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4)
마존현세강림기-94화(94/2125)
마존현세강림기 4권 (19화)
3장 – 자대가다 (7)
겨우 부축을 받아 생활관으로 돌 아온 전혁수에게로 선임들이 몰려들 었다.
“이 새끼, 왜 걸레짝이 되어 왔 어? 너 뭐했어?”
“……연병장 좀 돌았습니다.”
“왜? 뺑끼 치다가 보급관님한테
걸렸냐?”
“아닙니다. 운동하다가……
“뭔 운동을 이 꼴이 될 때까지 하 냐? 너, 차였냐?”
“여자 친구도 없는데 어떻게 차입니까.”
“……미안하다.”
전혁수는 대답도 못하겠다는 듯 숨을 할딱이다가 침상에 드러누워 버렸다.
“이 새끼가 빠져가지고. 선임 있는데!”
“진짜 죽겠습니다. 제가 엄살 안 부리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의무한
테 갔다 와야겠습니다.”
“뭔 달리기 하다가의무를 찾아,
이 미친놈아.”
“진짜 너무 힘듭니다.”
“막내는?”
“와……. 막내, 와……
전혁수가 진저리를 쳤다.
“막내, 그거 진짜 미친놈입니다.”
“ 왜?”
“제가 막내하고 달리기하다가 이
렇게 됐습니다.”
“어? 진짜?”
선임들이 다들 놀라서 전혁수를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전혁수가 육상 선수 출 신인 것을 알고 있고, 전혁수가 얼 마나 체력이 좋은지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전혁수가 신병과 달 리기를 하다가 지쳐서 쓰러졌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무슨 마라톤 선순가?”
“밖에서 뭐하다 왔대?”
“전번에 분대장님이랑 면담하는 거 들어보니까 평범한 대학생이라던데.”
“뭔 놈의 평범한 대학생이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놔? 지나가던 선 비도 아니고.”
“그러게 말입니다.”
전혁수는 대답을 해줄 힘도 없었다.
조원구가 다가오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애는 어디 있는데?”
“연병장에서 아직 달리고 있습니다.”
“놔두고 왔다고?”
“……예.”
조원구가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전혁수에게 집어 던졌다.
“상병, 전혁수.”
“야.”
“상병, 전혁수!”
전혁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새끼야, 아직 대기 중인 신병을 연병장에 버려두고 혼자 올라오게 되어 있나?”
“아닙니다.”
“니가데리고 갔으면니가 책임지 고 올라와야 하는 거 아냐? 그거도 아니면, 올라오는 길에 따라오라고 라도 해야지. 지금 대기 중인 전입 신병을 다른 분대에 맡겨놓고 연병 장에 두고 왔다고?”
“죄송합니다.”
“정신 안 차리지? 이 새끼들이 요즘 좋다 좋다 해주니까 겁대가리가 사라졌나.”
“죄송합니다.”
“태호.”
“일병, 성태호!”
“너, 연병장가서 빨리 신병데리 고 와.”
“예, 알겠습니다.”
“뛰어, 새끼야.”
“예!”
성태호가 후다닥 뛰어 나가자 조 원구가 전혁수를 보며 혀를 찼다.
“똑바로 해, 새끼야.”
“죄송합니다.”
조원구가 수건을 다시 집어 들고는 씻으러가자 전혁수는 얼굴에 홀 러내린 땀을 닦았다.
“야,의무한테 안가봐도 되겠어?데리고 올까?”
“이제 괜찮은 것 같습니다.”
“몸 안 좋으면 이야기하고.”
“애초에 좀 안 좋아서 그랬는데, 땀 흘리고 났으니 이제 괜찮을 겁니다. 더 안 좋다 싶으면 제가가서 진료 받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십시 오.”
“그래, 몸 챙겨라.”
주변에 몰려들었던 이들이 제자리 로 돌아가자 전혁수는 주먹을 꽉 움 켜잡았다.
‘이게 뭔 꼴이야.’
신병이 뭔가 딱히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창피를 당한 것은 사실이었다. 무너진 자존심이 꿈틀대고 있었다.
‘이 새끼를 어떻게 골탕을 먹이 지?’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성태호가 강진호를데리고 들어왔다.
‘뭔 땀도 안 홀려.’
그가 올라올 때 연병장에서가공 할 속도로 돌고 있는 강진호를 똑똑 히 봤는데 땀 한 방울 홀리지 않고 들어오는 꼴을 보자니, 사람인가 싶 었다.
‘몸으로는 답이 없다.’
그도 운동선수였다.
지금 강진호가 보여주고 있는 신 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생각해 보면 육체적으로는 거의 프로 선수 급에 육박한다고 봐야 한다.
