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43)
마존현세강림기-944화(942/2125)
마존현세강림기 38권 (25화)
5장 호응하다 (5)
“요즘 내가 자꾸 봐준다. 그죠?”
저 배실배실 웃으면서 바라보는 얼굴이 강진호를 살짝 압박했다.
“다시 가라면 못 가겠어요.”
최연하가 고개를 회회 저었다.
“글로벌 스타고, 뭐고 다 좋은데.
나는 뼛속부터 한국인인가 봐요. 인 기를 얻는 것도 좋지만, 한국을 떠 나 사는 게 이렇게 안 맞을지 몰랐 어요.”
“너무 오지로 가서 그런 것 아닌 가요?”
“한국으로 오는 길에 다른 데도 좀 들렸는데, 마찬가지더라구요. 그 러고 보면 예전에 할리우드 진출 한 번 해보겠다고 미국에 들락거렸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 는 해외여행이 불편해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네요.”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했다.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었 어요.”
“네?”
“안 맞는 옷이니까요.”
최연하의 목소리는 산뜻했다. 내 용은 조금 부정적일 수 있었지만, 그녀의 말투는 그런 기분이 들지 않 게 했다.
“그런 거 있잖아요. 어떤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 당연히 밟아야 하 는 루트.”
“네.”
“배우로 치자면, 적당히 엑스트라 맡다가 감독 눈에 띄어서 조연으로
데뷔, 연기력이나 비주얼로 빵 떠서 주연 맡고……. 그 다음은 알죠? CF 엄청 찍고, 주연으로 데뷔하는 거죠. 그 다음은 연기파가 되든, 아 니면 비주얼 배우가 되든. 뭐 성공 의 방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연하가 김치찌개를 덜면서 말을 이었다.
“그 다음이 문젠 거죠. 한국에서 뜰만큼 떴는데, 더 올라가고 싶으면 결국에는 해외를 두드릴 수밖에 없 거든요. 아시다시피 한국 사람들이 외국에서 성공한 사람에게 엄청 호 의적이잖아요. 그러니까 한류 배
우‘?”
말을 해놓고도 웃긴지 최연하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냥 그런 루트를 밟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진출하기 좋은 곳 은 일본 쪽이겠지만, 그쪽은 영화가 영 아니거든요. 한국 배우들이 진출 하기 좋은 쪽은 중국이죠. 여기서 잘되면 인지도도 오르고, 어쩌면 할 리우드에서 손을 뻗어 올 수도 있 고, 그래서 뭐 겸사겸사. 그런데요.”
최연하가 강진호를 빤히 보며 말 했다.
“좋은 배우가 되는 것과 인기 배
우가 되는 것 중에 어느 걸 선택하 는 게 나을까요?”
강진호가 대답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었다.
이건 온전히 최연하가 답해야 할 영역이다. 그녀도 강진호에게서 답 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제가 좀 속물적인가 봐요.”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그런 거 있잖아요. 제가 했던 말 기억나요? 강진호 씨한테 부족하지 않은 여자가 될 거라고.”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 는데요.”
“그 말에 대한 대답도 했죠. 제 자격지심 같은 거라고.”
“그랬죠.”
최연하가 숟가락으로 밥그릇을 톡 톡 쳤다.
말로 하기에는 조금 어렵지만, 말 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였다.
“참 그렇다니까요. 보통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어떻게 자신을 채워 나갈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저 는 제가 부족하다고 느낀 순간 어떻 게 해야 더 성공하느냐를 고민했어 요. 나중에야 이게 좀 이상하다는 걸 알았죠.”
유 o ”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후회하는 건 아니 에요. 중국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걸 몰랐을 테니까. 제가 선택 한 길이고, 제가 가고 싶었던 길이 니까 정말 최선을 다하기는 했어요. 이건 칭찬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응?”
최연하가 빤히 강진호를 바라본 다.
그 암묵의 압박에 강진호가 떨떠 름하게 입을 열었다.
“고생하셨어요.”
“에이, 영 아닌데?”
원하는 반응이 아니라는 듯 최연 하가 웃었다.
