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5)
마존현세강림기-95화(95/2125)
마존현세강림기 4권 (20화)
4장 – 대기하다 (1)
“자, 이걸 옆으로 돌리는 거다.” 조원구가 이등병들을 앞에 모아둔 채 강진호에게 설명을 했다.
“이해했어?”
“ 예.”
“진짜 이해했다고?”
“그렇습니다.”
“마, 한번에 알아듣기 힘든 거 다 알아. 생소한 거 하려면 이해가 잘 안가는게 정상이지. 물어보면 다시 설명해 줄 테니까, 솔직하게 말해.”
“이해했습니다.”
조원구는 살짝 인상을 썼다가 다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보통 놈이 아니라던 것 같은데……
3분대에서 체력으로는가장 뛰어 나다고 할 수 있는 전혁수를 체력으로 제껴 버리는 놈이니 신체 능력이야 당연히 뛰어날 것이다. 하지만
몸을 쓰는 것과 머리를 쓰는 것은 다른 일이 아닌가.
“너 재경대라고 했나?”
“예.”
“그렇구나.”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학을 다니고 있는 놈이니 머리도 좋겠지.
그렇게 생각한 조원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분해 조립도 한번 시켜보고 싶 지만, 시간 걸리니 일단 넘어간다. 너 나중에 나랑 같이 포상 나와서 제대로 못하면 혼난다. 형이 그런
건 안 봐주는 사람이야.”
“알겠습니다.”
담담한 강진호의 태도에 조원구는의심을 접었다.
알아들었다면 좋은 것이고, 모른 다면 눈물이 쏙 빠지게 굴려서 허세를 빼주면 될 일이다.
“자, 봐라. 이게 작키 봉이다. 이 걸 여기에 꽂아서.”
조원구가 기다란 쇠파이프를 포 기둥에 연결했다.
“좌우로 이동시켜서 포를 들어 올 린다. 너 차 작키 알지?”
“모릅니다.”
“……자동차 정비할 때 바닥에 끼 워서 차 들어 올리는 거 있잖아.”
“본 적 없습니다.”
“여하튼 그거랑 원리는 같다. 차 이가 있다면 차 작키는 위아래로 작 대기를 흔드는 거고, 이건 좌우로 흔든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다른 하 나의 차이가 있다면…… 흐읍!”
조원구가 양손으로 봉을 잡고 왼 쪽으로 강하게 밀었다. 순간적으로 힘이 확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봉이 옆으로 밀리며 크랭크가 움직였다.
“차는 겨우 몇 백킬로지만 이건 7톤짜리다. 들어가는 힘 자체가 다
르지.”
“이해했습니다.”
“그래?”
이미 포는 바닥까지 내려놓은 상 태다.
“그럼 한번 해볼래?”
“ 예.”
조원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등병들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오로지 주영기 와 강진호만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을 뿐 이었다.
“별거 아냐. 그냥니 선임들도 다
했던 거니까. 그냥 한번 해보면 된다.”
“ 예.”
물론 그 선임들 중에서 이걸 하고 멀쩡했던 놈은 하나도 없지만 말이야.
“피똥 싸겠네.”
“난 신병 애들 와서 작키 뜨는 거 볼 때마다 왜 이리 즐거운지 모르겠 어.”
“그러게.”
작게 말한다고 했지만, 강진호의 귀에 그게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 힘든가?’
눈으로 보기에는 딱히 힘들어 보 이지 않은데, 반응을 보면 체력적으로 부담이가는 일인 모양이었다.
“자, 잘 봐. 이렇게 잡고, 이쪽으로 미는 걸 반복하면 된다. 허리를 쓰면 좀 편해진다. 이해가가?”
“예.”
“몸으로 안 해보면 이해가 안 갈 거다. 그냥 한번 해봐라.”
“예.”
강진호는 두말없이 앞으로 나가 작키 봉을 잡았다.
스으읏.
봉을 잡고 왼쪽으로 돌리자 포가 미세하게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 났다.
‘이런 원리인가?’
과학이라는 것은 볼 때마다 신기 하다는 느낌이었다. 중원에서도도 르래라든가 여러가지 원리를 전장 에서 사용하기는 했지만, 이곳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흐음.”
강진호는 작키 봉을 잡고 좌우로 흔들었다.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까 지 봉을 밀었다가 당겨서 다시 밀기를 반복했다.
팅! 팅! 팅!
