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56)
마존현세강림기-957화(955/2125)
마존현세강림기 39권 (13화)
3장 침투하다 (3)
“어디 간다구요?”
“ 영국이요.”
“ 영국?”
최연하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글로벌하시네?”
“일이 조금 생겼어요.”
강진호가 살짝 웃으면서 입술을
긁는다. 소파에 등을 기댄 그의 모 습을 보며 최연하가 살짝 크게 숨을 들이켰다.
‘진짜 이상한 남자라니까.’
오래 봐왔다면 오래 봐왔다. 시간 으로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겠지만, 강진호라는 남자는 꽤나 밀도 깊게 그녀의 인생에 파고들었으니까.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속에서도 강진호에 대한 인상은 여러 번 바뀌 었다.
‘처음에는 정말 순진해 보였는 데……
처음 강진호에 대한 인상은 지금
같지 않았다. 그때는 강진호의 성격 보다는 외모에 좀 더 주목했으니까. 처음 그녀가 받은 강진호에 대한 인 상은 뭐랄까…….
저 잘난 외모를 조금도 활용하지 못하는 바보?
딱히 특이한 일은 아니다. 의외로 외모로 주목받는 남자 연예인들 중 에서는 자신의 외모가 연예인급이라 는 사실을 모르고 산 경우가 흔하 다.
강진호도 그런 경우라고 생각했 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를 보면 그때
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사람이 여유가 생겼네.’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예전에는 보이 지 않던 여유가 보인다.
그리고 은은한 품격마저 보인다고 할까?
최연하가 눈가를 비볐다.
‘아니, 그냥 콩깍지가 낀 건지도 모르고.’
그럴 확률이 매우 높았다.
사람은 다른 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본인의 취향이나 감정이 평가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금 최연하의 눈 에 보이는 강진호는 보정이 꽤나 들 어가 있다고 봐야 한다.
“……미쳤지.”
“네?”
“아뇨, 아니에요.”
최연하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손 을 내저었다.
‘나도 참 주책이야.’
강진호가 잘생겨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강진호는 객관적으로도 잘 생겼으니까. 하지만 품격이라니.
최연하가 고소를 머금었다.
이제 겨우 서른도 되지 않은 남
자에게 품격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 는다. 하지만 그리 보이는 걸 뭘 어 쩌겠는가.
“얼마나 걸리는데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 요. 한 삼 일? 사 일?”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상황에 따라서 좀 더 머무를 수 도 있겠지만, 길어야 일주일이겠죠.”
“ 일주일이라……
최연하의 볼이 살짝 부풀었다.
“이번주에 놀러 갈 데가 엄청 많 은데.”
“뭐, 어쩔 수 없죠. 잘난 남자 친 구 둔 게 죄라면 죄니까.”
강진호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게 웃지 말아요. 엄청 심통 부리고 싶은데 지금 참고 있는 거니 까요.”
“••••••죄송.”
최연하가 낮게 한숨을 쉬고는 입 을 열었다.
“그보다 저번에 알아봐 달라고 하 신 거요.”
“아, 네.”
강진호가 자세를 고쳤다.
“코드가 지금 부도 일보 직전이라
는 말이 있어요.”
“••••••네?”
강진호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망해요?”
“네.”
“ 코드가요?”
강진호는 코드 엔터테인먼트에 대 해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그래도 코드가 대한민국에서 네 손가락 안 에 드는 기획사라는 건 알고 있었 다.
“나름 대기업이라 들었는데?”
“대기업이야 대기업이죠. 주먹구
구식이라 그렇지.”
강진호의 멍한 얼굴을 본 최연하 가 피식 웃었다. 예전에는 저런 표 정이 딱히 없는 남자였는데, 요즘에 는 감정 표현이 무척이나 풍부해졌 다.
“그리 놀라실 것 없어요. 이 바닥 이 원래 그렇거든요.”
“원래 그래요?”
“네. 여기 기획사라는 곳이 일반 적인 기업과는 달라요. 연예 기획사 는 보통 둘 중 하나거든요. 매니저 나 연예인 하던 사람이 나도 돈 벌 어보겠다고 차리든가, 아니면 조직
폭력배가 뒷돈 만들어보겠다고 차리
든가.”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았다. 강은 영의 첫 기획사도 문제가 꽤나 있지 않았던가.
