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39)
마존현세강림기-940화(938/2125)
마존현세강림기 38권 (21화)
5장 호응하다 (1)
검이 불타올랐다.
타오를 정도로 격렬하다는 뜻이 아니다. 말 그대로 불타오르고 있었 다. 수미터가 넘게 뻗어 나간 화염 을 두른 마스터의 검이 대지를 가른 다.
카앙!
적루가 화염의 검을 튕겨냈다.
검은 정확하게 막았다. 하지만 화 염은 검으로 막을 수 없다. 검이라 는 물리력이 배제되었지만, 화염은 적루를 넘어 강진호의 육체를 덮친 다.
짧은 기합성과 함께 강진호가 기 운을 내뿜었다.
검에서 피어오른 검강이 휘둘러지 는 화염을 튕겨낸다.
강진호는 지금 새로운 것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기 이하군.’
위긴스는 마검사를 무결점이라 평
했다.
하지만 마스터와 검을 맞대고 있 는 강진호는 위긴스의 평과는 조금 다른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다채롭다.
강진호에게 있어서 무결점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결점이 없다는 것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 으니까. 완벽한 격투 기술을 갖춘 초등학생과 무술에 문외한인 성인 남성이 싸운다고 초등학생이 성인을 이길 수는 없다.
승부는 약점의 유무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가 더 빠른가, 누가 더 강한가, 그리고 누가 더 치열한가로 결정되 는 것이 승부다.
타인이 평하는 마검사의 장점은 강진호에게는 무의미했다. 하지만 타인이 평하지 않는 마검사의 강점 은 지금 강진호를 무척 흥미롭게 만 들고 있었다.
‘이런 식이 가능한가?’
발밑의 식물이 자라나 가시덩굴이 되어 강진호의 다리를 움켜잡는다.
피어오른 불꽃을 밀어냈더니, 얼 음의 창이 우박처럼 떨어진다.
그 틈을 노려 검을 찌르면 공간
자체에서 퍽 꺼지듯 사라지고는 멀 리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다.
완전히 다르다.
이곳은 분명 전장이다.
그리고 그가 상대하고 있는 이는 무인이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단 한 번 도 경험한 적이 없는 세계에 들어와 있었다.
다채롭다.
공격이 이토록이나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깨닫는 느낌 이다.
이건 전투라기보다는 퍼즐 같았 다.
하나를 풀어내면 새로운 퍼즐이 나타난다. 그 퍼즐을 풀어내면 또 다른 퍼즐이 앞을 가로막는다.
지금도 그렇다.
날아드는 화염과 얼음을 부수고 날려 길을 뚫어내는 순간, 발밑이 미끄러워진다.
얼음판 위에서도 전력 질주를 할 수 있는 강진호다. 그런 강진호가 순간 균형을 잃을 만큼 미끄럽다. 마찰 자체가 사라진 느낌이다.
풀밭임에도 말이다.
‘기묘하다니까.’
여럿이 맞붙는 전장에서 이런 경 험을 했다면 지금쯤 짜증이 머리끝 까지 치밀어 올랐을지도 모른다.
마법이라는 것은 그에게 큰 위협 이 되지 못했다.
아무리 화염으로 화하고, 얼음, 바람, 그리고 뇌전으로 화한다고 해 도 그 근본은 바뀌지 않는다.
오행.
동양의 무학에도 존재한다, 내력 을 자연력으로 바꾸는 방식이.
열양공이 그렇고, 빙한공이 그렇 다. 그리고 뇌공도 분명 존재한다.
강진호는 그들 모두를 상대해 본 경험이 있었다.
아무리 그 형태를 바꾼다고 해도 기운은 그저 기운. 본질을 벗어나지 못한다. 기운으로 만들어진 것은 기 운으로 상대할 수 있다. 더 강한 내 력과 기운으로 누르고 부숴 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강진호에게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 마스터 는 전법을 바꿨다.
마찰을 없앤다.
검에 불꽃과 뇌전을 두른다.
순간적으로 중력이 뒤집혀 몸이
하늘 위로 치솟았을 때는 천하의 강 진호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하나하나는 절대 강진호를 쓰 러뜨릴 수 없는 발목잡기에 불과하 다.
하지만 그 발목잡기가 검을 나누 는 와중에 지속적으로 사람을 반대 한다면?