“괜찮으십니까?”
“어? 으응.”
전혁수는 자신에게 물어오는 강진호를 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괜찮냐?”
“예?”
뭘 묻는 건지 모르겠다는 강진호의 태도를 보고는 전혁수는 한숨을 쉬었다.
“선임이 말한 걸 제대로 이해 못 했으면 되묻지 말고 ‘잘 못 들었습니다’라고 해라.”
“예, 알겠습니다.”
강진호가 순순히 대답을 하자 전 혁수는 손을 내저었다.
“밥 먹으러 갈 시간 다 됐으니까,
가서 쉬어.”
“예, 알겠습니다.”
강진호가 자신의 자리로가자 전 혁수는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담배가 미친 듯이 땡겼다.
다다다다다다.
다다다다다다.
전혁수는 멍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성태호.”
“일병, 성태호.”
“저거,니가가르쳤냐?”
“전 그냥 걸레로 바닥을 닦으라고 한 것뿐입니다만……
“그래?”
그럼 저건 뭔가.
말 그대로 침상을 ‘타고’ 있는 강진호를 보면서 전혁수의 눈이 멍해 졌다. 침상 끝에서 끝까지 단 세 발 짝 만에 날듯이 뛰면서 바닥을 닦아 내는 강진호의 쾌속함은 그야말로 경이적이었다.
“야, 이러면 바닥이……
너무 대충 닦는 것 아니냐고 구박 하려던 전혁수가 바닥에서 올라오는 눈부신 광채에 입을 다물어 버렸다.
“……파리도 미끄러지겠는데 말입니다?”
“나도 그 생각 했다.”
어느새 바닥을 다 닦은 강진호가 관물대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보통은 먼지가 쌓이는 곳만을 닦기 마련 이건만, 강진호는 관물대 전체를 닦 아내고 있었다. 군장을 모조리 내리 고 천장까지 닦아낸 강진호가 다시 군장을 정리하여 차곡차곡 올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청소 업체를 하면 떼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강진호.”
“이병, 강진호.”
강진호가 걸레를 든 채로 전혁수 에게 다가왔다.
“어디서 침상 타는 것 좀 배웠 어‘?”
“그런 적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건 어디서 배웠 어?”
“그냥 눈에 보이는 더러운 곳을 닦고 있습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까?”
잘못됐지.
많이 잘못됐지.
니가 이렇게 침상을 타버리면니
가 근무가거나 휴가 갔을 때, 대신 침상 탈 사람이 뭐가 되냐.
“너, 너무 열 내지 말고 적당히 해.”
“아까 깨끗하게 하라고 하셔서.”
“……내가 잘못했다.”
“잘 못 들었습니다?”
“그냥 적당히 하라고!”
“예, 알겠습니다.”
강진호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는가 싶더니, 다시 생활관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저거, 신 막사에가져다 놓으면 침대는 어떻게 정리했을지 궁금한데.’
처음으로 부대 막사가 구 막사인 것이 안타까워지는 전혁수였다.
청소가 끝나고 점호가 끝나자 다 들 침상을 깔고 자리에 누웠다.
“ 진호야.”
“이병, 강진호.”
“내일부터 교육 훈련이거든……
“예, 그렇습니다.”
“우리는 포병이라서 교육훈련 때는 위험해. 그러니까 선임들이 다들 민감하다는 말이야.”
“예.”
“내일은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성태호가 걱정스레 말했지만, 강진호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를 걱정시키기에 군대라는 곳은 너무 작은 사회였다.
‘ 약하군.’
이런 식의 생활을 하는 이들이 실 전에 나가면 어떻게 될지 눈에 훤한 강진호였다.
그가 중원에 있을 당시 마교에서는 인간을 극한까지 몰아넣어 잠재 력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훈련을 시 켰다.
잠을 재우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식사도 제한할 때가 있었다.
한 구덩이에 몰아넣고 생존자를 추려내는 개미굴 방식의 훈련은 강진호가 금지시켰지만, 인권의 개념을 무시한 기본적 훈련까지는 막지 않았다.
그러한 훈련들을 겪고 보고가르 치며 살아온 강진호에게 대한민국의 군대라는 곳은 그저 조금 딱딱한 남 자들의 집합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조금 더 보고 싶은데……
생활이 아닌 훈련이 하고 싶었다.
그런의미에서 내일 일정이 교육 훈 련이라는 점이 강진호를 즐겁게 하 고 있었다.
“이게 대포입니까?”
“155mm 견인곡사포다. 네가 지금 부터 2년 동안 끼고 살아야 하는 물건이지.”
“이게?”
강진호는 자신의 머리 위에 솟아 있는 155mm 견인곡사포의 포신을 바라보았다.