작키 봉이 왼쪽 끝에 닿으면서 쇳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조원구의 입 이 서서히 벌어졌다.
‘저 새끼, 대체 뭐지?’
힘이 좋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 었다.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은 이 등병의 경우는 아무리 힘이 죻다 하 더라도 엄청난 하중이 걸리는 작키 봉을 밀다 보면 체력이 달리기 마련 이었다.
힘이 모자라서 반도 못 밀고 온몸으로 매달려 끝까지 미는 일은 다반 사였고, 하던도중에 탈진하는 놈들도가끔씩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작키 병은 원래 두 명이 기본이니 까.
중앙에 두 개의 봉을 꽂아 두 사람이 함께 작키를 뜨는게 매뉴얼이다. 일선 부대에서도 언제나 작키는 2인 1조로 함께하게 되어 있었다.
그걸 훈련한답시고 혼자 뜨게 하는데 저걸 저리 쉽게 해버리면…….
‘내 체면이 뭐가 되지?’
그리고 뭐가 저리 스무스한가.
7톤짜리를 밀어 올리는 작업이다.
1톤짜리 차를 한쪽만 들어 올리는 차 작키라고 해도 부하가 걸리는 느낌은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전혀 걸리는 느낌 없이 봉을 밀어 대고 있었다.
마치 허공에다 대고 봉을 흔들고 있듯이 말이다.
팅! 팅! 팅! 팅! 팅! 팅! 팅!
“어..?”
“그만 떠야 할 것 같은데?”
“3분대장님! 지주 봉 빠집니다! 지주 봉!”
퍼뜩 정신을 차린 조원구가 소리 쳤다.
“그만! 그만!”
강진호가 손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뭔가 미련이 남는다는 얼굴로 조 원구를 돌아보았다.
“이만큼만 하면 되는 겁니까?”
“으, 으응.”
조원구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새끼, 진짜 뭐지?’
뭔가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단순히 ‘이놈, 힘이 좋구나’ 정도 로 끝나지가 않는 것이, 남들은 두
명이 매달려 당겨야 하는 것을 어린 애가야구방망이 돌리듯이가볍게 돌려 버리고는 땀 한 방울 홀리지 않고 있었다.
보통 이등병이 혼자서 작키를 뜨게 되면 끝까지 밀어 올리더라도 전 신이 땀에 젖어서 반쯤 탈진하는 것이 기본인데 말이다.
“……너, 사회에서 뭐했냐? 운동 했냐?”
“대학생이었습니다.”
“대학생인 건 아는데…… 체대는 아니고, 평소에 뭔 헬스 좀 했냐?”
조원구는 말하면서도 스스로 어이
가 없었다.
이게 그냥 근육운동을 좀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부대 내에는 사회에서 헬스 트레이너를 하다 온 놈도 있었으니까.
벤치 프레스를 100kg씩 들어 대는 놈에게 왜 작키 뜰 때는 헉헉대 냐고 물었을 때, 운동과 노동은 다 르다고 하던 그 대답을 직접 듣지 않았던가.
“한번 더 해봐도 되겠습니까?”
“응?”
“숙달이 덜된 것 같아서 그렇습니
다.”
“아, 아냐. 더 할 필요 없을 것 같아.”
“한번만 더 해보면 완벽하게 할 수 있습니다.”
“아니, 괜찮다니까!”
조원구는 입대 1년 6개월 만에 훈련하겠다는 신병을 말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저 새끼, 뭐냐?”
“……장난 아니지 말입니다.”
“같이 온 신병한테 물어봤냐?”
“훈련소에서도 날아다녔답니다.”
“와, 쩐다. 진짜.”
3분대 비상 대책 회의가 열렸다.
“……A급이 들어온 건 참 좋은 일이긴 한데 말이야.”
그래도 뭔가 선임으로서의 위신이 자꾸 침해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원구는 찝찝한 얼굴로 말했다.
“솔직히 우리가 신병을 괴롭히는, 그런 악덕 선임들은 아니잖아.”
“……잘 못 들었습니다.”
“하, 이 새끼!”
조원구의 맞후임으로서가장 많은 고통을 받은 김영일이 뚱한 얼굴로
답하자 조원구가 손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했다.
“철없던 시절에 그런 걸로 계속 물고 늘어질래? 그래서 내가 너 밥 대접은 확실하게 해주잖아.”
“틀린 사실을 정정했을 뿐이지 말 입니다.”
“죽는다, 진짜.”
