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51)
마존현세강림기-952화(950/2125)
마존현세강림기 39권 (8화)
2장 진출하다 (3)
당황한 사람의 반응은 대부분 비 슷하기 마련이다.
입을 살짝 벌린다거나 눈을 껌뻑 인다거나, 그게 아니면 얼굴이 달아 오른다거나.
하지만 지금 마스터의 얼굴에서는 어떤 당황의 기색조차 찾을 수 없었
다. 그저 가라앉은 눈으로 가만히 나이트 르보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 었다.
그 속이야 어떻든, 겉만은 완벽한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
“탄핵이라 했는가?”
“그렇습니다.”
“ 사유는?”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이트 르보 역시 흔들리 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선명했고, 그의 태 도는 더없이 당당했다. 이야기책 속 에서 나오는 과거의 기사가 현실로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스스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이겠지.’
마스터가 느끼고 있는 위화감이 이것이다.
지금 나이트 르보는 스스로가 정 의를 행한다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에 단 한 점의 의심도 가지 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마스터가 틀린 것일까?
그건 이제부터 결정될 것이다. 원 탁의 시스템을 통해서.
“첫 번째는 원탁에서 규정한 배신 자와 접촉을 시도했다는 점입니다.
마스터, 이에 대한 이견이 있으십니 까?”
“물론이오.”
마스터가 살짝 심호흡을 했다.
“원탁의 규정에 배신자와 접촉해 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소?”
“없습니다. 하지만 배신자를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존재 합니다.”
“그럼 내가 배신자와 접촉을 했다 는 사실이 과연 그를 용서한 행위이 냐를 규명하면 되는 일이겠군. 물론 원탁은 배신자를 용서하지 않소. 하 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면
배신자 역시 활용할 수 있는 정보원 이 되고, 접촉할 수 있는 대상이 된 다고 생각하외다. 내 말이 틀렸소이 까?”
“해명은 잘 들었습니다.”
나이트 르보는 냉정한 목소리로 상황을 진행해 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마스터의 안색이 조금 더 어두워졌다.
‘논쟁의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거로군.’
당연히 있어야 할 반박이 이어지 지 않는다. 그 말인즉슨, 지금 나이 트 르보는 굳이 마스터와 논쟁할 이
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스터 역시 저런 행위를 몇 번 이나 해봤다. 그리고 그 행위에 내 재된 의미는 ‘논쟁하지 않아도 이미 모두가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라는 확신이었다.
“두 번째, 이유입니다. 마스터께서 는 원탁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한국 으로 가셨습니다. 물론 거기까지는 마스터의 직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스터는 현재 실효도 없는 한국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습 니다.”
나이트 르보의 시선이 마스터에게
로 꽂혔다.
“저는 이 모든 행위가 마스터의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되었다고 생 각합니다. 만약 한국에 나이트 위긴 스, 아니, 나이트가 아닌 위긴스가 없었다면 동일한 행위가 벌어졌을지 를 생각한다면, 이 사안에 대한 해 석은 명백합니다.”
“나이트 르보!”
마스터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지금 나를 사사로운 감정에 의해 원탁을 움직이는 자로 몰아가는 것 인가?”
“그뿐만이 아닙니다.”
나이트 르보는 마스터를 상대해 주지 않았다.
마치 판사가 이미 작성이 완료된 판결문을 읽어 내리듯이, 마스터가 아닌 다른 나이트들에게 선언할 뿐 이었다.
“이게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현재 마스터께서는 총기가 흐려지셨 습니다.”
“나이트 르보!”
나이트 르보가 가라앉은 눈으로 마스터를 바라보았다.
“본인의 지력이 떨어졌다는 사실 을 본인이 알 수는 없는 법입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마스터께 서는 더 이상 원탁을 이끌어 나가던 마스터가 아니십니다.”
“나이트 르보.”
마스터의 눈이 이글거리기 시작했 다.
“자네의 발언을 모욕으로 받아들 이지는 않겠네. 하지만 그만한 주장 을 한다면, 당연히 그만한 근거가 존재하겠지? 내가 납득할 만한 증거 를 대지 못한다면, 나 역시 자네의 행위를 원탁에 반하는 짓이라 판단 하겠네.”
