칩니다. 그런데 굳이 원 탁의 마스터를 패서 관계를 경색시 킬 필요가 있는가…… 그게 제 생각 입니다.”
그러고는 비꼬겠지.
“물론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 다. 다만, 다음부터는! 제〜에발 다 음부터는 저희 의견도 한 번씩은 물 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제〜에발!
그러실 거면 저희는 왜 데리고 가셨 습니까! 제가 운전수도 아니고.”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완벽하다.
어쩜 이리 예측을 한 치도 벗어 나지 않는단 말인가.
“후우……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현수와는 다 르게 위긴스의 반응은 완벽하게 예 상할 수가 없었다.
한숨을 푹푹 내쉰 위긴스가 가만 히 입을 열었다.
‘‘물론••••••
확실한 건 위긴스도 슬슬 이현수 를 닮아간다는 것이다.
예전에 들은 바로는 이현수가 강 진호에게 함부로 말하는 것을 무척 이나 크게 야단쳤다고 하던데…….
‘뭐가 달라?’
그 스승의 그 제자가 아니라, 그 제자에 그 스승이다.
최근 들어 위긴스도 강진호에게 딜을 넣는 것에 거침이 없어지고 있 다.
“회주님은 그럴 수 있습니다.”
차라리 화를 내라.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 다.
좋게좋게 풀 수 있는 문제를 조 금 극단적으로 몰아간 것 같아서 민 망해하던 차였는데, 저렇게 나와 버 리면 강진호가 뭐가 되는가.
“회주님이야 답답하니 ‘일단 붙어 싸우자’라고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 습니다. 그 정도는 고려해야겠지요.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건…… 마스 터가 그걸 받았다는 겁니다.”
강진호는 무척 억울했다.
‘사실관계가 조금 꼬인 것 같은 데……
붙어 싸우자고 도발을 한 쪽은 강진호가 아니라 마스터다. 분명 조 금 전에 벌어진 일이고, 이들도 분 명 그 상황을 봤을 텐데, 그 짧은 시간 만에 어떻게 전후 관계가 바뀐 단 말인가.
이래서 사람은 이미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현수조차도 조금의 의문도 표하 지 않고 있었다. 이들의 머릿속에서 는 이미 강진호가 시비를 걸어 싸움 을 만든 것이 확정되어 있다.
물론 먼저 시비를 건 건 맞지 만…….
“마스터는 그런 도발에 응할 사람 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리 나왔다는 것은 다른 노림수가 있을 수도 있다 는 뜻입니다. 로드, 경계하셔야 합니 다.”
“경계라……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내가 대책 없이 막 저지르는 사 람이 된 것 같은데……
“아닙니까?”
“아닙니까?”
강진호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 그러고는 조금 서글픈 눈으로 뒤
를 돌아봤다.
‘저 사람은 엄청 존중받겠지.’
수행원들이 마스터를 대신해서 화 를 내는 모습이 기억난다. 마스터의 권위는 무척이나 존중받고 있었다. 그에 반면 자신은 지금…….
“조금은 신중했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그리고 얻을 게 없다니까요. 이 기면 이기는 대로 문제고, 지면 지 는 대로 문젭니다. 수장이라는 자리 는 하나하나의 행동에 막대한 리스 크가 동반되는 법입니다. 그런데 세 상에……
강진호가 창문을 내렸다.
갑갑하다.
공기가 무척이나 갑갑하다. 시원 한 바람이라도 좀 맞아야…….
“미세먼지! 미세먼지 들어옵니 다!”
“••••••미안.”
강진호가 다시 창을 올렸다.
“어휴, 저 중국 놈들 때문에 창도 편히 못 내리네. 차이커창 새끼한테 욕이라도 퍼부어야지.”
산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 에 종사하는 차이커창이 들었으면 거품을 물 일이지만, 다행히 차이커
창의 청력은 한국까지 닿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무를 수 없을까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이현수의 말에 위긴스가 인상을 썼다.
아무리 충동적으로 만들어진 일이 라지만, 수장과 수장의 입에서 나와 결정된 사안이다. 물리자고 나서는 쪽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감수해야 하는가는 너무도 빤한 일이다.
기호지세.
그 말이 딱 맞았다. 이제는 이 호 랑이의 등에서 내릴 수가 없다. 저 쪽에서 내려준다면 감사하겠지만,
원칙과 체면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곳이 원탁이다. 그럴 일은 절대 없 다.
“일본하고도 사이가 안 좋고, 중 국이랑은 원수지간인데…… 그나마 남은 곳이 원탁 하난데……. 원탁의 마스터를 패버리면…… 이거, 막장 으로 가는 것 아닙니까?”
위긴스가 대답 없이 한숨을 내쉬 었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홀러버릴 줄이야.’
충돌이야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충돌이 커질 거라고는 생 각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스터는 무슨 생각이신 거지?’