“그러다 보니 돈을 벌어도 계약서 를 잘못 써서 투자자한테 다 빨리거 나, 어설프게 다른 곳에 투자해 보 겠다고 설치다가 회사 말아먹는 경 우가 매우 흔하죠.”
같은 업계에 대한 평가라기에는 과도하게 냉정한 말이었다.
“그럼 옮겨야 하나요?”
“글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뭐 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 요. 이 바닥의 정보라는 건 항상 진 실이고, 또 항상 거짓이거든요.”
“모호하다는 거네요.”
“네. 생각보다 상황이 괜찮을 수 도 있죠. 그런데 제가 이해가 안 가 는 건, 왜 세아 씨가 그 소속사에 있냐는 거죠.”
“•♦••••네?”
강진호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왜 거기에 넣으신 거예요?”
“괜찮은 곳이라고 해서요. 그리고
규모도 있다고 하고.”
“말은 맞죠.”
좋은 뉘앙스는 아니었다.
최연하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그런데 그건 신인들에게나 해당 되는 말이에요. 그 큰 기획사에 스 타들이 있는 경우 보셨어요?”
“심지어 그 소속사에서 데뷔를 한 연예인이라고 하더라도 재계약을 할 시점이 되면 중소 규모 소속사로 옮 기기 마련이에요. 기본적으로 정산 비율의 문제라든가, 활동 지원의 문 제가 있거든요. 세아 씨처럼 솔로로
활동하는 가수에게 그리 좋은 소속 사는 아니란 거죠.”
오 O
”
..•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보통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들이 어떤 소속사를 택하는지, 그리고 신 인들이 어떻게 데뷔를 하는지를 강 진호가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제가 뭘 하면 되겠습니 까?”
“소속사를 옮기는 것도 한 방법이 에요. 10년 전속 계약 같은 걸로 묶 여 있지만 않다면…… 뭐, 설사 묶 여 있다고 해도 풀 수 있어요. 강진
호 씨가 변호사비를 아낄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방법은요?”
“개입을 해서라도 소속사를 정상 으로 만드는 거죠.”
“개입?”
“쉽게 말하면 인수예요.”
강진호가 턱을 긁었다.
‘ 인수라……
그리 구미가 당기지는 않는 제안 이다. 지금도 강진호는 할 일이 많 았다. 그런데 딱히 관심도 없는 분 야에 일을 늘리고 싶지는 않다.
설사 인수를 하게 되더라도 경영 은 다른 이에게 맡겨야 할 텐데, 그 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건 피하고 싶네요.”
“저도 추천드리지 않아요. 솔직히 이런 회사들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면 납득이 어려운 방식으로 굴러 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그 꼬여 있는 방식을 풀려들다 보면 또 문제가 발생하죠.”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 다.
“그래서 제가 다른 방법을 하나 제안드리려고 하는데.”
“네.”
“강진호 씨, 소속사 하나 차려볼 생각 없어요?”
“ 예?”
강진호의 눈이 살짝 커졌다.
“ 소속사요?”
“네. 엔터테인먼트.”
“……아니, 뜬금없이 소속사는 왜?”
“제가 이번 일을 조사하면서 가만 히 생각을 해봤는데요, 아무리 봐도 그게 최선의 방법인 것 같아요.”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강진호가 침음을 흘렸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방식이다.
“ 이유는요?”
“강진호 씨가 코드를 조사하고 상 황을 파악하려 하는 이유는 세아 씨 가 걱정 없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 을 만들어주려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것만 해결할 수 있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았다.
강은영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연예 인들 중에서도 꽤 높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강진호에게 있어서는 푼돈 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돈은 아무래 도 좋았다. 그저 강은영이 마음 편
하게 일을 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런데 그런 환경 안 나와요.”
“••••••네?”
“강진호 씨는 이 업계에 대해 잘 모르시니까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 는 거예요. 한류니, 몇 차 산업이니 포장이야 잘되지만, 이 업계는 사실 사람 갈아 먹는 업계거든요.”
“잘 이해가……
“쉽게 말씀드리면, 세아 씨 같은 경우는 한 번 행사를 돌면 천만 원 대는 쉽게 나오죠. 그럼 하루에 행 사를 몇 번이나 돌릴 것 같아요?”