“근거는 차고 넘칩니다. 하지만
굳이 그 모든 것을 열거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마스터께서 증명하 셨으니까요.”
“••••••내가?”
“예.”
나이트 르보가 살짝 목을 가다듬 고 말을 이었다.
“한국의 총회를 지원하여 일본과 중국을 상대하게 만든다는 발상은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어째서 그게 끔찍하다는 건가?”
“원탁이 한국을 지원함으로써 한 국이 중국과 일본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할 수 있다고 생
각하십니까?”
“물론이네.”
“마스터.”
나이트 르보가 고개를 저었다.
“마스터는 총기를 잃으셨습니다.”
“이……
“한국은 확실히 빠른 속도로 강해 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 은 역사와 체계를 갖춘 강국입니다. 신흥국이 아무리 빠르게 성장한다고 해도 그들을 따라잡지는 못합니다.”
“내가 내 눈으로 판단한 바에 의 하면, 그들에게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네. 중국과 일본을 압도하지는 못
하더라도 그들을 견제하는 역할 정 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단 말이네.”
“마스터의 자의적인 판단이 언제 부터 원탁의 의견이 되었습니까.”
“그래서 내가 지금……
“마스터.”
나이트 르보의 목소리는 살짝 윽 박지르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잊지 마십시오. 이곳은 원탁입니 다. 마스터께서 총회와 강진호에 대 한 조사를 통하여 그들의 가능성을 진단하고자 하셨다면, 그 두 눈이 아니라 원탁의 정보원들을 활용하고 각 나이트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쪽
이 정당합니다.”
마스터가 입을 닫았다.
이 말만큼은 반박할 수 없다. 원 탁이란 그런 곳이고, 지금까지 원탁 은 그렇게 흘러왔으니까.
“그리고 마스터께서 직접 확인하 고 왔다는 정보 역시 이해할 수 없 습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균형 을 잡는다는 것은 원탁의 전력을 투 자해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적당한 지원만으로 그만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나는 그렇게 판단했네.”
마스터의 목소리에는 힘이 조금 빠져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느껴진다.
그를 바라보는 나이트들의 눈빛에 서 더 이상은 호의가 느껴지지 않는 다. 적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늘하 게 가라앉아 있는 냉정함이 대부분 이었다.
처음 나이트 르보가 말을 꺼냈을 때와 비교한다면 확실히 온도 차가 느껴진다.
변호가 필요하다.
“그 판단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위긴스가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까?”
“나이트 르보, 더 이상은 나를 모 욕하지 말게. 자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마 스터의 자리를 맡은 이후로 단 한 번도 중립적인 위치를 벗어나 본 적 이 없네. 내가 총회를 높이 평가한 이유는 위긴스가 아니라 강진호 때 문이네.”
“강진호라 하셨습니까?”
나이트 르보의 눈이 빛났다.
마스터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렇다네. 그는 확고한 의지와
확고한 강함을 가지고 있지. 그리고 이미 충분한 실적마저 가지고 있네. 그를 조금만 지원해 준다면,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네. 게다가……
마스터의 손이 자신의 수염을 쓰 다듬는다.
“이미 우리가 지원을 할 시에 타 국에 대한 침공을 하지 않겠다는 서 약마저 받아왔네. 그러니 지원을 하 지 않을 이유가 없잖은가.”
마스터의 입장은 더없이 확고했 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도 완벽하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트 르보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마스터,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시는군요.”
말끝에 살짝 조롱이 묻어난다.
그 명백한 어감에 얼굴을 굳힌 마스터가 딱딱하게 경직된 얼굴로 나이트 르보를 노려보았다.
“……무슨 의미인가?”
“한 단체의 장이 독단적인 힘을 발휘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 을 잊으셨습니까?”
마스터의 눈이 커졌다.
