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36)
마존현세강림기-937화(935/2125)
마존현세강림기 38권 (18화)
4장 종언하다 (3)
공터로 걸어 나온 강진호가 먼저 자리를 잡고 섰다. 그러자 마스터 역시 천천히 그의 앞으로 걸어 나왔 다.
공통점이 있다면 두 가지.
두 사람 다 딱히 긴장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그들을 지켜
보는 이들은 더없는 긴장으로 물들 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른 이들의 눈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오로지 서로의 모습만을 눈에 담고 있었다.
“좋은 곳이군요.”
마스터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한국에도 이런 좋은 곳이 있을 거라고는……
“잠시.”
강진호가 마스터의 말을 끊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이현수를 불 렀다. 이현수가 한숨을 쉬고는 달려 나가 강진호의 옆에 섰다.
“계속하지.”
조금 머뭇거리던 마스터가 한숨을 푹 쉬고는 입을 열었다.
“영어 정도는……
“……대충은 가능하지만, 확실한 게 좋겠지.”
“그건 그렇습니다.”
마스터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강진호를 보며 조금은 감회에 젖었 다.
‘이게 얼마 만이지?’
마지막으로 누군가와 무를 겨룬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스터의 가슴을 기분 좋은 긴장 감이 채우기 시작했다.
‘한때는 이게 일상이었지.’
누군가와 겨루고, 승리와 패배를 경험하고, 그리고 또다시 자신을 채 찍질해 나간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 더 승리하기 위해서.
한때는 마스터 역시 그런 무인이 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를 무인이라 부를 수 있을 까?
‘ 모르겠군.’
무인의 기준이 무공을 익히고, 일
반인에 비해 과한 힘을 손에 넣은 이를 지칭하는 거라면, 마스터는 여 전히 무인일 것이다. 하지만 무인의 기준이 무를 익혀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를 지칭하는 것이라면, 지금의 마스터는 무인이라 불릴 자 격이 없었다.
기껏해야 행정가.
그게 아니라면 경영자.
‘꽤나 엘리트틱해 보이는 표현이 로군.’
누군가는 그런 수식어를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마스터는 아니었다. 정 확하게 말하자면, 지금 이 순간만은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그의 주변을 둘러싼 이들에게서 날것의 냄새가 사라진 순간이.
우스운 일이었다.
원탁은 분명 무인들의 집단이다. 하지만 원탁에 참여한 이들에게서 무인의 냄새를 맡는 것은 어렵다. 처음 원탁에 들어온 이들은 그럭저 럭 무인의 기색을 풍기지만, 이내 그들도 원탁의 분위기에 동화된다.
얼굴을 가린 가면과 고풍스러운 테이블이 아니라면, 어느 회사의 중 역 회의 장면이라고 해도 이상한 점
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마스터는 그렇게 살아왔다.
스스로 무인이라는 것도 잊고 말 이다.
원탁이니 뭐니 거들먹대지만, 그 들이 하는 일이 평범한 국가의 정부 나 군이 벌이는 일과 뭐가 그리 다 르겠는가. 힘의 타입만 다를 뿐, 가 지고 있는 무력의 활용을 모색한다 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스스로의 것이 아닌, 소속된 이들 의 무력이 향할 방향을 정하는 것. 그게 마스터의 업무였다.
‘딱히 불만이 있던 것은 아니다.’
젊을 때는 무인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나이가 들다 보면, 그리고 지위가 올라가다 보면 마스터와 딱 히 다르지 않은 삶을 살게 될 것이 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스터의 눈이 강진호를 쫓는다.
오연히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 고 있으려니, 절로 주먹이 쥐어진다.
이 사내는 다르다.
이 사내에게서는 여전한 야성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지독한 날것의 비린내라고 해야 할까?
검이 총에 밀려 그 자취를 감춘 시대.
세상과 동화되어 살기 위해서 스 스로가 무인임을 숨겨야 하는 이 시 대에 강진호는 여전히 무인의 본질 을 잃지 않고 저리 서 있다.
마치 과거의 무인이 이 시대에 뚝 떨어진 것처럼.
