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42)
마존현세강림기-943화(941/2125)
마존현세강림기 38권 (24화)
5장 호응하다 (4)
U 으 n
M •
강진호가 목을 조이는 셔츠를 살 짝 끌어내렸다.
‘불편하네.’
고수가 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고수가 되면 필연적으로 감각이 예
민해진다. 남들은 듣지 않는 소리를 듣고, 남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본 다.
뇌도 활성화되기에 그 모든 정보 를 처리하는 것에 딱히 불편은 없 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바늘 떨어 지는 소리를 천둥소리처럼 들으며 살아가는 것이 과연 좋기만 하겠는 가.
지금 이런 문제도 마찬가지다.
예민해지는 것은 시각과 청각뿐만 이 아니다. 촉감 역시 과도할 정도 로 예민해진다. 평범한 이들은 딱히 신경도 쓰지 않는 것들. 예를 들자
면 허벅지에 닿는 바지의 감각이라 던가. 양말에 미세한 결의 차이까지 모조리 느끼게 된다.
그중 최악은 목에 와 닿는 감각 이었다.
얇은 천이 목에 와 닿는 감각이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진다. 평범한 사람의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목에 면도칼이 닿아 있는 느낌과 비슷할 것이다.
그렇기에 무인들은 평소에는 대부 분 목을 조이는 옷을 입지 않는다.
이 말을 왜 하냐면.
‘괜히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니는
게 아니라는 말이지.’
그것도 목 늘어난 트레이닝복을.
평소에 딱히 패션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평소 그가 입고 다니 는 옷들이 타인의 시선에 그리 깔끔 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 었다.
지금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호감을 주는 옷차림이 필요 하다는 사실도 말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목이 늘어난 트레이닝복을 입고 출근할 때마다 이현수의 은근한 그 시선을 무시하 느라 얼마나 애를 썼던가.
그렇지만 강진호에게 있어서 육체 적으로 와 닿는 편안함이 외부적인 시선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웬만해서는 포기하고 싶지 않은 영 역이다.
하지만…….
강진호가 룸미러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셔츠와 슬랙스를 갖춰 입은 모습 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물론 이 복장은 강진호가 원해서 입은 것이 아니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쫄래쫄래 집에 서 나오는 강진호를 강은영이 잡은
것이 문제였다.
—이러고 데이트를 간다고?
그 말이 시작이었다.
예의범절의 문제로 포화가 시작된 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예의범절의 문제가 가문의 수치 라던가 가정교육의 증명으로 이어진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하지만 뭔가 항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덕분에 강진호는 인간 마네킹이 되어서 어머니와 강 은영이 입히는 옷을 그대로 다 입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구박은 계속 이어졌 다.
—
뭔 옷이 이렇게 없어!
—
낡은 옷 좀 버려!
—옷은 정리해서 걸어둬야지!
부처가 말했던가.
인생은 고(苦)라고.
삶이 바뀌고, 상황이 바뀌어도 강 진호를 괴롭히는 요소들이 그의 삶 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결국 강진호가 가진 옷 중에서
그나마 사람이 입을 만한 것으로 판 별된 것이 바로 이 셔츠와 바지였 다.
그 말을 해석하면 옷을 입는 것 에 관한한 강진호는 거의 사람이 아 니라는 뜻이다. 불편해 죽을 지경이 니까.
“크흠.”
강진호가 목에 단 단추를 살짝 만지작거렸다. 풀고 싶은 생각이 간 절했지만, 이미 강은영에게 단추를 풀 시에는 손모가지를 부러뜨려 버 리겠다는 협박을 받은 뒤였다.
참 이상도 하지.
처음에는 최연하를 그리도 못 잡 아먹어서 안달이었던 강은영이 왜 이렇게 최연하를 배려하지 못해서 안달일까.
여자들의 심리라는 건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룸미러로 보이는 모습을 어색하게 바라보던 강진호의 눈에 문을 열고 나오는 최연하의 모습이 들어온다.
강진호의 눈이 살짝 커졌다.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은 평소의 최연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강진 호가 알고 있던 최연하와는 조금 달
랐다.