“마스터께서는 지금 자신을 객관 적으로 보지 못하고 계십니다. 강진
호라는 개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 여 그를 지원한다. 그 말은 원탁의 존재 의미를 완벽하게 부정하는 말 입니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감정에 흔들립니다. 그렇기 에 시스템이 필요한 겁니다.”
나이트 르보가 쐐기를 박았다.
“한 사람의 독단으로 휘둘릴 수 있는 단체에 지원을 한다는 것은 위 험성을 높이는 것에 불과합니다. 지 금 마스터께서는 원탁의 의미 자체 를 부정하고 계십니다. 강진호와 총 회는 완벽한 원탁의 반대편에 있습
니다. 그런데 그들을 지원하자니요, 마스터!”
나이트 르보가 으르렁대듯 말했 다.
“마스터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마스터가 아니십니다.”
“ 나는••••••
“반론하십시오. 얼마든지. 이곳은 원탁입니다. 누구에게도 반론의 자 유가 있지요.”
마스터는 입을 열지 못했다.
논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그를 보는 나이트들의 눈에
적의가 담겼다. 그 명백한 적의 앞 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시스템이라……
이제야 위긴스가 한 말이 피부에 와닿았다.
지금 나이트 르보가 하는 말은 선동에 불과하다. 마스터는 감정이 아닌 냉철한 이성으로 한국을 지원 하는 게 원탁에 최고의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판단이 이곳에서는 받 아들여지지 않는다.
다수결에 의한 시스템.
하지만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이
들이 사람이라면, 결국 시스템도 감 정적일 수 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완벽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애 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나는 냉철하게 원탁의 이익 을 보았을 뿐이네.”
“반론은 잘 들었습니다. 표결하겠 습니다.”
나이트 르보가 검을 잡아 들고는 입을 열었다.
“마스터에 대한 탄핵 표결을 하겠 습니다. 저 나이트 르보는 찬성합니 다.”
나이트 르보의 검이 원탁의 중앙
을 향한 채 놓아졌다.
스르릉.
스르릉.
여기저기서 검이 뽑히는 소리와 함께 원탁 위로 검이 놓여진다.
과반이 훨씬 넘는 검이 원탁 위 에 놓아졌다.
그 모습을 본 마스터가 눈을 감 았다.
‘이미 결정이 나 있었구나.’
과도하게 빠른 회의, 그리고 과도 하게 빠른 결정.
마스터라는 지고한 위치를 탄핵하 기에는 너무도 신속하고 과감하다.
이미 마스터를 탄핵하기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 아니라면 이런 과정은 나올 수 없다.
“삼분의 이가 찬성했음으로 지금 이 자리에서 마스터를 탄핵합니다. 그리고 저는 나이트 르보, 프라임 나이트의 지위로 마스터의 구금을 명합니다. 구금의 이유는 배신자와 의 접촉, 그리고 배신자가 몸담은 조직에 원탁의 정보를 넘겼다는 의 혹입니다.”
턱
나이트 르보가 원탁에 놓인 검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다른
이들도 모두 검을 잡아 마스터를 겨 눴다.
“마스터, 저항은 의미가 없습니다. 순순히 따르시지요.”
마스터가 천천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나이트 르보.”
“예, 마스터. 아니…… 이제는 뭐
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군요.”
조롱이 섞인 그 반응을 보며 마 스터가 낮게 읊조렸다.
“이 결정은 원탁의 붕괴를 불러올 걸세.”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
십시오, 마스터. 원탁은 마스터의 것 이 아닙니다. 교만한 자의 마지막은 언제나 비참한 법이지요.”
“……뜻대로 하게나.”
마스터가 체념하고 눈을 감아버리 자, 나이트 르보가 턱짓으로 마스터 를 가리켰다.
“모셔라.”
“예.”
문을 열고 들어온 기사들이 마스 터를 포박한다. 그러고는 그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조용한 정적이 원탁에 내려앉는 다.
“자, 그럼……
정적을 깨고 나이트 르보가 입을 열었다.
“가장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도록 하지요. 우선은 공석이 된 마스터의 자리를 채우는 것부터. 새로운 마스 터의 선출을!”
힘이 가득한 그의 목소리가 원탁 을 새로이 채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