“……다섯 번‘?”
“아뇨. 할 수 있는 한이요. 자는 시간이 몇 시간인지, 건강 상태는 어떤지, 그런 거 고려 안 해요. 새 벽에 찾는 사람이 없는 시간 빼고는 항상 이동하고 행사하는 거죠.”
강진호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강은영이 한 창 활동할 때는 얼굴 보기도 힘들었 다. 숙소에서 자서 그렇다고 생각했 는데, 그 시간을 모두 길 위에서 보 내고 있었다면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연습실 가는 것 말고는 따로 하는 게 없어 보이던데
요.”
“당연하죠. 활동 기간이 아니니까 요. 보통은 활동할 때 사람 과로로 쓰러지게 굴리고, 활동 끝나면 방치 하는 것에 반복이에요. 좀 더 경쟁 력 있는 후배가 치고 올라오면 케어 도 제대로 안 되죠.”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 강진호 씨가 바라는 편안 하고 건강한 활동은 어느 소속사에 서도 이룰 수가 없어요.”
어 O 으”
—三5三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게 어떤 상황인지 파악했다
고는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업계인 인 최연하가 저렇게 말한다면 사실 일 것이다. 최연하가 그에게 거짓말 을 해야 할 이유도 없으니까.
“그래서 소속사를?”
“네.”
최연하가 앞에 놓인 아이스 아메 리카노를 쭉 들이켜고는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 죠. 없으면 만든다. 그게 정석 아닌 가요?”
“그렇긴 하죠.”
“다른 사람들이라면 엄두도 안 나
겠지만…… 강진호 씨는 돈이 있잖 아요.”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사실이기는 하지만, 이런 부분을 지적받는다는 건 조금 어색한 일이 긴 하다.
“그런데 솔직히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라서 좀 어벙벙합니 다.”
“쉽게 생각해 보세요.”
최연하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 다.
“단순히 강진호 씨가 돈이 있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니에요.
강진호 씨가 돈이 없었더라도 마찬 가지예요. 이건 땡빚을 내서라도 해 야 하는 일이에요.”
“ 예?”
“기획사를 차리고 싶어 하는 사람 은 넘쳐 나요. 그런데 돈이 있어도 못 차려요. 이유가 뭘 것 같아요?”
“글쎄요?”
“사람이 없어서 그래요. 기획사는 자금과 인력, 그리고 연예인으로 돌 아가죠. 다른 건 충원할 수 있는데, 연예인은 충원을 할 수 없어요. 그 래서 바닥부터 신인을 키우는 방식 으로 맨땅에 헤딩을 하거나, 업계
관계자가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을 끌어모아 만들게 되죠. 그런데…… 강진호 씨는 있잖아요, 연예인이.”
“연예인요?”
“예. 세아 씨하고……
최연하의 손가락이 자신의 가슴팍 을 가리켰다.
“나.”
“배우 하나, 가수 하나. 그런데 그 배우와 가수가 업계 톱급. 이건 다른 사람들이라면 뒤도 안 돌아보 고 달려들 일이죠. 하자고만 하면 대출이고 사채고 다 끌어당겨서 시
작할 사람 넘쳐 날걸요?”
“아, 아니, 잠깐만요.”
강진호가 손을 내저었다.
“그럼 최연하 씨도 같이하는 겁니 까?”
“내 남자 친구가 기획사 하는데 내가 왜 다른 데다 돈 벌어다 줘야 하는데요?”
완벽한 논리다.
“그렇게 어안이 벙벙하다는 얼굴 하지 말고 눈에 힘 꽉 줘봐요!”
뭔가 사기당하는 기분이었다. 사
기를 칠 사람이 아닌데 사기당하는 기분이라 더 이상하다.
“그런데……
“네.”
“만약에 이걸 하게 되면 제가 아 는 게 없는데…… 경영은 누가 하나 요?”
“뭔 그런 걱정을 하세요? 저기 있잖아요.”
“네?”
“저기요.”
최연하가 턱짓으로 밖을 가리켰 다.
최연하의 밴 옆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던 한은솔의 모습이 강진호 의 눈에 들어온다.
있네.
저기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