일반적으로 강진호와 만날 때의 최연하는 몸을 꽁꽁 싸매는 편이었 다. 피부 하나 드러나지 않을 정도 로 전신을 싸매고 얼굴도 모자와 스 카프로 가린다. 거기에 선글라스까 지 껴서 완벽한 방비를 한다.
하지만 지금은?
“……핫팬츠?”
간단한 핫팬츠와 티셔츠.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긴 했지만, 가리 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편안한 복장이 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뚜벅뚜벅 걸어온 최연하가 차 문
을 열고 안에 탄다. 순간적으로 그 녀의 긴 다리가 안으로 뻗어오자 강 진호가 눈 둘 곳을 찾지 못하고 고 개를 돌렸다.
“기다렸죠?”
“아, 아뇨.”
“간단히 걸치려고 나온다는 게……. 이상하게 신경 쓰여서요. 죄 송.”
“아닙니다.”
“응?”
최연하가 고개를 빤히 돌렸다.
반대쪽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강진호를 보니 평소와 다른 미묘한
느낌이 든다.
“왜 사람을 안 보고 말해요?”
“응‘?”
최연하의 눈에 살짝 붉어진 강진 호의 볼이 포착됐다.
“설마?”
“••••••아, 아니.”
“무슨 조선시대 사람도 아니고!”
“좀 어색해서.”
강진호가 헛기침을 하자 최연하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이런 면이 귀엽다니까.’
객관적으로 보기에 강진호는 여자
를 꽤나 홀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굳이 다른 능력도 필요 없다. 멀 쩡하다 못해 빛이 나는 얼굴만 있어 도 여자들이 줄을 설 것이다. 그렇 다고 강진호가 다른 면이 빠지는 것 도 아니다.
학력도 좋다. 돈도 많다. 성 격……. 성격은 좋은지 잘 모르겠지 만, 딱히 흠을 잡을 만한 성격은 아 니었다. 강진호 본인만 마음먹는다 면 여러 여자 만나는 건 일도 아니 다.
그런 사람이 이리 순진하게 군다. 그 아이러니가 최연하를 웃게 만들
었다.
“불편해요?”
“아뇨. 불편한 건 아닌데.”
“솔직하게.”
“•••••♦조금.”
최연하가 다시 입을 가리고 웃었 다.
“알았어요. 다음부터는 이런 거 안 입고 나올게요. 아니면 지금 갈 아입을까요?”
필요까지는 없죠.”
최연하가 슬쩍 강진호의 얼굴을 보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뇨. 그럴
“흐으으음.”
뭔가 대답이 상쾌하지 못하다. 이 럴 때는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인데…….
“좋은 답변이 아니었던 것 같은 데……. 흠, 그럼 뭘까? 다른 대답 이 나왔어야 한다는 건데?”
장난시가 섞인 그녀의 목소리에 강진호가 한숨을 쉬었다.
“그런 게 아니라……
“알았다. 다른 데서도 입지 말라 고?”
강진호가 입을 닫았다.
때로 정곡을 찔린 사람은 아무
말을 할 수 없는 법이다.
“ 맞죠?”
“아, 아니.”
최연하가 빵 터져서 강진호의 어 깨를 두드렸다.
“내가 차라리 영감님을 만나지.”
“뭐 좋아요.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나는 긴바지를 입어도 이쁘니 까.”
“어디로 갈까요?”
“말 돌리는 것 좀 봐요. 많이 늘 었네요. 강진호 씨.”
강진호가 앞으로 시선을 고정했
다. 그 모습을 본 최연하가 만면에 미소를 담는다.
“봐줄게요. 오늘 옷도 이쁘게 입 고 왔으니까.”
“크흐흠.”
마음속으로나마 강은영에게 감사 를 표하는 강진호였다.
“일단 밥 먹으러 가요.”
“예.”
강진호가 엑셀을 밟았다. 출발하 는 강진호의 얼굴이 오랜만에 꽤 편 안해 보였다.
외모에서 오는 선입견이라는 건
생각보다 큰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 만, 강진호는 그 선입견에 꽤나 크 게 좌우 받았다. 속물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강진호는 원래 그런 사 람이니까.
다른 사람에게 그런 티를 내지 않으면 되는 일 아닌가.
여하튼 강진호가 그런 사람이라 지금 눈에 보이는 모습이 좀 이상하 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른다.
