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57)
마존현세강림기-958화(956/2125)
마존현세강림기 39권 (14화)
3장 침투하다 (4)
“은솔 씨요?”
“네.”
“애가 좀 멍청한 구석이 있어서 그렇지, 사람 좋고, 빠릿빠릿하고, 능력도 있어요. 친화력도 좋고.”
높은 평가다.
이건 정말 높은 평가였다. 최연하
의 입에서 타인을 칭찬하는 말이 나 오는 게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높은 평가였 다.
“아니, 그렇다고는 해도……
강진호의 시선에 살짝 불안이 어 렸다.
한은솔은 이제 겨우 이십 대에 불과하다. 강진호도 이십 대인데 뭐 가 문제냐고 하겠지만, 강진호와는 경우가 다르다. 강진호는 순수한 이 십 대는 아니니까.
“왜요? 나이 때문에?”
“좀 걸리긴 하네요.”
“그런 건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이쪽 업계가 애초에 나이와는 그렇 게 상관이 없거든요. 오히려 나이가 들다 보면 감각에 문제가 생겨서 말 아먹는 경우도 흔해요. 감각 좋은 이십 대에 시작할 수 있으면 제일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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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어차피 쟤가 사장은 아니 잖아요. 실무만 알아서 하는 거지. 근성 있어서 처음에는 좀 실수하더 라도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연하가 이렇게 평가한다면, 그
말은 신뢰해야 한다. 왜냐면 최연하 는 매니저계의 저승사자니까.
‘하기야.’
나이가 더 많고 경력이 더 많은 매니저들도 최연하를 버텨내지는 못 했다. 한은솔이 최연하의 전담 매니 저인 것만 생각해 봐도 그 능력과 근성은 인정해야 한다.
“관리야 그렇더라도 경영이란 건 경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텐 데요.”
“그런 걸 맡아줄 사람도 있어요. 제 말 무시하지 마세요. 이래 봬도 업계에서 십오 년은 굴러먹은 사람
이에요.”
“무시한 적은 없습니다.”
강진호가 살짝 고민하는 얼굴을 했다.
그 기색을 눈치챈 최연하가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결정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강진호 씨도 나름 바쁘고 할 일 많은 것 아니까. 그런데 아무 리 생각해 봐도 너무 좋은 기회 같 아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저도 이제 계약 거의 끝나가는데 아직 재계약 안 했고, 세아 씨도 소속사 옮겨야 할 타이밍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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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어서 좋고, 강진호 씨는 우리가 어디서 고생하고 일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서 좋고, 게다가 쏠쏠하게 돈도 벌릴 거고.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 말만 들으면 확실히 그러네 요.”
최근 경영에 눈을 뜨고 있는 강 진호이다 보니 이게 얼마나 좋은 기 회인지 알 수 있었다. 분명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 려들 만한 일이다.
문제는 하나.
‘그런데 나는 그 돈이 별로 필요 가 없단 말이지.’
물론 최연하와 강은영이 벌어들이 는 돈은 어마어마하다. 거기에서 떨 어지는 수수료만 하더라도 웬만한 중소기업의 순이익은 넘어설 것이 다.
하지만 강진호는 지금 대한민국에 서 제일 쉽게 돈을 버는 사람 중 하나였고, 벌어들이는 돈의 규모마 저 최연하나 강은영의 수입쯤은 용 돈 취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딱히 돈에 욕심을 낸 적도 없지
만, 이현주가 알아서 정산해 주는 돈만으로도 재벌급이다.
“일단 이건 제가 생각을 한 번 해 볼게요. 방식을 조금 달리해야 할 것 같아서.”
“방식이요?”
“네. 아무래도 제가 직접 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으니까, 이번에 회사 에 부서를 만들어볼까 하구요. 그럼 관리도 더 잘될 거고.”
“ 회사요?”
최연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이야기 안 했구나.’
강진호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 이번에 회사를 하나 만들 것 같아서……
“헐, 회사를 만든다구요? 뭐 하는 회산데요?”
뭐 하는 회사더라?
말문이 막힌다. 생각해 보면 총회 를 법인화하면 이 회사의 정체성을 뭐라고 해야 할지 애매하다.
“부, 부동산 투자회사?”
“아하!”
최연하가 감을 잡았다는 듯이 고 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강진호가 돈이 있으니 적 당히 법인을 설립해서 건물이나 돌
릴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와, 그럼 갓물주이시네.”
