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55)
마존현세강림기-956화(954/2125)
마존현세강림기 39권 (12화)
3장 침투하다 (2)
“해줘.”
“••••••네?”
“ 해주라고.”
“……회장님?”
조규민이 멍한 눈으로 황정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황정후는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는 얼굴로 조규민의
시선을 되받아쳤다.
“안 해줄 이유라도 있나?”
“회, 회장님, 이건 그리 단순하게 생각하실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다 걸리기라도 하면……
“걸리면 뭐?”
“항공기가 우리 건가? 우리가 물 건 보내는 항공기에 그놈들이 타고 있다고 해서 그게 우리 잘못이야?”
“아니죠.”
항공기 소유주의 잘못이 될 것이 다. 그게 아니면 공항의 잘못이 되 거나.
“그리고 설사 걸렸다고 치더라도 그게 왜 우리 문제야? 미국에 테러 리스트들이 비행기 타고 건너간다고 그 비행기 족치는 거 본 적 있나?”
“••••••없죠.”
“그런데 왜?”
“그…… 저희가 물건을 빼서 그들 이 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이게 그냥 선 적해서 보내는 것도 아니고, 우리 동승자도 있는데.”
“포장 다 해서 싣고 닫았다.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어서 확인 안 했 다. 그런데 타고 있었다. 그럼 끝
아닌가?”
“선적 관리자 감봉이나 해주고 뒷 돈이나 찔러주면 끝나는 일인데, 그 걸 왜그리 퍽퍽하게 처리하려고 해?”
조규민의 미간이 살짝 꿈틀했다.
이현수 놈이 헤헤 웃는 꼬라지가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절대 그 꼴 은 볼 수 없다.
“하지만 회장님!”
조규민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회장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하지 만 그건 일반론입니다. 저들은 당연
히 우리가 동조했다는 사실을 짐작 할 것입니다. 그리고 법으로는 처벌 하지 못해도 우리에게 피해를 끼치 려 할 것입니다. 영국으로의 수출길 이 막힐 수 있습니다. 아니요. 더 크게는 유럽으로의 판로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유럽에 뭘 얼마나 판 다고.”
조규민이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황정후가 낮은 한숨을 내 쉬었다. 일타쌍피로 두 사람이 고통 받는다.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알겠네. 전화하게.”
“ 예?”
“책임자 연결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아…… 예! 알겠습니다.”
조규민이 이현수에게 전화를 걸었 다. 그러고는 스피커폰으로 전환해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
어떻게 됐냐?
“조 실장 아니고, 내가 황정후네.”
—
회, 회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총회의 경영실장 이현수라고 합니다.
천하의 이현수의 목소리에도 긴장 이 어렸다.
무인이든 무인이 아니든 황정후 회장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 영국으로 가는 화물기에 사람을 싣고 싶다고?”
—
예, 그렇습니다!
“강진호, 그놈의 생각인가?”
—
예, 그렇습니다!
황정후가 피식 웃고는 담배를 꺼 내 물었다. 담배에 불을 붙인 황정 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이게 그리 간단
한 문제가 아니야. 발각이라도 되면 법적으로야 어찌어찌 넘길 수 있다 고 하더라도, 유무형의 피해를 감수 해야 하는 일이지. 그렇지 않은가?”
– 예, 회장님. 절대 걸리지 않게 처리하겠습니다.
“아니, 아니지.”
황정후가 이현수의 말을 끊어버렸 다.
“어떤 일이든 잘 풀릴 거라 상정 하고 시작하는 법은 없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고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법이야. 그게 경영의 기 본 아닌가.”
— 그렇습니다, 회장님.
그 말이 옳든 옳지 않든 황정후 의 입에서 경영이라는 말이 나왔는 데 누가 반박을 하겠는가.
‘꼴좋다!’
조규민은 가슴 안에서 깨가 터지 는 느낌이었다. 저 양반이 저리 쩔 쩔매는 꼴을 언제 어디서 보겠는가.
‘사이다가 필요 없네, 사이다가.’
하지만 상황은 조규민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래. 그럼 이렇게 하지. 자네들 이 원하는 것은 다 해주겠네.”
“회, 회장님?”