“왜요?”
“아닙니다.”
최연하가 고개를 갸웃한다.
“강진호 씨, 안 본 사이에 좀 의 뭉스러워졌다. 할 말 있으면 당당하 게 하는 그 패기가 좋았는데.”
“그런 게 아니라.”
강진호가 헛기침을 했다.
“원래 양식 계열을 좋아하지 않았 나요?”
“양식?”
최연하가 고개를 살짝 내렸다.
바글바글 끓는 김치찌개가 그녀의 눈에 들어온다.
“아, 양식. 파스타나 스테이크 같 은 거요?”
“예.”
“저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요?”
강진호도 고개를 갸웃한다.
“그런데 그동안은 주로……
“아, 그거요?”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이게 뭐라고 할까. 참 아이러니 한 일인데요.”
“네.”
“저는 정말 파파라치가 싫거든요. 정말 찍히고 싶지가 않아요.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강진호 씨가 집 안에서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고 있 는데, 누군가 망원 즈로 그걸 지켜
보고 있는 거예요.”
상상만으로도 싫다.
강진호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기자를 찾아 내 바닥에 처박아 버릴 것이다.
“그런데 그걸 자기만 찍어서 간직 하는 것도 아니고, 기사로 내는 거 죠.”
“그거 법에 안 걸리나요?”
“법에 걸리는 경우도 있고, 안 걸 리는 경우도 있는데……. 법에 걸려 서 내야 하는 벌금보다 그 사진으로 버는 돈이 많거든요. 그러니 안 사 라지죠.”
“홈.”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한다.
“여하튼 무슨 말을 하려고 했냐 면. 저는 정말 파파라치를 싫어하거 든요. 준비된 카메라에 찍히는 건 좋지만, 준비하지 않은 카메라에 찍 히는 건 질색이에요. 그런데 이게 또 웃긴 게, 제가 이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상 파파라치에게 찍힐 걸 대 비하지 않을 수는 없단 말이죠.”
“그렇겠죠.”
“그러니까 이게……. 정말 찍히기 싫은 사진을 찍혔을 때 어떤 모양이 나올지를 고려하는 거죠. 이게 어떤
상황인지 알겠어요?”
짐작이 안 간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복잡 해졌다.
“그래서 그런 데를 가는 거예요. ‘최연하, 삼겹살집에서 소주 먹는 모습 포착’보다는 ‘최연하, 파스타 집에서 파스타 돌돌 마는 모습 포 착’이 그림이 이쁘니까.”
이건 강진호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둘 중 뭐가 이쁘고 말 고가 있다는 말인가.
“이해 못한다는 표정인데. 그러는
강진호 씨도 방금은 좀 어색해했잖 아요.”
u 으 ”
조금 다르다.
강진호가 어색했던 이유는 최연하 가 김치찌개를 먹는 모습이 어울리 지 않아서라기보다는 그동안 그런 모습을 전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귀국하고 뚝배기를 드링 킹한 모습이 처음이었다.
“조금 그렇죠. 파스타를 먹는다고 고상한 것도 아니고 김치찌개를 먹 는 게 촌스러운 건 더더욱 아니잖아 요. 그런데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외부에 보이는 내 모습을 좀 더 꾸 밀 수밖에 없었어요. 생각해 보면 저도 엄청 속물이었던 거죠.”
“그렇게까지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제가 느끼기에 그렇다는 거예 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최연하의 표 정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조금 후 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것 안 하려 구요. 어떻게 보면 그것도 스타 병 인 것 같아요. 할리우드 애들이나 중국 애들은 그냥 찍히든 말든 제
할 것 다 하는데, 제가 뭐라고 그거 다 피하면서 다니겠어요.”
“그래서 옷차림도?”
“네. 편하게 입었어요.”
최연하가 미묘하게 웃으며 말했 다.
“편해 보여요?”
“네. 편해 보이네요.”
“그럼 이뻐요?”
최연하가 한 번씩 훅훅 들어올 때마다 말문이 턱턱 막히는 강진호 다. 그리고 최연하는 그런 강진호의 반응이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대답이 없네?”
“중국은 어땠어요?”
강진호가 말을 돌리자 최연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