날아드는 검격을 막아내려 검을 들어 올리는 순간에 발아래에 마찰 이 사라져 제대로 설 수 없다면?
중력이 뒤집혀 몸이 허공으로 절 로 떠오른다면?
순간적으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
다.
경험이 있다면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마법 을 처음 경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다. 마법의 존재는 알지만, 자신을 향해 공격적으로 쏟아지는 마법의 존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익숙하지 않은 서양의 검 도 함께 상대하는 상황이다.
‘재미있군.’
강진호의 미소가 짙어졌다.
이런 기분이 얼마 만이었더라?
무학을 사용해서 상대를 짓밟는 것과는 또 다르다. 뭐라고 할까, 알
지 못하는 영역을 경험하며 조금씩 개척해 나가는 느낌?
그래, 이건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 다.
과거, 아주 오랜 과거.
그의 스승과 처음 무학을 배우고 익히던 그 시절을 말이다.
그 때문인지 강진호의 검에는 살 기가 크게 실리지 않았다.
‘더 보여봐라.’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현수가 조 금은 심각한 어투로 물었다.
“합이 맞는 것 같은데요?”
“음‘?”
“지금 저기……
이현수가 머리를 긁었다.
“뭔가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흠.”
위긴스가 턱짓으로 한쪽 끝을 가 리 켰다.
“봐라.”
“예?”
이현수가 위긴스가 가리킨 곳을 쫓았다.
“질려 있지?”
“……그렇습니다.”
위긴스가 가리킨 곳은 마스터의 수행원들이 있는 곳이었다. 전투를 지켜보는 그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너는 마검사에 대한 이해도가 전 혀 없으니 그리 보이겠지. 하지만 저들은 마검사를 안다. 그러니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지.”
“뭐가 다른 겁니까?”
“마법과 검을 동시에 쓴다는 것은 분명 강점이 많지. 단순하게 생각하 도 출력이 두 배라는 뜻이니까. 하 지만 그건 거꾸로 말하면, 연료도 두 배가 든다는 뜻이다.”
“아!”
“전투가 길어질수록 마검사는 불 리해지는 법이지. 그런데 지금 마스 터는 마법을 비처럼 쏟아붓고 있다. 평범한 마법사였다면 이미 예전에 탈진해 쓰러졌을 것이다.”
“그렇게나 힘이 드는 겁니까? 지 금 싸우기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너희 기준으로 저 마법 한 번, 한 번이 검강을 발출하는 수준이라 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괴물이네요.”
순식간에 납득했다.
‘하기야.’
허공에서 폭발을 일으키고, 쇠도 녹일 화염을 피워 올린다. 게다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내리고, 중력 을 뒤바꿔 사람을 허공으로 띄운다.
저 모든 공격이 강진호가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쏟아졌다면 지금 이 곳은 어찌 되었을까?
대군이 있다고 해도 순식간에 전 멸했을 것이다.
‘확실히 저건 개인에게보다 군에 쏟아졌을 때 효용이 높다.’
검이나 화살이 커버하는 범위보다 수십 배의 범위를 커버하고 있다.
한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저만한 범 위를 점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심각 한 낭비다.
그리고 그 낭비는 지금 이 순간 에도 마스터의 마나를 깎아먹고 있 을 것이다.
“마스터쯤 되니 버티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지. 나무칼 을 아무리 강맹하게 휘두른다고 해 도 강철을 뚫을 수는 없지.”
“그렇겠네요.”
위긴스의 말대로라면 승부는 이미 났다.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그렇지.”
위긴스도, 이현수도 느끼고 있었 다.
강진호는 지금 이 순간도 마음만 먹는다면 마스터의 목을 잘라 버릴 수 있다.
그 중거로 지금 강진호의 몸에서 는 마기가 전혀 뿜어지지 않고 있었 다. 강진호가 진심으로 살기를 내뿜 을 때는 전신이 마기로 뒤덮이지 않 던가.
“생각한 것처럼 상황이 심각해지 지는 않……
위긴스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말이 씨가 된다고, 강진호의 발끝 에서부터 검은 마기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쨌든 이제 끝은 나겠군.”
이현수가 눈을 크게 뜨고 그 광 경을 바라보았다.
‘철벽같군.’