조규민이 뭔가 말을 하려고 하자 황정후가 손을 들어 개입을 막았다. 그러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자 기가 알아서 하겠다는 뜻이다.
그 표현을 보고도 끼어들 수 있 을 리가 없다. 조규민이 조용히 입 을 닫았다.
“원하는 대로 비행기를 수배해 주 지. 그리고 화물도 내려서 사람이 탈 곳을 마련해 주겠네. 혹시라도 걸리면 우리는 절대 모르는 일이라 잡아뗄 테니, 알아서 해결하게.”
— 물론입니다, 회장님!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그래. 그럼 서로 좋은 거지.”
조규민의 눈이 흔들렸다.
아니, 이게 이렇게 흘러가면 안 되는데?
그렇게 설명을 드렸는데 회장님이 왜 갑자기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가. 조규민의 몸이 들썩들썩했다.
—
예, 회장님. 그럼 염치 불구하 고 빠르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게 시간을 다투는 일이라…….
“아암, 알지. 그래. 그럼 빨리 해 결해 드리지.”
—
감사합니다. 그럼…….
“잠깐.”
이현수가 전화를 끊으려는 기색을 보이자 황정후가 그를 멈춰 세웠다.
—
예?
“전화를 끊으면 안 되지. 거래는 이제 시작인데.”
—
거, 거래요?
“그렇지. 기업에다 뭔가를 해달라 고 요구를 하면, 그건 당연히 거래 가 되는 법이지.”
“자, 우리는 자네들이 원하는 것 은 모두 해주기로 했네. 그럼 이제 협상해야지. 얼마 낼 건가?”
– 도, 돈을 드리는 겁니까?
“자네.”
황정후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지금 나를 공짜로 부려먹으려고 한 건가?”
조용하다.
전화기 건너편에서 찍소리도 흘러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조규민의 가슴속에서 탄산이 터지기 시작했다.
‘회장니이이이이이임!’
충성도가 올라갔다는 메시지가 들 리는 것 같다.
그렇지! 이거지!
“허허. 거참, 맹랑하군. 지금까지
내가 한 거래 중에는 실패한 거래도 있고, 성공한 거래도 있지만, 설마 나를 공짜로 벗겨먹으려 드는 사람 이 있을 줄은 몰랐군. 자네, 재경이 자네 심부름이나 하는 곳 같나?”
–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회장 님! 제가 미치지 않고서야 설마 그 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래, 그렇겠지. 그래야 사람이 지. 그럼 이제 이야기해 보게. 얼마 낼 텐가?”
_ 하, 한…….
“ 한?”
–
시, 십억 정도는…….
“십억? 지금 십억이라고 했나?”
“허허허허, 세상에 십억으로 나를 부려먹으려는 사람도 있구만. 일단 전화 끊어보게. 자네와는 대화가 안 될 것 같군. 내가 강진호에게 직접 전화를 하지.”
— 아닙니다! 아닙니다, 회장님! 절대 십억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느 정 도가 적정한 가격인지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 머리로는 도무지 측 정이 안 되니 가르침을 주십시오!
“쯧쯧, 이런이런. 하기야 자네는
재계 사람이 아니니 낯설 만도 하겠 지. 그럼 보자…… 이걸 내가 설명 하고 있어야겠나?”
황정후가 슬쩍 눈치를 주자, 조규 민이 만면에 미소를 띠고 대답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회장님! 가격은 제가 측정하고 협상하겠습니 다.”
“그래그래. 그럼 적정가가 정해지 면 나에게 승인받게나.”
“물론입니다.”
조규민이 전화를 들어 올렸다.
“그럼 협의가 끝나는 대로 보고드 리겠습니다.”
“급하시다는데, 빨리해 드리게.”
“예!”
조규민이 허리를 숙였다.
구십 도로 꺾이는 그의 허리에서 황정후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과 충 성심이 묻어났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아암.”
황정후가 빙그레 웃으며 손을 흔 들었다. 감격의 눈물을 소매로 닦아 낸 조규민이 회장실을 나오자마자 입을 틀어막았다. 끅끅거리며 웃음 을 참은 조규민이 입을 열었다.
“그렇답니다.”
“얼마 내실래요?”
— 야, 규민아.
“어허.”