조원구가 김영일을 깔끔하게 제압 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신병인데 계속 잘한다, 잘한다 하다 보면 나중에는 우리 다 잡아먹혀. 나야 그냥 전역하면 그만 이지만, 너희는 어쩌려고 그러냐?”
“그렇습니다.”
“뭐 꼬투리 잡을 건 없냐? 생활은 잘하냐?”
“……쩝니다.”
“ 으응?”
“청결 상태부터 대기 자세까 지…… 뭐, 어디 말한 건덕지가 없 습니다. 관물대는 보고 있으면 공황 장애 올 것 같습니다. 애새끼가 인간미가 없습니다.”
“그, 그래?”
“전투화는 파리도 미끄러질 정도 로 닦여 있습니다. 심지어 아까 훈 련 갔다 왔는데도 빛이 나고 있었습
니다.”
“복장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오늘 아침에 기상 10분 전에 이 미 눈뜨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진지하게, 쟤는 부사관 지원시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런 놈이 병이랍시고 설치면 다른 병사들 괴 롭지 말입니다.”
“지가 안 한다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해.”
뭔가 대책을 논의할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오늘 작키 떴잖습니까? 어땠습니
까?”
“저 새끼, 신교대에서 별명이 뭐 라고 했지?”
“터미네이터였다고 했습니다.”
“……그 별명이 왜 붙은 지 알겠 더라.”
미묘한 얼굴로 한숨을 쉬는 조원 구를 보고는 다들 말없이 천장을 바라보았다.
“좋은 후임 들어오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이건 죻아도 너무 죻은 후임이 들 어왔다.
“……일단은 좀 더 지켜보는 걸로
하자.”
“예, 알겠습니다.”
“정 안 되면 강제로라도 꼬투리 잡아서 뒤집어엎어 버려.”
“그래도 됩니까? 지금이 쌍팔 년도 군대도 아니지 않습니까.”
“나도 그러면 안 된다는 건 아는데, 그래도 애가 군기는 있어야 하 잖아.”
“……지금도 군기가 너무 과해서 문제지 말입니다.”
전혁수는 평시에 항상가부좌를 타고 침상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강진호의 모습을 생각하며 몸을 부르 르 떨었다.
“난 무슨 등신불인 줄.”
“정지 화면인 줄 알았지 말입니다.”
“쥐도 안 나나.”
“……일단은 기다려 보자. 대기 끝나면 본격적으로 일을 시킬 수 있을 거고, 그러면 뭔가 달라지는게 있겠지.”
조원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군생활 얼마나 남았다고 신 병 하나 잘못 받아서 이게 무슨 꼴 이라는 말인가.
하지만 조원구에게 위안이 될 만 한 일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강
진호가 부대로 와서 고통을 받는 것은 그들뿐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커피 한잔 타 와라.”
대대에서 돌아온 찰리 포대 포대 장 하진남 대위는 휘파람을 불며 포 대장실로 들어갔다.
“기분 좋고.”
날씨도 좋고, 평가도 좋았다.
포대장으로 부임한 이후로 이제 겨우 궤도에 접어든 느낌이었다.
“잘만 하면 1차 진급도 노려볼 수 있겠는데?”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응?”
하진남은 전화를 받았다.
“어, 무슨 일이야?”
— 포대장님, 대대장님 전화십니다.
“여, 연결해.”
하진남은 바로 목소리를가다듬었다.
“통신 보안. 찰리 포대장입니다.”
—어. 그래, 포대장.
“ 필승!”
하진남은 그 자리에서 부동자세로 경례를 붙였다. 보이지도 않는 상대 에게 할 필요는 전혀 없는 예의지
만, 그의 몸이 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 그래. 그게 뭐냐면…….
하진남은의아한 얼굴로 전화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가 아는 대대장은 이런 식으로 말을 더듬는 사람이 아니었다. 언제나 간단명료한 명령 체 계를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더듬댄다는 것은 뭔가 큰일이 있다는 뜻이었다.
“예, 듣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너희 포대에 이번에 전입한 신병 있지?
“예, 있습니다.”
—그중에 강진호라고 있잖아.
“강진호 말입니까?”
—그래, 강진호. 걔 관련된 서류 다 들고 빨리 여기로 다시 들어와.
“예‘?”
찰리 포대장이 멍한 얼굴로 되묻 고 말았다.
—빨리 다시 들어오라고. 사단장 님이 방문하시기로 했단 말이다!
전화를 들고 있는 하진남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