그 모습은 마스터에게 너무도 아 프게 가슴속으로 틀어박히고 있었 다.
‘어쩌면 나는……
그래, 인정하자.
저리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가 원한 삶은 지금의 삶이 아니라, 저런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하나 물어도 되겠습니까?”
“ 얼마든지.”
낮게 심호흡을 한 마스터가 천천 히 입을 열었다.
“당신의 나이가 그리 어리지 않다 고 들었습니다.”
표면적인 나이는 의미가 없다. 귀 환자들에게 있어서 나이라는 것은 육체의 소모값을 의미하는 수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수백 년을 살아온 이도 있고, 수 천 년을 살아온 이들도 있을 것이
다.
“그래서?”
“……어떻게 아직 젊을 수가 있습 니까?”
두루뭉술한 질문이었다.
강진호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 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는 없었다.
젊다고?
이상한 말이다.
“모르겠군.”
그러니 대답할 말은 그것뿐이었 다.
다만, 덧붙일 말이 있을 뿐이다.
“그건 내가 아니라 자신에게 물어
야 하는 것 아닌가?”
“……무슨 말씀이신지?”
“타인을 젊다고 생각하는 이는 자 신의 나이를 실감하는 이뿐이지. 스 스로 젊다고 생각하는 이는 자신보 다 어린 이들을 젊음이라는 말로 포 장하지 않아.”
말문이 막힌다.
“특히나 무인은 그렇지. 이십 대 보다 더 뛰어난 육체를 가지고 있으 면서도 젊음에 집착한다는 건 웃긴 일이니까. 너를 노인으로 만드는 건 나이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그게 뭐란 말입니까?”
“그걸 찾는 건 내 몫이 아니겠 지.”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정론.
제대로 된 대답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은 아니었다. 이 사내가 본능적 으로 이치를 좇는다고는 하나, 머릿 속으로 알고 있는 사실을 논리적으 로 풀어낼 만한 지성이 엿보이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강진호의 말은 뼈에 박혔 다.
‘나이가 아니라고?’
강진호가 마스터를 보며 말했다.
“생각할 필요 없어.”
강진호가 손을 뻗었다.
공간이 일그러지며 강진호의 손이 그 안으로 들어간다.
마스터가 눈에 이채를 띠고 그 광경을 보았다.
‘아공간?’
그들의 기술이다.
강진호가 아공간을 쓴다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아무리 무학의 체계가 다르다고는 하나, 결국 무학 은 무학. 강진호 정도의 수준에 오 른 자가 마음먹는다면 아공간 하나 익히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다.
다만, 마스터를 정말 놀라게 한 것은 강진호가 아공간을 익혔다는 점이다.
모든 이들은 관성을 가진다.
동양의 무학을 익힌 이들은 서양 의 무학에 대처하려 할 뿐, 그 무학 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서양 의 무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동양의 무학이 대인전에 있어서는 서양의 무학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의 무학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그저 연구하 고 대처하려 할 뿐이다.
머리가 말랑말랑한 젊은이들조차
도 자신의 것을 발전시키려 흐}지, 다른 이들의 것을 배우려 들지 않는 다. 하지만 강진호는 스스로 한 일 파를 이룰 정도의 무리를 이룩했으 면서도 스스럼없이 다른 계열의 무 학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 사고의 유연성이 마스터를 놀 라게 하고 있었다.
스 O으
1 ― — 후、•
강진호의 손에 청루와 적루가 잡 혀 나왔다.
마스터 역시 주저 없이 아공간으 로 손을 찔러 넣었다. 그의 손에 한 자루의 장검과 지팡이가 잡혀 나온
다.
우연찮게도 두 사람은 모두 쌍병 을 사용했다.
강진호는 쌍검을 썼고, 마스터는 한 손에는 검을, 다른 한 손에는 지 팡이를 들었다.
“그, 그럼 저는 이만.”
이현수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 다. 위긴스의 옆으로 돌아온 이현수 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 지팡이는 뭡니까?”
위긴스가 신중한 어조로 대답했 다.