조규민이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그의 얼 굴은 조금도 단호하지 못했다. 지금 도 고소해 죽으려는 얼굴로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이거, 사적인 통화 아닙니다. 회 사와 회사의 거래 아닙니까! 아무리 사적으로 친분이 있다고 해도 그렇 게 이름으로 호칭하시면 안 됩니 다.”
–
……조 실장님.
“그렇죠.”
조규민이 느긋한 발걸음으로 옥상 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른 조규민이 입에 담배를 물고는 발랄한 손동작 으로 불을 붙였다.
캬, 구수한 거 보소.
담배 맛 죽이네.
“그래서 얼마 내실래요?”
–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돈
“넘치시죠!”
“캬, 저도 총회에 돈이 그렇게 많
은지 몰랐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회사 현금이 좀 말랐는데, 딱 좋은 타이밍이네요. 이왕이면 현금으로 부탁드립니다. 물론 현물도 받습니 다.”
–
개새끼.
“네? 뭐라구요? 거래 안 하신다 구요”
—
아,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이 게 얼마를 드려야 할지 영 감이 잡 히지 않아서…….
“간단합니다. 저희가 걸렸을 경우 에 입을 피해를 대충 상정하고, 그 10% 정도면 모험을 해볼 수 있겠
네요. 아시다시피 이게 10%를 받는 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제가 이 실장님과 강진호 씨 얼굴을 봐드려 서 최대한 싸게 잡은 겁니다.”
–
……그래서 그게 얼만데요?
“대충 한…… 삼백억?”
으 야, 이 개새끼야! 사람 몇 명 나르는데 삼백억? 삼백어어어억? 야! 니가 사람이냐? 사람이야?
“에헤이, 왜 이러실까. 이게 어디 보통 수송입니까? 회사의 명운이 걸 린 일인데, 삼백억이면 싸죠.”
—
사, 삼백억은 안 돼. 그거 냈 다가는 일 년은 시달린다. 그거 결
제 내가 안 한단 말이다. 삼백억은 죽어도 안 돼.
“쯧쯧쯧, 왜 이리 약한 소리 하실 까? 뭐, 좋습니다. 저희가 모르는 관계도 아니고, 그렇게 힘드시다는 데 조건을 봐드릴 수밖에요. 그럼 한 백억은 가능하십니까?”
–
더 못 깎냐?
“이거, 날로 드시려고 하시네. 싫 음 끊으시든가.”
–
아니다! 백억! 내가 백억 낸 다! 백억!
조규민이 씨익 웃었다.
낚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보다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 네요.”
—
뭐? 방법이 있어?
“네. 뭐, 그리 어렵지도 않아요. 이거만 하면 제가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가격을 낮춰 드리죠. 물론 좀 불편하시겠지 만.”
—
방법이 뭔데?
“간단합니다. 자, 한 번 해보세 요.”
—
어?
“형님.”
– 왜?
“아니, 형님 해보시라고.”
전화기 너머에서 부들거림이 느껴 진다. 조규민은 그동안 이현수에게 시달린 울화가 모두 풀려 나가는 느 낌이 었다.
“그게 뭐 어렵다고. 자, 한 번 해 보세요. 한 번 하고 나면 거래가 편 해집니다. 제가 설마 아우님을 벗겨 먹기야 하겠어요? 자, 형님.”
– 형님.
낮은 목소리.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목소리였
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조규민의 들뜬 가슴이 차게 식었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나와서?
아니다.
그가 제대로 들은 게 맞다면, 이 건 이현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
조 실장님.
형이 거기서 왜 나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강진호 의 목소리를 들은 조규민이 고양이 를 본 쥐처럼 굳어버렸다.
—
재미 좋으시네요.
“아, 아니……
— 협상은 제가 회장님과 직접 하겠습니다. 그럼 이 실장이랑 마저 통화하시죠.
조규민이 가만히 전화를 귀에 댔 다. 전화기 너머에서 강진호가 전화 를 거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그리 고 그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그리고…….
– ……너 어디냐?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마귀 같은 목소리가 조규민의 귀를 파고들었 다. 그 마귀의 이름은 물론 이현수 였다.
사람은 기분을 너무 내면 패가망 신하는 법이다. 오늘 조규민은 그 사실을 톡톡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