‘ 크다?’
생각보다 엄청 커다란 포였다.
자주포라는 개념은 머릿속에 있었다. 전차와 같은 타입의 운전을 해 서 다니는 대포는 TV에서도 몇 번 본 적이 있기에 익숙했지만, 견인곡 사포는 살면서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무게가 얼마나 나갑니까?”
“7톤.”
보통 중형차의 무게가 1톤 정도 나가니까, 이 대포 하나가 중형차 일곱 대를 쌓아놓은 정도의 중량이 나간다는 소리였다.
“그러니까 깔리면 죽는 거야. 조 심해라. 툭 맞아도 뼈 하나 부러지
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예.”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중원에서도 화포의 개념은 있었다.
군에서도 화포를 사용했고, 벽력 당 같은 곳에서는 대놓고 화포와 폭 탄을 사용했다.
그때도 거대한 포를 여러 번 보기는 했지만, 이건 정말 커다랬다.
“이게 얼마나 나가는 겁니까?”
“추진 달면 30 정도 나가고, 일반 탄 쏘면 15 정도 나간다고 보면 된다.”
15km,
“살상 반경은 얼마나 됩니까?”
“이거, 골 때리는 새끼네? 뭔 신 병이 포 보자마자 궁금한게 이리 많아? 반경 25m다.”
강진호는 굳은 얼굴로 화포를 바라보았다.
15km 밖에서 날아오는 반경 25m의 살상력을가진 포탄을 피해낼 수 있을까?
설사 피한다고 해도 15km 멀리 떨어져 있는 대포를 무슨 수로 접근 하여 파괴할 것인가.
‘무인이 사라진 이유가 있군.’
개인화기적인 측면에만 너무 집착 했다.
실질적으로 무인에게 훨씬 효과적 인 건 이런 포격일 것이다. 사정거 리의 차이가 너무 심했다.
이곳만 해도 여섯 문의 화포가 있다. 그 화포들이 한 곳을 향해 일제 히 사격을 해서 주변을 포탄으로 뒤 덮어 버린다면, 절정이고 일류고 할 것 없이도살당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여기까지 왔었구나.’
폭격이라든가 미사일 같은 것들은 실질적인 개념이 잡히지 않아서 그
런가 싶었는데, 눈앞에서 인마살상 용 화포를 보게 되자 실감이 확 났다.
무인이 군대를 상대로 이길 확률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그럼 뭘 노리는 걸까?’
이 시대의 무인들은 대체 뭘 하려는 걸까?
“오늘은 포 안 뺀다니까 다들 주 특기 교장으로가면 되고, 막내는 여기 남아라. 다른 작키병들이랑 같 이 여기서 훈련 받을 테니까.”
‘작키?’
강진호가의아해하자 조원구가 피
식 웃었다.
“왜? 겁나?”
“그게 아니라…… 작키가 뭔지 궁 금해서 그럽니다.”
“저기 밑에 기둥 보이냐?”
“ 예‘?”
강진호가 화포 아래로 시선을 향 하자 포에서 나온 커다란 기둥이 화 포를 받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견인이라는게 뭐냐? 이 화포는 옮겨진다는 소리겠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상태로는 안 옮겨질 거 아냐? 그렇지?”
“예, 그렇습니다.”
“그럼 포를 바퀴로 굴릴 수 있게 저 기둥을 올렸다가 다른 위치로가 면 다시 내려야겠지.”
“그렇습니다.”
“그걸 사람 힘으로 한다.”
강진호가 신기하다는 듯이 기둥을 바라보자 조원구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신기하냐?”
“신기하기도 하고, 좀 번잡스럽기도 한 것 같습니다. 기계로 돌리면 그만인데 왜 그걸 사람 손으로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기계로 하는 건 자주포지. 자주 포는 자주포대로 견인포는 견인포대 로 쓸데가 있는 거야.”
“자주포가 훨씬 나은 것 아닙니 까‘?”
“대신에 자주포는 진입할 수 없는 환경이 있거든. 이건 헬기로 걸어서 올릴 수도 있고, 진지를 점령하는데도 훨씬 유용하다.”
“음…..”
강진호가 여전히 이해 못했다는 듯 포를 바라보자 조원구가 웃고 말 았다.
“강진호.”
“이병, 강진호.”
“지금 중요한 건 그런게 아니다. 중요한게 뭔지 알아?”
“모르겠습니다.”
“보통은 이 훈련을 처음 받는 놈 들은 다들 거품을 물더라는 거지. 너도 오늘 포병이 왜 포병인지 알게 될 거다.”
아직 강진호가 어떤 인간인지 모 르는 것은 조원구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