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48)
마존현세강림기-949화(947/2125)
마존현세강림기 39권 (5화)
1장 협의하다 (5)
부우우웅.
붕붕이가 도로를 핥듯이 달렸다.
강진호의 운전 실력은 나날이 일 취월장했다. 드라이빙 스킬이 늘었 다는 게 아니라 이제는 도로의 흐름 에 맞춰 달릴 줄 알게 되었다는 뜻 이다.
하지만 위긴스는 영 탐탁치 못한 표정으로 불만을 늘어놓았다.
“이 차 말고 영국 차가 있잖습니 까.”
“조금 답답해서.”
“제가 보기에는 이 차가 몇 배는 더 답답해 보입니다. 좋은 승차감과 안락한 실내를 갖춘 최고의 차를 두 고 이런 장난감을 타고 다니시다니 요.”
“회주님의 위엄에도 어울리지 않 습니다. 이제는 애마를 조금 바꿔보 시는 게 어떻습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차 타는 것까지 허락을 받아야 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택시타고 복귀 하라고 할걸.
“간만에 옛 동료들을 만나더니 애 국심이 솟아나는 모양이군. 국산품 애용 운동 같은 건가?”
“천성적으로 이런 장난감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스포츠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거품을 물고 따질 발언을 태연하게 하는 위긴스였다.
“취향이니 존중을 좀……
“쯧, 어쩔 수 없지요.”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위긴스와 이렇게 둘이 대면하는 것은 꽤나 오랜만의 일이었다. 회의 를 하거나 업무를 처리할 일은 많았 지만, 딱히 둘이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지는 않으니까.
“마스터는?”
“내일 돌아가실 겁니다.”
“오랜만에 본 사람을 그리 보내는 데 아쉽지는 않나?”
강진호는 마스터와 위긴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를 읽었다.
그들 둘의 관계는 단순히 상사와
부하가 아니었다. 조금 더 긴밀하고 조금 더 밀착되어 있다. 강진호가 마스터를 죽이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사실 이쪽이 더 크다.
강진호 역시 가족 같은 이를 해 한 이와 함께 지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설사 위긴스가 거기까지 각 오했다 하더라도 강진호의 입장은 다르니까.
사람을 지킨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목숨만을 지키는 게 아니다. 그의 관계와 생활을 모두 지켜낸다는 것 을 의미했다.
위긴스가 자신의 사람인 이상, 그
의 관계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
“오랜만에 본 분이라 조금 아쉽기 는 하지만, 워낙 바쁜 분이라 잡아 두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회주님 덕분에 어제 하루를 함께 지 내면서 이제는 좀 지겨워졌거든요.”
강진호가 소리 내지 않고 웃었다. 불만 가득한 위긴스의 얼굴을 보 니 얼마나 어색했을지 알 것 같다. 하기야 위긴스의 입장에서는 무단이 탈한 후 이직을 했는데, 전 회사의 회장이 찾아온 격이 아닌가.
평사원이라면 그런 일이 벌어진다 고 별일이야 있겠냐만, 최소한 전무
급, 크게 보면 부회장급에 연구 개 발을 도맡고 있던 이가 퇴사를 하고 경쟁사에 입사한다면 누구라도 눈이 뒤집힐 것이다.
그런데 그런 두 사람이 24시간을 한 방에서 지냈으니, 서로 얼마나 불편했을지 짐작이 간다.
“그래서 충분하다?”
“조금 편안하고 여유로운 상황에 서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 다만, 뭐 괜찮습니다. 오늘만 날이 아니고, 곧 다시 보게 될 테니까요.” 강진호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협상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나?”
“ 예?”
위긴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투로 물어왔다.
“곧 다시 본다는 말은 협상이 잘 되어서 이 거래가 진행된다는 뜻 아 닌가?”
“전혀 아닙니다.”
위긴스가 딱 잘라 말했다.
“아니라고?”
“네. 마스터는 실패할 겁니다. 처 절할 정도로 실패할 겁니다.”
강진호가 의아한 눈으로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실패할 거라면 뭐 하러
그런 조건을 달고, 그런 거래를 했 다는 말인가.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그럼 왜‘?”
위긴스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실패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 정말 처절한 실패를 겪게 될 거란 사실이지요.”