“내가 예전에 말한 적이 있었지.”
“ 예?”
“마검사는 할 짓이 아니라고 말이 야.”
“……예.”
위긴스가 살짝 한숨을 쉬었다.
“한 번에 두 가지 계열을 배운다 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한 번에 두 가지 계열의 무학을 동시에 사용하 는 거야.”
“그, 그렇겠죠.”
“전투에서 검과 마법을 동시에 활 용한다는 것은 한 손으로는 피아노 를 치면서 다른 손으로는 바이올린
을 연주하는 것과 비슷하지. 그것도 서로 다른 곡을.”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불가능한 것 아닙니까?”
“그래, 불가능한 일이지. 고래로 양손을 사용하는 가장 저명한 방법 은 한 손에 검을 들고, 다른 손에는 방패를 드는 거지. 이게 가능한 이 유는 그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 기 때문이야. 하지만 검과 마법은 그렇지 않아. 그렇기에 어렵지. 그리 고 난해하지.”
위긴스가 복잡한 표정으로 마스터
를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내가 마법과 검을 동시 에 익힌 이유가 있지. 뭘 것 같나?”
“저번에 말씀하시기를, 사부님께 서는 젊은 시절에는 자기가 천재라 는 오만에 빠져 있는, 더없이 재수 없는 애새끼여서 그렇다고 하셨습니 다.”
“••••••내가?”
“예. 확실하게 들었습니다.”
위긴스가 묘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현수는 꿋꿋 하게 무표정을 유지했다.
“조금 의아하기는 하지만…… 그
렇다고 치자.”
“예.”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
위긴스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 었다.
“그 말도 맞지. 창피하지만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야.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설사 내가 아무리 오만에 빠져 있던 애송이라 하더라 도 실증하는 마검사가 존재하지 않 았더라면 홀로 그 길을 개척하려 하 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긴스가 눈으로 마스터를 가리켰 다.
“봐라. 네 눈앞에 있는 이가 현존 하는 유일한 마검사다. 마법과 검을 동시에 다룬다는, 그 말도 안 되는 경지를 유일하게 개척한 사람이 바 로 마스터다.”
“오!”
이현수가 조금은 놀란 눈으로 마 스터를 바라보았다.
그가 보기에 위긴스는 천재다.
스스로는 오만한 애송이라는 말로 자신의 과거를 깎아내리지만, 위긴 스는 충분히 그런 오만함을 가질 자 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위긴스조차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고 칭한 것이 마검사다. 만일 그가 마검사의 길을 택하지 않고, 검이나 마법 중 하나에 집중했다면 지금보다 배는 강했을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위긴스는 마스터를 두고 현존하는 유일한 마검사라 지 칭하고 있었다. 위긴스조차 스스로 실패했다고 여기는 경지를 마스터는 이루어냈다는 뜻이다.
“……굉장한 분이셨군요.”
“입지전적인 인물이지.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야. 개인으로서는 전설 적인 무인이지만, 국가적으로는 재
앙이나 다름없지.”
“예‘?”
위긴스의 말을 이해 못한 이현수 가 의문 어린 눈을 했다. 위긴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말을 풀어 주었다.
“마스터 하나 때문에 수많은 영국 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채 꽃 피워 보지 못하고 사라졌지. 마검사 의 늪이 그들을 빨아들였거든.”
“아아!”
이현수는 그제야 위긴스의 말을 이해했다.
젊은 위긴스가 그랬듯이 마스터의
활약을 본 이들은 다들 마검사가 되 려 했을 것이다. 젊은 위긴스가 매 혹당했을 정도라면, 분명 다른 이들 에게도 매력적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위긴스조차 실패한 경지를 평범한 이들이 오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기에 도태된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그토록이나 찬란하다는 뜻이다. 부나방을 유혹하는 불꽃처럼.
이현수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 로 마스터를 바라보았다.
저 백발의 노인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물러나지. 시작한다.”
서로 공명하기 시작하는 두 사람 을 보며 위긴스와 이현수가 서둘러 뒤쪽으로 더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