아니, 철벽이라는 말은 너무도 조 악한 표현이다. 이 남자에게 가져다 대기에는 말이다.
통하지 않는다.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 그의
검도, 그의 마법도.
심장을 쥐어짤 기세로 만들어낸 불꽃이 한 번의 검격으로 터져 나간 다. 생전 만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 의 강맹한 오러를 실은 검격이 어린 아이의 막대기질처럼 느껴질 정도로 쉽게 막힌다.
바인딩으로 다리를 묶어도 애초에 묶인 적이 없다는 듯 쉽게 움직이 고, 발밑에 마찰을 없애 버리면 허 공을 걸어버린다.
중력을 바꿨더니 허공을 박차며 이동하고, 손끝을 얼리려 했더니 피 부조차 붉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통곡의 벽이었다. 압도적인 격차.
그의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압도적인 격차가 지금 그와 강진호 사이에 존재한다. 무엇 을 해도 막을 수 없고, 아무것도 통 하지 않는다.
이해가 가지 않는 강함이다.
마스터는 무학을 버렸다.
그의 의도는 아니지만, 그의 수련 은 어느 순간부터 치열함을 잊어버 렸다. 원탁의 마스터라는 직위에 오 른 순간, 개인의 강함은 그리 의미 가 없다.
그렇기에 수련은 해왔지만 과거만 큼의 노력을 들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건 변명이 안 된다.
그가 지금까지 수련에 힘을 썼다 면 이자를 상대할 수 있었을까?
이자를 막아낼 수 있었을까? 불가능하다.
심지어 그가 최선을 다해 무를 발전시켜서 겨우겨우 지금 도달할 수 있는 강함의 두 배를 이룩한다고 하더라도 강진호의 상대는 되지 못 할 것이다.
그 절망적이기까지 한 격차를 마 스터는 지금 실감하고 있었다.
뭐가 다른가.
그와 강진호는 대체 뭐가 달랐단 말인가.
무엇이 달랐기에 이리도 다른 곳 에 도달해 있는가.
그 출발점은 같았을 텐데.
“이제••••••
그 순간,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재미가 없군.”
그 말이 신호였다.
동시에 강진호의 몸이 폭발적인 마기로 뒤덮였다.
마치 검게 넘실대는 불꽃.
‘헬 파이어.’
지옥의 불꽃이 강진호의 몸을 뒤 덮은 것만 같았다. 그 검디검어 지 옥의 무저갱을 연상시키는 타르 같 은 불꽃 사이에 피처럼 붉은 두 눈 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게 내가 보았던 지옥의 정체인 가?’
강진호를 만나러 가는 복도에서 마스터는 지옥의 환영을 보았다.
그 말도 안 되는 환영을 불러일 으킨, 예언과도 같은 예감.
그 예감의 정체가 지금 마스터의 앞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의 모든 악을 뭉쳐 형상화한
것 같은 모습.
압도적인 악의 화신.
‘ 마왕.’
고전적이지만 너무도 어울리는 명 칭이 아닌가.
“나름 재미있었다. 그러니……
피처럼 붉은 눈 아래의 불꽃이 넘실댄다.
“고통 없이 죽여주지.”
검은 불꽃의 화신이 마스터를 덮 쳤다.
그리고 그 순간, 마스터는 알 수 있었다.
단순한 불꽃이 아니다.
이 불꽃 하나하나가 기운이 응축 되고 또 응축되어 만들어진 강기와 다름없었다.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 는 불꽃이 실제로는 강철보다 강한 강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의 시야가 모조리 검은 불 꽃으로 뒤덮여 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전신이 모두 으스러지고 으깨지는 고통에 마스터가 생전 단 한 번도 내본 적 없는 끔찍한 비명을 질렀 다.
핏발이 선 눈이 찢어질 듯 부릅 떠지고, 목이 갈라져 피를 뿜어낸다.
형용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마스 터의 의식이 순식간에 멀어졌다.
죽음을 예감하는 것은 너무도 쉬 운 일이었다.
천천히 멀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마스터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붉은 눈이었다.
너무도 격렬한.
살의와 악의가 뒤섞여 타오르는 듯한 그 핏빛의 눈을 본 순간, 마스 터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 악마에게 대항했으니까.
죽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마스터의 의식이 완전히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