“……처절한 실패?”
“마스터는 이론으로 사는 사람입 니다. 더없이 이성적인 양반이죠. 이 극단적인 상황에도 서로가 포기할 수 없을 만큼의 조건을 찾아내고 제 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스터 는 위대한 분입니다. 다만.”
위긴스가 차창을 살짝 내렸다. 답 답하다는 듯.
“다른 이들은 마스터만큼 위대하 지 않습니다.”
요 O ”
“인간은 결국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마스터는 자신이 이성 적으로 행동했으니, 다른 나이트들 도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거라 생각 합니다. 마스터의 입장에서는 당연 한 일이지요. 그분이 저를 조금 더 배려한 것도 마스터의 자리에 올랐 을 때, 조금 더 원활하게 직무를 이 어갈 수 있도록 한 것에 불과하니까
요. 개인적인 감정으로 배려한 게 아닙니다. 제가 적임자라 생각하신 거죠.”
“그래서?”
“하지만 다른 이들의 눈에는 그리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제가 이곳에 오자마자 나이트 르보가 저를 죽이 기 위해 움직였다는 것만으로도 충 분히 증명되는 일입니다.”
위긴스가 씨익 웃었다.
“다들 말을 하지는 않지만 지금 마스터에 대한 불만이 끝까지 차 있 을 겁니다. 그리고 기회만 노리고 있겠죠. 그런데 원탁과 상의도 없이
직권으로 한국으로 향했던 마스터가 돌아가서 한국을 지원하는 안건을 올린다? 어찌될 것 같으십니까?”
“폭발하겠지.”
“그렇습니다. 완전 터져 버리겠죠. 이 뻔한 사실을 마스터는 모르십니 다.”
듣자하니 이상한 일이었다.
그 냉철하고 이성적인 이가 왜 그런 사실은 모른다는 말인가.
“중이 제 머리는 못 깎는다는 건 가‘?”
“흔한 일이죠. 도덕적이고, 자신의 일에만 전념하는 이들은 결국은 권
력의 눈 밖에 나게 됩니다. 그리고 철저할 정도로 숙청당하게 되죠. 경 우가 조금 다릅니다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런 경우는 수도 없이 봐 왔다. 과거 그가 마교를 이끌던 당 시 가장 위협적으로 성장할 적들을 제거한 건 의외로 마교가 아니었다.
정파 놈들이다.
우습게도 정파 놈들은 가장 완벽 한 정파인을 참아내지 못했다.
과하게 도덕적이고, 과하게 정론 적인. 그래서 완벽하지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열등감을 느끼게 만드는
이들. 그런 이들은 마교가 아닌 정 파의 손에 쓰러졌다.
‘인간은 그런 법이지.’
굳이 강진호의 경험을 가지고 올 필요도 없었다. 청백리가 권신이나 간신의 손에 죽어나가는 일이야 역 사적으로 너무도 흔하게 벌어지지 않았는가. 딱히 비극에도 들지 못하 는 일이다.
“마스터는 자신의 지위를 확신할 겁니다. 잘못한 것이 없으니까요. 잘 못한 게 없는 마스터가 올바른 일을 추진한다. 그렇다면 조금의 반대는 있을지언정, 대화로 설득이 가능하
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강진호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답답해지는 말이었다.
4아이러니하군.’
옳은 일을 행함이 오히려 자신의 지위를 망가뜨린다. 이 블랙코미디 에 쓴웃음마저 지을 수 없는 것은 이런 경우가 의외로 빈번하기 때문 이었다.
강진호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수라기를 세상에 풀겠다는 의지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다. 하지
만 그 행동은 극단적인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강진호가 수라기를 푼다 고 하지 않았어도 그의 축출은 이뤄 졌겠지만, 그 시기를 몇 년이나 당 겼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일이 마스터에게도 똑같이 일 어난다.
“그럼 어쩔 셈이지?”
“개입해야죠.”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노인은 자신의 삶을 바꿀 줄 모 릅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노인들 이 화제가 되는 건, 그게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죠. 마스터는 원탁이
라는 시스템에 완전히 적응한 사람 입니다. 그런 사람을 바꿀 방법은 없습니다.”
위긴스의 목소리가 점차 낮아졌 다.