“그럼 나는 복부인 되는 거예요? 나 그거 꿈이었는데.”
망상이 끝도 없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투자회사라……. 그럼 그 걸로 법인을 설립하고, 그 회사를 통해서 자회사를 만든다는 거죠?”
강진호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 다.
“좋은 방법이네요. 정말 괜찮은 것 같아요.”
최연하의 반응이 생각 이상으로 좋다.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을 본 최연하가 가볍게 웃는다.
“사실 우리 업계 쪽에 투자하는 애들은 거의 좀 뭐랄까…… 좀 좋지 않은 계열? 그쪽이 많거든요.”
“좋지 않은 계열요?”
“네. 뭐, 조직폭력배라든가, 어둠 의 사업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이라든 가.”
푹
최연하의 말이 비수가 되어 강진 호를 찔렀다.
“뭐, 돈이 깨끗하고 더럽고가 어 디 있겠냐만서도, 그런 돈이 많이 흘러 들어오는 건 사실이에요. 지금 소속사 사장이니 어쩌니 하고 얼굴 들고 다니는 양반들도 과거에는 안 좋은 일들 하다가 그런 식으로 신분 이랑 돈을 세탁한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뭐랄까…… 음, 다들 좀 과격하고 질이 나쁘다고 해야 하 나?”
푸욱.
비수가 조금 더 커진다.
“그, 그래요?”
“네. 최근에는 많이 나아져서 대
기업 돈도 들어오고 하는데, 아직 근본이 바뀐 건 아니라서요. 그 와 중에 부동산 투자회사면 정말 깨끗 한 거죠. 다행이네요. 조폭보다는 낫 잖아요?”
제가 그 조직폭력배 대장입니다.
강진호의 얼굴이 미묘해졌다.
계급으로 따진다면 강진호는 조폭 중에서도 대장 조폭이다. 대한민국 에 존재하는 조직폭력배들은 이중걸 시절부터 이미 총회의 관리를 받고 있었다.
말이야 관리지, ‘죽기 싫으면 상 납금을 바쳐라’ 수준일 것이다. 조
직폭력배가 일반인을 괴롭힐 때는 조금이라도 양심의 가책이 있을지 모르지만, 총회가 조직폭력배를 괴 롭히는 데 있어서는 일말의 가책조 차 없이 제대로 털어먹을 수 있다.
누가 누구에게 상납을 하는가로 서열을 정한다면, 총회는 대한민국 의 모든 조폭의 위에 있었다. 그리 고 그 총회의 회주가 바로 강진호 다.
‘이렇게 생각하니 엄청 나쁜 놈 같은데.’
악당이라는 자리에 거부감을 가지 는 건 아니지만, 이건 강진호가 생
각하는 악당과도 조금 달랐다.
“여하튼 그 부분은 생각을 좀 해 볼게요.”
“빨리 정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걸리는 게 하 나둘이 아닐 테니까요.”
“네, 알겠어요.”
강진호가 살짝 어색한 얼굴로 최 연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최연하는 이제 강진호의 기색만으로도 그가 무슨 말을 하려 는지 알 수 있었다.
“가야 된다구요?”
“며칠 만에 봤는데?”
“흐음, 어떻게 할까? 좀 괴롭히고 싶은데.”
강진호의 이마에서 땀이 배어 나 오자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얼른 가봐요.”
생각보다 깔끔하게 결론이 났다. 강진호가 살짝 놀라서 최연하를 바 라보았다.
“뭘 그런 눈으로 봐요? 사람이 사업을 한다는데, 같이 놀아달라고 징징댈까 봐?”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징징도 때가 있다는 말씀. 여유 가 있을 때 하는 징징은 징징이지 만, 여유가 없을 때 하는 징징은 진 상인 법이죠. 괜히 진상 떨어서 점 수 깎아먹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가라고 할 때 얼른 가요. 올 때 선 물 사 오고.”
“꼭 사 올게요.”
“다녀와요.”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최연 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잠깐.”
“ 네?”
“그런데 그렇게 그냥 간다고?”
강진호가 우물쭈물하며 주변을 돌 아보았다. 카페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강진호를 보 며 최연하가 웃음을 터뜨렸다.
“가요, 가!”
최연하가 자리에서 일어나 강진호 의 등을 두드렸다.