강진호가 어떻게 나오든 마스터는 절대 그 도발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 다. 강진호와 마스터의 대화는 애초 에 그렇게 흐르지 않았던가.
강진호가 과격하게 말을 하고 도 발을 했지만, 마스터는 흔들리지 않 고 강진호의 말을 받아넘겼다.
위긴스는 당연히 그런 대화가 끝 까지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설사 마스터가 강진호를 제거하겠다는 결
론을 내린다고 해도, 수행원만 끌고 적지에 들어온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까. 일단은 몸 성히 한국 을 빠져나가는 것이 먼저 아닌가.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 지?’
수십 가지의 시나리오를 고려했 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위긴스의 머릿속에 없었다. 완전히 새로운 시 나리오다.
이 지켜보는 이들의 뒤통수를 후 려갈기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낸 강진 호와 마스터의 창의성에 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기야……
위긴스가 가볍게 웃고 말았다.
어디 강진호가 얽힌 일이 제대로 굴러가는 경우가 있던가. 항상 그 의외성을 고려하지만, 언제나 그 이 상을 보여주는 사람이 바로 강진호 다.
지금은 그 의외성이 정말 의외의 방향으로 튀어버렸다는 문제일 뿐.
“그럼 좀 봐주고 체면이라도 살려 주면?”
“허.”
위긴스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이현
수를 바라보았다.
“원탁의 마스터다. 그 자리가 포 커 쳐서 딸 수 있는 자리로 보이느 냐? 마스터는 서양을 대표하는 무인 중 하나다.”
최강은 아니다.
하지만 최고.
가진바 무력으로 최강을 논하기에 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 원탁에 는 마스터보다 강한 이들도 있으니 까. 하지만 그 상징성을 고려했을 때는 원탁을 대표하는 무인으로 부 족함이 없다.
그런 이를 상대로 뭐? 봐줘?
정신 나간 소리다.
“그럼 회주님이 질 확률도 있습니
까‘?”
그건 또 말이 다른데.
‘질 확률이 있나?’
위긴스는 마스터를 존경한다.
그건 강진호에게 가지는 존경심과 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아 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강진호가 마 스터에게 패하는 모습은 상상이 가 질 않는다.
그가 처음 한국에 왔을 시점이었 다면, 마스터에게도 가능성이 있었
을 것이다. 아니, 냉정하게 봤을 때, 그때의 강진호보다는 마스터가 우세 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림이 안 나오는데.’
우세한 부분을 찾을 수가 없다.
무위?
그건 굳이 이야기 할 필요가 없 다.
연륜과 경륜? 전투 경험?
그건 일방적으로 마스터가 처 발 린다. 강진호는 전장에서 살아온 짐 승이다. 전투에 대한 감각과 경험만 큼은 천하의 누구도 따를 수가 없
다.
전투가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홀러가지 않는 이상은 도무지 마스 터가 이기는 그림을 그릴 수가 없 다.
‘그렇다면 마스터는 왜 이 전투를 받아들인 걸까?’
그가 파악하는 것을 마스터가 모 를 리는 없다. 그는 그런 사람이니 까.
“도착했습니다.”
조금 전부터 차가 숲길을 달린다 싶더니, 이내 멈춰 섰다.
강진호와 위긴스가 차에서 내렸
다.
너른 평지.
정비되지 않은 풀밭이었다.
“회의 사유지 중 하나입니다. 외 부인의 접근이 없는 곳이니 적당할 겁니다.”
U 으 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뒤따 라온 마스터의 차가 도착하여 멈춰 선다. 그러더니 마스터가 차에서 내 렸다.
차에서 내리는 그의 얼굴은 더없 이 굳어 있었다.
‘정말 모르겠군.’
위긴스는 마스터의 저런 표정을 본 적이 없다. 그에게는 언제나 여 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마스터의 입매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 준으로 굳어 있다.
그 역시 이 전투에 막대한 부담 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어쩌면 나는 오늘 마스터의 새로 운 면을 볼지도 모른다.’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어쨌든.”
이현수와 위긴스가 강진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일단 싸우면 되겠지.”
“회주님, 절대로……
“그만.”
강진호가 이현수의 말을 잘랐다.
그 단호한 목소리에 이현수가 바 로 입을 닫았다.
지금의 강진호는 말이 먹히는 강 진호가 아니다. 이미 전장에 선 강 진호였다.
“다녀오지.”
앞으로 나서는 강진호를 보며 이 현수가 차마 하지 못한 말을 뇌까렸 다.
“절대 죽이면 안 되는데……
이 전투에서 누구 하나가 죽는 일이 벌어지면 정말 세상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가버릴 것이다.
하지만 이현수는 안다.
일단 전투에 들어간 강진호는 말 릴 수가 없다는 것을.
이현수의 불안한 눈이 강진호의 등을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