“완전히 부수고, 새로 시작하지 않는 한은 말입니다.”
강진호가 멍한 눈으로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축출된다?”
“예.”
“그러면 우리에게 연락을 하게 된 다?”
“할 방법이 없겠지요. 바로 구금 당할 테니까요. 하지만 수를 써뒀습 니다. 영국에 있는 제 정보원들이 마스터의 위치를 파악할 것이고, 지 금 마스터와 동행하는 수행원들이 문제가 생기는 즉시 제게 연락을 할 겁니다.”
위긴스가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럼 로드께서 나서서 원탁을 정 리하시면 됩니다. 마스터가 부재하 는 동안은 그들은 사병 이상을 동원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방어가 비 게 됩니다. 나이트들을 싹 정리해
버리시고 우호적인 나이트만 남긴다 면……. 원탁은 다시 마스터의 손……. 아니, 로드의 손에 떨어지게 될 겁니다.”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걸 알고도 저 노인을 다시 영 국으로 보낸다는 건가?”
“결과적으로는 마스터에게도 좋은 방향이 될 겁니다.”
“그 과정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아 마스터가 죽게 된다면?”
“그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군요.”
위긴스가 얼굴을 감쌌다. 조금 뜸 을 들인 위긴스가 손을 내리고는 한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발전에는 희생이 필요한 법입니다. 설사 그 희생이 마스터의 목숨이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는 일 이지요.”
강진호는 웃고 말았다.
“사람이 나쁘구만.”
“오, 지금까지는 저를 호인으로 봐주셨다는 뜻이군요. 감사합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나름의 생각이 있을 거라 여겨 전권을 주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
랐다.
‘ 가족?’
웃기는 소리.
위긴스는 아버지 같은 마스터를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모든 일 이 잘 풀린다고 하더라도 마스터는 자신의 평생을 바친 원탁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너무 잔인하군.”
“어차피 마스터의 운명은 한국으 로 온 순간 이미 결정되어 있었습니 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손에 원 탁이라도 남겨줘야겠죠. 그게 모두
가 이기는 방법입니다.”
“ 흐음.”
과연 그게 모두가 이기는 방법일 까?
강진호는 새삼 이 남자가 원탁에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 여겼다. 만약 그가 원탁에 남아 강진호를 적대시 했다면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그런데 마스터,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기에 그렇게 기분이 좋으 셨……
위긴스의 말을 강진호의 전화벨 소리가 끊었다.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어 올린
강진호가 액정을 확인하고는 미묘한 얼굴로 휴대폰을 내렸다.
“……받으시지요?”
“아니, 괜찮……. 음, 괜찮다.” 미묘한데?
강진호의 시선이 자꾸 아래를 힐 끔거린다. 무음으로 전환된 전화가 계속 울리고 있었다.
마침내 전화가 끊어지자 강진호가 한숨을 살짝 내쉰다.
“기분이 좋은……
다시 벨소리가 강진호의 말을 끊 는다.
강진호가 떨리는 눈으로 휴대폰을
응시했다.
“받으시죠.”
“ O O 으”
“ 丁그 •
이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강진 호가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뭔가 말을 하기도 전에 전화 건너편에서 발랄한 목소리가 흘러나 왔다.
위긴스의 귀에도 들릴 정도로 똑 똑히.
[자기!]강진호가 움찔한다.
위긴스도 움찔했다.
하지만 둘의 차이가 있다면 강진
호의 움찔함은 당황으로 이어졌지 만, 위긴스의 움찔함은 이내 사악한 미소로 이어졌다는 정도일까?
“지금 운전 중이라 나중에 전화할 게요.”
[응. 운전 조심해서 해요.]뚝
재빨리 전화를 끊은 강진호가 미 묘한 시선으로 위긴스를 바라본다.
마치 눈치를 보듯이.
“자기……. 자기라.”
위긴스가 입꼬리를 더더욱 말아 올렸다.
“한국말이 서툴러서 그런데 그게
무슨 말인지 제가 이현수에게 꼭 물 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진호의 멍한 눈동자가 앞으로 향했다. 그 광경을 보며 위긴스가 낄낄 웃음을 터뜨린다.
“좋군요. 좋습니다. 아주 좋……
“뛰어내릴래?”
위긴스가 조용히 입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