“대신에 바쁜 일 다 하고 나면 나 하고 놀아줘야 돼요. 나도 새 촬영 들어가니까 나중 되면 시간 안 날 수도 있거든요.”
“명심하죠.”
“네. 그럼 다녀오세요.”
강진호가 손을 흔들며 밖으로 나 갔다. 그 모습을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지켜보고 있던 최연하의 얼굴 이 일변했다.
강진호가 나간 것을 본 한은솔이 안으로 들어왔다.
“생각보다 일찍 끝나……
한은솔이 합, 입을 다물었다. 최 연하의 얼굴에 불만이 어려 있다. 이럴 때는 입 한 번 떼는 것도 조 심해야 한다. 아니면 불벼락이 떨어 질 수도 있다.
“은솔아.”
“예, 누님!”
“박복한 년은 서방복도 없다더니, 이제 겨우 중국에서 돌아왔더니 저 사람은 바빠 죽는다. 이제는 영국 간단다.”
“영국요? 영국은 왜요?”
“몰라. 영국 건물이라도 알아보러 가는가 보지.”
볼이 부풀어 오른다. 이건 위험신 호였다.
한은솔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을 찾아내려 애썼다.
“좀 너무하시네요.”
“••••••응?”
“중국에서 고생하다 들어왔다는 거 아실 텐데, 일이 있어도 조금 미 룰 수 있을 텐데.”
“ 야.”
“••••••네?”
“남자가 일을 미루면 안 되지.”
“가정적인 것도 좋지만, 사람이 자기 일에 확신을 가지고 열정이 있 어야지! 그걸 왜 까?”
어쩌라고?
한은솔의 볼이 파르르 떨렸다.
“까도 내가 깐다. 너는 까지 마.”
“넵. 명심하겠습니다.”
한은솔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도 이런 걸 직접 말로 한다는 것만 으로도 어마어마한 발전이었다. 예 전 같았으면 거슬리는 말을 하는 순 간, 쿠션이 날아오고 난리가 났을 테니까.
“그런데 너.”
“ 예?”
“나 말고 다른 애들 맡으면 잘할 수 있어?”
“••••••누나.”
오 O ”
“o’.
한은솔이 어깨를 쫙 폈다.
“저는 못 맡을 연예인이 없습니
다. 극하드 모드로 지금까지 버텼는 데, 다른 연예인이면 이지 모드죠, 이지 모드.”
“……뒈질라고.”
한은솔이 찔끔하여 몸을 움츠렸 다.
“그럼 너 소속사 하나 굴리라고 하면 잘할 수 있어? 그럼 밑에 매 니저 애들도 관리해야 하는데?”
“누나, 독립하시게요?”
“독립은 아니고, 여하튼.”
한은솔이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은 애들 몇몇 있어요. 제가 이야기하면 합류할 거예요.”
“ 흐음.”
최연하가 눈을 빛냈다.
‘이건 꼬셔야겠어.’
아무래도 강진호가 사장이 되어주 는 쪽이 좋다. 활동하기가 편하면 좋고, 편하지 않더라도 합법적으로 징징댈 수 있는 루트가 하나 더 생 기는 거니까.
“이러다가 과부 신세 되겠다. 업 무라도 같이 엮이면 더 낫겠지.”
“누나! 단어 선택 좀 신경 쓰세 요! 다른 사람들 들으면 어쩌려고!”
“들으라고 해. 내가 나서서 기사 낼 판인데.”
한은솔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 다.
최연하가 예전에 비하면 굉장히 사람이 된 건 사실이다만, 여전히 남아 있는 객기가 이상한 쪽으로 작 용할 때가 더 많아진 것도 사실이 다.
관리는 차라리 예전이 더 편했다 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한두 달 내에 회사 하 나 차릴 것 같으니까, 너 직원 할 애들 한 번 알아봐.”
단호한 최연하의 말에 한은솔이
눈을 크게 떴다.
“하, 한두 달 내요?”
“쇠뿔도 단김에 빼야지. 어물쩍거 리다가는 흐지부지되는 법이니까.”
“그럼 누나가 사장님이에요?”
“아니. 나 사모님.”
“••••••네?”
“아니지. 복부인?”
뭐라는 거야, 이 여자?
날이 가면 갈수록 도무지 최연하 라는 여자를 더 이해할 수 없게 되 는 한은솔이었다.