“그냥 그런 거예요. 조금 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덕분에 제가 생각하는 성공이라는 게 인지 도와 돈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덕 분에 제가 얼마나 속물인지 알았어 요.”
강진호가 조금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그게 주변 인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이제는 그런 물질적인 것 보다 조금 더 멀리 보겠다. 이런 건 가요?”
“아닌데요?”
뭐여.
훈훈한 대화를 이어가려던 강진호 의 얼굴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네?”
“말했잖아요. 제가 얼마나 속물인 지 알았다니까요.”
“아니, 그러니까.”
최연하는 강진호가 무슨 오해를 했는지 알았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
다.
“아, 속물인 걸 알았으니까. 이제 는 속물이 아니게 되려고 노력할 거 다? 인격적인 완성? 명상과 요가? 아니면 필라테스?”
“저는 천성적으로 그런 것 못해 요. 천성적으로 속물이라니까.”
강진호가 할 말을 잃었다.
‘적응이 되네.’
생각해 보니 최연하는 원래 이런 여자였다.
“속물인 걸 알았으니, 이제는 제 가 생각하는 성공이 뭔지 알았으니
거기에 최선을 다해야죠. 돈도 더 벌고! 인지도도 더 높이고! 자기가 좋으면 다 좋은 거 아니겠어요?”
동일한 경험이라 해도 사람에 따 라 받아들이고 느끼는 게 다 다른 법이다.
그렇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최연하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더 조심해야 하는 것 아닐 까요?”
“아니죠. 제가 이번에 느낀 건데 요. 할리우드 애들이 왜 팬들이 보 든 말든 제 멋대로 하고 다니는 줄
알아요?”
“……원래 그런 동네라서?”
“음, 그것도 맞는 말. 그런데 그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뭐냐 면, 내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더라 도 어차피 나만 잘하면 팬은 나를 떠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는 거예 요. 그 동네는 마약하고 감방가도 출소하면서 영화 찍는 동네잖아요.”
“아
“거꾸로 말하면 파파라치니 뭐니 신경 쓰면서 나를 꾸미려고 하는 것 도 내 있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면 내 상품 가치가 떨어지고, 인기가
떨어질까 봐 그러는 거죠.”
그러니까 결국에는…….
“이제 신경 안 쓰기로 했어요. 아 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이 업계에서 는 마스터피스 같은 여자거든요. 대 체가 안 돼요. 그런데 내가 왜 남을 신경 쓰고 살아야 하죠? 이제는 그 냥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려구요.”
뭔가 이유와 목적, 그리고 그 이 유를 끌어낸 경험이 다 이상했지만, 그 결론만큼은 정말 최연하다웠다.
“재밌어요?”
“네‘?”
“웃으시길래.”
“재미가 있다기보다는……
강진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 다.
“잘 어울린다 싶어서요.”
“강진호 씨가 그렇게 웃을 일이 아닐 텐데?”
“네?”
“말했잖아요. 이제 하고 싶은 대
로 할 거라고. 내가 지금 이러고 있 다가 사진을 찍히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아요?”
강진호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최연하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최연하, 정체불명의 남자와 데이 트. 다정해 보이는 모습 포착. 포탈 연예란 1면에 눈에 줄 그은 강진호 씨 얼굴이 떡 하니 올라올 텐데요?”
강진호가 움찔했다.
그런 생각을 못했다.
“이건 내가 오히려 강진호 씨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일이에요. 강진 호 씨가 지금처럼 남에게 주목받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당장 뛰어나가서 마스크를 사서 제 얼굴에 씌워야 할 걸요?”
“……그렇게까지.”
“안 보여요? 지금 주변에?”
“네?”
강진호가 슬쩍 주변을 돌아보았 다.
‘아••••••
식당에 있는 이들이 힐끔힐끔 이 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진작에 눈치채지 못한 이유가 있 다. 강진호도 나름 얼굴은 괜찮다보 니 홀로 다니거나 친구들과 밥을 먹 으러 가도 일상적으로 이런 시선이 오고는 했다.
하지만 다시 보니 지금 쏟아지는 눈빛은 그 때의 시선과는 명백히 다 르다. 시선에 의문이 섞여 있었다.
그러니까‘
“저 여자 최연하 같은데, 저기 같
이 밥 먹는 저 남자는 누구지? 혹 시 사귀나?”
“네. 그런 눈이죠.”
최연하가 재미있다는 듯이 고소를 지었다.
“이게 참 아이러니하다니까요. 제 가 뭘 하려고 하면 일단 내가 편한 가보다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는지 를 먼저 고려해야 해요. 이게 다 내 가 선택한 길이고,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이지만 때로는 이게 좀 답답하
죠.”
이번에는 강진호도 크게 공감했 다.
최연하가 하는 말은 최근 강진호 가 느끼고 있던 것과도 일맥상통했 다.
사람의 지위가 올라가고 권한이 늘어날수록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 지고, 일거수일투족에 따라붙는 영 향을 고려해야 한다.
최연하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인지도가 늘어나고, 스타 성이 올라갈수록 별것 아닌 행동도 화제가 된다. 그러니 당연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때요. 괜찮겠어요?”
강진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장난기를 버리지 않았던 최연하도 지금만큼은 좀 진지해졌 다.
“음, 딱히.”
강진호가 가만히 최연하를 바라보 며 대답한다.
“얼굴이 알려진다던가, 화제가 된 다던가. 그런 일을 즐기지는 않습니 다.”
“그렇죠. 강진호 씨는 그런 타입 이니까.”
“그런데……
미묘한 실망을 숨기지 못하던 최 연하가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최연 하 씨를 만나는데도 문제가 생긴다 는 거겠죠.”
“지금까지와 그리 다를 것 없을 거예요.”
“그럼.”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팔리는 것 정도는 감수하 죠.”
최연하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그녀는 강진호가 이 말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 강진호와 만났을 때부터를 천 천히 돌아보면 강진호는 유명해지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람이었으 니까.
“아, 물론.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건 아닙니다. 제 나름의 방법을 동 원해서라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 도록 최대한 막을 겁니다. 하지 만……. 음, 그런 거죠. 혹여나 그런 사태가 벌어질까 싶어서 주변을 신 경 쓰며 만나고 싶지는 않네요.”
최연하가 빤히 강진호를 바라보았 다.
조금의 당혹, 그리고 숨길 수 없 는 기쁨이 최연하의 눈에 드러난다.
“생각하지 못했던 답인데.” 손가락으로 볼을 두어 번 긁은 최연하가 활짝 웃었다.
“일단 기분은 좋네요.”
강진호도 최연하와 마주 웃었다.
“그런데 그전에 하나 정해야 할 것 같은데요.”
“네?”
“이 모든 건 전제가 하나 있는 거 잖아요. 그렇죠?”
“무슨 말씀이신지?”
“사실 내가 그동안은 강진호 씨가
워낙 성격이 그러니까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는데, 이제는 확답을 받아야 겠어요. 그렇죠?”
강진호의 눈이 의문으로 물들었 다.
그리고 최연하는 한 번 잡은 기 세를 놓지 않았다.
“우리 무슨 사이에요?”
“웅. 알아요. 대충 무슨 사인지. 그런데 그걸 서로 암묵적으로 동의 하고 은근슬쩍 다음 단계로 넘어가 는 거 나는 별로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서 확실히 하고 넘어갈래요. 우
리 무슨 사이죠? 강진호 씨?”
생글생글 웃으며 물어오는 최연하 다.
중국에서 무학이라도 배웠는지 공 격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천하의 강 진호가 뒤로 슬금슬금 물러난다.
“몸 딱 세우고!”
“네.”
“자. 대답해 봐요. 무슨 사이?”
“어……. 그게.”
강진호가 우물쭈물했지만 최연하 는 표정과 자세를 풀지 않았다. 그 럼에도 강진호가 머뭇거리자 최연하 가 말을 바꾼다.
“질문이 조금 애매했네요. 다른 말로 하죠.”
최연하가 승부수를 걸었다.
“저 좋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